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숟가락 올리는게 싫은 마음


평어체에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범인은 디즈니이다.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고, 마블 스튜디오도 인수하고, 20세기 폭스도 가져가버려서 명실상부 세계 제일의 미디어 생산 공장이라고 선언 했던 그 시점 부터,
내가 아는 작품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스타워즈. 나에게 있어 7, 8, 9는 무조건 망작이다. 
7, 8, 9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를 하려면 굳이 스타워즈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스타워즈와 유사한 세계관에서 하고 싶은 얘기 다 해도 되었다. 그런데 꾸역꾸역 스타워즈 시리즈의 넘버링을 끌고 들어가면서 같이 망해버렸다.  
그래서 7, 8, 9는 멀티버스로 처리해보리고, 만달로리안으로 스토리를 끌고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시즌3는 실망이어서 지금은 시리즈 자체가 기대가 안된다.

마블은... 마치 타이타닉이 가라앉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이렇게도 망할 수 있구나. 
이터널즈를 보면서 이건 대체 왜 만들었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와칸다포에버를 보면서 웃었다.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와칸다인데, 왜 싸우는 건 동네 조폭 수준일까? 그리고 갑작기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아이언 하트를 보면서 화가 났다.
쟤가 왜 여기서 나와? 드라마 나오기 전에 내보내야 겠는데, 다른 영화는 자리가 없고, 억지로 끼어넣은게 블랙 팬서인데, 야.. 이렇게 편하게 각본이 나오다니.. 헐리우드 미쳤다 진짜. 
그리고 다시 아이언맨1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아이언맨은 나노 테크놀러지 보다는 클래식 메카닉 감성이 더 잘 어울린다.

심슨 가족... 디즈니에 인수되고 나서 아푸를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디즈니에서 "백인 성우는 백인이 아닌 인종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없다"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내용도 순해지고, 예전 심슨 가족이 아닌 것 같아서 슬퍼졌다. 

일단은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시리즈물이라는 것이 그렇다. 처음 시작은 서먹하고 낯설지만 한번 애정이 생기면 그 작품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까지 함께 지켜봐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 불편한 점은 자본이라는 도구에 의해서 내가 애정하는 작품들이 흔들리고 비틀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 자체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그것도 선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정말 작품에 메시지를 섞고 싶다면 작품 자체를 새로 만들어서 그 안에 담을 것이지, 이미 있는 작품에 올라타려는 건 너무 뻔하고 게으른 추태가 아닐까? 
알고는 있다. 뭐 한다고 티는 내고 싶은데, 새로 만들 자신은 없고,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을 것 같으니, 안전빵으로 이미 인기 있는 작품들에 올라 타려는거. 

그런데 그것마져도 자연스럽게 해내지를 못해서 나온 결과물들이 하나같이 처참하다. 
인어공주 캐스팅도 그렇다. 얼평하지 말라고? 당장에 올해 개봉한 영화 포스터를 쫙 나열해봐라 뭐가 보이나. 그래도 모르겠으면 TV를 틀어놓고 채널 돌려가면서 두시간동안 봐라 뭐가 보이나. 
미디어 산업에서 외모를 제외한다는 전제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장이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남자고 여자고,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대다수는 이쁘고 잘 생긴 사람 더 좋아한다. 그러니 미디어에 노출되는 영상과 음악의 주요 인물이 이쁘고 잘생긴 것이지. 
이건 정말 어쩔수 없는 흐름이다. 이번 인어공주 캐스팅은 그 흐름을 역행해서 내심 대체 무엇을 준비했을지 기대를 했다. 정말. 
이 바닥이 원래 재미가 있으면 다 용서가 되니까. 정준하가 랄프 캐스팅 되었을 때가 생각이 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연예인 더빙 자체에 대한 생각이 바뀌더라.
그런데 인어공주는 아무것도 없던 것이 반전이었다. 그 큰 논란을 일으켜놓고, 남은건 정말 그거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망했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니 흥행 실패를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디즈니가 새로운 작품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신
작을 내놓는데, 그냥 평작을 내놓기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고, 
뭔가 대단한 것을 내놔야 하는데 여기에 당연히 이전과 다른 정치적 올바름을 섞어야 된다고 생각은 한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는 시나리오도 그걸 섞으면 이상해 지는 거다. 그래서 내놓지를 못하는 것이 내 생각인데, 

작성하면서 찾아보니 이미 작년에 한 건 하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인지 월드" 제작비 1.2억달러에 흥행 0.6천만. 
참고로 인어공주는 제작비와 마케팅비 포함이 3.3억~3.9억 달러 수준이어 손익 분기가 6.6억~7.8억 수준인데, 현재 3.4억달러이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시나리오 자체는 그냥 평범한데, 정치적 올바름 요소가 여기저기 섞여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게 처음부터 계획되었을까? 중간에 시나리오가 변경된걸까? 난 잘 모르겠다. 

끝으로....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더라. 12년 작 '존 카터'에서 1.2억 달러 날리고 휘청 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 기조를 얼마나 버틸지도 한번 지켜봄직 하겠다.

    • 카메론의 아바타 시리즈가 있잖아요.


      자기 아이디어로 한 세계를 만들어 낸 카메론이 안일한 디즈니 애니 실사화를 보니 존경스러워집니디ㅡ.


      폭스 인수한 이유를 디플 보니 알겠더군요. 디즈니 애니매이션,마블,스타워즈 안 좋아하는 저한테는 볼 게 없었어요.
      • 그러니까 바다속으로 기어들어가려면 카메론 정도는 되야지....이 말이 딱 와닿더군요

    • 최근 게시판 글들을 훑어보니 마동석이 길가메슈역을 맡았을때 한국인들은 못생긴 동양인이 숟가락 얹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불매운동을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디즈니가 무슨 PC의 선봉장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도 재밌네요. 그냥 돈 많이 벌고 싶어서 대중의 눈 높이에 맞추는 수준인데요. 그냥 선생님이 심하게 지체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솔직히 주인공 캐릭터 백인 -> 흑인 바꾸는 자체는 이젠 PC로도 안쳐주죠. 무슨 엄청난 래디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게 재밌긴 합니다. 본문에서 예로 든 스트레인지 월드도 그렇고 작년 버즈라이트도 무슨 동성애가 위대하고 이성애가 잘못됐다는 프로파간다를 설파하는 영화도 아니고 그냥 요즘 흐름이 그러니까 슬그머니 동성애자 캐릭터도 있다고 보여준 정도인데 말이죠. 하긴 그 고등학교 교사가 이거 수업시간에 틀어줬다고 난리쳤던 미국의 그 부모들이랑 비슷한 그런 수준의 인식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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