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이소룡 무비 보너스 스테이지, '사망탑의 결전' 잡담입니다
- 198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암튼 제가 본 버전은 75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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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브루스 리 Himself' 라고 적어 놨는지 모르겠네요. 아닌데요...;)
- 좀 희한합니다. 타이틀이 안 떠요. 대신 한글로 '사망탑의 결전' 이라는 제목이 뜨긴 하지만 이게 한국 영화도 아닌데...
어쨌든 서재에서 뭔 책을 집필(!)하고 있는 이소룡(여기서 이름은 '이진강'인데, 영어 음성으로는 계속 '사망유희' 주인공 빌리 로라고 부릅니다.)의 모습과 뭔가 되게 한국스러운 배경에서 목도를 들고 검풍 날리기 수련을 하는 남자의 모습을 교차해가며 꽤 길게 보여줍니다. 둘이 친구인 모양이구요. 그 친구가 나름 무슨 문파 마스터인 모양이에요. 무명의 젊은 도전자가 와서 당돌하게 덤비다가 신나게 쥐어 터지고 가네요. 그러고 나니 이소룡은 친구에게 '요즘 왜 이리 도전자들이 많지? 나도 며칠 전에 한국의 무도가에게 도전을 받았어' 라면서 플래시백으로 온실 화원에서 본인이 한국인 고수와 싸우는 걸 아주 길게 보여주고요.
그 장면이 끝나고 나면 이소룡이 '용쟁호투' 도입부에 나왔던 소림사 사부님을 찾아가는데... 자기 동생에 대해 상담하러 간 겁니다. 갸를 좀 엄하게 가르쳐 주세요. 애가 소질은 있는데 노력을 안 하네요(...) 같은 대화를 나누고 직접 동생을 보러 가지만 자리를 비웠고 언제 올지 몰라서 본인이 직접 만든 권법 해설서와 '연습 열심히 해라'는 편지를 두고 뾰로롱 떠나갑니다. 웃기는 건, 본인이 직접 만든 책인데 표지도 있고 책 제목이 무려 '소림사 진강 권법' 이네요. 심지어 해맑게 웃는 본인 사진도 붙어 있어요. ㅋㅋㅋㅋ
암튼 그러고 집(??)에 갔더니 아버지(???)가 맞아주는데. 신문을 보니 맨 처음에 그 목검 수련하던 친구놈이 죽었다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자 0.1초만에 눈물을 좔좔 뽑아낸 이소룡은 친구 장례식에 참석하러 가겠다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먼저 갸 딸부터 찾아봐'라고 조언을 해요. 왜 만나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그 딸이 일본 긴자 술집에서 노래를 하고 있으니 가보래요. 그래서 말 잘 듣는 착한 아들 이소룡은 거길 찾아가는데... 딸래미는 아빠가 자기에게 아무 설명 없이 뭔 상자를 주고 갔다고 하고. 그걸 받아드는 순간 괴한들이 들이 닥치고. 그걸 다 두들겨 패고 친구 장례식에 갔다가, 갑자기 날아 와 관을 낚아 채가는 헬리콥터에 매달려 쫓아가려다가 악당의 표창인지 단검인지... 하는 물건에 목을 맞고 떨어져 죽습니다. 네. 죽었어요(...)
그러고 나선 동생 '이진국'으로 넘어갑니다. 형이 죽었단 소식을 듣고 꺼이꺼이 울다가, 사부님의 지령을 듣고 형이 받아놨던 박스를 찾아와 열어 보니 필름이 들어 있네요. 영사를 해 보니 '망자의 성'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장소에서 무술 수련을 하며 사는 루이스라는 외국인 모습이 보이고요. 아마도 저 놈이 범인인갑다... 라는 막연한 생각에 이진강은 또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한국으로 날아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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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국 한국인 주연 영화입니다. 애초에 한국이랑 합작 영화라고 하네요.)
- 사실 간단하게 정리하려면 그럴 순 있습니다. [소림사 고수인 이진강이란 녀석이 자기 친구 죽음의 의혹을 파해치기 위해 싸우다 악당들에게 살해 당하고. 그때까지 노력 안 하는 골칫덩이였던 동생이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형이 남긴 책으로 형의 권법을 배운 후 악당의 본거지로 쳐들어간다]... 라고 하면 심플하고 심지어 멀쩡해 보이지 않습니까.
