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아저씨랑 이야기하기.

중학교 때, 지금처럼 2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된 시기였을 거에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걸어가는데 저 멀리 벤치에 어떤 아저씨 혼자 앉아있었어요.

그 아저씨 옆을 지나갈 때 쯤.  

"저기요. 잠깐만요" 

단정하고 공손한 목소리로 절 불렀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정장이 좀 흐트려져 있고 눈의 촛점도 잘 안맞는게 술을 많이 먹은 것 같았어요. 

착한 사람이 술을 엄청 많이 먹은 느낌. 

"제가 정말 궁금한게 하나 있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저씨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악의는 없었지만 술을 먹은게 분명하고 상황이 불편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도대체 뭘 물어보려고.

불편한 침묵이 땅에 닿을 때 쯤 아저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별로인가요?" 

"네?" 

무슨 말인가 했어요. 아저씨는 가만히 날 쳐다보며 제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아저씨는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어요. 거의 울음이 터지기 직전에 다시 정확하게 물어봤죠. 

"제.가. 별로에요?" 

"아.. 아니요. 별로 아닌데요" 

저는 사실대로 얘기했습니다. 그 아저씨는 그냥 평범했거든요. 

"네... 미안해요. 제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미안해요. 학생" 

"네. 안녕히 계세요" 


오늘처럼 아주 쾌청하고 화려한 날씨였어요. 

스스로 날씨랑 어울리지 않은 사람일까봐 불안해지는 그런 날씨. 

    • 어 뭔가 위험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클릭했는데, 약간 결이 다르네요. 실연이라도 당하셨던 걸까요...
      • 그때는 저도 여자한테 실연당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다르게 느껴져요. 

        •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시 음험한 기운이 도네요...하여간 위험한 분위기였던 듯.
          • 음... 지금 와서드는 생각은 스스로에 대한 회한이었던 것 같아요. 마침 오늘 제가 좋은 날씨에 난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을거에요. ㅎㅎ
    • ㅎㅎ 듀게에서나 접할 수 있는 에피소드구만요.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쏘옥~ ㅎ

      •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 소환된 에피소드 맞아요. ^^

    • 애들이 나한텐 대꾸 안해줌
      • 제가 대꾸 해드릴께요. 

    • 아 저도 가끔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저거 물어보고 싶을때 있어요.  ㅜ ㅜ 

      • 어제 제가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번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어른들은 미친놈이다 할거같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솔직하게 얘기해줄거 같은 기분. 그래도 그러면 안되겠죠. 요즘에는 아무리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그러면 안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른들을 신뢰하지 않는 세상이라서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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