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애가 안 나오는 애들 영화, '레이더스' 잡담입니다

 - 1981년작이었네요. 43세!!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이고, 이 영화 얘길 하면서 '스포일러'라는 말을 쓰는 게 좀 웃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막 적겠단 얘깁니다. ㅋㅋ 도입부 요약도 생략하구요. 다짜고짜 본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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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스와 스타워즈의 제작자들! 추억의 홍보 문구네요. 루카스, 스필버그 사단 드립도 홍보문구로 한참 인기였죠.)



 - 1936년 남미에서 벌이는 짤막한 모험을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이 부분 참 잘 만들었다 싶더군요. 그러니까 그 짧은 에피소드 동안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다 들어가 있어요. 특유의 차림새, 주무기(?) 채찍, 뱀 싫어함. 은근 허당에 살짝 야비한 구석도 보이고... 등등. 동시에 이 영화가 어떤 영화가 될지도 다 보여주죠. 온갖 환타스틱한 함정들을 피하며 유물 약탈(...), 라이벌과의 경쟁, 그리고 험악하지만 동시에 가볍고 호쾌한 액션 등등. 그야말로 캐릭터 중심 블럭버스터 오락물 도입부의 모범이라 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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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참으로 비효율적이면서 수백 수천년을 버티니 내구성만 끝내주는 고대의 유물 보호 기술.)



 - 그러고나면 바로 인디의 대학이 나오면서 미션 수락, 모험 시작인데요. 여기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러니까 이 영화는 스토리가 되게 없습니다. ㅋㅋㅋ

 캐릭터 설명은 10분짜리 도입부로 해치우고, 이어서 미션 받고 나면 바로 본론 시작이에요. 그리고 그 본론은 액션과 액션과 액션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주된 액션마다 배경이 바뀌고, 배경이 바뀔 때마다 새 캐릭터가 등장하며 짤막한 소개 장면들이 들어가긴 하는데 그 소개 장면도 그냥 본론 속에 녹아 있구요. 이후의 모든 드라마, 스토리란 것은 다 액션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요. 그러니 거의 한 시간 반에 달하는 시간동안 체감상으론 논스톱 액션을 구경하는 기분으로 즐기게 되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 대단해요. 이렇게 액션으로 런닝타임을 꽉꽉 눌러 채우는, 그러면서 스토리를 거기다 살포시 얹어 놓는 식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는 이 전에도 기억나지 않고, 이 후에도 한동안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몇 년 뒤에야 그냥 이게 '헐리웃 블럭버스터의 공식' 같은 이름이 붙으면서 대중화가 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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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매번 그랬던 것도 아니지만 역시 인디는 나치와 싸워야 제맛.)



 - 그리고 그 액션으로 말하자면. 사실 제가 이걸 되게 오랜만에 본 건데요. 이제와서 보니 뭐랄까... 시작부터 끝까지 코미디가 아닌 액션씬이 거의 없네요? 

 바구니(?)에 숨은 마리온을 찾아 헤매는 장면처럼 대놓고 슬랩스틱 코미디식으로 연출한 장면들도 있고, 또 성궤 추격 카체이스 장면처럼 진지한 듯한 장면에도 계속해서 자잘한 웃음 포인트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해리슨 포드의 액션 안무 자체가 그냥 버스터 키튼, 찰리 채플린 스타일로 되어 있다는 것도 이제야 눈치 챘구요. 펀치 한 방을 날려도 되게 동작이 크고 리액션도 크고요. 그러면서 주변 기물들과 부딪히고 무너뜨리고 어쩌고 하면서 계속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그냥 고전 코미디 그 자체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가끔 나오는 적들 사망 장면이 오히려 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가 참 부담 없고 경쾌하고 즐겁습니다. 평소엔 개그, 액션도 개그 그런 식이니까요.


