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이모저모

더민주가 승리를 하긴 했는데, 그래도 기분이 많이 안좋습니다. 일단 저희 옆동네의 나경원씨가 당선이 되어버렸고,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낙선을 고대하던 안철수가 당선이 되어버렸고, 무엇보다 하버드 나온 똑똑한 우리 아들이 여태 국회의원을 못한다면서 엄마의 눈물유세라는 초현실적인 유세를 하던 이준ㅅ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의당은 아예 0석이 나왔습니다. 당이 원내에서 아예 소멸해버린 것이죠. 저는 녹색정의당의 원내진입 실패가 그렇게까지 크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민주당이 국힘당에게서 충분히 의석을 못뺏어온 게 속이 쓰리죠.


이번 총선을 겪고 나서야 느끼는 건데, 제가 선거에 대해서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국힘당을 뽑아주나 미스테리하게 여겼는데요. 그건 그냥 저의 세계관에서만 이해가 안되는 일이지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유권자들은 생각보다 원리원칙이나 입법부로서의 활동에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그냥 자신의 욕망을 대리실현해줄 가능성이 있는지, 욕망의 측면과 간단한 인상비평으로 표를 주죠. 만약 사람들이 정말로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국힘당을 역적취급했다면 지금처럼 야당이 밍숭맹숭한 승리를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준ㅅ? 택도 없죠. 양두구육일뿐인데. 그런데도 화성 을 사람들은 뽑아줬습니다. 그가 욕망의 대리인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졌으니까.


이건 단순한 정치이념의 격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민주와 국힘당 중 누가 나라를 살리고 잘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딱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판단했다면 지금 국힘당은 한 4~50석으로 그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윤석ㅇ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2년만에 수많은 예산삭감과 외교 실패와 잼버리 사태나 엑스포 유치 실패 등등 이 정부의 실패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그냥 대한민국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빨간당이 되면 뭔가 개발도 될 것 같고 돈도 잘 벌 것 같고 승승장구할 것 같은데, 파란당이 되면 어쩐지 고루한 정의나 원칙 타령만 할 것 같고 돈은 하나도 못벌게 해줄 것 같다는 그런 인상이 아주 짙게 깔려있습니다. 강남 3구의 빨간당 승리와 용산쪽 승리, 동작구의 나경원 승리가 이를 보여주는 지표일 것입니다. 요지는, 욕망의 세계관이 기본으로 깔려있고 그 안에서 원칙이나 이미지나 다른 세부적인 정책들이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참패를 복기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당은 욕망의 세계관에서 시민들의 욕망을 채워줄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정권심판의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의제는 정말 시급한 것들이고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의제들이 조금 더 급하고 진지하게 다뤄지길 바랍니다만 최소한 이번 총선에서의 흐름에서 이 의제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유권자들의 위기의식을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고 하라는 정권심판 대신 다소 '생뚱맞은' 소리나 하고 있는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보였을 것입니다. 저도 비례로 표를 주긴 했는데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유권자들이 녹색정의당을 굳이 골라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윤씨 정부만 고민해도 바쁜 판국에, 기후니 성평등이니 하는 관념적인(것으로 보이는) 가치관들을 지키기 위해?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해당 이슈에 그렇게 첨예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조국혁신당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아마 이번 22대 총선에서 가장 돌풍의 핵심을 뽑으라면 조국혁신당을 뽑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당은 겉으로 봤을 때 조국이란 인물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비례의석으로는 전체 당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비례 표를 여기에 줬습니다) 그만큼 정권심판의 의지를 잘 반영했고 시류를 잘 읽어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민주당만으로는 이런 결과를 절대 얻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건 정말 조국이란 개인의 힘이 큽니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에 큰 빚을 졌습니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선명성에 대해서 좀 고민을 해봐야할 겁니다. 이 두 당이 힘을 합쳐도 200석이 안된다는 게 좀 뼈아프긴 하네요.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기재부가 23년 국가결산을 발표했습니다. https://v.daum.net/v/20240411093301320 재정적자는 87조이고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악입니다. 이 결과가 만약 총선 전에 발표가 되었다면, 이는 선거에 정말 크게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못해도 더민주가 2~3석은 더 가져갔지 않았을까요. 이건 완벽한 관권선거입니다.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할 결과를 선거 때문에 일부러 발표를 늦춘 결과이니까요. 정부 측의 변명도 정말 한심한데, 휴일이 끼어있으면 그 다음 평일에 내놓아도 '문제는 없다'는 식인데, 휴일이 끼어있으면 그냥 하루 전에 발표를 했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런 식의 장난질을 언제까지 칠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 대놓고 돌아다니면서 선거 유세한 것도 그냥 덮이고 있구요.


