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바낭] 간만에 접하는 웰메이드 일본산 스릴러, '실종' 잡담
- 202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24분. (1분만 짧았어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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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국도 저런 식으로 지명수배 포스터를 와다다 붙여 놓고 그러나요. 본지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 엄마 없이 살짝 모자란 (장애는 아니고 그냥 머리가 나쁜?) 아빠랑 둘이 사는 여중생이 주인공... 으로 시작합니다. 경제 사정이 격하게 안 좋아서 편의점에서 20엔 모자라다고 경찰을 출동시키고 이러던 와중에 아빠가 뜬금 없는 소릴 해요. "내가 오늘 아침에 300만엔 현상금 걸린 연쇄 살인범을 봤는데. 그걸로 돈 벌어 볼까?"
당연히 그냥 뻘소리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아빠는 아무 흔적도 안 남기고 실종.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봐도 별 일 아닐 거라고 신경도 안 써주고. 그래서 직접 찾아다니다가 아빠가 다니던 노가다 업장에 가 보니 아빠 이름으로 낯선 남자가 일을 하고 있네요. 걍 동명이인인가? 하고 돌아왔는데 맙소사. 그놈이 길에 붙어 있는 현상수배 포스터의 연쇄 살인범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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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소녀의 아빠 찾기가 시작된다!!!!)
- 사실 이 영화를 틀고 나서 처음으로 제게 인상적이었던 건 여중생 배우의 비주얼이었습니다. 보통의(?) 일본 상업 영화에 나오는 표준화된 여중생의 비주얼 스타일과 많이 다르죠. 말이 되게 이상합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사실 이건 꽤 중요합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만들었는지 살짝은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라서요. 그러니까 아주 전형적인 '일본식 스릴러'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는 얘기죠. 뭐 전 그런 영화들도 즐겁게 잘 봅니다만. 사실 종종 일부러 찾아 봅니다
듣자하니 감독이 봉준호와 몇 번 함께 작업했던 적이 있는 분이라던데. 그래서 그런가 뭔가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 스타일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사회의 문제점과 영화 속 사건을 연결하는 방식 같은 건 분명히 일본보단 한국 쪽 스타일이에요. 일본 장르물들도 사회 이슈를 소재로 즐겨 다루긴 하지만 뭐랄까. 이 영화는 등장 인물이 직접 눈물 콧물과 함께 그 테마를 외쳐대는 연설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거창하게 극복!! 을 외치는 해피엔딩도 없고, 반대로 '큭, 크큭...' 스럽게 흑화되는 배드엔딩도 아니구요. 주요 인물들을 최대한 현실적인 질감으로 구질구질하게 보여주는 스타일도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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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큭, 크큭...' 이 몇 번 나오긴 합니다. 험.)
- 하지만 여전히 '이것은 일본 영화입니다!'라는 인장이 아주 많이 박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씬에서 여중생의 엄마가 나오는 장면들이 그렇죠. 애틋하고 애절하게만 다뤄도 괜찮았을 것 같은 장면에 자꾸만 J-호러 갬성이 들어갑니다. ㅋㅋㅋ 대략 두 장면 정도는 호러 작가 시절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 보는 느낌 들게 기괴하고 섬뜩하고 그렇더군요. 덧붙여서 세 명의 주인공 중 하나인 연쇄 살인범 양반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이 분은 정말 그냥 J-호러 살인마에요. 늘 슬쩍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세로 무덤덤하게 째려보다가 쌩뚱맞은 타이밍에 기분 나쁘도록 해맑게 웃고. 대사 치는 말투나 그 내용이나 정말 전형적이어서 가끔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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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가서 요렇게 앉아 있는 장면도 유난히 일본 영화에 자주 나오는 편이죠.)
