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꽃 의식의 흐름

리라꽃이 라일락이더군요. 세상에.
수수꽃다리인 건 알았는데 -라고 굳이 써서 본인이 무식하지 않다라고 우기며- 리라꽃이 라일락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ㅋㅋㅋ

반백 년 전혀 안 궁금해하다가 갑자기 찾아본 이유는요, 빨간 머리 앤의 그 앤 막내딸이 마릴라, 애칭은 릴라거든요. 어릴적에 읽었던 신지식 중역본에서는 ' 리라' 였고요.
국딩때 '(고)릴라' 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는 하나쯤 있었는데 아마 저 책 읽을 무렵에 릴라로 번역이 됐더라면 상당히 깼을 것 같아요.

왜 신지식 중역본에서는 '리'라인 것인가. 일본 발음으로 '릴' 라가 안 됐던 건가, 그럼 리라 초등학교의 리라는 마릴라의 릴라인가 원래 리라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갔고요.(설립자 따님 이름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리라꽃 향기는 어쩌고 하는 가사도 있잖아요. 아 그렇다면 리라꽃의 리라 초등학교?
...이러한 과정을 밟아서 저는 반백 년 살고 나서야 리라꽃이 라일락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앤의 장남이 봄이 되면 엄마가 좋아하는 '아가위꽃'을 꺾어온다는 구절이 있어요. 아이 낳기 전 신혼 시절에도 지인에게 아가위꽃을 받으면서 ' 길버트조차도 제가 봄이 되면 아가위꽃을 가지고 싶어하는 걸 잊어버렸는데요.' 하는 장면이 나오죠.
어떻게 생긴 꽃인지 궁금했는데 사과, 벚꽃, 살구, 배꽃 이런 애들하고 비슷한 조촐한 꽃이네요. 모여있어서 약간 수국 느낌도 들고.
산사나무꽃이라고도 한다는데 산사나무도 들어본 적이 없지 뭡니까.


앤 이야기 하나 더.
앤 시리즈 중에서 막내딸 이야기가 꽤 좋아요.
여덟 권이나 되다 보니 나중엔 그 밥에 그 나물인 기분이 드는데, 막내딸 이야기 역시 시리즈의 규칙 안에 있긴 합니다만 배경이 1차대전이라 이 딸의 성장에 더 이입이 되더군요.
어릴 때 읽을 때는 키스씬(ㅋㅋ)에만 관심이 가더니 반백 년 사니까 이런 것에도 관심이 가네요. 다른 시리즈는 몰라도 막내딸 이야기는 두 번 읽을 가치가 있어요.
    • 리라꽃이 라일락이라니 전혀 생각 못했던 전개네요. 저는 제가 모르는 아주 이국적인 꽃으로 짐작하고 있었어요. 빨강머리 앤네 집에는 아들딸이 너무 많아서 이제 누가 누군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각각 앤과 다이아나라고 이름붙인 쌍둥이 여자애들이 있었던거랑, 귀여운 막내딸은 좀 생각이 나는군요. 팔다리가 길고 말라서 어렸을 때 별명이 무려 '거미'였는데, 좋아하는 남자애가 마릴라라는 이름을 시적으로 '리라 마이 리라'라고 이름 불러주니까 좋아하던게^^  

      • 저도 남미 느낌 풍기는 크고 화려한 꽃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왠지 넝쿨일 것 같고 그렇더군요. 리라 자체는 하늘하늘한 어감인데 베사메무쵸 때문인가 봅니다. ㅎㅎ


        어릴 때 ' 나도 좀 마르고 팔다리만 길어서 거미라고 불렸으면 좋겠다' 생각한 게 떠올랐습니다. 어휴 부끄러워라.

    • 리라꽃 향기라는 구절이 있는 노래가 많은데 라일락이었군요 세상 참 알면서 모르는 것도 많네요 lilac이 리라로 줄어든거군요 앤도 끝까지 애 아니었군요 아 모르고 사는거 천지다
      • 불어로 lilas. 마지막 자음이 소리나지 않아서 거의 한국말 릴라하고 비슷하게 들려요.

        학생때 제2외국어로 불어 배웠는데 잊어버린 걸까요 안 배웠던 걸까요. 영어도 아니고 꽃 이름 정도야 피해갈 수도 있었겠지만요.
    • 모야모앱이 있어요. 식물 사진 찍어서 올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무슨 식물인지 알려줍니다. 저 아주 유용하게 써먹고 있어요. 


      리라꽃은 처음 알았고 아가위가 산사나무꽃인지도 첨 알았네요. 감사해요. 산사나무 꽃은 봤는데 생각이 안나서 다시 모야모 들여다봐야겠어요. 

      • 아 전에 올려주신 기억이 나요. 앱 덕분에 산수유꽃도 알게 됐죠. 산수유가 맞죠?맨날 산유수라고 그럽니다.
        • 나이가 어린가봐요? 교과서에 성탄제라는 시가 있는데 산수유가 등장합니다. 고열을 앓는 아들을 위해 젊은 아버지가 눈산을 헤치고 찾아온 약이었어요.


          딴소리인데 환갑이 된 윤석열이 몰라서 좀 웃기기도 했죠.

          쌀을 벼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로 아는 첫 세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심..
          • 그 시 저도 배웠어요.4차 교육과정 세댑니다.

            아마 그 시 배울때부터 산유수가 입에 붙었을 거예요. 국어선생님 탓인지 주변 인물 탓인지 뇌가 이상한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꽃은 새로 꾸민 아파트 화단에 등장해서 그때 처음 제대로 봤고요. 배운 것과 본 것에 20여 년 간극이 있었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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