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모 아니면 도, 감탄 아니면 쌍욕. '1899'를 봤습니다
- 나온지 얼마 안 됐습니다. 에피소드 8개에 50~60분 사이로 된 시리즈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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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다가 삼각형, 유령선 비슷한 소재까지 '트라이앵글'이란 호러 영화 생각 나는 포스터입니다. 그 영화 재밌었는데...)
- 제목 그대로 1899년이에요. '케르베로스'라는 간지나는 이름이 붙은 여객선(근데 이름이 왜;)이 배경입니다. 각자 파란만장한 비극적 기억을 숨기고 있는 여러 승객들 중에서 아빠랑 사이가 아주 안 좋은 듯한, 그리고 사라진 오빠를 찾아 이 배에 탄 듯한 '모라'라는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아마도 오빠가 4개월 전에 사라진 '프로메테우스'라는 배에 타고 있었다는데. 이거랑 같은 항로를 가는 배였다네요. 그럼 뭐 당연히 두둥! 하고 그 배가 나타나겠죠. 선장과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그 배에 올라가 보지만 당연히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 황폐해져 있... 는데 왠 꼬맹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갑자기 배 안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각종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또 아주아주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서 배를 누비고 다니고요. 그리고... 대체 뭘 어쩌라는 이야긴지 짐작이 안 가는 괴상한 이야기의 막이 오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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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 인물이 이마아~~~~ㄴ큼!!! ㅋㅋ 맨 왼쪽의 현대 복장 커플은 실제로도 커플이며 감독 & 작가님들입니다.)
- 이게 독일 드라마거든요. 근데 보다 보니 뭐가 자꾸 떠오르는 겁니다.
그러니까 좁아 터진 배경에다가. 계속해서 수상하고 정체 모를 사람들이 나타나서 아무 설명 없이 무게를 잡고. 무뚝뚝한 톤에 무슨 유럽 신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이거 다 운명일 걸?' 같은 대사를 폼나게 읊는 음울한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와요. 그리고 거의 두 자리 수에 육박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각자의 비극적 사연을 주절주절... 게다가 독일 드라마라니. 이거 딱 '다크' 거든요. ㅋㅋㅋㅋ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긴지 파악이 안 되고 매 에피소드마다 보는 사람 황당해지는 떡밥이 쏟아지는 것도. 좀 묵은 팝 음악들 갖고 임팩트 주는 것도 비슷하고 심지어 몇몇 배우들 생김새까지 비슷합니다. 게다가 나중에 가니 아주 아날로그풍으로 생긴 간지나는 기계까지 등장!
결국 검색을 해 보니 맞습니다. '다크'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콤비(겸 부부)가 만든 최신작이에요. 으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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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의 나이 좀 있는 아저씨가 '다크'에도 중요한 역으로 나오셨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센터의 에밀리 비첨씨입니다. 무려 깐느 여우 주연상 받으신 분!!!)
- 다만 '다크' 처럼 이야기를 100% 이해하길 포기하고 봐야 하는 골치 아픈 드라마는 아닙니다. 8개 에피소드 중 딱 절반까지 계속 떡밥의 떡밥을 날리며 사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다가, 에피소드 5에서 대충 감을 잡게 되고 7쯤 가면 거의 설명이 끝나요. 최소한 설명이 다 된 듯한 기분은 들게 해 줍니다. ㅋㅋㅋ 그러니 '다크'를 보다가 중도 하차하신 분들이라도 다짜고짜 포기하진 마시구요. '다크'의 분위기는 맘에 들었는데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중도 포기했다. 라는 분들이라면 이걸 순한 맛 '다크'라고 생각하고 도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걸 그냥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보셔야겠고. 다만 그 드라마가 애초부터 취향이 아니었던 분들이라면 이것도 피해가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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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미스테리의 핵심 역할을 맡은 어린 소년. '다크'도 그랬듯이 이 드라마의 애들도 참 험한 일 많이 겪습니다.)
- 워낙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서 장르도 오락가락하는 드라마라서 스포일러 피해 뭔 얘길 하기가 좀 힘든데요. 암튼 취향에만 맞는다면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들 중에서 매우 상위권 정도로 꼽을만도 한 시리즈입니다. 괜찮아요.