 여기에다가 한 마디를 더 덧붙인다면, 액션에 인디아나 존스의 캐릭터 성격까지 꼼꼼하게 반영해 놓아서 더 재밌었어요. 그러니까 이 양반이 설정상으론 능력치 쩌는 인간인데 야비하고 허당스럽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보면 우리 존스 박사님은 모든 잡졸들을 여유롭게 농락하면서도 조금만 정예 병사스런 상대를 만나면 신나게 얻어 터지다 도망치거나, 아님 운 좋게 해결하거나 그럽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도망 잘 치는 액션 히어로가 또 누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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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시치미 떼다가 총으로 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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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만 센 놈 만나면 일방적으로 쥐어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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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가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액션-히어로!!!)



 - 그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지금와서 보니 정말 뻔뻔스럽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그냥 말이 안 되죠. 대놓고 환타지인데 그것도 어른들 환타지가 아니라 애들, 정확히는 남자애들 환타지인 겁니다. 게다가 여기에서 '애'란 청소년이 아니라 그냥 소년 정도. 정말 철저하게 딱 그 정도 수준에 맞춰져 있는 이야기인데, 그게 너무 노골적이니 뭐 어디가 나쁘다, 어디가 말이 안 된다... 이런 거 따질 생각도 안 들더군요. 소년이 되기 위해 결혼도 안 하고 섹스도 포기한(?) 캐릭터 아닙니까. 존중해드리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그런 환타지의 집약체인 인디 캐릭터를 해리슨 포드 아저씨가 정말 너무 잘 살려요. 살짝 한 솔로 생각도 나지만 그와는 또 많이 다른 캐릭터인데, 암튼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캐릭터를 그럴싸하게 살려 내면서 거기에 매력까지 듬뿍 얹어준단 말이죠. 자칫하면 느끼한 진상 아저씨 되기 딱 좋은 캐릭터인데 말입니다. 보면서 거부감도 안 들고 오히려 귀엽단 생각만 드는 걸 보면 배우님도 참 열일 하신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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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와서 다시 보니 꽤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마리온씨. 그래서 4, 5편에도 다 나올 수 있었던 거겠죠.)



 - 근데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과연 이런 스타일이 21세기에도 먹힐까?

 뭐랄까 이게 아주 근본적으로 시대 착오적 이야기랑 캐릭터잖아요. 그러니 이걸 그대로 살려서 신작을 만들 순 없는 노릇이고. 근데 또 이걸 이리저리 손 대다 보면 옛 팬들은 실망할 테고. 뭔가 이 시국에 재밌게 살려내기 참 어려운 성격의 이야기 같은데요. 뭐 이미 그 '신작'이 극장에 걸려 있으니 그걸 가서 보면 대충 헐리웃 작가님들이 내놓은 해답은 알 수 있겠... 지만 흥행이 영 좋지 않다는 뉴스를 봐서. 여러모로 기대치는 많이 소탈하게 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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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당시 미국) 소년들의 로망이니 거~하게 털어보세! ㅋㅋㅋㅋ)



 - 암튼 그러합니다. (뭐가;)

 한창 영화 신동 소리 듣던 스필버그 젊은 시절의 한 장을 아주 크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영화답게 지금 봐도 참 잘 만들었어요. 재미도 있구요.

 하지만 당연히 그 시절에 느꼈던 그런 기분은 아니었구요. ㅋㅋㅋ 그 시절이니 가능했던 영화였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더군요.

 그냥 지금 봐도 재밌네, 그것 참 대박 날 이유가 있게 잘 만들었구나. 그러면서 즐겁게 봤습니다. 스필버그도, 해리슨 포드도, 존 윌리엄스도 다 불로장생하시길.




 + 그리고 이 영화를 보니 당연히 존 윌리엄스 뽕이 차올라서 유튜브를 뒤져서 존 윌리엄스 히트곡 메들리 재생목록을 찾아 틀어 놓고 있었는데요.

 거실에 있던 딸래미가 후닥닥 뛰어와서 '어! 이티 보고 있어요??' 라고 물어보네요. 뭐 한 달 남짓 전에 본 거니까 기억하는 거기도 하겠지만 암튼 윌리엄스옹, 찬양합니다.