다들 투표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완전한 궤멸과 갈수록 양극화되는 정당 사이에서 유권자의 주체성이 갈 수록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군요. 이왕 이기려면 확실하게 개헌선까지 돌파했으면 좋았을텐데.


    • 1.역사에 무지하여 제주4.3사건을 몰랐던 어린날의 저는 80년대후반에 왜 제주도가 여당텃밭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4.3사건을 알고난후 왜 그들이 그렇게 여당에 표를 몰아주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지금은 알것 같습니다. 지금의 제주도는 그때와 달리 국힘당텃밭은 아닌것 같아요.


      2. 조국의 비주얼+학력+서울대교수  전적도  표몰이에 조금이라도 한몫한게 아닐까 인간의 본성을 얕잡아?보는 저의 생각입니다. 정치인들이 눈썹문신한거 흉물스럽던데 눈썹없을때와 비교해보면 그래도 문신한게 낫더군요.


      3. 역사를 흥미있게 공부하는 중인데 과거역사를 안다고 미래를 바꿀수는 없어요. 그냥 팝콘먹으며 '내 그럴줄 알았어!' 낄낄대는게 저의 최선이라고나 할까요 이재명의 최선은 저와 다르겠지요. 

      • 한동훈이 설쳐댔던 게 조국을 더 키워주고 말았습니다. 같은 법조인 출신, 모든 것을 잃고 복수에 불타는 자의 서사, 자기 이름을 걸고 직접 유세에 나서는 당사자성, 떽떽거리는 한동훈에 비해 중저음의 목소리 등등...


        이재명은 이후 지선과 대선에서 더 좋은 결과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 어 윤석렬의 외모도 한 몫 했지요. 저도 배가 나와서 배나온사람 뱃살로 공격하기 싫은데 싫은데....

          • 그러게요. 조국의 날렵한 외모가 개혁의 신뢰도를 근거없이 올려줬다고 봅니다
      • 눈썹 문신 정말 비호감이던데...한 게 나은가요. 안철수는 정말 인상을 망친 거 같던데요. 앵그리버드...

        • 네 이 연사 다른건 몰라도 그건 자신있게 두손 번쩍 들어 외칩니다!!!

    • 저와 생각이 겹치는 게 많네요. 


      '빨간당이 되면 뭔가 개발도 될 것 같고 돈도 잘 벌 것 같고 승승장구할 것 같은데, 파란당이 되면 어쩐지 고루한 정의나 원칙 타령만 할 것 같고 돈은 하나도 못벌게 해줄 것 같다는 그런 인상이 아주 짙게 깔려있습니다.' 이 부분 맞아요. 내가 낸 세금을 나를 위해, 내가 더 버는 걸 도와주는 데 안 쓰고 나 빼고 남을 위해 쓸 것 같다, 보이지도 않는 뭔가에(북한에, 사회간접자본에 등등) 쓸 거 같다는 생각이죠. 우리 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경향인 거 같아요. 즉각적인, 오늘만 사는 식의 효과를 원하는 거 같습니다. 이게 개인의 경제적인 여건을 떠나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 같고요... 



      • 막상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평균적인 사회계층을 생각하면 빨간당이 되면 실질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쪽이 압도적일텐데 말이죠. 이런게 참 답답합니다.

