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건 감사와 자랑의 글)
'어제 우리가 커피공룡 생일 축하로 꽃집에서 화환 만드는 수업 듣고 만들었거든' 이라고 카로가 말하자, 지금 교환 대학원생 연구원으로 와있는 K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생일은 한달도 더 전에 지나갔고, 그리고 나서 부서에서 케익과 선물도 받았고 그런데 아직도 생일 타령이라니. 거기다 대고 카로는 '아 아직도 내가 알기로 두번 더 남아 있어. 이번 주말에 (동료)루이스가 저녁산다고 들었고, 우리도 어제 저녁을 못했으니 1월에 저녁먹자'. K의 알 수 없다는 표정을 보며 느끼는 이 부끄럼 아닌 부끄럼은 나의 몫인가. 얼굴이 조금 달아 오릅니다.
제 전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전 제 생일을 안챙겼어요. 그렇게 생일 챙기는 걸 대단히 여긴 사람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사실은 워낙 그 사람이 안챙길걸 알고 있어서 미리 아플일 없이 차단한거죠. 친구들과 이 사람과 함께 만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어서 저는 오랫동안 퇴근한 뒤엔 혼자이기만 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 아 이렇게 생일을 챙겨야 겠다 싶더군요. 생일날은 선물이랑 함께 있고, 그 전날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남이 사주는 밥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 친구들을 인도 음식 레스토랑에 초대하고 (친구들이 거의 이건 나의 본능에 어긋나느 일이야 하면서 제가 돈을 다 내게 할때의 표정이란) 사실 선물도 필요없지만 그건 어차피 해봐야 소용없는 말이니, 물건대신 점심이나 영화를 보여달라 하면서 저의 생일을 챙기게 된게 벌써 8년 된거 같아요. 어느 때 부터인가 같은 부서에 일하는 친구들 세명 (소피아, 헬레나 그리고 카로)는 저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언가는 늘 제가 잘 하지 않는 일인데 그 순간까지 알려주지 않고 단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 지만 알려주어요. 아마 그런 선물을 처음 받았을 때 였는데, 늘 원피스 내지 치마만 입는 제가 바지와 그것도 단화를 신고 출근을 하자 저희 Prefect가 너무 놀라서 가다가 멈추더군요. 제가 얘네들이 이렇게 입고 오라고 했다고 했더니 막 웃었던 기억.
이번에는 소피아의 친구가 하는 꽃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용 화환 만드는 수업을 듣고 만들었습니다. 카로가 스톡홀름을 가야해서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고 했었는데 막상 그곳에 갔더니 있더라고요. 집에 문제가 있어서 갈 수 없었다고.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자재를 가지고 같은 시간에 만들어도 모두가 다르게 만들 화환. 그래도 일주일에 못해도 두세번은 보는 얼굴들인데 일이 아닌 다른 것이 함께 하는 게 너무 즐겁더군요.
다음날 다들 돌아가면서, 카로가 스톡홀름 간다고 한거 진짜라고, 그래서 카로없이 저녁까지 먹을 수 없어서 계획을 바꾼거다. 1월에 저녁먹자 라고 저한테 설명했습니다.
사실 요즘에 일하는 게 더 힘들어요. 일한제 20년이 되가는데 더 쉬워지는 게 아니라 정말 더 무거워지네요. 언젠가 제가 울로프에게 우리 요떼보리로 이사할까? (요떼보리는 울로프 가족이 있고, 대학이 있거든요) 했더니 울로프가 나야 좋지 그런데 당신 친구들은 따라 이사 안할걸 이라고 답하더군요. 이 친구들이 없다면 일하는 건 정말 너무 힘들거에요.
감사하고 자랑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 친구 루이스 내외가 생일 선물로 사주는 밥을 먹습니다. 하하)
누구의 인생이나 다 단편소설이 아닐까요? 단편소설의 연장
정말로 좋은 생일 선물이네요. 저도 지인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해달라고 해봐야겠습니다. 무언가를 함께 하기.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외국으로 간 친구가 보낸 편지 같아서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네 같이 밥먹는 거랑 또 다른 거 같아요 (늘 밥먹는 걸로 마무리 하지만). 그런데 내년에는 뭘 할려나. 하하
친구분들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수저 하나만 더 올리면 된다는 이야기로 책이 마무리 되었던 게 생각나요. 들려 주신 이야기가 좋아 저의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한 권씩 선물 했었거든요. 저희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그 책을 읽었지만 이야기를 통해 찾아 왔던 마음과 눈물만은 함께 나누었어요. 친구분들의 이름도 선물이도 모두 익숙해서 마치 제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 같아요. 생일 축하 드립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네 그 마지막 이야기 친구들이에요 덕분에 선물이는 자전거를 배웠고요.
가끔은 제 이야기에서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면 솔직히 신기하다는 기분과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