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바낭] 내친 김에 찾아 본 원조 '오멘(1976)' 잡담입니다

 - 글 제목대로 1976년생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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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경고했다잉~' 이라는 카피가 재밌습니다.)



 -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 로버트 손씨가 아내의 출산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후닥닥 달려가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결론은 사산. 뭔 신부 하나가 다가와서 '아내에겐 비밀로 하고 그냥 이거 한 번 키워보지?'라며 다른 신생아를 들이밀구요. 고민 끝에 데려다 키우고, 일단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손씨 가족입니다만. 세 살인가 네 살인가 생일 파티에 수상한 개 한 마리가 나타나고. 이 개에게 노려봄을 당한 유모가 갑자기 저택 윗층으로 올라가 "날 봐 데미안~ 모두 널 위한 거란다~~" 라고 외치며 목에 밧줄을 메고 번지를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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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략 이렇게 속 썩이던 우리 금쪽이 데미안군이)



 -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면요. 낡았습니다. ㅋㅋ 영화 자체가 낡았다... 라기 보단 이야기와 소재가 낡았죠. 악마의 숫자 666! 적 그리스도의 등장!! 내 새끼가 악마 대빵이라니!!! 인류의 운명은!!!? 이런 이야기를 궁서체로 진지하게 하는 영화를 2024년에 보면 어쩔 수 없이 철이 한 10번쯤 지났군요...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게다가 이런 류 이야기의 '원조'답게 아무래도 딱 저것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후대에 비슷한 소재 영화들이 수백 수천 편이 쏟아져 나오며 모두 이 영화 속 설정을 갖고 조합, 변형, 발전을 시켜댔으며 저는 그걸 또 신나게 보며 나이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리고 전에도 비교했던 '엑소시스트'와 나란히 놓고 보면 그게... '엑소시스트'는 딱히 시대와 철을 타지 않는 이야기잖아요.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뜻'과 인간의 퍽퍽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든가. 희생이라든가 구원이라든가... 그런 철학적이고 유행 안 타는 올타임 인기 소재를 다룬 이야기인 반면에 이 '오멘'은 딱 세기말 종말론 유행 시기 최적화 아이템입니다. 인간적인 드라마라는 게 거의 없고 그저 적그리스도와 인류 멸망이라는 소재 하나에만 올인하니까요. 여러모로 지금 보기엔 싱겁고, 또 건질 것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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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넘치는 젊은이 유모 누나와)



 - 하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기본적으로 잘 만든 장르물입니다. 

 일단 감독이 리처드 도너잖아요. 능력 있는 감독님이 그럴싸한 분위기를 잘 잡고 미장센이나 포인트가 되는 호러 장면들 같은 걸 유려하게 잘 연출해 주셔서 재미가 있습니다. 초반의 젊은 유모 점프 장면 같은 것도 그렇고, 베일록 부인은 등장할 때마다 으스스 포스를 맘껏 발산해 주시고, 그 외에도 사람 죽어나가는 장면들은 거의 빠짐 없이 지금 봐도 꽤 좋은 호러입니다.


 캐스팅도 아주 잘 됐어요. 사실 연기할 게 별로 없지만 어쨌든 주인공(...)인 로버트 역할에 그레고리 펙 같이 무게감 있는 연기자를 캐스팅한 건 영화가 저렴해 보이지 않게 만들어준 신의 한 수였고, 그나마 번뇌와 고통 같은 걸 표현해주는 역할의 아내 캐릭터를 리 레믹 여사님이 잘 연기해 주고요. 기자님과 베일록 부인 같은 인물들도 뭔가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풍겨주는 (배우님들 죄송;) 사람들로 잘 캐스팅 되어 있죠.


 또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로케이션해 보여주는 풍경들도 영화 분위기에 딱 맞게 좋구요. 뭣보다 주인공네가 생활하는 대저택의 이미지가 참 좋습니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를 금쪽이 하나 때문에 부모가 고통 받는다... 라는 사실은 소소한 이야기의 스케일을 대폭 뻥튀기 해주는 데 큰 공헌을 하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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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심 깊고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아쉬운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데미안입니다. 뭐 적그리스도 그 자체로서 주변 사람들을 마구 죽여 없애는 사악한 존재 역할을 그런 어린애에게 맡겨 놨으니 이보다 더한 뭘 시키긴 윤리적으로 무리였겠습니다만. 그래도 연출 같은 걸로 좀 더 살벌한 느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싶었구요.


