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삶을 접을까?


.... 네, 그런 솔깃함이 며칠 째 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그만 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에요.
석달 동안 제 돈을 빌려간 지인들이 세 명인데, 다들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갚겠노라 자신감 뿜뿜 내보였는데요, 재밌는 건 통장으로 송금하면 다들 한결같이 '이 돈 못갚는다. 내 형편이 그렇다'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통고해왔다는 거에요. (총 금액 1억 5천만원) 
이런 결말을 저도 10% 정도는 예상했던 것 같아요. 먼 하늘 단풍든 나무들 바라보며 피식피식 웃고나 있지  감정 대응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이십대 초반 시절까지, 제가 하드커버의 삶을 살고  가겠구나 짐작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누구나 온갖 색연필로 밑줄 좍좍 그어댈 수 있는 페이퍼북으로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예상이 드네요.
힘든 게 아니라 심드렁한 게 재미가 없습니다.  - -

열흘 간 한끼도 안 먹었는데, 기운만 없지 배는 전혀 안 고파요. 하루에 맥주 한 컵 정도만 마십니다. 
최근에 감동깊게 드신 음식들 좀 소개해보세요. 제 요리 솜씨가 만만치 않아요. 특히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제게는 도 닦는 것과 유사한 무아경지의 상태를 제공하는 터라 꽤 즐기는 편입니다.

    • 이런... 어디로갈까님에게 너무 큰 마음의 혼란들이 오는군요.


      저는 나가기 직전에 부추전을 했는게 바삭바삭하지 않아서 혼자 화가 났습니다. 내일 목표는 부추전 바삭하게 하기입니다.
      • 전 중력의 법칙이 싫어 화가나 미칠거 같아도 금방 괜찮아 집니다 음 참자 중력 따위한테
      • 부추전 반죽은 물로 하지 말고 맥주를 써보세요. 고추만 곁들이지 양파는 쓰지 마시고요. 바삭바삭 아삭아삭~
    • 허허 그간의 사정은 알수가 없지만 분노의 심기일전 하시길 바라요 생의 아쉬움은 다 있고 기죽어 많이 살지만 어디로님의 것은 충분히 혼자서도 싸매서 어깨에 둘러매고 가도 당당하다고 생각해요
      • -마음으로 가영님 뺨에 부비부비했어요. 몸에 남의 살갗 닿는 것 질색하는 사람이 .... 호호

    • 저번에 캔참치 버무리면 한사발 하루의 음식이라고 했는데 다 식성이 다르니,너무 안먹으면 아안됩니다 여러병 나요 , 나의 레시피는 캔참치 마요네즈 올리브기름-첨엔 올리브유 향이 싫다가 지금은 이것만 이마트에서 큰병 만팔천원 배달시키면 몇달 먹음-식자재마트에서 오이고추 큰봉지로 사서 다진거,
    • 제가 요새 풀무원 돈까츠 라면에 꽂혀 있고 집 앞 호프집에서 감자튀김 사다 맛있게 먹었고 닭죽과 닭 안심살 잘 먹네요
      • 저는 음식의 맛보다 만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아서  90 % 장봐서 제 손으로 만든 음식만 먹어요. (맛보다 어릴 때 음식점들 재료 손질 과정 을 우연히 본 이후로...훔) 
        술만 남이 빚거나 공산품으로 나온  것 마시죠.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막걸리 만드는 과정 전수받았는데 이젠 다 까묵까묵~
    • 그냥 나가서 남이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도 드시는 게 어떨까요.
      • 에...또....마... 남이 한 것 중에서 음식을 가장 안 믿습니다.ㅎ 


        저의 이런 면모를 접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잘난 니가 나라 하나 세워~"

    • 치앙마이 근교 추수 끝난 논이 보이는 식당에서 먹은 점심, 다른 스페셜 메뉴보다 쏨땀과 팟까파오 무쌉이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팟까파오는 죽어버린 입맛까지 소생시키는 맛이었어요. 한식이라면 이렇게 지극히 서민적이고 평범하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식이 뭐 있을까? 우렁 된장찌개?
      • 오잉~ 우렁된장찌개 당첨~ 냉동인지 냉장인지 모르겠지만 일 키로에 만원이네요. 온라인 주문해볼 거에요.


        된장은 엄마표가 항시 대기 중이니  기본적으로 내일 식단 반은 성공한 듯. 