 ++ 그러고보면 제가 생각보다 젊어서 말입니다? ㅋㅋ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첫번째 인디아나 존스 영화가 2편이었어요. 그래서 요 영화는 그보다 한참 후에 티비에서 해주는 걸로 봤었죠. 보면서 제목이 이상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째서 '인디아나 존스1'이 아닌 건데?? 왜?? 뭣땜에??? ㅋㅋㅋㅋ



 +++ 마지막의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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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새삼 반갑더군요. 여기가 아마 4편에 나왔었죠? (아닌가;;)

 뭔가 엑스파일 같은 분위기도 나면서... 사실은 그냥 이걸 어떻게 찍었나가 제일 신기했습니다. ㅋㅋ 아마 원경은 그림인 거겠죠? 

    • 할말이야 너무 많지만....1편은 영화 <챔프>를 보러 갔는데 예고편으로 틀어주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다들 인디아나 존스를 당대 최고의 위대한, 영웅 고고학자...이렇게 소개하는데 사실 저 당시 발굴비 조달 조차 힘들 정도로 무명의 학자였다는 설정이 소설에 나오죠. 저는 첫 장면 금신상 무게가 궁금했고 또 트럭 밑에서 빠져나갈 때 붙잡고 있는게 채찍인지 밧줄인지 궁금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냈습니다. 챗 GPT에 물어볼까 싶어요.   

      • 실적을 보면 위대한 영웅일 순 있는데 위대한 고고학자... 라기엔 좀 이상하지 않나요. ㅋㅋ 극중 대사로 '고고학자란 뛰어다니며 모험하고 퍼즐 풀고 그러는 직업이 아니다!' 라고 학생들에게 일갈하는데 자기 부정인가? 하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 좀전에 도입부만 다시 봤습니다. 사실 상당히 잔인하게 보일수도 있는 장면의 연속인데
      신기하게도 스필버그가 만들면 전혀 그렇게 안느껴지네요. 40여년전 만듦새가 요즘 
      영화 보다 훨 나아요. 해리슨 포드가 30대 후반에 찍은 영화네요. 와 멋져요. 
      근데 황금상 훔칠때 배신 땡기는 사람이 눈에 익는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스파이더맨 2편의
      닥터 옥터푸스 역 하신 분였어요. ㅋㅋ 
      저에게 최고의 닥터 존스 영화는 뭐니해도 2편 the temple of doom 이죠. 
      • 그게 워낙 어린이들 환타지 느낌으로 접근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사실 그 또래 남자애들 환타지란 게 은근 다크하고 폭력적인 구석이 있잖아요.


        40년전 영화인데 잘 만든 것도 맞고요, 애초에 만든 놈이 그야말로 재능이 우주대폭발하던 젊은 시절 스필버그이니 그냥 '요즘 영화'와 비교하면 그 요즘 영화 만든 사람들이 좀 불쌍해지는 감도 있습니다. ㅋㅋ 너무 잘 나가서 아카데미가 질투하던 그 스필버그니까요.




        아, 저도 보면서 왠지 눈에 익다고 생각하면서 확인은 안 해봤는데 옥박사님이셨군요. 하하. 재밌네요.




        제 주변에도 많은 분들이 2편을 최고로 꼽으시더라구요. 그런데 재밌게도 2편은 비평적으로는 4편과 거의 비슷한 급으로 낮습니다. 아마도 그 무지막지한 오리엔탈리즘과 케이트 캡쇼 캐릭터 때문이겠죠... 하하.

    • 연식 나오지만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다 봤습니다. 2편을 제일 먼저 봤고 이게 국내 성공으로 잠깐 동안 레이더스를 중앙극장에서 재개봉 해줬거든요 그때 달려가서 봤어요. 재미는 둘 다 있지만 좀 더 좋아하는 건 레이더스에요.  마리온 캐릭터도 좋고 인디도 이 영화에서 좀 더 귀엽게 굴죠.  성궤를 열었을 때에 벌어지는 일들은 80년대 초 특수효과의 진수 같아요

      • 저도 시리즈 첫 영화가 2편이었는데, 2편 보고 나서 한참 뒤에 1편을 보고선 뭐랄까... 이게 영화가 좀 더 어른스럽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아마 1편의 인디와 마리온이 2편의 인디와 윌리에 비해 많이 정상적(??)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ㅋㅋ




        맞습니다. 성궤 오픈 장면에서 처음엔 '아 그 시절 특수 효과! 정겹네!!' 이랬 거든요. 근데 그게 좀 더 이어지고 마무리되는 부분까지 보고 나니 '정겨운 게 아니라 그냥 훌륭한데??'로 결론이 나더라구요. 멋졌습니다.

