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토지(1987~89)

얼마 전부터 사극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유투브 멤버십으로 KBS 사극은 최근 작품까지 볼 수 있더군요.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용의 눈물, 왕과 비 둘 다 안 봐서 용의 눈물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어서 하차했습니다.

토지가 용의 눈물 왕과 비보다 십 년 정도 먼저 찍은 거라 화질 음질은 더 나쁩니다만 땀냄새 날 것 같은 고질고질한 모습이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최참판네 식구들조차 요즘식으로 뽀송뽀송하진 않아요.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상화했는데 만든 사람들이 영상물임을 잊지 않은 것 같아요. 빼도 줄거리 이해에는 상관없는 부분을 공들인 화면으로 살려두니까 그 많은 등장인물과 그 긴 시간에도 산만하거나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쓸데없이 돈 쓴다고 윗선에 욕깨나 먹었을 것 같아요. ㅋㅋㅋ 광고도 없이 시청료로 이게 되다니요.

방송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청소년기 최서희가 무척 인기였는데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캐릭터에 별 매력을 못 느끼겠어요. 길상이 역시 무매력. 둘 다 나이를 먹으면서 괜찮아지긴 하는데 드라마에선 거기까지 진행이 안 되죠. 아역 때는 저 어린 것을 어쩔꼬 하는 마음에서 지켜보지만 용정으로 간 뒤 드라마에선 도통...
최서희가 어떻든 사람 ' 들' 이야기다보니 사람들이 이렇게들 사는구나 하면서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몰입이 되지만요.
여러 사람 불행하게 만든, 애는 착해요 미남 쓰레기 용이는 그래도 그렇게까지 싫진 않은데 희한해요. 물론 작가 의도와는 달리 용이 아재의 진국미에 넘어간 건 아닙니다. ㅋㅋㅋ 객관적으로 보면 이 양반이 범죄자 빼곤 제일 나쁘죠.

성인 서희 역에 최수지를 캐스팅한 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고요. 데뷔때 외모가 쇼킹하긴 한데 아무리 봐도 최서희는 아니에요.

재롱둥이 아역 출신 귀여운 배우 정도였던 유년기 서희 이재은이 2004년엔 봉순이 역을 맡았죠. 그냥 어릴 때 인맥으로 적당한 조연 자릴 주나보다 생각했었는데 2004년작을 끝까지 보게 만든 배우였습니다.

드라마 말고 원작 얘긴데요, 저만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졌는지 궁금하네요.그저 보는 제 힘이 딸린 것인지. 그런데 요즘 보고 있는 파친코도 솔로몬 이야기만 나오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원작은 어떤지 몰라도 8부작에 힘이 딸릴 리 없고요.

    • 저도 유튜브에서 다시 봤는데요, 최수지가 연기는 못했지만 왜 박경리작가가 그 배우에 만족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싱크로율이 장난 아니더군요. 성질 있으면서도 품위 있고 우아한 학 같아요. 2004년작에 비할 수 없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긴 소설을 그정도로 영상화했다는 건 거의 기적 같더군요. 연출자 파워가 강했나 싶기도 했고요.

      지금 기준으론 성평등 의식이 믿을 수 없을 정도지만 시대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죠.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가 덜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최서희의 자식들 세대로 이어지는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 거센 파도를 넘나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너무 슬프고 재밌었어요.

      독립운동 역사도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있죠.
    • 참, 용이 아들 홍이가 첫사랑을 강간하고도 그걸 사랑으로 간직한 것, 그 여자도 홍이를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 이 부분은 시대를 반영한 걸로 보기엔 힘든 것 같아요. 소설 전체에서 가장 기분 나쁜 부분이죠.

      말씀대로 용이는 참 나쁜 남자인데 훌륭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건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글이 이상하게 순서가 꼬여서 편집 중이었는데 보셨군요. 자리를 이상하게 잡은 문장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눈치채셨을 것 같아요.


