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서 원~

새벽녘에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수학문제 하나를 두고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꿈이었어요. 문제 자체가 분명치 않달까, 잘못돼 있다는 걸 꿈속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죠.
제가 이런 꿈을 일 년에 서너 번 꾸기는 하는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어요. '지금 나는 꿈을 꾸는 중이다'는 의식이 있었기에 '어서 깨어나야지'하는 의지와 '아니야, 아무리 꿈이어도 이 문제는 풀고 잠깨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팽하게 맞서 있었거든요.

이 꿈의 여파 때문에 뭍에 오른 물고기처럼 의식이 파닥파닥거리는 와중에 휴대폰이 울리더군요. 막내였는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어요.
"누나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철학, 공학,수학, 농학, 문학 중  뭘 전공해보고 싶어?"
'야, 그게 굳이 이 시간에 전화해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이냐? 응?"
"심심해서 그러쥬~ 화내는 것보니 태평한 상태신가 보군."
'야!!!!!'
"진정하시고... 궁금한 게 있어 전화한 거니 친절하게 답해주세용~"
"책장 정리하다가 누나 옛노트를 발견했거든용~."
'(흠칫)'
"이런 글귀가 있더만요. <군중 속에 있으면 나는 때로 짜라투스트라가 된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흠칫) 그 노트 있던 자리에 가만히 넣어놓거라. 한평생이 걸려야 답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은 안 받는다.'
"그러니까 누나도 세속을 초월하는 사상을 활달하게 가꾸는 시기가 있었던 거네. 호호"

인생의 델리커시를 모르는 아이에게서 이런 놀림을 받는 기분이란... 에쿠나
단념하자 마음이여~ 부끄러움은 잠을 재울 일이다.
    • 재미있는 남매네요 ㅎㅎ

    • 좀전에 막내와 주고받은 메모.


      그/ 지구의 크기에 맞는 인구수는 이천만명 정도래.


      나/ 누가 그렇게 결론내렸는데?


      그/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엘리트들이 계산해낸 거랍디다.


      그/ 누나, 그 대학 출신 스티린드베리 엄청 좋아하지?




      나/ 똘똘한 그 학교 학생들은 그런 주장에 아무 반론도 안했대?


      그/ 웁살라에서는 안 하고 이백키로 떨어진 스톡홀름까지 나가서 조촐하게 데모했대.


      나/ 뭐 그건 데모가 아니라 소풍나간 셈이었네.


      그/ 소풍처럼 하는 데모, 누나 이상향 아냐? 호호



    • 꿈은 다 심리적 압박에서 꾸니까요 아무 답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하려 하지 않고 그냥 있어도 나에겐 거의 같은 시간이려니,아 왜 휴대폰 글쓰기 자꾸 틀릴까 화납니다
    • 지금도 귀신이 그런거 같이 이어폰 줄이 꼬여있어 신경질 만땅,마음을 다스려야 할텐데 내가 걱정이 돼서 남한테 말이라도 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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