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길예르모 델 토로 '취향'의 호러 소품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을 봤습니다

 - 2019년작입니다. 런닝타임 1시간 48분에 장르는 호러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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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고 싶은 게 새입니까 인간입니까.)



 - 배경은 1960년대입니다. 월남전 파병 갈 젊은이들에게 영장 보내던 시절이네요. 

 주인공들은 역시나 한적한 촌 마을의 루저 고딩들인데요. 그래도 이런 영화의 루저들치곤 꽤 씩씩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기들 괴롭히던 놈에게 복수부터 하거든요. 하지만 루저는 괜히 루저가 아니어서 곧 나쁜 놈에게 쫓기게 되구요, 그 과정에서 어디서 온지 모를 수상한 멕시칸 젊은이에게 도움을 받고 통성명도 한 김에 근처에 있는 귀신 나온다는 집에 놀러 가요. 마침 그 날이 할로윈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곳에서 눈썰미 좋은 멕시칸 젊은이가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그동안 들어 온 귀신 이야기에 부합하는 비밀 장소를 발견하고, 주인공 여자애는 용감하게도 귀신템으로 소문났던 책을 하나 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책은 건드리면 안 될 물건이었죠. 매일 밤마다 주인공 패거리들 중 하나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한 편씩 샤샤샥 피로 적혀지구요. 당연히 그 내용대로 사람이 사라집니다. 겁에 질린 채로 사태 해결을 위해 귀신 전설을 파해치기 시작하는 주인공들. 과연 이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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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물에서 10대를 주인공 시키려면 어리버리 귀여운 아싸 루저들로 캐릭터를 잡는 게 국룰이겠죠.)



 - 원작이 있대요. 어린이용 무서운 이야기 격의 소설책이라는데, 애들용 주제에 참으로 혐오스럽고 실감나게 무서운 삽화가 실려 있어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삽화 수정도 하고, 또 나중엔 다시 복구도 하고 그랬다는 사연이 있는 책인가 봅니다. 근데 우리의 델 토로 아저씨가 이 책의 팬이었고. 판권을 진작에 사뒀고. 본인이 제작하고 '트롤 헌터', '제인 도'의 노르웨이 호러 감독 안드레 외브레달에게 감독을 맡겨 만들어낸 게 이 영화입니다.

 참고로 도대체 그림이 어떤 꼴이길래 그랬나... 하고 찾아 봤더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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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지 시켰던 학부모 단체님들 뤼스펙... ㅋㅋㅋㅋㅋㅋ)



 - 굉장히 전통적인...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 그냥 구식 호러 스토리입니다. 딱 봐도 설정부터 캐릭터들까지 다 익숙하기 짝이 없잖아요. 수상한 저택, 마녀, 저주에 걸려 버린 루저 청소년들. 스포일러성이라 언급 못할 부분들까지도 다 넘나 전통적이에요. 거기에다가 '하룻 밤 한 명씩'이라는 설정 덕에 앤솔로지 아닌 앤솔로지 느낌을 주는 것도 역시 이런 구식 느낌에 한 몫을 더합니다. 여기에다가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까지 더하면 뭐 그냥 완벽하죠. 21세기 때깔과 사고 방식으로 패치한 탑골 테이스트 호러 무비입니다. 그리고 이게 이 영화의 단점과도 연결이 돼요. 전통적으로 구식 호러를 만드는 데 제작진이 다 진심이었던 건지, 매일 하나씩 벌어지는 호러 사건들이 다 딱히 참신할 게 없이 익숙 무난한 이야기들입니다. 막 특별한 인상이 남는 영화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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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들의 대저택 + 마녀 애호 취미는 사실 저랑 되게 안 맞습니다만. 왜 그리 좋아하는지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하지만 델 토로 아저씨가 굳이 판권을 산 데는 다행히도 믿는 구석이 있었네요. 원작 그림 소설책 삽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는 크리쳐들이 나름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 자체는 평범하고 크리쳐들도 설정상으론 평범하고 흔한 놈들인데 비주얼이 뭔가 살짝살짝 괜찮아요. 되게 훌륭하다기보단, 양산형 호러 크리쳐들과는 다른 개성이 있는 정도지만 이 바닥에선 그게 되게 훌륭한 거죠.


 그리고 감독의 기본기가 좋습니다. 제가 계속 강조하는 그 '평범한 호러 상황'을 나름 꽤 쫄깃하게 연출을 해줘요. 나름 긴장감도 있고, 깜짝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고, 또 적당히 기괴한 분위기를 꾸준히 잘 뽑아내줍니다. 거기에 위에서 말한 나름 개성 있는 크리쳐들이 툭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이게 뭐라고 내가 재밌게 보는 거니'라는 기분으로 볼만한 결과물이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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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최고의 인기 캐릭터님이십니다. 일부러 작게 나온 짤로 골랐어요.)



 - 어디까지가 원작 스토리인진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이 80년대부터 연재된 거라는 정보를 놓고 볼 때 상당히 많이 뜯어 고쳤을 게 분명합니다. 최소한 호러 사건 외의 기본 스토리는 그랬을 거에요. 왜냐면 그 시절에 나온 애들용 소설 치곤 21세기적 정치적 공정성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반영된 이야기거든요. ㅋㅋ 배우들 캐스팅도 그렇구요. 진짜로 평범한 동네 청소년들 느낌의 배우들이 나와서 별로 영웅적이지 않은 평범한 캐릭터들을 열심히 연기해 주네요.

