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올바름이 해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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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파워레인저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무조건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점이죠. 그래서 전부 다 백인으로 캐스팅하는 게 아니라 꼭 비백인 인종을 참여시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 굉장히 시끄러워질 겁니다. 미국은 단지 백인들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흑인과 아시안들도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파워레인저가 이렇게 철저히 지키는 수칙을 왜 2010년대를 휩쓴 마블 영화는 뒤늦게서야 땜빵하듯이 지켰는지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런 게 바로 정치적 올바름입니다. 으랏차님과 해삼너구리님의 지적에 따르면 한계가 있는 표면적 올바름이긴 하지만요. 백인남성만 캐스팅하는 것은 다른 인종과 성별의 개개인을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일부러 캐스팅을 이런 식으로 합니다. 취향의 문제로만 가면 얼마든지 백인 남성만 파워레인저로 캐스팅할 수 있습니다. 변명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요. '우린 백인 남성들이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인종이나 성별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우리 눈에는 백인 남성들이 쫄쫄이를 입고 싸우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이 전제에서 비롯되는 결과는 어떤 것일까요. 어쩔 수 없이 백인/남성 중심으로 기울어진 미국 사회에서 다른 인종과 성별이 그나마 덜 소외당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정치적 올바름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를 더 확장시키고 소외당하던 사람들을 기존 사회로 더 편입시킵니다. 결국 주인공은 가운데에 있는 백인이고, 나머지 인종들에게는 한 자리씩 나눠준 것 같은 느낌이 강해서 완벽한 올바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어린 시절 티비에 나오는 히어로들을 보며 자신을 이입시키는 아이들에게 인종이나 성별의 동질함은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오죽하면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도 그런 대사가 나왔죠. "난 스파이더맨이 흑인일줄 알았는데." 나와 같은 성질을 가진 사람이 멋있고 강력하다는 신호를 대중매체로부터 받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프라이드로 작동합니다. 완성도는 개판이지만 그럼에도 상치를 보면서 미국 내 아시안 키드들은 분명히 뿌듯해졌을 것입니다. 파랑눈과 밝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만 어벤져스에 낄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이 마블에 우리의 자리도 있구나 하고.


정치적 올바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 누구도 함부로 소외당하지 않게끔, 누군가의 약자성과 소수자성을 함부로 공격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은 누구에게 괜한 금기를 안겨서 불편하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제까지 관행처럼 여겨지던 차별과 폭력을 멈추고 쉽게 놀림거리로 여겨지거나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던 그런 사람들을 동등하게 여기자는 것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성의 확장이며 훨씬 더 큰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아마 저 파워레인저를 보면서 백인들 동네에서 살던 백인 남자애들은 파워레인저 놀이를 하기 위해 동양인 아이와 흑인 아이를 찾아서 팀을 꾸리고 싶어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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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주장한 적 없는 피씨만능주의를 혼자 비약하고 반박하는 예상수님을 보면 좀 황당하면서도 그렇게 할 말이 없나 싶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별 다른 게 아니고, 그냥 누군가의 사회적 약자성을 함부로 공격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런 게 어디있냐고요? 당장 이 게시판에서도 '조선족들'이라며 누군가의 국적 혹은 인종을 비웃는 글들을 바로 며칠전에 누가 씁니다. 정치적 올바름이 부재해서 모욕이 횡행하는 상황은 멀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예상수님의 태도를 적용해보죠. '누군 틀릴 수도 있으니 틀리게 놔두자'는 그 태도 말입니다. 그럼 게시판에는 '조선족 비하는 당연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예상수님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 않을거라 주장하시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본인 생각대로 편리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인 펨코를 보세요. 혹은 디씨를 보세요.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가운데 타인의 약자성을 공격하는 글들은 아예 유행이 되고 일상이 됩니다. 누굴 좀 틀리다고 놔두면 안되겠냐고요. 지금 세상은 그런 관용에 의해 개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굉장히 정확하게 모욕을 당합니다. 


어줍짢은 정신분석을 저에게 들이밀기 전에 "관계"를 끝없이 강조하는 예상수님 본인의 상태를 자문해보길 바랍니다. 자신이 절대 틀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이 정도 비판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그 고정된 세계관을 버리지 않는한 본인이 떠드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되긴 힘들 겁니다. 


