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걸비호'
1967년 서증굉 감독작품
66년 [방랑의 결투]가 대박나고 정패패가 슈퍼스타로 등극한 후 그 여세를 몰아 나온 후속작품입니다. 67년 한해에만 5편의 정패패 영화가 개봉했다고 하는데 그중 무협영화로는 [방랑의 결투]이후 이게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제는 '신검이 강호를 뒤흔들다'.
제목 그대로, 강호인들이 신검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서로 죽이고 죽인다는 전형적인 무협지 스토리입니다.
근데... 실은 '의천도룡기'를 영화화한 작품이예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각종 고유명사와 설정을 다 뜯어고치고 크레딧에 원작이나 작가의 이름도 안나옵니다.
그 시기쯤에 김용이나 고룡의 소설이 원작자 언급 없이 개작되어서 영화화된 사례가 꽤 많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약 10년쯤 뒤에는 김용과 고룡의 이름을 정식으로 내걸고 원작제목 그대로 영상화하는 유행이 오게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의천도룡기'의 각색물이라는 걸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달라보이도록 고치기도 했지만, 이게 '의천도룡기'라는 실감이 잘 안나는 이유는 아마도... '의천도룡기'하면 장무기가 하렘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사람들이 다들 알고있는데, 이 영화는 장무기가 안나오는 스토리거든요.
소설에서 주인공 장무기는 거의 전체 내용의 1/3정도가 지날쯤 되서야 겨우 태어났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장무기가 태어나기 전, 그 부모인 장취산과 은소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물론 영화속 이름은 다릅니다.) '의천도룡기'를 극장영화로 만들 때는 시간관계상 생략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만, 근데 이게 또 로미오와 줄리엣 계열의 이야기라서... 영화쟁이들이 그냥 냅두기엔 아까운 스토리죠. 글고 이 파트는 은소소가 주도해나가는 이야기라 정패패를 주인공으로 쓸 수도 있고....
호금전과 장철이 무협영화를 혁신하면서 영화의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달라지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 과도기에 나온 작품이라 옛스런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글구 홍콩이 무협세상이 되기 직전 최고 히트장르였던 황매조의 영향도 남아 있어 주인공들이 도중에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정패패도 황매조 영화에 나왔었었죠) 글고 무협보다는 로맨스물에 더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파도 있고.
지리적 스케일을 뭐든 다 세트에서 찍어 소화버리는 쇼부라다스 스타일로 만들어내고 있기도...
은소소에 해당하는 역에 정패패.
장취산에 해당하는 역에 장익.(이게 데뷰작이고 무협영화 전성시절에 주인공역을 단골로 했습니다. 70년대 후반이 되면 악역을 주로 하게되면서 인상도 험악해지지만...)
유대암에 해당하는 역에 나열.
장삼봉에 해당하는 역에 사부님 전문 배우 전풍.
은야왕에 해당하는 역에 진홍렬이 나옵니다.
울나라에선 1971년에 [여걸비호]라는 다소 엉뚱해보이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제목에 '여걸'을 붙인 걸 보니 확실히 정패패를 의식해서 수입한 것 같은데, 왜 당대 최신작이던 [종규낭자]나 [영자신편] 같은 영화들을 제끼고 나온지 4년이나 지난 영화를 들여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니까 그 시기 한국에서도 '정페이페이'는 먹히는 이름이었다는 거죠. 그치만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한 마지막 정패패 영화가 되었던 듯...
-약 10년 뒤에 초원 감독이 악화와 정리를 주인공으로 해서 리메이크했습니다. 이것 역시 고유명사와 설정을 다 뜯어고친 개작이었죠.(여담으로, 정리는 [여걸비호]에서 정패패의 시녀역으로 데뷰했습니다.)
글고 그 뒤에 초원 감독은 장무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의천도룡기 정품을 만들게됩니다.


67년 베트남의 극장간판이라고 합니다.
셀레스철 복원판 예고편
그냥 한 장면
67년 베트남 간판 뜬금 없이 고퀄이네요. 허허. 베트남 전쟁 와중이라는 걸 생각하니 더 신기하구요.
감사합니다. 글 잘읽었어요. 지난번에도 쓰셨던 정패패가 누구인지 오늘 알게되었어요 :)
유튜브 댓글에는 1967년 개봉관에서 보신 분도 계시네요!
(2) ( 초고화질) 대취협 (방랑의결투)영상미가 일품인 무협명작 명장면모음 - YouTube
원글이어요.
무협영화 매니아) 호금전 감독 1966년 명작 대취협 하이라이트 영상 : MLBPARK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