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헤어질 결심'을 어제 재감상했어요.(시리즈 온에서 7일 대여한 거라)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 보면서 의아하던 게 조금 정리가 됩니다.
남편1과 남편2는 같은 시계를 찼고 해준은 남편1과 같은 휴대용 술병을 사용하잖아요. 왜 저래?
남편1은 서래의 몸에 자기 이니셜을 새겼지요. 해준 표현대로라면 '가축처럼'. 서래 부부와 해준 부부가 시장에서 만났을 때 박용우가 본능적으로 손마디를 꺾습니다. 지 물건에 손대려는 놈과 싸울 준비하듯이요. 해준이 집 앞에서 이 실장과 떠나는 아내를 마주쳤을 때도 손마디를 꺾더라고요. 방금 산에서 서래를 만나고 왔으면서 저러고 싶을까?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박용우의 명함에 박힌 상반신 사진이 그대로 해준의 실루엣으로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어째서 저렇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들 눈이 강조됩니다. 남편1 시체의 부릅 뜬 눈, 남편2의 죽었는데 갑자기 떠지는 눈, 해준의 안약을 상비해야 하는 눈.
다시 보니 두 남편은 쓰레기이고 해준은 사랑의 대상으로 온전히 믿음직한 남자,가 아니었어요. 서래는 산에서 두 남편과 해준을 구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꽤 믿음직한 남자 데려왔다'라고 표현하지만 이 대사가 '믿음직한' 보다는 '꽤'에 방점이 찍혀야 되는 것이구나, 해준이 남편들과 구별되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 그것이 바다로 가며 나눈 통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해준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두 남편과 다른 점이라면 죽기 전에 똑바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듣다가 위의 두 작가의 대화를 보았습니다. 정서경 작가는 마지막 바다 장면이 자신이 쓴 글이지만 저런 파도로, 바다의 모습으로 영상화 된 것을 보니 아주 좋았나 봅니다. 아니나다를까 박찬욱 감독은 후반 산에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전체 분량에서 타이밍상 지루할 지점이어서 어떻게 손을 보나 고민을 했다는 말씀.ㅎㅎ
솔직히 해준이 탕웨이에게 반한 건 그냥 예뻐서 (그리고 본인 결혼 생활에 지쳐서) 반한 거고 그게 진짜 사랑 비슷한 게 되는 건 거의 마지막 즈음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나마도 끝까지 탕웨이를 제대로 챙겨주고 사랑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정신 차리지만 이미 늦...
산에서의 대화 장면은 진짜로 살짝 쳐지는 부분이었는데 역시 만드는 사람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군요. 하하.
동의합니다.(결혼 생활은 누구든 다 고만고만할 테지만요)
얘기하는 걸 보니 산 장면은 어떻게든 더 변화를 주고 싶었던가 본데 충분히 뜻을 반영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났어요. 응축시키거나 변형시켜서 곧이곧대로 전하는 지루함을 싫어하는 성향이 누그러진 듯? 이것도 나이탓일까요.ㅎㅎ
이야기가 처음에 산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중간에 다시 올라갔다가 바다에서 마무리되는 그런 흐름을 원했다고 들은 것 같아요 ㅋㅋ
씨네21에서 인터뷰 보면 재밌는 디테일 뒷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박찬욱 감독도 각본 초고 보면서 줬던 피드백이 "재밌어 그런데 왜 갑자기 서래가 산에 가?" 였다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