근데 그걸 저렇게 알아 먹기 힘들게 길게 길게 적은 이유는, 이걸 실제로 영화로 보고 있으면 저런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별 것도 아닌데 혼란해요. 길게 나올 필요가 없는 게 길게 나오고 자세히 보여줘야할 건 대충 지나가고 이야기의 리듬은 완전한 엇박자에 워낙 개연성이 구리다 보니 전개 예측도 안 되고... 그러한 것인데요.
뭐 듀게에 저보다 훨씬 잘 아시는 분들 천지라 이런 설명도 민망합니다만. ㅋㅋ 그러니까 이런 혼란함과 허접함은 이 영화가 이소룡 푸티지 필름들을 짜깁기 해서 이소룡 신작임을 호소하며 돈을 벌어 보려고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푸티지 활용이 우선이고 그걸 최대한 많이 집어 넣는 것이 멀쩡한 이야기보다 우선인 거죠. 그래서 별 것도 아닌 이야기가 되게 납득 불가한 분위기로 한참을 흘러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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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에 나오는 저 콧수염 아저씨. 그 시절 무술 영화 많이 보며 자란 분들에겐 다들 친숙한 얼굴이죠. 이름은 몰라도! ㅋㅋㅋ)
- '사망유희'도 마찬가지 아니냐... 고 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들어 있던 푸티지들은 어쨌거나 알짜였거든요. 진짜 이소룡이 본인 차기작에 넣으려고 찍어 둔 장면들이었고 그 영화가 안 나왔다면 그 장면들이 영화로 극장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질 일은 없었겠죠. 그러니 완성도와 별개로 '사망유희'는 명분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망탑의 결전'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사망유희'까지도 활용되지 않고 남은 안 중요한 푸티지들을 필사의 노력으로 짜깁기 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극장에 걸어서 아직도 이소룡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홍보 포인트로 삼아 돈 좀 만져 봅세... 뭐 이런 노골적인 노림수 말고 다른 건 없는 영화입니다. 실제 이소룡의 푸티지 중에 격투 장면이 단 하나도 없는 것만 봐도 뭐. ㅋㅋ
근데 이게... 조금 보다 보면 좀 의외의 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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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푸티지를 활용하는 영화라는 점은 '사망유희'와 같습니다만. 아주 의외인 것이 뭐냐면...)
- 일단 이소룡의 푸티지를 활용한 그 짜깁기가 말입니다. '사망유희'보다 훨씬 고퀄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참 어처구니가 없는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짜깁기는 일단 이야기가 돼요. 오려 붙인 이소룡 사진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황당한 장면 같은 것도 없구요.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정말 남겨진 푸티지들을 모아 놓고 고심해서 이어 붙인 티가 나요. 푸티지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당연히 대역의 뒷모습을 활용했는데 이것도 티는 나지만 그럭저럭 확 깨지는 않을 정도는 되구요. 심지어 '용쟁호투'의 푸티지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기 위해 해당 장면의 배우를 다시 데려다가 똑같이 차려 입히고 대사를 시켜 찍는 정성까지 들였네요. 허허. 뭐 음성을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새로 녹음해서 덧씌워 버리는 편법의 힘을 빌긴 했지만, 이 정도면 최소한 노력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나. 뭐 그랬구요.
액션은... 당연히 대역 배우 & 동생 역 배우가 하겠죠. 그러니 이소룡 영화의 액션 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액션이 아주 하찮지는 않습니다. '사망유희'에서 대역을 했던 배우가 이 영화에서 동생 역할을 맡았는데, 그동안 실력이 좀 성장한 걸까요. 아님 이소룡 흉내를 덜 내고 평범한 격투 액션을 해서 그런 걸까요. 최소한 "해봐야 안 될 일에 용을 쓰고 있구나"라는 기분은 안 들어서 그럭저럭 볼만 했습니다. 좀 모자란 느낌이 종종 나긴 해도 대체로 매끈하고 가끔은 꽤 볼만해요. 확인해보니 무술 지도는 원화평이었군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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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체 일본 장면은 왜 두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소룡 푸티지도 전혀 없는데... 영화 팔려고?)