        • 이게 선거의 무서운 점인 것 같아요. 실질 계층이 아니라 계급상승의 욕망만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 네. 선거가 합법적 투기대리인을 뽑는 느낌인데 thoma님이 말씀하신 세금 부분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금은 납세부터 사용까지 굉장히 공공적이고 자신의 선택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그런 지출인데, 이런 부분에서 자본주의 만능주의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것 같아요...
    • 일부 만주당맨들 그렇게나 증오해 마지않던 녹색정의당이 개박살이 났네요. 심상정도 정계 은퇴 선언했고. 우리 표 갉아 먹는 내부의 적이 사라졌다고 기뻐할까요? 이제 만주당이 헛짓거리해서 선거에 질 때면 앞으론 누굴, 어딜 탓할지가 아주 궁금해집니다.

      •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본인 당의 실패를 꼭 정의당이 표를 분산시킨 것처럼 떠들어대던데 정작 이낙연이나 민주당 내부 트롤들의 책임은 묻지 않더군요. 앞으로 그런 소리를 조국혁신당에 할지 안할지 모르습니다 ㅎㅎ
      • 확실한건 분홍돼지도 남의 당을 증의당이라고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죠.

        • 헛 이런. 혹시 만주당맨이신걸까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저도 이번에 지역구 비례 모두 만주당 찍긴 했습니다만 실례를 해버렸네요. 박지원씨가 예전에 하셨던 만주당이란 말이 너무 입에 착달라붙지 뭡니까 아직도 영 잘 안떨어지네요. 허헛.
          • 네 진보정치 화이팅입니다.
      • 하루종일 그 인간들 조롱을 들었더니 이번에도 못참고 민주당 찍은 내 미련함이 원망스럽더군요. 그 당에는 유독 비열한 종자들이 많아요.
    • 가장 오른쪽으로 경도된 총선 결과아닌가 싶습니다. 괴뢰정당들 말고는 진보 전멸이에요. 보수정당들은 그냥 현상유지고요. 민주계열 이백석 넘었다면 또 다른 효용이 있었겠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니 저는 진보 전멸이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 민주당이 허락한 진보말고는 살아남지 못하는 지형이 되었어요. 뭐 어쨌든 여기서 다시 또 시작을 해야겠지만 좀 암담하네요.
      • 그게 좀 큰 문제입니다. 이제 민주당 위성정당 아니면 진보정당이 단독으로 살아남기 힘들어졌으니까요. 한국은 기후 위기나 다양성 사회에 대한 고민이 너무 늦습니다...
    • 2년전에는 심상정 때문에 윤통이 되었다고 징징대더니, 이제는 민주당 때문에 정의당 원외로 밀렸다고 한탄하고.. 애초에 정의당이 '허락받지 않은 진보' 하겠다고 했다가 이렇게 된것 아니었나요. 민주당 2중대 소리 안듣겠다고 하니 국힘 2중대 소리 듣고.. 제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했던건지 답이 안나옵니다.  


      그냥, 류호정이 개혁신당가서 뭐할까 궁금하네요. 4년후를 노릴건가..

      • 류호정은 이제 끝났어요. 신지예도 그냥 배신자 호명할 때나 쓰지 누가 의미를 두지 않죠.
    • 정의당은 최대한 잘 봐주려고 노력했지만 류호정이 한동훈, 한덕수와 헤헤거리며 사진찍은 걸로 홍보하면서 어그로 끌던 시기에 오만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류호정 외에도 당내 네임드들이 양당 사이에서 존재감을 찾으려고 부단히 "기계적 양비론"을 미는 것도 보기 싫었고요. 특히 심상정. 뭐 할때마다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 존재감 부각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게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어요. 정치인이니 존재감 확인도 중요하겠지만 그걸 너무 티나게 해서야..




      여튼 한때 저도 비례 밀어준 적 있는데,


      헤어지기 전에 정을 다 떼어서 다행입니다? 하하하




      그리고 그 87조 적자는,


      그 숫자조차 통계 밖 기금을 끌어들여서 적자를 메운 거고


      실제로는 138조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0228


      현정부 사람들,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어쩌고 하면서 감사원이 억지논쟁 만들던 거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무협지 쓰던 유병호와 감사원장, 그외 기타등등 국힘이 총선도 망했는데 제발 멸망했으면 좋겠어요...

      •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서야 저 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이 정부는 언제나 최악보다 한 술 더 뜹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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