등장 인물들이 많지만 '다크'와는 다르게 알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 있구요. 각자의 기구한 사연들도 알아 먹기 쉬우면서 캐릭터에 정 붙이는 데 보탬이 되구요. 1899년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좀 많이 무리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종이나 성정체성, 신분 등을 다양하게 하면서 또 각각의 사연을 잘 파놨습니다.
또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인연 만들어가는 부분도 꽤 재미가 있어요. 물론 또 다들 보기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케르베로스호도 꽤 괜찮습니다. 커다란 배의 다양한 공간들을 폭넓게 잘 활용해서 그림을 만들어내구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승객으로 탑승한 사람들에 대한 설정과 묘사도 꽤 세세한 느낌으로 괜찮아요. 아마 그 시절 사극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보다 더 재밌게 보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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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마냥 이렇게 갑판 위의 부자 구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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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아래 가난한 자들 구역 묘사도 나오구요.)
- 근데 결정적으로 그 메인 스토리가 말이죠. 음... 스포일러를 피해서 간단하게만 말 하자면, 꽤 잘 짜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는 진상은 사실 그렇게 막 신선한 건 아닌데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잘 다듬어 놨어요. 전혀 예측 못 하게 하다가 쿠쿵! 하고 한 방씩 날리는 솜씨가 좋구요. 또 중반쯤 대략의 진상을 눈치 챈 후에도 계속해서 적절한 떡밥들을 투하해서 확신은 못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뭣보다... 마지막 화의 엔드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을 장식하는 그 장면은 정말 예측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 ㅋㅋㅋ
글 제목은 그 엔딩에 대한 제 소감입니다. 이건 진짜 작가가 고수인지 양아치인지 헷갈리더라구요. 전 그냥 웃었습니다. 헐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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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러버분들에게 익숙할 배우도 하나 나오죠. '엘리트들'의 그 갑부집 아드님. 여기서도 스페인 사람으로 나와요.)
- 아마 이 시즌이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어림 짐작으론 시즌 3개 정도를 생각하고 만든 것 같은데. 그거야 흥행이 된 후의 일이겠구요.
시즌 1의 결말만 놓고 말하자면, 분명한 다음 시즌 기약 엔딩이지만 뭐 나름 일단락은 지어 놨기에 큰 욕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일단락이란 게 '이야기 하나 마무리'라는 느낌은 아니구요. 환상특급 시리즈 같은 데서 마지막을 충공깽으로 장식하며 설명 없이 '뙇!' 하고 바로 끝내버리는 엔딩 있잖아요. 대략 그런 느낌입니다. 그냥 이게 끝이고 디테일은 니 맘대로 상상하세요... 라고 볼 수도 있는 엔딩이라 제작진이 상도의 없는 파렴치한은 아닌 걸로 해드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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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을 싣고, 달려라 케르베로스!!!)
- 결론을 이미 위에서 다 말 해 버렸네요.
'다크'를 재밌게 봤거나 재미 없었어도 그 분위기는 맘에 드셨다. 그러면 보세요. 물론 다음 시즌에 대한 기다림은 감수하시구요.
'다크'를 안 봐서 제 말이 뭔 소린지 모르겠다... 이런 분들이라면 그냥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배배 꼬인 스토리를 장착한 호러/스릴러 풍 다크 환타지. 그런 거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암튼 만든 양반들이 똑같아서 그런지 결론도 비슷합니다. 잘 만든 드라마에요. 그건 분명하구요. 하지만 격하게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니 보시고 나서 저 욕하시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참고로 전 에피소드 1은 사알짝 지루했구요. 3쯤 가니 탄력 붙어서 와다다 달리게 됐다는 거.
+ 보기 드물 정도로 상당한 다인종, 다국적 캐스팅을 자랑하는데요. 덕택에 좀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양반들이 다 자기 나라 말을 해요. 그래서 서로 말을 못 알아 듣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ㅋㅋㅋ 어지간하면 모두를 한 언어로 대동단결! 시키게 마련인데 이렇게 각자 언어를 살려 주니 괜히 리얼리티 같은 게 막 끼얹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참고로 넷플릭스 언어 선택은 걍 영어로 하시면 됩니다. 알아서 자기네 나라 말들 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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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도 나옵니다. 오타 아님. ㅋㅋㅋ)
++ 제가 관심 두고 있는 듣보급 배우 한 명 이름이 보이길래 봤습니다. 마틸드 올리비에(아마도?;)라는 분인데 전 '오버로드'랑 '리스타트'에서 봤죠. 참 매력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찾아 볼만한 출연작이 없던 와중에 이게 어제 눈에 띄더라구요. 주연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만나 봬서 반가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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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는 분들에게 날리는 건 아닐 겁니다!!)