-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이 영화를 '사망유희'보다 높게 평가하게 될 일은 없겠죠.
그러니까 이 영화의 유일한 칭찬 포인트는 '저점이 생각보다 높다'라는 겁니다. 솔직히 가장 바보 같은 장면을 꼽으라면 '사망유희'에서 가장 바보 같았던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바보 같은 장면보다 특별히 낫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하지만 '사망유희'에는 진짜 이소룡이 찍은 진짜 푸티지들이 있잖습니까. 이소룡의 액션도 있고 이소룡의 아이디어도 있고 존 배리의 음악도 있고 돈 들여 만든 격투 대회 장면 같은 것도 있고 카림 압둘자바도 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의 짜깁기가 예상 외로 고퀄이더라는 걸 빼고 나면 남는 게... 허황되고 하찮은 스토리의 B급 무술 액션 뿐이에요. 초반 30분에 이소룡 푸티지를 써먹지 않았다면 굳이 시간 들여 감상할 사람도 없었을 존재감 없는 영화라는 얘깁니다.
그게 결국 이 영화의 한계입니다. '사망유희'는 그 황당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소룡의 마지막 '진짜 컨텐츠'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존재 가치가 분명하지만 이건 아무리 잘 해봐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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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짝이 전사들 쥐어패는 짭퉁 이소룡의 활약이 핵심인 영화가 잘 만들어 봐야 어디까지 갈 수 있겠습니까...)
- 결론은요.
뉘신지 모를 이 영화 편집자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ㅋㅋㅋ 정말 수고 많으셨구요. 보너스 받아야 할만큼 잘 하셨어요.
하지만 그 외엔 뭐... 음...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안 보셔도 될 영화에요. 제가 칭찬하고 있는 편집도 사실 '사망유희' 초반의 그 정신줄 놓은 편집 대비 낫다는 것이지 그것 자체로 막 매끄럽고 훌륭하고 그런 수준은 당연히 아니구요. 생각보다 멀쩡하다고 칭찬 비슷하게 이야기한 액션씬들도 이 영화보다 훨씬 잘 찍어 놓은 영화들이 수백 편은 넘게 있을 테니까요.
역시 '이소룡 나온 영화는 다 봐야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갖고 계신 분들이 아니면 굳이 볼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전 괴작 매니아로서 나름 즐거운 70여분을 보냈습니다. '디 오리지널'도 볼까봐요. 하하.
+ 후반부, 그러니까 동생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부분을 보다 보면 앞뒤가 안 맞는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전에 나온 적 없는 장면들을 막 회상하고 그러는데요. 아마도 그건 홍콩판과 미국판 등등 판본의 차이 때문에 생긴 일이겠죠. 이에 대해선 저보다 훨씬 잘 아시는 돌도끼님의 글이 바로 아래 있으니 그쪽을...
++ 위에도 적었듯이 한국과 합작 영화이고 촬영 장소가 대부분 한국입니다. 절 이름도 실제 이름으로 대놓고 나오구요. 한국인인 듯한 배우들이 참 많이 나오구요. 원래 '사망유희'도 이소룡의 계획으론 클라이막스의 액션 장소를 한국으로 정해놨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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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작 한국 버전에는 이소룡 푸티지가 아예 없고 그냥 다 당룡이 했다고...)
