시간 혹은 감정의 걸음

오늘 처음 만난 두 분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 사람은 소설가, 한 사람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벌써 기억도 안 나는, 프랑스 소설 제목을 딴 이름의 카페였는데, 제가 이런 곳을 접할 때마다 요즘 한국 정서에 적응이 안 되네요.
문득 기억하고 있는 줄 몰랐던  기 드보르의 이 문장이 떠오릅니다. "진정한 삶의 길 중간에서,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우리는 그토록 많은 빈정거려지는 정서와 슬픈 말로 표현된 암울한 우울에 감싸여 산다. "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나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되되어 있다는 것. 저의 뇌는 무슨 쓸데없는 사고에 몰두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세속의 관습을 떨쳐내려고 안간힘 쓰며 사는 걸까요. 이 세상을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 양자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분생각이든 전체생각이든 세상을 상대하려는 각오가 아직 제게 있는 것 같아요. 상대하려는 것이니까요.

언젠가 막내가 카톡으로  "누나처럼 뭐든 떨쳐내려는 제스처는 오히려 자유롭지 않은 자의 제스처가 아닐까" 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사실인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이 외려 세상에  들러붙어 있기 마련이죠.  
막내가 방금 뜬금없이 또 이런 질문을 문자로 보냈어요. "활은 왜 활이야?"
- 활! 하고 날아가서가 아닐까? 
"으흥~ 이런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누나밖에 없어."
적어도 막내 때문에 제 치매 증상은 좀 더뎌질 듯합니다. 밉지 않게 아부할 줄 안달까요. 같잖고도 이쁜 아이에요. 용돈 줘야지. 

프로젝트 하나 놓고 상대 회사와 결판 봐야할 일이 있는데, 유럽이라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그들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좀처럼 긴장 안 하는 사람인데 바짝 얼어 있어요. 집에 난방을 안 해서 그런가? 
    • 활이 이탈리아 어 스페인 어 둘 다 arco군요.


      come una freccia al mio arco



      como una fleche en mi arco


      내 화살의 활처럼


      네루다 시입니다
      • 저만큼이나 사소한 것에 관심두고 사시네요. 이뻐요. ㅎㅎ

        •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시험 안 나오는 것만 관심 가졌지요 ㅋ




          로스차일드에  관한 책을 읽을 계획이었는데 결국 연휴 다 갔어요

    • 왜 난방 안하지 좀 추운게 나요 옷 입고, 화살이 활 하며 날아간다고? 나보다 한수 윈데요 지맘대로지만 생의 가운데를잘아는 시간을 수중에 넣고 다니지 않으려 하지만 운동 핑개로 본전치기한 복권 바꾸고 한바퀴 돌려 갑니다 근데 난 속으로 겁나요 당첨되면 댓가를 지뤄야 할까봐 그래서 안되도 좋고 시간이 멍청해질 때 것도 올건데 괜히 이러는거 잘 알면서도 어쩜 이렇게 변할줄을 모르는지 한심한건 아니고
      • 일주일 전인가, 관리실에서 조사 나왔더라고요. 이 집 난방지수가 왜 이러냐고. 고장난 것 아니냐고.


        안 쓰니까 그렇죠 라니까 왜 이렇게 사냐고 안쓰러워하더만요.


        저는 인위적인 더운 공기 싫어서 가급적 난방 안 하거든요. 왜 이런 사안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거죠?  이해 불가. - -



    • 20대 초에 파트릭 모디아노를 좋아해서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를 읽었는데, 그 단어가 유명한 문장에서 나왔나봐요. 레퍼런스 풍부하신 어디로갈까님 덕분에 새로운 분을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자~ 악수만 할 게 아니라 포옹 함 해보십시다. 정서적 공감이 가능한 사람끼리. -_-


        방금 잠깨자 마자 이런 메모를 읽었어요. “넌 쓸데없는 생각 줄이고 밥먹고 이야기 나누고 노는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해. 우리 싸목싸목 살자~"


        자기도 괜히 싸돌아 다녀보고 동굴도 들어가보고 사고 실력도 뽐내보고.. 나보다 더 열없이 일없이 살면서. 흥칫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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