근데 아직도, 여전히 듣보이신지 드라마 스틸샷 아무리 찾아봐도 작중 원샷 내지는 투샷으로 찍힌 짤이 없네요. 그래서 촬영 현장 짤로.
+++ 당연히 계속해서 바다가 보이고, 당연히 다 cg와 합성일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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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장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면 언제나 웃긴단 말이죠. 창의력 대장님들...
순한맛 다크 내지는 정돈된 다크, 그것도 아니면 친절한 다크 정도 되나보네요. 그것도 아니면 밝은 다크? ㅋ 아마 다크도 로이배티님 리뷰에 넘어가서 봤었던 것 같은데요. 지쳐서 마지막 시즌은 안봤던 것 같아요. 지침이 예상되어서 미뤄두는 중인데 과연...
그래도 '다크'의 미덕이라면 그토록 복잡하게 막장으로 꼬아 놓고도 결국엔 꽤 책임감 있는 마무리를 지어줬다는 거였어요. 물론 마지막 시즌은 혼돈의 카오스가 대폭발해서 뇌가 배배 꼬여 버립니다만. ㅋㅋ 차마 '보신 김에 끝을 보시라'고 권유는 못 해드리겠구요. 그래도 보신 두 시즌이 나쁘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는 볼만 할 겁니다. 다만 결말이 나온 후에... 하하;
넷플릭스가 자꾸 들이미는 건 그동안 살아 오신 인생이 있으시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이 드라마는 '다크'처럼 중간에 훅 끊어 버리는 느낌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은 다 나오고 나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거 또 1년 넘게 기다리고 다음 시즌 보면 '다크'처럼 제대로 이해하려면 복습을 봐야겠는데 차마 못 보겠어... 이렇게 될 듯. ㅋㅋㅋ
그렇죠? 저도 감탄했습니다. 둘이서 각본 쓰고 남자가 연출하는 시스템이던데. 진짜 강력한 소수 취향끼리 잘도 서로 알아보고 뭉쳤구나 싶습니다. 하하.
바다와 배가 배경이라니 끌리네요. 저도 '다크'는 선뜻 손이 안 갔는데 당장은 아니라도 이거부터 봐봐야겠습니다.
마지막 단체 사진은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 사람 아니고 왠지 뭔가 독일 스텦들 같은 느낌이 확 오네요. ㅎ
이거 먼저 보시고 맘에 드시면 다음 시즌 기다리기 힘드시니 완결된 '다크'의 세계로... ㅋㅋㅋㅋ 농담입니다.
그게 희한하게 그렇죠? 기분 탓인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느낌이 다른 게 있어요. 드라마에서도 보면 실제 프랑스 배우, 독일 배우, 스페인 배우 등등이 섞여 있는데 다들 분위기가 자기 나라들 같아서 신기하더라구요. 물론 정보 없이 그냥 보면 몰랐겠지만요. ㅋㅋㅋ
다크 저는 재밌었어요. 엑설런트 어드벤쳐의 하드코어 버젼. 1899도 언젠가는 보겠네요.
다크에서 좀 과하다 싶은 설정들을 연출의 톤으로 눌러주는 게 참 얄팍하면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둘이가 커플이었다니 재밌네요.
"여기서 이 부분은 스토리가 말이 안돼. 수습이 안돼. 어떡하지?"
"괜찮아. 내가 그 컷에다가 뭔가 있을 것 같은 사운드 깔아놓고 익스트림롱샷에서 천천히 달리 인해서 한 1분 정도를 들어가다가 얼굴 클로즈업에서 페이드아웃하면 ......"
집에서는 이런 대화를 할거 같네요.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 비주얼과 연기, 언어에다가 착 가라 앉은 톤의 화면빨과 연출로 묻어뒀지만 사실 엄청난 막장 드라마였죠. 스토리 꼬임이 너무 심해서 나중엔 농담 같은 분위기도 있었구요. ㅋㅋ 둘이 재밌게 살 것 같아요. 이러다 '우리 로맨스도 함 해볼까?' 이럴지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