 근데 뭐 다 괜찮았어요. 그게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또 작품의 주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뻔하고 흔한 스토리지만 나름 소소한 디테일들이 있어서 가볍고 하찮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이 정도면 웰메이드라고 칭찬해줄만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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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고 응원해줄만한 사연이나 캐릭터들이 잘 갖춰진 소셜 저스티스 히어로님들.)



 - 좀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결말인데요. 확실하게 일단락은 되지만 속편을 노골적으로... 도 아니고 그냥 오피셜로 예고하며 끝납니다. 다행히도 제작은 확정이 된 상태이긴 하지만 대충 검색을 좀 해 보니 이제 사전 준비 단계이고, 이미 후반 작업 중이라는 감독의 차기작이 내년 개봉인 걸 보면 빨라야 내년에나 나오겠네요. 험... 왜 이러나요 요즘 영화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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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지 말라구요 좀!!!!)



 - 뭐 할 말이 많은 영화는 아니어서 이쯤에서 정리하겠습니다.

 원작 특성상 살짝 '애들용 무서운 이야기' 분위기를 풍기는 애초에 제목부터가 호러 앤솔로지 아닌 앤솔로지 되겠습니다. 

 요즘 세상엔 자극이 부족하지 않나 싶은 옛날 호러들 스타일의 이야기라는 게 단점인데, 연출가의 기본기가 좋고 크리쳐들 디자인처럼 나름 튀는 구석이 있어서 뭔가 애매하게 괜찮은 영화였어요. ㅋㅋ 만들긴 잘 만들었는데 애초에 컨셉 자체가 좀 약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전 상당히 만족스럽게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추천은 못 해드리고 애매하게만 추천해 드립니다. 어디서 무료로 보실 수 있는 분들 중에서 나는 호러 영화에 관대한 관객이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시는 분들만 시도해 보시길.




 + 감독님의 출세(?)작 '트롤 헌터'는 거의 10년째 제 '언젠가 볼 영화 목록'에 올라 있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를 맘에 들게 본 김에 조만간 시도해 보려구요. 



 ++ 앞서 말했듯 감독의 국적이 노르웨이인데요. 생각해보면 애초에 미국인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서 자동으로 습득된 개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허구헌날 등장하는 '미국의 60년대'가 배경이지만 뭔가 살짝 다른 느낌이 있는데 그게 특별히 노린 게 아니라 그냥 감독이 미국인이 아니어서 그렇게 나온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보진 않았지만 '파친코'가 그리는 옛날 한국이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옛날 한국과 다른 느낌인 것처럼 말이죠.



 +++ 그러고 보니 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80년대 소설의 21세기 영화화라니. 추억팔이의 추억팔이 정도 되는 건가요. ㅋㅋㅋ



 ++++ 또 이런 시골 청소년 모험 호러에 필수 캐릭터 중 하나가 동네 보안관 내지는 경찰 아저씨 아니겠습니까. 여기도 한 분 나오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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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알아보시는 분이 계시면 참 반갑겠는데요. ㅋㅋ '앨리 맥빌'의 모든 악의 근원 빌리 역할을 맡았던 길 벨로우스 아저씨 되시겠습니다.

 '앨리 맥빌'을 안 본 분들이라면 '쇼생크 탈출'에도 나름 역할 있는 캐릭터도 나오셨던 분인데, 제겐 그냥 빌리에요. 악의 없이 선하고 고운 맘으로 남에게 민폐 끼치는 인물이란 게 어떤 건지 잘 보여주는, 나쁜 의미로 앨리와 아주 잘 맞는 환장 캐릭터였죠. ㅋㅋㅋㅋ 암튼 참 반가웠습니다. 배우 계속 잘 하고 계셨군요.



 +++++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노래가 이 곡인데요.



 참 오랜만에 들어서 반가웠고. 이거 올리느라 검색하면서 아직도 현역이신 걸 알고 놀랐습니다. ㄷㄷ

 그리고 더 반가웠던 건



 데이빗 린치랑 친한 가봐요. 그 양반 스튜디오에 가서 곡 녹음도 했고, 위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독도 했다고.

 데이빗 린치 팬이시라면 한 번 보세요. 연출이 진짜 그 양반답습니다. ㅋㅋㅋㅋㅋㅋ

    • 제가 어릴 때 읽었던 무서운 이야기들도 이렇게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들은 거의 다 일본에서 베껴 온 것들이라 무리네요 ㅎ
      • 그 중에 그냥 도시 전설에 속하는 이야기들은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


        다만... 바로 며칠 전에도 수업 시간에 그 손바닥만한 '무서운 이야기' 읽던 학생 야단치는 척하면서 에피소드 몇 개 읽어봤는데 제가 잘못 골랐는지 재미가... ㅠㅜ

        • 요새 애들도 그런 거 좋아하는군요 ㅎ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 건 국적이나 세대에 상관없이 공통인가봐요.
    • 19세기에 지어진 대저택은 현재 처치곤란 신세로 전락했죠. 저 저택 하스토리를 찾아보니 오하이오에서 벽돌을 공수해 만들었다고 해요. 입이 쩍 벌어지죠.


      빌리 아저씨 캐릭터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렇게 나빴었나요? 무지 잘생겼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는거 보니 나는 또로록.
      • 엄밀히 말해서 막 대단히 나쁜 짓을 한 적은 없긴 합니다. 다만 애초에 이 캐릭터의 존재 목적이자 드라마에서 가장 큰 역할이 '태도를 똑바로 하지 않아서 앨리 희망 고문하기' 였으니까요. ㅋㅋ 그리고 잘 생기긴 했는데 캐릭터가 너무 정상적이며 착한 사람인 척만 해서 재미가 없었어요. 막판에 '뉴 빌리'로 다시 태어났을 때가 그나마 괜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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