        남편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 자식 없는 여자와 자식 있는 여자 사이의 어항 속 싸움을 보는 것도 흥미롭더군요. 마을 여자들 모두가 그러고들 있지만 가족 단위로 축소하면 용이 집안에 그 모든 문제가 있고 원흉이 용이라서요.

        현대에도 젠더 의식 성의식이 이상하게 형성되고 하필 그런 사람 둘이 만나는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홍이의 행보는 말씀대로 기분 나빠요. 정확히는 캐릭터의 행보보다 글의 시각이 찜찜하죠. 엄마때문에 방황하는 부분은 그렇다치고 마음 잡은 뒤에요.

        쓰다 보니 김개주로부터 시작해서 답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네요.
    • 여성잡지(여성동아같은것)에서 토지의 여주로 캐스팅된 최수지가 박경리 작가를 만나는 장면을 인터뷰한 기사(여러장에 걸쳐있었던듯)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 나이 초딩 4-5학년.


      토지를 안읽어서 최서희라는 역할을 그때 알았다죠 그래서 아무런 공감은 할 수 없었지만 기사는 어쨌든 재미있었습니다.


      정작 그때 드라마 토지는 부모님이 별로 안좋아하셔서 못봤네요. 


      토지 소설은 차마 원작은 못읽고 청소년용으로 편집?된것을 작년이던가 읽었어요. 어떻게어떻게 10권까지 읽었는데


      태백산맥도 그렇고 뒤로갈수록 저도 재미가 없어집니다. 작가 잘못아니고 제 집중력 문제라고 하고싶네요

      • 역시 집중력일까요. ㅋㅋㅋㅋ 파친코의 솔로몬은 내가 그 입장이었던 적도 없고 그 입장의 이야기조차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했어요. 원래 긴 책을 못 읽는데 방송으로 이미 본 부분만 잘 읽힌 것도 같고요.

        저는 방송 끝나고 1년인가 뒤에 3부까지 읽고 그 때 마침 4,5부가 딱 읽기 좋은 텀으로 나와서 몇 년에 걸쳐서 읽었어요. 그 무렵에 태백산맥도 읽었는데 태백산맥은 괜찮았거든요.

        삼국지를 여태 못 읽은 거 보면 역시 집중력 맞나 봅니다. 이걸 열한 살때 처음 시도했는데 항상 십분의 일을 못 넘기네요.
    • 제가 어렸을 때 사극을 안 좋아해서 거의 안 본 드라마네요. ㅋㅋ 그런데 워낙 화제였기 때문에 꼭 본듯한 기분이 들어요.


      최수지는 그냥 비주얼로 납득시키는 캐스팅이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연기력이 안 돼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어쨌든 비주얼은 소중한 것(...) 유독 이 캐릭터는 담당 배우 셋이 다 예뻤죠. 이재은 안연홍 최수지라니!!


      홍이 캐릭터는 당시에도 욕을 먹었지만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안타깝게 납득(?)해주는 분위기였던 것도 기억나는데 이건 제 주변 사람(친구 말고 어른들 ㅋㅋ)들만 그랬을 수도 있겠구요.




      근데 길상이 역 배우가 누구였는지 아예 기억도 안 나서 검색해보니 기억을 못할 만도 하네요. 이후에 쭉 사극만 하셔서 제가 뵐 일이 없었던.

      • 저는 용의 눈물 시청을 시작하고 나서야 제가 이걸 십 분의 일도 안 봤었다는 걸 알았어요. ㅋㅋㅋ 봤지만 기억이 잘 안 나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안 봤더군요. 너무 유명하면 이런 착각을...

        최수지는 사랑이 꽃 피는 나무 나올 때가 오히려 최서희 같았던 느낌이에요. 머리를 하나로 땋고 향단이 스타일로 나오는데도 예쁘다니.