- 아 그래서 어떤 이야기냐면요. 주인공이 셋입니다. 처음엔 딸, 그 다음엔 살인마, 다음엔 아빠 순으로 돌아가며 주인공이 되는 거죠. 화자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는 점점 과거로 가고. 그래서 딸 파트의 이야기가 살인마 파트에서 살짝 다른 의미를 부여 받고, 다음 아빠 파트에선 또 달라지고. 이런 식으로 반전을 넣어가며 상황을 설명한 후 마지막엔 현재 시점부터 진행되는 에필로그가 들어가는 식이에요. 살짝 같은 나라 영화 '고백'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스타일은 거의 정반대에 가깝습니다만. 그냥 이야기 구조만요. ㅋㅋ
각본은 상당히 잘 쓰여진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일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조가 꽤 적절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허를 찔리는 재미가 있어요. 사실 시간 순서대로 보면 그렇게 놀라울 구석이 있는 얘긴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각본을 잘 썼다고 칭찬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이자 기둥인 부녀 관계의 묘사도 상당히 좋습니다. 처음엔 그저 바보 아빠랑 당찬 딸래미의 애잔한 사랑으로 보이던 게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른 측면을 드러내지만 이러나 저러나 끝까지 둘의 관계는 애틋하게 남고, 그게 결말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됩니다. 마지막에 정서적으로 꽤 울림이 있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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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둘의 이야기인데, 드라마도 좋고 두 배우의 연기도 참 좋습니다.)
- 다만 좀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 살인마님이십니다. ㅋㅋ 앞서 말 했듯이 영화의 기본 톤이 상당히 현실적인데요. 요 살인마놈만 캐릭터 성격이나 배우 연기 + 이야기 전개까지 살짝 따로 노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J-호러 빌런이거든요. 뭐 어차피 아빠-딸 이야기이니 이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닌데요. 앞서 말 했듯이 이야기의 형식이 번갈아가며 한 명씩은 주인공을 맡는 식이다 보니 좀 거슬리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영화가 얘를 막 진짜로 무시무시한 존재 같은 걸로 띄워줄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는 거. 그리고 그냥 J-호러 빌런으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기도 합니다. 배우님이 오버를 하지 않아서 막 비웃을 생각 안 들고 적당히 불쾌하고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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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깜찍한 장면도 연출해쥐고 말이죠.)
- 스포일러 없이 말을 하자니 더 할 말이 없군요. 그래서 정리합니다.
아주 살짝 한-일 하이브리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그냥 일본풍 스릴러 영화 맞구요. 다만 막 스타일을 과시하지도 않고,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오버하지도 않는. 대체로 차분하게 절제된 톤으로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화면 분위기도, 배우들 연기도 다 그런 톤에 잘 맞춰져 있어요.
아주 참신할 것까진 없지만 적당한 반전의 재미가 있고, 장르물로서의 자극도 충분하며 결말의 임팩트도 좋구요. 또 이런 것들을 모두 받쳐주는 부녀간의 애절한 드라마가 아주 좋습니다. 어찌보면 좀 황당하게 연출되는 마지막 장면이 감성적으로 잘 와닿게 전달된 건 다 이 부녀 드라마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암튼 그래서 종합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든 일본산 스릴러입니다. 고독한 작가주의 예술의 길을 가는 분들 말고 이런 장르물, 오락 영화가 이 정도 퀄로 나온 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감독님의 앞날이 기대되기도 하고 그렇네요. 잘 봤습니다.
+ 설명은 못 하겠지만 확실히 영화의 마지막 몇 분은 참으로 찍기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보다가 그게 몇 분간 이어지니 당황해서 '뭐지?' 하고 생각하느라 결말에 이입을 못 할 뻔. ㅋㅋㅋㅋㅋ 제 개인적인 결론은 "에이, cg네 뭐." 였습니다만. 진실이 궁금하네요.