마틴 루터 킹의 말을 인용합니다.


"먼저, 저는 지난 몇년 간 백인 온건주의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했다는 걸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유감스럽게도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유를 향해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던 흑인들을 방해하는 것은 백인 시민들의 의회도, KKK단도 아닙니다. 바로 정의보다 "질서"에 더욱 심려를 기울이고, 정의가 실재하는 긍정적 평화보다 긍정적 평화의 긴장이 부재한 부정적 평화를 선호하는, 백인 온건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계속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는 동의하나, 즉각적 행동으로 옮기려는 그 수단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어버이가 타이르듯, 다른 이의 자유를 위한 계획표를 직접 짜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때가 오리라는 신화 같은 개념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흑인에게 "더 용이한 때"를 기다리라며 흑인들을 가르치려합니다. 선의를 가진 이들의 텅빈 이해는 악의를 가진 이들의 확고한 오해보다 더 절망적입니다. 미적지근한 관용은 노골적인 거부보다 더 혼란스럽습니다."

    • 근데 파워레인저는 좀 적절치는 못한 예인 것 같아요


      토큰 블랙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고..


      저 사진처럼 항상 백인 남성 리더가 중앙에, 여성멤버는 핑크핑크한 스테레오타입의 전형이죠.


      오히려 "Zordon is a racist"에서 비꼬는 것처럼 anti-PC의 대표적인 예에 속하는 느낌이랄까요

      • 맞아요 십대 초반의 저는 여성 캐릭터는 늘 핑크, 하나 더 해봤자 기껏해야 옐로우인 것이 기분나빠서 그 뒤로 전대물에 대한 흥미를 잃었죠. 


        물론 원 글 쓴 분이 말씀하시려는 바가 뭔지는 잘 압니다만, 샹치나 캡마 정도가 적절한 비유일 것 같습니다. 

        • 좀 수정해야겠군요. 완벽한 피씨보다는 그마저도 하려는 표면적 피씨로.
    • 저 저격하시려고 글까지 써주시다니 참... 그런다고 님도 안 변할 거면서, 왜 자꾸 남에게 자기입장만 강조하세요.
    • 제가 정치적 올바름이 틀리다고는 안했고님의 태도가 문제라고 했지요. 늘 자기입장만 고수하는 분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겁니다. 논리적으로 아닥하게 만드는데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님에 대한 비호감이 변하지는 않겠죠.
      • 상대주의를 용인하자는 쪽이 오히려 더 꽉막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게 꼭 당사자들에게 힘을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비당사자들의 생각을 바꾸기도 하더군요.


      예전에 여자들이 일하는 내용의 모 애니를 보고는 감상들을 찾아 넷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악명높은 모 게시판이 검색에 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거기 가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대체 이 동네에선 뭔 얘기를 할까 궁금해져서 살짝 들어가봤죠.


      역시나 대부분의 감상은 여캐 누구누구랑 XX하고 싶다 류의 얘기가 많았지만, 그중 하나 튀는 감상이 있었어요.


      이 감상자는 자기 주변 사람들과 넷의 목소리들을 믿는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에게 빌붙어 사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대요. 그동안 봐 온 작품들에서도 여자는 남자에게 의존하는 묘사가 많아 그런 생각을 한층 공고하게 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 사람의 성인물 취향은 강제물 장르였는데, 여자한테 이것저것 뺏기는 만큼 남자는 당연히 여자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나요.


      그런데 한 편의 애니가 이 사람의 생각을 바꿔버렸습니다.


      애니 속에서 여자가 뼈빠지게 일하거나 취직 못 해서 힘들어 하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여자가 ‘자기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됐다는 게 그 사람의 고백이었습니다.


      덕분에 이전에 즐기던 성인물도 못 보게 되었다는 얘기를 보고 있자니 참 문화의 힘이란 대단하다 싶다라고요.


      그 애니가 딱히 진보적이거나 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제대로 일하는 여성을 보여줬일 뿐인데 말이죠.
      • 헐 신기하네요... 문화매체가 의외로 그런 힘을 발휘하기도 하죠. 참 무시하기 힘든 영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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