+++ 그래서 제가 본 건 미국 버전이 맞을 겁니다. 일단 대사가 다 영어니까요. 근데 자막에선 홍콩판인 것처럼 빌리 로 대신 '이진강'이라는 이름을 쓰구요. 음... 혼란스럽네요; 그리고 또 웃겼던 게, 초반부 이소룡 캐릭터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이 분의 아역 배우 시절 푸티지들이 들어가거든요. 실제 어린이 이소룡, 청소년 이소룡의 연기를 볼 수 있는데, 이 장면들이 나올 때 화면에 자랑스럽게 'Bruce Lee at Age 6' 라고 뜹니다. 근데... 브루스 리라고 적어 버리면 어떡하나요. ㅋㅋㅋ 빌리 로나 이진강이라고 적어야 할 것을. 팬들 노리고 만든 영화라는 걸 너무 대놓고 정직하게 드러내 버린...;
++++ 그리고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다가 저 '친숙한 콧수염 아저씨'가 황정리라는 이름의 한국인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에게도 친숙할만큼 그 시절에 엄청나게 잘 나가셨다는 것두요. 허허; 그래서 그런지 저 분이 나오는 액션씬들은 다 볼만합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진국씨는 정체불명 서양인이 무술을 수련하는 사찰을 찾아가는데... 이 코 큰놈이 의외로 따뜻하게 맞아주네요? 100% 무의미한 '공작새 불러다 모이주기' 같은 걸 길게 보여주기도 하구요. ㅋㅋㅋ 암튼 수상한 짓을 전혀 안 해서 당황하는데, 그 날 밤 가면 쓴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요. 대충 쥐어 패주긴 했는데 후다닥 도망가 버렸네요. 그래서 진국씨는 이 아저씨는 누명을 쓰는 중이고 누군가 배후에 있다... 라고 의심을 합니다만. 우리 상냥한 아저씨는 '범어사 지하에 죽음의 탑이 있다'라는 고오급 정보를 뜬금 없이 전해주고는 그 날 밤 바로 자객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래서 진국씨는 범어사를 찾아가고. 거기에서 방금 살해당한 외국인 밑에서 일하던 하인을 발견하곤 쥐어 패줘요. 그러고 범어사의 전투요원들(...)을 다 두들겨 팬 다음에 비밀 통로를 찾아 들어가네요. 그랬더니 거기엔 반짝반짝 은박지 옷들을 입은 70년대 유치뽕짝 SF 분위기 직원들이 일하는 70년대 유치뽕짝 비밀 기지가 있었네요. 그래서 또 이 놈 저 놈 다 쥐어팬 후에 최종 보스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놈의 정체는 이미 죽은 줄 알았던 형의 친구, 목검으로 검풍 날리던 그 양반이었습니다.
그냥 돈 벌고 싶어서 마약 생산 좀 하고 있었대요. 그러다 인터폴에게 쫓겨서 죽음으로 위장하고 숨었는데, 형이 자기 복수를 한다고 지나치게 끈질기게 따라 붙다가 본의 아니게 자기 부하들에 의해 죽었다는 거죠. 형과의 의리가 있으니 넌 살려서 보내주마... 라지만 동생은 복수를 하겠다며 달려들고. 결국 한참을 목검 vs 이소룡과 조금 비슷한 무술로 싸우고 주인공이 이기겠죠. 뭐 별 거 있겠습니까. 끝이에요.
황정리처럼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비즈니스든 일반 생활 활동이든 눈빛, 표정 하나로 쉽게 많은 해결을 할 수 있을 듯.. 다음 생에는 황정리 얼굴로...
[사망탑] 최고의 명장면인 사자습격 장면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좀 의외였습니다ㅎㅎ
첫줄 보고 상영시간이 짧아서 한국판인가? 했는데 쭉 읽어보니 아닌가 보네요?
찾아보니까,
홍콩판이 86분(딥디)
영어더빙판이 96분(크라이테리언)
한국판이 (VHS로) 꼴랑 70분..이네요. 짧다는 생각은 했지만 다시 알아보니 너무 짧군요.
