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정체성은 부끄럽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패미니즘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남패미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움이 있어요. 왜 일까요?
이른바 샤이 패미니스트인건데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까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는거죠.
비슷한 걸로는 재즈가 있어요. 저는 재즈를 좋아하는데 누군가 어떤 음악 좋아해? 라고 물어보면 재즈라고 못하겠어요.
무난하게 언니네 이발관이랑 최근에는 잔나비. 정도로 대답하고는 합니다.
제가 이러는 이유를 통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에게 고평가를 받을까봐 부담스러워서 그러시는 거죠 지금 말씀하시는 것들이 다 사회적으로 높은 기대나 평가를 받는 그런 정체성들이니까요~
말씀하신 것도 맞는 말인데 실제로 제가 별거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부담이라기 보다 사실과 다르게 평가받는게 싫어서요.
소니님과는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뭔가 레벨테스트 같은 걸 하려는 듯 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울 수도 있죠.
공부하라고 하기도 하고, 덕력이 부족하다고 꾸중 들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고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싫고, 별거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 들키는 것도 싫고. 아마 이중적인 동기가 있을거에요. 앞으로도 당분간은 정체성을 숨기는 걸로.. ㅎㅎ
"나 페미니스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면 우리나라 주변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겁니다. 저도 주변 동료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는 혐오적인 언행을 할 때 차마 앞에서 대놓고 지적은 못하고 그냥 살짝 얼굴 찌푸리고 최소한 거기다 말을 더 얹지는 않는 정도거든요. 아마 제 이런 속마음을 들키면 전 왕따당하겠죠 ㅋ
저는 대놓고 말하는 편입니다. 거래처 대표나 직장 상사가 그러면 못하겠지만 동료나 친구들이 할때는 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 편이에요. 다만,,
어? 너 패미니스트였어? 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해요. ㅎㅎ 난 참 이상한 사람
저도 본 기억이 있네요. 남자는 페미니스트는 될 수 없다. 반대로 남자도 구조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맨박스같은 책도 있구요.
그러니 남성들이여! 연대하여 맨박스를 부숴라. 아주 납득되는 책이었습니다. 남성이야말로 페미니스트가 되야한다는 책이었어요. 한번 읽어보시길.
대답에 답이 있군요. 자신을 페미니스트(재즈애호가?)라고 자청할 때, 그렇게 자청하는 사람에 대해 따라오는 평가/인상/가정이 부담스럽다. 각자가 생각하는 개념도 다르고, 그 개념을 자청할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각자 다르니, 그 통속적인 이미지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말을 아끼는 수밖에요.
댓글에 대답하는 저를 보고있자니 스노브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듀게인답지 않게요. ㅎㅎ
전 냉면 좋아한다는 것도 조심스러운데요 ㅋㅋㅋㅋㅋ 규정짓는 것이 갈수록 부담스럽습니다. 아무도 관심없는데 왠지 책임을 져야할 것 같아서 말이죠. 몇 번 딱지 붙이기에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제가 다른 사람을 제 맘대로 생각하다 큰코 다치기도 해봤고요.
몇가지 지점 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게 온당한건지. 그건 그렇고 냉면이 먹고싶네요. 저는 함흥파입니다. ㅎㅎ
저도 어디가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진 않아요. 남성이 함부로 그런말하는 거 아니라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젠 페미니스트가 가리킬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긴 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페미의 정의는 천차만별이잖아요.
저도 재즈를 좋아하지만 어디가서 재즈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두렵긴 하네요. 좋아하지만 아는 건 없거든요 ㅋㅋ
재즈는 파괴맨의 밈처럼 두비두밥 히바밥비두두~~ 아닌가요? 한 곡을 여러번 들어도 별로 질리지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숫기 없단 말 많이 들었어요. 겸손하다는 말은 못들었네요. ㅎㅎ
엉뚱한 댓글입니다만 재즈 한 곡 올립니다.
애플티비에서 '세브란스:단절'을 보는데 7회말에 이 곡이 나오더군요. 어제 오늘 좋아서 몇 번 되풀이 들었어요.
어머. 잘 듣겠습니다. 빌리 할리데이 애정합니다.
규정하고 해석하려는 습성은 인간 본성인가 봅니다. 그래야 안심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