        길상이 역의 배우는 사극에 계속 나와서 죽 제 시야에 있으십니다. ㅋㅋㅋ 왠지 그 무렵엔 유동근하고 헷갈렸는데 왜 헷갈렸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립니다.
    • 대표적인 대하장편소설인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 황석영의 ‘장길산’, 홍명희의 ‘임꺽정’ 그리고 박경리의 ‘토지’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토지’는 개인적으로는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드라마는 전혀 보지 못했어요.  


      모두 20대 중후반에 읽어서 거의 기억도 나지 않아요. 하지만 박경리의 ‘토지’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민족 대백과사전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있습니다.


      사실 홍명희의 ‘임꺽정’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었던거 같아요. 


      그냥 이미 지나간 시절 잊혀져 가는 삶의 흔적들에 대한 세밀한 기록을 소설의 형식을 통해 접한다는 기분이었어요.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로왔고 위에 열거한 모든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어요.  그래선지 캐릭터들도 잘 기억이 안납니다.  중요한건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그 캐릭터들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소설 속에 그려지는) 당대의 세계를 느껴보는 거였으니까요. 


      그게 바로 대하역사소설의 미덕이 아닌가 싶고요.

      • 저도 태백산맥과 장길산, 토지 이렇게 세 작품을 봤는데요, 기억에 또렷한 건 토지입니다. 토지는 두 번 읽었어요. 두 번이나 봤다는 건 그만큼 좋아서이기도 하겠죠. 좋아하는 캐릭터도 있었답니다. 윤보 목수를 좋아했어요. 

      • 그 많은 사극 중에 시대 갭을 뛰어넘어 토지를 보게 된 게 그래서죠. 개별 캐릭터야 어쨌든 그냥 사람'들' 과 시대를 보여줍니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드라마가 어찌 보면 곁가지인 것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요. 장터의 모습, 나루터와 빨래터, 우물가의 모습을 단지 대사가 오가는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진짜 주인공인 것처럼 길게 보여줍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 아이들이 달밤에 노는 장면 위로 동네 아낙들의 가십성 수다가 겹치는 씬이 너무 인상적이어서였거든요. 굉장히 오랜만에 영상이 주는 예술적 자극을 받았죠.

    • 최수지는 극중 냉미녀인 서희와 어울리는 캐스팅이라 저는 만족합니다. 물론 드라마판에서 각인된 서희 이미지로 소설을 읽게 되었지만 넘나 찰떡이더라구요. 최수지가 한국인들에겐 드문 각이 있는 얼굴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구요. 2004년작은 안봤지만 이재은은 봉순 캐릭터에 잘 맞았겠다 싶네요. 더욱이 이재은도 창을 할 줄 알아서 더 잘 소화했을 것 같긴 한데.. 그나저나 봉순이 넘 안됐어요 ㅠㅠ 




      공노인 통해서 평사리 땅 되찾는 부분까지 진도 나가셨나요? 그 부분은 나름 사이다였고, 후반부에는 사회주의 분파를 비롯해 여러 독립운동의 군상들을 보는 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임명희가 학대당하는 파트는 아침드라마적인 재미가(....) 조용하가 순문학에서 본 최고 변태 빌런이었던 걸로 기억나네요. 

      • 토지 읽을 때 아직 세상이 만만한 나이라서 그랬는지 그땐 봉순이에 별 관심도 없었는데 2004년작 보면서는 봉순이가 안됐더군요. 게다가 이재은이  너무 잘 했어요. 

        드라마가 3부 해당 부분까지 올라와 있어서 여기까진 다 봤습니다. (->4부 순서가 이상해서 없는 줄 알았는데 4부까지 다 있네요)2부 이후에 저는 여자 노인처럼 조심스러웠다는 공노인이 숨 쉴 구멍이라서;; 최서희가 땅을 찾아도 찾을 걸 찾았지 뭐 주인공이 어련하겠어의 삐딱한 마음으로 봤어요. ㅋㅋㅋㅋㅋ 드라마에선 이때쯤부터 대하드라마가 아닌 소품 느낌이 났고요.