++ 올레티비 만세. 비싼 요금제 쓴 보람이 있어서 아주 금방 봤네요. ㅋㅋㅋ
+++ 한국 제목 '실종', 영어 제목 'Missing' 모두 검색하기가 참으로 더럽습니다(...) 짤 찾기 힘들었네요. 웃기는 건 일본어 제목으로 찾았을 때 사진이 가장 덜 나오더라는 거. 일본 반응은 별로였나보죠.
++++ 맨 위의 일본판 포스터와 요 포스터를 비교해보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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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얼굴은 꼭 보여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
제가 워낙 하찮은 영화들만 골라 봐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일본 장르 영화로서 꽤 괜찮았습니다. ㅋㅋ
벌써 떴다니 올레티비 만세가 맞네요 ㅋㅋㅋ 전에 추천글 올렸을 때 대충 감상을 적어서 별 보탤 얘기도 없고 각본을 정말 영리하게 구성한 것 같아요. 스포일러 없는 선에서 이렇게 길게 써주시는 필력을 보면 역시 약을 잘 파시는 것 같습니다 ㅋㅋ
여중생 배우 비주얼 정말 공감입니다. 그런데 또 엄청 매력있어요. 그 동급생이 졸졸 쫓아다니면서 호구짓까지 하는 부분이 이해가 될 정도로... 연기력도 그렇고 장래가 아주 촉망되는 재능 같아요. 아빠 역할 배우분은 저는 처음 봤는데 검색해보니 역시나 연기파로 이미 일본에선 유명하시더군요.
여담으로 살인마 역할 배우는 처음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남주 배우인 줄 알았네요. 분위기가 많이 비슷...
네 그러니까 모리야마 미라이 배우로 착각을 했다는 얘기였어요 ㅎ 분노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기도 해서 더 그랬나봐요.
몇 년째 제 요금제에 신작들 올라오는 걸 구경하다 보니 경향성 같은 게 보이더라구요. 일본 영화랑 중국 영화는 은근히 빨리 올라옵니다. ㅋㅋ 헐리웃 영화는 엄청 걸리는데 아시아 영화들은 극장서 흥행한 게 아니라면 빨라요. 아마도 몸값 때문이겠죠.
딸 배우님은 제가 능력 되는 영화 감독이라면 여중생 탐정물 일부러 만들어서 캐스팅하고 싶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ㅋㅋ 초반엔 걍 생활 연기 잘 하는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아주 많이 감정적인 장면도 잘 처리하는 거 보고 감탄했네요. 꼭 크게 되시길.
살인마역 배우님은 내내 분명 어디서 봤는데... 했는데 '일본엔 저렇게 생긴 배우 많으니까' 하고 출연작 안 찾아봤어요. ㅋㅋ 뭔가 비슷한 인상이 많은 것 같단 느낌이라. 근데 이 댓글 적으며 검색해보니 어디서 본 게 맞군요. '갈증'이랑 '노루귀꽃' 이렇게 두 편 봤고 특히 '노루귀꽃'은 본지 얼마 안 됐어요. 이쯤되면 안면 인식 장애 티징 단계는 되는 듯(...)
돈이 들더라도 '서울대작전'말고 이걸 볼걸 그랬어요.
나이가 드니까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까운데...
딸이 아버지 찾는 영화라니 존조의 서칭과는 반대로군요 ㅎㅎ 윈터스본도 생각나고요. 일본영화같지 않은 부분이 꽤 많은 느낌이라 흥미가 생기네요. 요새는 일본영화하면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거만 생각이 나서요.
OTT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뽐뿌받아서 구입했습니다 흑흑
저도 올레티비인데..! 다른 OTT들 구독하느라 올레티비는 낮은 요금제로 보니 별도 구입이네요...
여튼 간만에 재밌게 본 일본산 스릴러였습니다ㅎ 군데군데 일본만화같은 개그(코피 등등..)는 좀 안맞긴 했는데,
전체적인 각본은 정말 영리하게 잘 썼더군요
배우들도 다 캐릭터에 딱맞게 캐스팅되었고 특이 여주인공 매력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