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데블스 플랜.

복잡하게 글 쓸 것은 없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서 글을 써봅니다. 그제 어제 해서 이틀간, 첫 날은 준결승 직전까지 달리고, 둘째날은 결승까지 봤는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의 [더 지니어스]도 시즌 1을 재미있게 봤고,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 시즌 2의 절도(?) 사건 이후로 룰 내부 공정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보기 싫어져 안 봤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은 없더군요. 그리고 매 주 공개되던 때와는 달리 시청자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악플 달리고 하는 점도 없어서 깔끔하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네요. 당시 혐- 누구, 하면서 다들 혐이란 단어에 익숙해졌던 기억이 나며, 지금도 그렇게 했으면 누구는 욕 먹었겠다 싶기도 하고요.


이번 [데블스 플랜]은 사람들이 전보다 감성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합숙의 효과가 커 보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보다 훨씬 더 밀착되고, 확실히 그런 부분이 감정선을 건드리더라구요. 처음애는 애인이랑 함께 보려고, 1화를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일주일을 기다려 틀었는데, '너무 머리 아프다, 너무 룰이 복잡하고 설명이 길다, 그런건 삶과 직장으로 충분하다'라고 해서 컷되고 혼자 쓸쓸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런 게임류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정말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나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김없이 이 프로를 좋아하고, 아닌 경우는 안 좋아하더라구요.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것들에 더 몰입하고 눈물이 나는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이번 분위기는 상금을 걸고 겨루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욱.)


제 예상과 많이 달랐던 건 곽튜브 씨였는데, 자신이 계속 이야기하듯 MZ한 사고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더군요. 적자생존을 웅변하고 비열하고 치사하게 살아남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누군가를 보호하고 그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변하는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속 어떤 이의 이미지 쇄신은 그가 고통 받을 때구나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이동재 씨를 상당히 불호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고통받고 후회하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이더군요. 아마 그가 계속 잘해나가고 누군가한테 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웹툰 같은 곳에서 악역을 '세탁한다'고 할 때 흐름을 떠올려보게 되더군요. 거기서는 그 캐릭터가 좀 더 잘 해내고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과거를 정리하는데, 그런 것에는 마음이 안 따라가는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를 떠받드는 보수(?)와 진보(?)의 충돌도 흥미로웠습니다. '복지 모델의 실패를 보는 것 같다'에서는 피씩 웃어버렸고, '다들 공평하게 적은 피스를 가지게 되었으니 원하는 바대로 되었다'라는 말에는 뼈가 아프더군요 ㅋㅋ. 그런데 저도 이 게임 내에선 보수(?)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판 전체가 승자독식이기 때문에 다자승리가 전략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니까요. 하지만 도덕적 우위로 인해 소수 연합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결승을 보니, 아무래도 최대한 대본 없이 갔겠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부분에 제작진의 의도가 개입되었다고 해도, 감정선의 진실성에 베팅해봅니다 ㅋㅋ. 그리고 그 감정들이 연기라고 해도, 제가 느낀 감정은 거짓은 아니었을테니까요. (아무래도 요즘 말로 너무 덜 매워서 별로였을지도.)


너무 글이 길어져가니 자릅니다 ㅋㅋ. 다들 어떻게들 보셨는지.