        • 저도 이참에 87년작 드라마 보려고요. 그렇잖아도 얼마전에 한번 봐야지 했는데 마침 글을 올려주셨네요. 1화 보는 중인데 주요 인물들 씽크로율이 상당하네요. 최치수 역 태민영 배우는 진짜 ㄷㄷㄷ 거기에 김환이 김영철...
    • 1-2부에 비하면 3-5부의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는 1부는 거의 한 8번 그 이상 읽은 것 같은데 전체 다 읽은 건 다섯번 정도밖에 안 되는 것만 봐도...(한때 1년에 토지 1독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재처에 따라 글의 성격 묘사가 조금씩 달랐다고 하는 후일담도 들은 적이 있고요(윗분 말씀하시는 임명희 부분이나 2세대들의 연애 이야기에 할애하는 부분이 커진 것이 여성지에 연재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었고). 뒷부분으로 가면 서희네 집안 이야기는 뭐 거의 나오지도 않죠. 전 1부 캐릭터들에 정 붙어서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평사리 사람들 이야기 부분만 괜히 더 집중해서 읽고 그런 적도 있어요.


      그치만 픽션 속에 말 그대로 우리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고 이야기를 따라서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뒷부분은 드라마화 하기 더 어렵긴 할 거에요. 내용의 10% 이상이 캐릭터의 독백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는 부분인데, 이게 단순 사건의 전개와 별개가 아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이니까요. 아무래도 묘사와 사건 중심이던 앞부분과는 톤이 많이 다르지요. 워낙 오래 써온 작품이기도 하고 동시에 대표작이다보니 작가 자신의 성향과 스타일 자체가 변화한 점도 있고요(아마 보셨던 그 드라마는 연재가 끝나기 전에 방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는 그 마지막 장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그 전까지 좀 흐지부지했던 인상을 확 덮어줍니다. 여러모로 마무리를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가 본인이 더 회한 어리게 기억할 사실은 다시금 시작되는 해방 이후에 대한 묘한 여운이 남죠. 

      • 저도 평사리 인물들에 정이 붙어서 얘기를 더 찾아보곤 했는데요 후반부엔 분량이 거의 없죠ㅠ 2세대들 연애 얘기가 재밌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그 광복이후에 얼마되지 않아 6.25가 발발했던 거 보면 부모님 세대들은 정말 살기 팍팍해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 뒷이야기를 찾아보는 중입니다. 방영중 4부 소설이 출간되었는데 드라마도 거기 맞춰 4부까지 찍은 모양이에요. (제목에 88년까지라고 적었는데 89년 종방입니다. 고쳐야겠네요.)3, 4부가 연재하는 곳을 많이 옮기고 곡절이 많았으니 드라마가 4부 결말을 도입부처럼 찍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집필 기간이 69년부터 95년이라니 작가 본인이 현실에서 집필기간동안 마주한 세계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 참고로 저는 한조 해도사 강쇠 주갑 같은 캐릭터에 늘 정이 갔어요. 윤보 목수 좋아했다던 노리님과 쪼끔 비슷한 취향인 듯 해서 댓글 달아봅니다. 


      봉순이가 아픈 손가락 아닐 사람은 드물 것 같고요. 강청댁도 좋아했어요. 다 뒤늦은 후회지만 강청댁 간 다음에 용이가 강청댁이랑 처음 만나던 시절 회상하는 부분이 항상 눈물 포인트 

    • 당시 최수지는 위엄있게 예뻣고 길상이에게 앙탈부리는게 이해가 갔어요.

      다만 원작의 최서희는 다른 인물에 비해 밋밋하지 않나요? 어린시절빼고요.


      작가가 그 온갖 인물은 다 겪어보거나 전해들었어도 고귀한 양갓집 규수로서 신분의 차도 가뜬히 무시하는 캐릭터는 순수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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