 또 극중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거의 다루지 않아요. 사실 대단한 멜로드라마 아닙니까. 금이야 옥이야 열심히 키운 자식 놈이 자기들을 죽이고 세상을 멸망 시킬 존재라는 거. 이런 부분을 잘 살렸으면 엄마가 맞는 비극적 최후도, 클라이막스에서 로버트 손이 내리는 결단도 훨씬 강렬하게 살아났을 텐데 그런 게 없어요. 특히 우리의 로버트 아저씨는 두어 번 의무적으로 '아무리 그래도 내 자식인데!' 라는 대사를 뱉어주는 걸 제외하면 딱히 뭐가 없어서 마지막에 데미안이 "아빠, 왜 이러세요!" 라고 인간적인 척 할 때 멈칫하다 총 맞아 죽는 게 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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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해보면 흑백 스틸들이 많이 나오는데, 마치 원래 흑백 영화인 것처럼 잘 어울린다는 게 함정. 흑백 버전도 보고 싶네요. 더 무서울 듯.)



 - 어쨌든 뭐, '엑소시스트'처럼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남을만한 작품은 못 된다 하더라도 추억은 방울방울 모드로 재감상하기엔 모자람이 없는 소품 오컬트 호러였습니다. (제작비 3백만 달러로 6천만 달러를 벌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기 좀 싱겁다 하더라도 원조님이시잖아요. 원조 대우는 해드려야 하니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봐 줘야죠. ㅋㅋ

 어째서 이렇게 유명하고 인기도 좋았던 영화가 vod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봤습니다. 끄읕.




 + 데미안 역을 맡았던 배우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하고 봤더니 이 영화 이후로 1980년에 아역으로 영화 하나 찍고, 그 후로는 배우를 그만두셨나봐요. 나아중에 나온 오멘 리메이크 작품에 타블로이드 기자로 카메오 출연한 게 필모의 전부네요.



 ++ 데미안이 엄마랑 동물원에 가니 동물들이 다 겁에 질려 도망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때 유독 비비들만 데미안을 보고 마구 화를 내다가 결국엔 우루루 몰려와서 데미안이 탄 차를 공격합니다. 그렇습니다. 인류의 평화는 우리 비비 전사님들이 지키는 것!! 

 ...근데 동물들 입장에서 기독교적 종말이란 건 뭘까요? 뭐 손해볼 게 있긴 한가??



 +++ 저작권이 만료된 건지 그냥 배째라 불법 영상인데 단속이 안 되고 있는 건지...



 어쨌든 한글 자막까지 붙어 있는 유튜브 버전입니다. vod 서비스들을 다 뒤져봐도 리메이크 밖에 안 나와서 이걸로 봤어요. 용서해주십... ㅠㅜ



 ++++ 짤 검색하다 보니 재밌는 포스터들이 좀 보여서 그냥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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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지금은 마치 대표 이미지처럼 되어 버린 짤인데... 사실 영화엔 안 나오는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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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배경으로 보이는 저택을 자세히 보면 소소한 스포일러가 숨어 있는 게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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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 창의성 발동 시작... 인데 이 짤은 뭔가 후대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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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이지 않습니까? ㅋㅋㅋ 맘에 들긴 하는데 영화 포스터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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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폴란드 포스터였다는 듯 한데... 허허. 확실히 찝찝하고 기분 나쁘게 잘 만들긴 했는데 좀 과한 듯 하기도 하구요.

    • 오래전에 범우사에서 나온 책 있어요. 세로줄로 된 책. 어린 시절 볼 때는 누런 종이에 활자로 꾹꾹 눌러 인쇄된 그 책이 악마의 책 자체로 보이더라고요. 영화 장면들도 흑백 사진으로 몇 장 실려 있는데  그 섬뜩함이 영화를 아득히 뛰어넘는 느낌이었습니다. 

      • 제가 어려서 읽었던 소설이 그 버전인지 다른 버전인진 모르겠는데 영화 장면들 흑백으로 실려 있었던 건 분명히 기억납니다. 확실히 그 시절엔 그게 영화보다 더 무서웠죠. ㅋㅋ




    • [혹성탈출], [패튼 대전차 군단], [빠삐용], 그리고 [차이나타운]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로 여러 번 후보에 오르다가 이 영화로 오스카를 드디어 받게 되신 제리 골드스미스. 그 때 버나드 허만의 두 끝내주는 유작 [옵세션]과 [택시 드라이버]도 후보에 올랐는데, 허만 옹께서는 그 옛날에 [All That Money Can Buy]와 [시민 케인]으로 처음 후보에 올라서 전자로 수상하셨으니 딱히 아쉽지는 않지요.   