    • 마지막 장면은 [시민 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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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 이 장면 기억 납니다. 그럴싸하네요. ㅋㅋ

    • 저 칼 든 사내를 총으로 쏘는 장면은 원래 액션 합이 있었는데 해리슨 포드가 저 날 장염에 걸려 몸이 안좋아서 저렇게 바꾼 거라는 얘기가 있죠. 그런데 나름 유명한 장면이 되어버린..

      이번 5편에서는 저걸 뒤집은 오마주 장면이 있더군요.
      • ㅋㅋ 말씀듣고 보니 자세나 표정이 장염 걸린 사람 같아요.

      • 이미 한 번 뒤집어서 써먹은 적이 있는데 또... ㅋㅋ 근데 워낙 유명하고 인기 많았던 장면이라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제가 '레이더스'에서 가장 확실하게 기억했던 장면이기도 하거든요. 

      • 전에 스필버그가 인터뷰에서 밝히기로는 오우삼에 뒤지지 않을만한 액션을 짜놨었다고 하더군요ㅎㅎ

    • "소년이 되기 위해 결혼도 안 하고 섹스도 포기한(?) 캐릭터 아닙니까."라고 하셔서 말인데요, 그렇습니다만, 재작년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다가 문득 '응?' 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인디와 마리온이 네팔에서 재회하고, 마리온이 인디를 한 방 갈긴 다음의 대화인데요,


      마리온: 난 지난 10년 간 당신을 증오하는 법을 익혔어.

      인디: 상처를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고.

      마리온: 난 어린애였어. 사랑에 빠졌었고. 그건 잘못된 짓이었고 당신도 알고 있었잖아! (I was a child. I was in love. It was wrong and you knew it!)

      인디: 너도 모르고 한 거 아니잖아. (You knew what you're doing.)


      이 대화에서 인디의 야비함도 야비함입니다만(해리슨 포드의 표정이 정말 악당이 따로 없습니다), 마리온의 자신은 어린애였고 그건 잘못된 짓이었다는 발언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 보았더니 1978년 1월 23일부터 27일 사이에 있었던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로렌스 캐스단의 스토리 회의 녹취본이 있었는데...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캐스단: 인디는 잠을 청하러 방에 가. 일어나. 메달을 훔치기로 하지. 그 사이에 독일놈들이 도착해. 인디가 메달을 훔치러 내려갔다가 마리온을 구하게 되는 거야. 얼결에 영웅 행세를 하는 거지. 마리온이 그때부터 인디의 동기를 의심할 수도 있겠지. "나 구하러 내려왔던 거 아니잖아."


      루카스: 두 사람이 아주 강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야 해. 유대감 같은 거.


      캐스단: 전에 이미 관계가 있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처음부터 쌓아 올릴 필요가 없으니까.


      루카스: 이 늙은 교수라는 사람이 인디의 스승이었다든가. 마리온이 꼬맹이일 때부터 알았을 수도 있겠지. 마리온이 열한 살일 때 정사를 나누었던 거야.


      캐스단: 그런데 지금 인디는 마흔두 살이 됐고.


      루카스: 12년 동안 못 만났지. 이제 마리온은 스물둘이야. 완전 이상한 관계인 거지.


      스필버그: 스물둘보다는 나이가 많아야 하지 않나.


      루카스: 인디는 지금 서른다섯, 그리고 10년 전에 자기가 스물다섯이고 마리온은 열두 살에 불과할 때 알았던 거지. 당시 마리온이 살짝 어렸다고 하면 재밌을 거야.


      스필버그: 그리고 문란했고. 마리온이 인디에게 덤볐던 거지.


