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https://www.mbn.co.kr/news/society/4966104



법원은 892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봤습니다.


------


이번에 이재명 구속영장을 두고 민주당과 검찰 쪽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이 이재명한테는 얼마나 천만다행의 일인지, 한동훈한테는 체면 구기는 일인지, 그 여파를 무슨 시사평론가처럼 쓰고싶진 않습니다. 제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이 이슈를 무슨 삼국지 소설읽는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건곤일척 일기토 한판 승부가 일어난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이 사태를 관망하면서 낄낄거리는데, 이게 남의 나라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이 날 때도, 현재 구속영장이 기각이 날 때도 이걸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유희로 소비하더라고요.


이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거리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야당대표를 1년 반간 소환해가며 조져대다가, 이제 그것도 안되니까 구속을 하겠다며 대놓고 겁박을 천명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이슈가 다 강건너 불구경으로 되어버리더군요. 이런 분들은 '꿀잼', 혹은 '팝콘각'이라는 이름 아래 각 팀의 득실을 따지고 향후 결과를 신나게 분석합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나,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그 근본적인 거리감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논쟁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타인들의 승패문제이고 승자를 축하하거나 패자를 비웃으면서 그 거리감을 만끽하면 될테니까요. 


이런 태도에서 저는 순진한 낙관론을 보곤 합니다. 어떤 정치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권력적 억압이 생기든, 그건 그 선에서만 끝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무의식적인 낙관에서 비롯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일에는 절대 낄낄대면서 웃고 넘어갈 수 없으니까요. 인터넷 댓글들에서 보이는 이런 태도들은 뭔가 해탈했다기보다는, 그냥 어떤 일도 자기 일은 아니라는 폐쇄적인 무관심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간에 최소한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들의 옳고 그름이나 권력의 흐름은 좀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사안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풍자와 자조는 때로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주기도 하지만 모든 사안을 시니시즘으로 대하는 일관적 태도는 결국은 정치혐오와 세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저는 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을 밀어붙이는 비민주적 주체들에 대해서는 더 진지한 반응으로 바위치기를 해야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 근데 전 그런 반응들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는 편입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비난하기도 좀 그래요. 왜냐면




      1) 두 거대 정당이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상대방 대비 확실하게 낫다는 걸 인식 시키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으니. 그러면서 어쨌든 양쪽 다 썩었다는 부분은 정말 분명하게 각인을 시키고 있으니 사람들 눈엔 지금 이 사건도 그냥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처럼 보이고. 그러니 누가 이기든 우리에게 미래는 없어 보이고. 그러니 뭐 대충...


      2) 정말 예능으로 즐겨도 될 정도로 정치인들이 국민 수준을 무시하는 플레이를 해서 웃음을 주죠. 이번 기각에 대한 국힘당의 반응 같은 거 말입니다. 아니 기각이라니! 이건 다 이재명이 당대표이기 때문이니 이재명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 가 국힘당의 오피셜 당론이던데요.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저도 현실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




      ㅠㅜ

      • 저는 거리감을 주고 양비론으로 모든 이슈를 낄낄대며 떠드는 게 정치혐오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웃을만한 이슈들도 많긴 한데, 그런 식의 웃음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신보다 못한 상대를 향한 비웃음이고 자신들이 정치인들을 깔보면서 고를 수 있다는 소비자의 착각을 일으킨달까요. 투쟁을 해야하는 대상을 하찮은 댓글권력으로 비웃으면 되는 거라고 착시에 빠지는 것 같아 좀 무섭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55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63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90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5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90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30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