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두 편 짧은 잡담입니다.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실화 기반입니다. 실제 인물이 영화 중간에도 살짝 씩 비춰지고 극영화가 끝나면 실제 찍은 영상이 한참 나옵니다. 큐바 플로리다간 해협 건너기를 64세에 다섯 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주인공은 현재 74세가 되셨어요. 넷플릭스에 '파도를 헤치고. 다이애나 나이애드 스토리'라는 다큐멘터리도 있네요.
아네트 베닝이 나이애드 역이고 조디 포스터가 절친이자 이 도전에서 코치 역할을 하게 된 역입니다. 주인공인 아네트 베닝 말할 것도 없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인 조디 포스터도 넘 훌륭하더군요. 이 영화의 감독 두 분은 저도 봤었던 '프리 솔로'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드셨던 분들이네요. '프리 솔로'는 지금 디즈니플러스에 있어요.
다큐멘터리도 나름 좋을 거라고 생각은 하나 제가 이 영화에서 받은 감동의 대부분은 다큐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었어요. 저는 두 배우 때문에 각별한 감정이 생겼거든요. 저는 두 배우가 이 역할을 하며 보여 준 연기자로서의 모습에서 시간과 현재를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을 담아낸 표정과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주름이 자잘한 맨얼굴의 이분들 얼굴은 그 안에서 나오는 강인함으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특정한 비율과 조화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정형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젊은 날의 이분들을 영화에서 봐온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저처럼 가슴이 찡해 오는 순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꿈을 향한 도전, 늦을 때란 없다는 자기에 대한 믿음과 극복 - 이런 메시지를 담은 줄거리는 모두 예상 가능한 것이고 내용이 특별할 것은 없어요. 그래서 이에 대해서는 덧붙일 것이 없네요.
이런저런 말이 필요 없고 그냥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벅시, 러브 어페어, 택시 드라이버, 양들의 침묵, 등등을 통해 이 배우들을 기억하시는 분들께는 더욱 추천드려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는 또 한 편의 기숙학교 배경의 이야기입니다. 기숙학교 배경의 영화라 하면 누군가 죽지 않을까 으스스한 내용이 떠오르는데 감독이 감독인지라 그러진 않을 거 같았고,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어요. 70년대이며 연말 휴가로 학생들 대부분이 없는 학교라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지요.
눈덮힌 학교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여 주는 도입부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윽고 학교로 들어가면 규모가 대학과 비슷해서 딱 봐도 학비가 비싸 보입니다. 이러저러한 일 끝에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세 사람이 엄마, 아빠, 아들이 되는 이야기입니다,가 아니고 ㅎㅎ 학생 대표 루저와 교사 대표 루저와 극한 아픔을 겪는 중인 주방장 이렇게 세 사람의 아픔이 공유가 되는 가운데 서로를 돕고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앵거스 학생이 좀 나이들어 보여서 찾아 봤더니 촬영시 대학생이었다고. 캐릭터 보다 두어 살 많겠네요. 이 영화가 데뷔작인가 봐요.
영화는 소박하면서도 학교와 관련된 당시의 문제들을 대사로 짚어가기도 하고, 인생사를 뭔가 선의의 힘으로 극복해 내려는 성격을 품고 있어서 이전에 봤던 이 감독님의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엉뚱한 생각을 조금 했네요.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잘 지은 건물을 꼭대기에서 누리는 자는 암유발자(폴 지아마티가 교장에게 날리는 대사입니다) 같은 인간이구나. 많은 꼭대기 자리들은 남다른 꼼수, 뒷거래, 잔머리로 끼리끼리의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이 차지하는데 그들이 눈덮힌 풍경까지 차지하고 상식적인 사람들까지 다 지휘한다는 게 진정 짜증난다! 허넘 선생은 얼른 책을 쓰시길.
[나이아드의 다섯번째 파도]는 정말 궁금하네요. 전에 어떤 영화를 보면서 노인의 얼굴을 생각보다 정면으로 볼 일이 많이 없다는 걸 실감했거든요. 주름살이 있는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에 불편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좀 놀랐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이아드의 다섯번째 파도]는 제가 몰랐던 불편함을 일깨우면서 주름살을 가진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분들은 얼굴에 주름살만 많지 몸은 스포츠로 훈련된 탄탄함을 가졌어요. 근육도 있고 몸의 움직임 같은 건 노화가 별로 안 느껴지죠. 그래서 노인이다는 생각은 안 갖게 하는 활력이 있어요. 어쨌든 이런 분들 아니라도 요즘 60초반이면 노인으로 안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 다만 얼굴의 주름들은 과거를 많이 떠올리게 했고 그 주름들이 또 당당하게 보이기도 했고 그랬어요.
'바튼 아카데미'는 극장 개봉 때 인상깊게 보았는데 '나이아드의 다섯번째 파도'는 차일피일 미루는 네플릭스 찜영화 중 하나이네요. 조디 포스터와 아네트 베닝 모두 좋아하는 여배우들인데 나이들어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챙겨야 할텐데 말이죠. 능력있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이 사십만 되어도 타의에 의한 은퇴 상태가 되어서 아무데서도 얼굴을 볼 수 없던 멀지 않은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분은 앞으로 계속 많이 나와 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작품들에서 좋은 역할들로 계속 보고 싶어요. 저는 이 영화에서 조디 포스터가 특히 호감 백배였습니다.
포스터부터 아예 섬세하게 강조해서 표현해 버린 당당한 주름살과 피부 노화의 흔적이 곧 영화의 주제인가 보네요. 공개 당시 컨셉(?)과 배우들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가 [감동 실화]라는 사실을 알고 미뤄 버렸습니... ㅋㅋㅋㅋ
연말 휴가로 학생 대부분이 없는 학교에 남아 있는 몇 사람... 이라면 당연히 살인 사건이 나와야겠지만 그런 영화 아니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구요. ㅋㅋ 저도 나름 기대했던 작품이라 이소룡 시리즈 다 보고 나면 바로 챙겨봐야겠습니다. ㅋㅋㅋ
감동 실화가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택시 드라이버'의 조디 포스터에 대한 의리로 나중에라도 함 보실길.ㅎ
이소룡 시리즈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덕분에 기억에서 사라졌던 능력자 이소룡을 다시 떠올렸네요. 아뵤~
"바튼 아카데미"같은 작품으로 감독이 영화 한 편 더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나만의 베스트 영화에 들만한 영화에요.
정말 실존하는 인물들처럼 마음에 파고드는 감정적인 호소력이 있었어요.
7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더 다가오는 게 있었어요. 2024년 사립기숙학교 배경으론 도저히 저런 분위기 안 나올 듯해요. 약간의 아련함과 희망 같은 게 있었던 느낌입니다.
'바튼 아카데미'가 'The Holdovers'였군요. ㅎㅎ 한글 제목도 나쁘진 않지만 원제목의 뉘앙스가 사라진 듯해서 좀 아쉽습니다.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폴 지아마티의 눈은 진짜 사시로 된 건가요? 아니면 어떻게 저렇게 찍었지?
산호초님도 말씀하셨지만, 누가 써준 각본이 아니라 실존 인물들이 그대로 자기 삶을 보여준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원제목의 의미를 살리면서 영화 성격에 맞는 번역제 적절한 걸 못 찾았나봐요.
눈은 원래 사시가 아닌데 아마도 컴퓨터 작업 아닐까요.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고전적인 주제와 분위기로 풀어나가는 영화를 요즘 잘 못 봐서 저도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의 앞 영화들처럼 유머와 휴머니즘을 품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