P. S. 저는 대신 연애 예능은 정말 보기 힘들더군요. 아직까지도 [테라스 하우스] 말고는 시즌 하나를 다 본 게 없습니다. 조금만 봐도 왜이리 힘든지 ㅋㅋ.

    • 전 보드게임은 장르를 안가리고 다 좋아해요. 게임파티의 성향상 주로 한밤늑대, 아발론, 뱅, 히틀러같은 마피아류를 하게되지만요. 그런데 이런 게임예능은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인물간의 합종연횡이나 플롯이나 대결이 시청하는 것이 아주 피곤해요. 여자친구분도 아마 저와 비슷하게 감정충돌상황에 대한 내성이 부족하신 것 아닐까나요 ㅎㅎ 생각해보니 제가 실화배경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 그것도 분명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 그런건 회사에서 충분하다, 왜 집에서도 일(?)을 해야하냐 같은 마음이죠. 그래서 역으로 왜 저는 재미있게 보는걸까 싶습니다 ㅋㅋ. 그런데 마피아류를 즐기시는데 보는건 어려울 수도 있군요.
    • (*스포*) 반응들을 보니 지니어스에 비해 배신과 암투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순한 맛이라는 불만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ㅋㅋ(근데 시즌2에 상민좌가 나오니 그 부분은 이제 뭐 걱정 없겠군요). 동재에 대한 감상은 저도 정확히 일치해요. 막판에 인간적인 모습이 엿보이니 뭔가 마음이 가고 탈락이 아쉽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정치력까지 갖추기란 쉽지 않죠. 팀업과 적자생존이라는 상충되는 가치에서 고뇌하는(혹은 그런척?ㅎㅎ) 궤도 캐릭터도 흥미로웠어요. 박경림은 친목과 이미지에만 관심있고 게임에 100% 안쏟는 모습이 좀 안좋아보이고 프로그램에 안맞는 사람 같이 느껴졌습니다. 곽튜브는 마치 이국적인 조미료같이 신선한 면모가 보였는데 막판에 게임을 지레 포기해버린게 좋지 않아보였어요. 전체적으로 지니어스에 비해 세트 그래픽 게임 때깔들은 좋아졌으나 캐스트의 매력은 줄어든 느낌입니다. 그리고 어떤 게임들은 룰이 너무 지나치게 세세하고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데스매치가 없는 것도 아쉽고(인디안 포커 팬!). 그래도 시즌2 나오면 냉큼 볼 생각!
      • 이런 몽글몽글한 감성들이 굴러다니는 것도 나름 맛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좀 부럽더라구요.


        약한 모습이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이 노출될 때, 뭔가가 전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들더군요 ㅋㅋ. 개인적으로 호불호 순으로 나열해봤는데 궤도가 상당히 하위권에 나와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마지막 실수가 과연 실수였을까요? 1억보다도 자신의 출전이 무의식중에서라도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박경림은 MC 스타일로 촬영을 유연하게 하려는 픽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그런 속성의 삶을 플레이하겠죠. 곽튜브는 아쉽긴 했죠. 그런데 그 판이 7시간 넘게 진행되었다니 지칠만 합니다. 하석진이 차라리 판돈으로 다 눌러버렸다면 빨리 끝났을지도.


        영혼을 불태우는 전투를 좋아하시는군요 ㅋㅋ. 저는 이상민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데 그를 꺾을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나오길 기원해야겠습니다. 게임 룰은 아무래도 넷플에서 만들다보니, 좀 더 대중적이었던 지니어스 시절 숨겼던 힘을 푼 것 같습니다 ㅋㅋ. 다음 시즌이 이미 선정되었나보군요. 사전 지식 가지고 하는건 보기 싫은데 열심히 변주했으면 싶네요.
    • 저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지니어스에 비해 친목질을 통한 배신의 비율이 줄어들고, 머리를 쓰고 같이 고민을 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더 좋아보였습니다. 소수연합 쪽에 더 감정이입이 되다보니 능력치가 높은 소수연합원이 탈락하게 되는 것이 아쉽고, 그래서 데스매치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또한 편이 크게 나누어지다보니 지니어스 때처럼 탈락자들이 결승전에 영향을 끼치는 게임이 있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그런 게임을 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저도 마지막화에 탈락자가 대거 등장해서 혹시 또 정치?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정말 뒷맛 깔쌈하게 실력 승부더군요. 혹시 3차전에서 그런게 있었을까 싶었지만 아니겠지요. 탈락자들은 편안하게 시청자 모드로 좋은 소파에 앉아 먹을 거 먹으며 구경하는게 좋았습니다. 저는 뒤이어 생각해보니, 결국 소수연합의 승리는 그간 쌓아왔던 소수연합끼리의 정보 조합과 끈기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모든게 허사는 아니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가넷을 받아가지 않았으면 그렇게 유리하게 진행할 수 없었겠죠.) 저도 이런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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