      루카스: 열다섯이 딱 경계라고 봐.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라는 건 알지만 흥미롭잖아. 마리온이 열여섯이나 열일곱이라고 하면 흥미로움이 사라지고 말아. 하지만 마리온은 열다섯에, 인디는 스물다섯이었고, 둘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실제로 정사를 나누는 관계였다고 하는 거야. 그리고 마리온은 인디를 미친듯이 사랑했고 인디는...


      스필버그: 마리온에게는 인디의 사진도 있어.


      루카스: 벽난로 선반 위에 마리온, 마리온 아버지, 인디를 찍은 사진이 있는 거지. 당시 마리온은 인디를 미친듯이 사랑했지만 인디는 당연히 그 관계가 잘 되지 않을 줄 알고 떠났어. 이제 마리온은 스물다섯이고 열여덟 살때부터 네팔에 살았어. 둘이 그냥 서로를 좋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 관계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 줄 아주 괴상한 상황인 거지. 그러면 둘의 관계에 관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마리온은 아직도 인디를 좋아할지 몰라. 인디는 그냥 과거를 잊고 다시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르고. 이러면 마리온이 화낼 거리가 많겠지.


      노벨라이제이션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개봉 당시 공식 소설도 나왔는데, 거기서는 대놓고 마리온이 열다섯 살때부터 같이 자기 시작했고 1, 2년 뒤에 인디가 떠났다는 설명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아...


      실제로 "indiana jones", "pedophile"로 검색하면 관련 글도 나오는데요, 심지어 캐런 앨런에게 이 문제를 물은 인터뷰도 있더라고요. 캐런 앨런은 인디가 소아성애자라고까지는 생각하지는 않고, 아마 마리온이 열여섯 살 무렵에 이십대 중반인 인디가 좀 꼬드기기는 했겠지, 하는 정도로 여긴다네요.
      • 7,80년대의 서양은 10대 소녀들이 성인 남자를 성적으로 동경하고 같이 자고 어른처럼 성숙한 사랑을 한다는 걸(우웩!) 소설,영화,TV에서 마구 그려냈던 시절이니까 저 백남 아재들 머릿속에 그런 게 들어있다 해도 별로 놀랍진 않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요즘같으면 대놓고 표현은 절대 못하겠죠. 하지만 얼마전에 어떤 분이 올려주셨던 엘르 패닝 인터뷰를 보면 아직도 영화 만드는 남자들의 속마음은 변한 게 없어 보여요

      • 열여섯, 열일곱이어도 얼굴 찌푸려지는 마당에 흥미로움이 사라진다고 그걸 더 낮추는 것에서 좀 많이 역하네요.

      • 음, 저는 지금에 와서는 아이고, 이번에는 내가 손가락을 좀 경솔하게 놀렸구나, 하고 후회하고 있어요. 이 점을 밝혀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덧붙입니다.


        일단 저기서 특히 루카스의 발언 저변에 깔린 사고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 없이 동의합니다. 그것이 사회 전반에 여전히 팽배한 여성혐오적 사고의 무신경한 발현이리라는 점에 대해서도요.


        다만 저 대화는 브레인스토밍, 그러니까 이야기를 짜기 위해서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마구 던져보는 과정에서 나온 대화이지요. 물론 그런 자리에서도 언제나 교양 있는 문명인으로서의 필터를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굳이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다른 한편 창작 과정에서 되든 안 되든 과격한 아이디어를 자기 검열 없이 떠오르는 대로 막 꺼내보는 단계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쓸 지 안 쓸 지조차 알 수 없고, 이게 작품의 성격에 잘 맞아 떨어지는지 어떤지도 아직 모를 원석들을 일단 캐 보는 거죠. 거기서 옥석을 가리고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표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은 그 다음 단계고요.


