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우산들의 묘지

최근에는 비교적 잘 챙기는 편이었는데, 어쨌든 간만에 우산을 잃어버렸습니다.

부산 놀러 갔을 때 비가 오길래 인근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것이라 사실 물건에 애착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건 잃어버린 건 신경이 쓰이는 일이라 혹시나 하고 지하철 유실물 센터 홈페이지를 뒤져봤습니다. 

없더군요. 


한데 제가 놀란 건 정말 하루에도 주인 잃은 우산들이 수십개씩 유실물 센터에 등록이 되고 그들 중 대부분은 찾아가지도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기사 당연히 그렇겠죠. 일단은 저처럼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안날 것이고 대부분의 우산은 그리 비싼

물건이 아니니 그냥 잃어버린 셈치고 말테니까요. 그런데 그러면 저 수많은 우산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저대로 영영 찾아갈 생각도 없는 주인을 기다리다 기간 경과로 폐기처분되는 건 아닌지... 뭔가 좀 안타까웠습니다.



    • 98-99년까지 동네에 우산 고치는 사람이 왔다갔다 했는데, 돈 주고 산 적도 없는 우산이 집에 잔뜩 있는걸 보면 좀 당혹스럽습니다

      • 저도 집 우산꽃이에 보면 못 보던 우산이 꽃혀있곤 합니다. 예전에 갖고 다니던 우산이 망가져서 고치고 싶어서 알아보니 모 동사무소(요즘은 지역주민센터라고 하는)에서 공짜로 우산 고쳐준다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평일에 우산 고치겠다고 거기까지 가기도 애매해서 못 고치고 결국 버렸어요. 그 동사무소에서 요즘도 그런 서비스해주는지는 모르겠군요. 
    • 잊혀진 양말 한 짝들의 묘지 라든가 잊혀진 머리핀이나 머리끈들의 묘지도 어딘가 있을겁니다. 설마 그들의 원귀가 언젠가 인간세상을 덮치진 않겠죠

      • 퇴마사 망태기 아저씨가 있으니까요

      • 네ㅋㅋ 그리고 전 유실물센터 홈페이지에서 우산만 찾아봤지만 우산 말고도 저렴한 가격의 유실물들이 잔뜩 있을 것 같아요. TMI지만 이 글 제목은 [바람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따왔습니다.
    • 가수 이적의 단편 소설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를 생각하며 쓰신 제목이 아니었군요. ㅎㅎ

      상상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봤을법한 내용의 소설이었는데 결말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 이적이 예전에 소설단편집 낸 것은 알았는데 거기 비슷한 내용이 있었군요ㅋㅋ 그동안 제가 잃어버린 우산들이 여럿 있는데 다른 곳에서라도 잘 사용되길 바랍니다. 
    • 학교 교실에 비 오는 날을 위한 우산 꽂이 통을 하나씩 마련해 놓는데. 연말이 되면 꼭 대여섯개씩 멀쩡한 우산이 그냥 남겨지고 종업식 날 주인 좀 가져가라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아무도 안 가져가고 그럽니다. 정말 매년 그래요. 우산은 버림 받기 위해 태어나는 물건들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ㅋㅋ

      •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있군요. 저는 잃어버린 적 있으면 혹시나하고 알아보고 제 것이 맞으면 찾아갈 것 같은데.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대로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좀 되는 모양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유실물센터에서 일정기간 경과한 우산은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하면 좋을 것 같아요. 멀쩡한 새 우산들이 많더군요. 
    • 전에 듀게에 주인이 오랫동안 애지중지한 물건은 도깨비가 된다는 글을 썼었는데 이 글을 보니 반대로 애잔하군요...
      • 네... 그런데 우산은 그렇게 깜빡해서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비오는 날에는 훔쳐가는 사람도 생기는 기묘한 물건이죠. 살면서 우산도둑 2~3번인가 겪어봤어요. 참 난감하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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