      • 아하, 그러고보니 이게 무려 오스카 수상작이었던 거군요. ㅋㅋ 음악 좋았습니다. 잘 쓰였고 듣기에 폼도 나구요. 특히 그 유명한 테마곡은 잊을 수가 없죠. 이후 비슷한 오컬트 영화들 음악에 영향도 많이 준 것 같아요.

    • 예전에 티비에서 방영한 적 있었겠죠? 잠깐 보다가 무서워서 못 봤던 기억이 있어요(다른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뭣도 모르고 666이라는 숫자를 무서워했더랬죠. 친구들이랑 얘기하잖아요 장난도 치고요. 폴란드 포스터는 예술하시는 분이 참여한 걸까요. 적당히 세속적이고 직관적인 포스터가 더 와닿긴 해요.
      • 네 저도 그 시절에 티비로 접했던 영화니까 확실합니다. ㅋㅋ 20세기엔 정말 그 666이 모든 음모론과 다크 환타지의 정점이자 끝판왕 비슷한 거였으니까요. 이 영화가 미친 영향이 정말로 거대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폴란드 포스터는... 그게 그렇죠. 이렇게 검색해서 나오는 짤로 보는 건 재밌는데 저게 실제 포스터라면 사람들 관람 유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요. 하하.

    • 어쩌다 요가복 같은 걸 아무 생각 없이 땀에 젖은 채로 머리 위로 벗다가 팔과 어깨 머리가 이상한 자세로 옷에 결박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이 영화가 어김없이 생각납니다 . 데미안 엄마인가가 옷 갈아입다 죽지 않나요.


      동물들 입장에서 기독교적 종말이 어떤 걸지 잠시 생각해 봤는데요, 어떤 류의 종말이 됐든 죽음은 필연인지라 걔네들이 종말을 예견하면 공포에 질릴 것 같긴 하네요. ㅎㅎㅎ


      저는 뒤에 저택이 보이는 포스터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 오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전 이 영화의 사망씬들 거의 다 기억하고 살았는데 딱 그 장면만 까먹고 있었더라구요. 근데 살짝 웃겼어요. 뭔가 어린애가 커튼 안에서 그거 붙들고 빙빙 도는 장난 쳤을 때 같은 비주얼이거든요. ㅋㅋ 그 직후에 우왕! 하고 달려드는 베이록 부인은 무서웠지만요.




        아... 그랬나요. 성경책 읽은지 오래돼서 까먹었나 봅니다. 전 그냥 인간들만 망하고 동물들은 대충 살던대로 사는 줄. ㅋㅋ 근데 동물은 천국도 지옥도 안 갈 테니 뭘까요. 그냥 증발해버리는 건가(...)




        저도 그게 가장 괜찮아 보여요. 지나치게 예술혼 불타는 것도 아니고, 세련되면서 보는 재미도 있네요. 방에다 붙여 놓진 못할 디자인이지만요. ㅋㅋ

    • 오 저도 이거 티비로 봤었어요!!

      뭔지 모르고 봤던지라 그저 무섭구나. 했던 기억이ㅋㅋㅋ 숫자를 아이(라고 하니까 좀 웃기네요) 두피에서 발견하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제 머리에 상처가 있어서 그런지도ㅋㅋㅋ)

      디플 오멘 봐야하는데 생각난 김에 내일 봐야겠습니다!
      • 어려서 본 영화들이 다 그렇죠 뭐. 뭔진 모르겠는데 재밌고 무섭고 신나고... 그 시절이 그립읍니다. ㅋㅋㅋ


        오멘 프리퀄 재밌어요. 여성 관람자 입장에선 많이 화가 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재밌습니다? 부디 쏘맥님도 재밌게 보시길!

    • 오멘은 1,2 편만 봤는데 모두 tv에서만 봤어요. 2편도 상당히 무서웠는데 가위질을 많이해서
      짜증이 났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어려서 봐서 그랬는지 보고 나서 심리적 후유증이 있었죠 ㅋㅋ 
      지금 봐도 상당히 기분 나쁠 것 같은 그런 호러영화 같습니다. 
      • 2편은 티비에서 보긴 봤는데 처음부터 못 보고 중간만 보다가 무슨 사정이 있어서 끝까지 못 봤어요. 단편적으로 몇몇 장면들만 기억이 나는데 그게 그 영화가 맞는지도 가물가물하고... ㅋㅋ 




        저도 이 영화 보고 나서 666과 적그리스도 마니아가 된다는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그땐 한국 교회 목사들까지 이런 얘길 진지하게 하던 시절이라 더 오래 갔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 양반들 왜 그러셨는지 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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