    • 삶을 접은걸로 끝이면 좋겠지만 그다음 무언가도 어디로갈까님 맘에 안들거라는데 제 있지도 않은 돈 1억5천만원 겁니다.

      • 일억오천이란 돈의 크기가 아직은 와닿지 않아요, 다만 저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게 선포한 당당한 언설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해불가입니다. 


        어떻게 그런 삶의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거지? 라는  아주 원초적인 의문에 시달리고 있달까요.

    • 오랜만이에요. 어팀장님.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근황치곤 매우 우려스럽네요. 열흘간 아무것도 안먹으면 죽어요. 설마 단식투쟁 중이신건 아니죠?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아마 능력자이시니 본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것이 이롭게 쓰이고 곧 삶의 보람과 재미를 찾을 수 있기를..그러기 위해선 일단 뭐좀 드셔야. 비도 추적추적 오고 하니 순두부찌개 얼큰하게 끓여 소주반주에 한뚝배기 하고 주무세요.
      • '안 먹힌다'는 건 실패의 의미죠. 인간으로서의 제 음식욕구가 삶에 대한 저의 무심함에 패배한 것 인정! (에취~)

      • 의지로, 노력으로 되는 일 아니에요. (한숨)

    • 열흘간 굶어보고 싶어요.

      그 전에 죽게되면 어쩔수 없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근데 함께사는 가족이 있으니 그럴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족이 있는 건가봐요....
    • 열흘간 굶으셨고 그럼에도 밥을 먹을 수가 없다면, 제가 그랬을 때 받았던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전해드립니다. 한시간만다 빵 4분의 1, 견과류, 뭐 이런 식으로 조금 이렇게 조금 씩 드세요.


      그래야 힘이나서 싸우십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본인이 힘이 있어야 받지요

    • 딱 하나만 먹고 살 수 있다면? 전 단언코 김치만두라고 하겠습니다


      매년 엄마의 묵은지 처치 계획으로 등장하는 김치만두는 만들땐 힘들어도 안 질려요


      매일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고삼이한테 일단 먹고 자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나저나 돈 빌려가고 배째는 사람들 나빠요 심지어 빌려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망치잖아요
    • 난 그렇게까지 안먹고 못먹기 안해봐서 실감이 안나 완전 남의 일 같지만 kaffesaurus님 같이 해야할 듯요 이제 감이 좀 오네요
    • 열흘동안 곡기를 끊으셨다면 두유나 과일, 이후에는 죽같이 위에 부담없는 음식으로 천천히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10일 단식을 했었는데 단식 후에는 서서히 음식을 시작해야지 갑자기 밥반찬을 먹으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 단호박스프나 단호박죽이요

      열흘정도 곡기를 끊으셨다니 호박죽이 낫겠네요 단호박스프는 생크림이 들어가야 맛있으니까.

      그리고 (뭐든) 거절하는건 쉬운데요 안해보셨나보다. 어디로님은 고집이 아주 강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절이 아니라 승낙이 원칙인 분이었나 보네요. 원칙을 바꾸고 몇번 그 원칙대로 하면 생각보다 쉽습니다 화이팅.

      TMI 일억오천정도를 개인적인 투자로 잃었는데 물론 저에게도 큰돈이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니 그냥 넘어가졌습니다. 어디로님이 당한일은 사기의 영역이기도 하고 가까운 관계에서 금전적 감정적으로 배신당한걸 개인투자 손실과 비교할순 없겠지만 뭐… 그냥 돈만 보면 그렇더라구요
    • 잣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는데 우선은 잣죽을 추천드립니다. 추위가 다가오는데 따뜻한 것 드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 주세요. 페이퍼백도 하드커버도 결국 다 삭아버리지만 그 안의 내용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어요.
    • 추스리시길 바래요. 전 몇년간에 걸쳐 1억 5천 정도는 갚은 거 같은데.. 그중에 제일 맘에 쓰였던 건 친구 둘에게 빌린 각각 2백만원이었어요. 그걸 갚던 날.. 정말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삶을 길게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어둠이 걷히면 또 살만한 아침이 오고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게시판 글도 잘 안 읽고 쓰지도 않는데.. 댓글 안남길수가 없어 글 써보네요. 스스로 아끼시고.. 뭐라도 좀 드시면서 추스르세요. 




      심한 감기가 지나간 것 처럼.. 개운한 날이 오실거라 믿어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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