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을 책.

하인리히 뵐 '천사는 침묵했다' 입니다.

책장에 있는 책을 훑다가 보면 저 책은 왜 샀을까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도 그랬습니다. 

저는 책을 사면 책 표지 다음 첫 페이지에 구매 일자를 적어 둡니다. 책이 출간 되고 바로 샀네요. 

책의 뒷 표지에 작가 제발트가 이 책에 대해 언급한 문장이 적혀 있는 걸 보고 구매 이유를 알았습니다. 제발트가 자신의 강연을 손보아 출간한 '공중전과 문학'이라는 책에서 하인리히 뵐의 이 책을 언급했습니다. 이 책 '천사는 침묵했다'는 뵐이 40년대 말에 완성했다고 하는데 책은 50년 가까이 늦게 1992년에 독일에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폭격과 패전 이후 폐허가 된 독일의 상황을 그린 이 작품을 당시 독일인들에게 내밀지 않겠다는 것에 출판사나 작가가 동의했다고 본답니다. 

상처를 후벼파는 일이 된다고 판단했는지...아마도 당장은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발트의 저 에세이 '공중전과 문학'은 제목에서 짐작 되시겠지만 2차대전 중에 독일이 입은 폭격 피해와 전후 독일 문학계의 대응에 대한 내용인데 저는 일부만 읽다가 말았습니다. 민감한 성격이지요. 독일 내에서 반론도 많이 일어났다고 하네요. 

제발트는 영국에 있는 대학에서 교직에 있으며 책을 여러 권 냈고 2001년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뜹니다. 저는 번역된 이분의 책은 다 갖고 있어요. '이민자들'을 읽고 너무 좋았어서요.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허문 산문 문학이라 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인데 '이민자들'은 실제 인물들을 접촉한 경험을 쓴 글로 문장 하나하나, 그 연결 자체가 읽는 즐거움을 주었고 한 장이 끝나면 미묘한 슬픔에 잠기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현대로 와서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글을 쓰는 작가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접한 그런 책들의 저자들은 모두 좋은 작품을 쓰는 것 같고요.  

제발트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 주말의 주인공은 하인리히 뵐의 '천사는 침묵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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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락이 많이 다르지만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글' 얘길 하시니 양귀자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길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같은 책을 보면 아무리 봐도 작가 본인 경험담처럼 적어놨는데 갈래는 소설이라...




      그리고 뻘소리지만 양귀자의 실제 삶을 생각하면, 그리고 소설 속 동네 묘사까지 생각하면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동네는 서울 부촌인데 말입니다. 내용은 완전 서민들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서... 그래서 '소설'이었나 싶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 양귀자 소설은 오래 전에 '원미동 사람들' 만 읽었습니다. 그냥저냥이라서 다른 책을 더 찾아 읽진 않았어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 소설이 영화도 만들어지고 그래서 가계에 보탬이 됐을 거 같고 가족이 출판사를 차려서 거기서 책이 나온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나네요. 


        '길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은 읽지 않았는데 이것도 '원미동-'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그런데 동네가 부천에서 서울로 옮겨갔나 봅니다? 


        전에도 게시판에서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작가가 여유 있어지면 그전 스타일과 같기 힘들고 그런 점을 작가 자신이 잘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들 중의 하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가처럼 '서민들' 일상을 소재로만 본다면 타자화하기가 쉬워지지 않을까. 작품을 안 읽고 이런 얘기는 섣부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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