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공용현관에서 뚜띠띠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립니다.
비밀번호를 틀린 모양입니다. 다시 뚜띠띠띠또띠또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우다다 발소리가 들립니다.
한 열살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절박하게 잠깐만요를 외치며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잡아탄 아이는 긴 한숨을 쉬더니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합니다.
"미끄러운데 그렇게 뛰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저는 어른 티를 냅니다.
그러자 남자애는 "요새 세상이 각박해져서 이렇게 뛰지 않으면 엘리베이터를 못타요."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습니다.
저는 어른 말을 쓰는 아이가 귀여워서 살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7층에 도착하자 아이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꾸벅 하고 자기 집으로 뛰어갑니다.
정말 어린애가 눈치챌 정도로 요새 세상은 각박해졌을까요.
그렇게 된지 한 20년은 더 된 것 같은데요.
언젠가 우편함을 살피는 사이 저를 앞질러가 열심히 닫힘 버튼을 누르던 윗집 선생님을 떠올리니 그런가도 싶고요.
아마 엄마나 아빠가 얘기했거나 어른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을것 같아요. 그리고 주위를 관찰해보니 그 말이 맞을때가 있어서 또 그 말을 쓰면 어른들의 반응도 재미있고 ㅎㅎ 그래서 쓰는게 아닌가 싶네요.
암튼 귀여워요.
"언젠가 우편함을 살피는 사이 저를 앞질러가 열심히 닫힘 버튼을 누르던 윗집 선생님" 아악 너무 각박하네요 진짜 ㅠㅠ
전에 살던 아파트 12층 주민 할머니께서 늘 그러셨죠. 엘리베이터가 공동 현관 유리문 바로 앞이어서 빤히 다 보이고 버튼 누르는 소리도 들리는데 언제나 광속 닫힘 연타로 먼저 가시던. 심지어 그러다 제가 미칠 듯한 스피드로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붙들고 올라타면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까지 지으셨는데... 그걸 대략 5년 동안 꾸준히 한결 같이 변함 없이 반복하셨습니다. ㅋㅋㅋ 저는 언제나 기다려 드렸는데 고맙다는 말은 당연히 들어 본 일이 없구요. 한 번은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서 탄 후에 딱 1초간 대놓고 째려본 적이 있는데 새침하게 시선을 피하신 후 다음에도 똑같이 반복하셨...;
아마 저 귀여운 어린이도 루나님이나 저 같은 일을 자주 당하면서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각박해요... ㅠㅜ
아이고 이런... 그래도 정을 나눠주셨군요. 아이도 나중에 열림버튼 누르고 기다려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