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운 혹은 관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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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지브이에서 오즈 야스지로 기획전이 열렸기에 <안녕하세요>를 보고 왔습니다. 처음으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봤을 때의 즐거움을 다시 체험해보고 싶었거든요. 이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 중 제가 인상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이면서, 코메디 영화를 보면서 뒤끝없이 계속 웃음이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시 봐도 그 아기자기함과 주고 받는 유머의 리듬이 참 기가 막히더군요. 시대가 흘러간 뒤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사라지지만 어떤 작품은 그 시대에만 가능한 스타일과 호흡이 고전의 향기로 남기도 합니다.


이번에 이 영화를 용산에서 보면서 좀 아쉬웠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안웃더라구요. 거장을 향한 예의를 차리느라 그랬던 것인지. 누가 봐도 웃기지 않냐고 감독이 앙증맞게 풀어낸 에피소드들에서 웃음소리가 너무 작았어요. 그래서 제가 괜히 열심히 웃게 되더군요.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저 혼자 '감독님, 이 영화 재미있네요!' 하고 응원하는 느낌으로 웃었습니다. 이마를 누르면 방귀를 뀌는 그 고전적인 패턴의 개그는 어이가 없고 어른들의 무의미한 대화를 흉내내는 미노루의 일침은 통렬합니다. 이런 장면들에는 크게 웃진 않아도 흐뭇한 표정 정도는 지어줘야 또 예의가 아닐지. 이미 당대의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웃고 봤을테니 저의 오지랍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저는 이 영화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즈 야스지로 기획전을 했을 때 봤습니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일단 예매를 하고서 봤는데, 극장의 사람들이랑 함께 폭소를 터트렸던 게 기억이 납니다. 특히나 젠의 아버지가 방구를 뀌자 아무렇지 않게 그 아내분이 와서는 '나 불렀어요?'라고 부르는 장면에서는 다들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방구가 일종의 대화가 되버릴 정도로 자연스러워진 집의 풍경이란! 특히나 주인공 가족의 막내아들 이사무가 '알라뷰!'라고 할 때마다 다들 소리를 치면서 귀여움을 참곤 했습니다. 오즈를 사랑하고 기꺼이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영화를 봤던 게 저한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다음에는 이 영화의 광팬인 윤가은 감독이 이화정 기자와 함께 지브이를 했는데 그 대화의 시간 또한 즐겁고 따스했죠.


같은 가수가 같은 노래를 불러도 어떤 무대에서는 떼창을 하는가 하면 어떤 무대에서는 다들 조용하게 고개만 까닥거리겠죠. 영화와 웃음에 열광적인 사람들과 어울려서 어떤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참 큰 복입니다. 잘 안웃는 사람들과 이 영화를 보니 영화 자체가 영 싱겁고 밍밍하게 느껴지더군요. 처음에 그렇게나 웃기게 봤던 기억마저 희석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잠깐 유튜브로 이 영화를 다시 보는데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네요. 이사무가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하는 게 왜 이렇게 귀여운지. 


슬픈 영화는 혼자서 보고 싶고 또 극장에서 봐도 결국 혼자만의 슬픔으로 침잠하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그러나 웃긴 영화는 다같이 웃고 함께 터트리는 웃음을 더욱 키우고픈 그런 욕심마저 생겨요. 그런 면에서 코메디 영화를 열린 관객들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죠. 저는 삼박자 고루 맞춰서 코메디 영화를 다수의 사람들과 즐겁게 봤던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작품만이 아니라 이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그 낯선 타인들과의 커다란 행운마저도 이 영화가 안겨다준 행복같아서요.


    •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웃고 울수 있다면 그 감동은 이상케 배가 되더군요. 그것을 알아챈 후부터 일부러 동작과 반응을 크게크게 합니다.


      "와 진짜요?" "어머나 그럴수가!" 따위의 감탄사를 적절히 아무도 주목하지않는 상대에게 적절히 구사하면 그분과 친해질 수 있어요. 10대 은따를 겪을때 이 테크닉을 알았다면 훨씬 풍요로운 10~30대를 보냈을텐데 말이죠  


      좀더 속마음과 다른 리액션을 위해 연기학원을 다니려고 했는데 직장을 그만두는 바람에 우선은 보류입니다.

      • 영화를 보면서 속마음이랑 다를 정도로 웃을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긴장하거나 딱딱하게 있을 필요도 없겠죠.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건 말씀하신대로 같은 장소의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행위라 여러 사람들의 반응에 그 영화의 인상이 결정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 영화관에서 같이 온 사람에게 주절주절 얘기하는 사람(특히 이런 사람일수록 조용히 말하는 법이 없어요)은 싫지만, 감정을 일으키는 장면에서 리액션을 크게 해주는 사람은 좋지요.
      • 코메디 영화나 공포영화에서는 매우 귀한 재원(?)이라고 생각합니다 ㅋ
    • 메스르 시국에도 불구하고 넘나 보고 싶어서 심야에 극장을 찾았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기억이 나네요.


      앞줄에 미국인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앉아 있었거든요. 시작할 때 주절주절거리는 게 짜증났는데, 그러다 인트로격 장면 끝나고 영화 타이틀이 뜨는 순간 그 양반들이 크게 환호한 건 되게 좋았어요. ㅋㅋㅋ 그러고 본격적으로 영화 시작하니 또 집중하느라 조용해지시더만요.



      • 오...!! 양인들의 환호와 함께 보는 매드맥스라니 짜릿함 추가 버젼을 보신 거군요 ㅋㅋ
    • 한국 영화관람 문화가 너무 매너에 쪄들었... 얼마전 유튭서 스타워즈 새로운희망이 극장에서 상영될 당시(77년?) 관객반응 오디오 녹음을 봤어요. 데스스타 씬에서 한솔로 우주선이 나타나니 관객들 환호! 미쿡 관람문화가 초큼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컨저링 극장에서 볼때 옆좌석 남자분이 무서운 씬 나올때마다 방정스럽게 씨X이라고 욕을 연사해서 짜증도 나고 덩달아 무섭기도 하고 복잡한(?) 경험을 했네요.
      • 아니... 그 남자분은 너무 욕을 하신 거 아닌가요 ㅠ 저도 호러장르 볼 때 몸을 소스라치곤 하는데 저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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