        자 그러면, 그래서 저런 불쾌한 모의를 한 캐스단, 루카스, 스필버그 일당이, 과연 실제로 완성된 영화에서 마리온이라는 캐릭터를 묘사하고 또 마리온과 인디의 관계를 묘사함에 있어서,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서 오는 성적 긴장을 강조하거나, 인디를 젊은 여자 좋아하는 파렴치한으로 설정하고 그걸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리거나, 마리온을 어린 시절 멋모르고 문란하게 살다 신세 망친 여자로 표현하거나, 둘 사이에 불평등한 위계 질서를 조장하고 마리온이라는 캐릭터를 함부로 착취했는가 등등을 생각하면,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마리온의 나이도 결국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헤어진 지 10년이 됐고, 마리온이 아직 멋모르는 어린애였다고 할 만한 시점에 깊은 관계였겠구나 짐작해 볼 수 있는, 딱 그 정도 얘기밖에 없죠. 심지어 캐런 앨런의 캐스팅조차 '해리슨 포드와 그 정도 나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젊은 여자 배우를 고르자!' 해서 나온 결과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저 '추잡한' 논의에서 추잡함은 결국 거의 걸러진 뒤 흔적 기관으로만 남아서 영화에 필요한 마리온-인디 사이에 흐르는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긴장을 제공하는 데에만 쓰였어요. 그리고 (이게 제가 특히 제 댓글을 후회하는 이유인데) 저 대화, 저 구상 단계는 당연히 완성된 작품은 아니며 애초에 외부에 공개될 내용도 아니었죠. 즉, 창작자들은 설령 음험한 상상을 나누는 데에서 출발했다고는 해도 그것을 충분히 다듬어서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모난 부분들은 깎아내는 상식적인 행위를 열심히 했는데, 제가 오히려 좀 신을 내면서 인과를 뒤바꾸고 굳이 몰라도 되는 정보를 공식 설정인 양 번역까지 해 가면서 '사실 인디아나 존스는 어린애 건드린 소아성애자였대요!'라고 말해 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착취적인 쪽은 아무래도 캐스단, 루카스, 스필버그보다는 저인 것 같아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 먼저 달아주셨던 댓글을 읽고 제가 했던 정신 승리... 와 비슷한 내용을 적어 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ㅋㅋㅋ 감사해요.


          말씀대로 만든 이들의 의도나 원래 생각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영화에는 대애충 그거랑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만 남겨두고 쳐냈으니 굳이 그 대화를 정답으로 생각하고 평가할 필요는 없겠죠. 제 인디는 그렇지 않다능요!!!




          그리고 반성 안 하셔도 됩니다. 덕택에 언제나 새로운 것 많이 알고 배우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마지막 숏의 창고는 말씀하신 대로 4편에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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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뿐만 아니라 전경조차 그림이었어요! 눈을 부릅뜨고 보면 실사와 그림 사이의 경계가 티가 나... 지 않는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말끔하게 완성했네요. 그리고 저 마지막 화면에서 수레를 꽤나 오랫동안 밀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먼저 실제로 상자를 잔뜩 쌓아 놓고 수레를 밀고 지나가는 과정을 카메라가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따라가며 찍은 뒤 막상 저 드넓은 마지막 화면에서는 일꾼이 금세 옆으로 들어가 사라지네요. 그 둘의 연쇄가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켰나 봅니다. 역시 이런 자잘한 술수를 발휘해서 그럴듯해 보이는 영상을 만드는 솜씨로는 따라갈 자가 없어요.

      • 아니 그냥 다 그린 거라구요? ㅋㅋㅋㅋㅋ 와 정말 그 시절 아날로그 장인들 실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vod의 화질이 특별히 모자란 것도 아닌데 전혀 위화감 없이 자연스러웠어요. 하하. 

        • 이 장면이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랜시간 동안 노출된 매트페인팅이었다고 하더군요. 보통은 그림이라는 걸 들통날까봐 재빨리 치고 빠지는데...

    • 사람들이 인디아나 존스가 진지하거나 지적인 시리즈였다는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더군요.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말도 안되는 장면들만 계속되는 영화들이었는데... ㅎㅎ


      아마도 너무 전설적인 시리즈가 되다보니 사람들 기억속에서 왜곡이 된 것 같아요.

      • 아마도 대부분의 팬들이 이 시리즈를 소년, 소녀 시절에 봐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때야 뭐 이 영화 보고 고고학자가 정말 저런 일 하고 다니는 사람일 거라 믿어 버린 사람들 투성이였으니까요. 물론 제 얘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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