아마도 보신 건 영어판에서 왕창 자른 버전이고 디 오리지날이 무삭제(혹은 덜삭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일단 Btv 케이블의 VOD에서 사망탑 디 오리지널은 96분으로 나오긴 하는데 이게 96분 모두 제대로 나오는지는 다시 또 돌려봐야 알겠네요 ㅎㅎㅎ 일단 말 나온 김에 다시 틀어봤는데, 디 오리지날의 VOD판에선 [게임 오브 데스 2]라고 영어판 제목 나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름 관련으론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소룡도 이진번이란 중국 이름과 브루스 리라는 영어 이름 이외에 이소룡이란 예명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진강의 영어 이름이거나 배우로의 예명이 빌리 로~인 거고 동생 이진국은 바비 로라고 영어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딱히 어색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막은 중국어판을 가져와서 만들었다고 봐야 겠지요. 덕분에 영어 대사와 자막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이소룡이 절(일본풍 건물이지만 소림사 설정일 듯한)에 사부 찾아가는 부분에서 비둘기가 갑자기 날아가자 사부인 모대사가 말하는 게 영어 대사로는 '빌리 로가 오는 군'이라고 하지만 자막은 '손님이 오는 군' 같은 식으로 나온다는 말이죠. (덤으로 후반에 사망탑 찾아서 범어사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졸개가 "누구냐" 물으니 자막에선 "니 애비다"라고 나오지만, 영어 대사로는 "'리퍼'시다"라고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할 때 이소룡이 중국인이지만 한자 이름 이외에도 영어 이름을 함께 지닌 홍콩인이란 특징이 어떻게 보면 당시의 동서양 양쪽 모두에게서 겉도는 '일반인과는 다르다'라는 느낌의 이방인=스트레인저 같은 정서를 통해서 독자적인 카리스마 같은 걸 일궈내는 뭔가가 되긴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근데 진짜 브루스 리 6살, 15살 같은 자막 붙은 회상씬을 빙자한 푸티지 씬은 신기하긴 하지만 동시에 씁쓸하죠. 말씀대로 진짜 배역명을 붙여서 빌리 로 6살이라고 자막을 써야 할 부분인데 말이죠.
말나온 김에 케이블 VOD로 사망탑을 다시 틀어보고 있는데, 일단 이소룡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었으니 한중 합작 영화임에도 일본도 수출 대상이 되면서 관련 분량이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억측도 듭니다. 일본 현지 로케 부분도 분명히 있긴 하고
그리고 자막면으로 볼 때엔 일본 파트가 꽤 재미있는 게, 앞에 사부와 중국인들 앞에서는 빌리 로라고 영어 이름을 대기도 하지만, 일본에 가서 친구 진곡(황정리 배역)의 딸에게 말할 때에는 이진강…이 아니라, 리젠진~? 정도 되는 발음으로 중국 이름을 댑니다. 자막에선 그냥 이진강이라고 통일하지만요.
하여튼 이런저런 남은 영상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뽑아서 만든 짜집기 영화라고 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편집 없이는 영화가 성립할 수 없으니, 이 영화는 '구라를 치긴 했지만 사기는 아닌' 정도로 말할 수는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망유희'의 속편이자 사망유희의 배역인 빌리 로의 결말로 시작하는 영화라고 치면 머 그냥저냥 웃어 넘겨야 하는 정도인 걸로…
황정리 배우는 이후 성룡의 초기작 무술 영화들에서 성룡과 많이 붙기도 했고 다른 영화에서는 주로 발차기로 싸우지만 이 영화에선 검을 쓰는 부분도 있는 차별점이 있어서 그런 점은 나름 포인트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진곡은 아마 일본인이고 일본 이름 秦谷이라면 야스타니~정도일 것 같은데, 일본인 무술가 역할이라서 검을 들고 나오는 거라고 할 수도 있고, 역시 일본놈은 못 믿을 놈들이라는 중국과 반도국의 유일한 공감점일테니 그런 점을 어필해 악역의 존재감을… 근데 정작 영어판 대사는 그냥 친쿠~라고 해버리니 이건 또 무슨 이름인가 싶기도 하고 ㅎㅎㅎ 일본 부분 마지막에 헬기로 관을 훔쳐가는 것에 매달리는 부분은 인형티가 좀 많이 납니다., 헬기에서 암기를 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자체는 나쁘진 않았지만 그 뒤에 바로 실제 이소룡 장례식 장면 넣은 것도 확실히 뻔뻔한 재탕 2탄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나오는 짧은 삽입 화상 중에는 이소룡이 기획하던 판타지 무협 영화에서의 복장도 나오는 게 눈꼽 만큼의 의미가 있긴 하네요.
개인적으론 대역이자 동생 역인 당룡(김태정)이 이소룡 본인보다 다리가 조금 더 가늘고 길어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폼을 잡을 때엔 원조에 비해서 아무래도 안정감 없이 흔들려 보이는 기분이지만 액션 씬에선 나름 차별화가 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80년대 초반의 유행이던 더벅머리 헤어 스타일이 남아 있어서 이소룡 짭 노릇을 할려면 머리를 좀 더 짧게 깎았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머 다들 그냥 알면서도 익스큐즈하고 넘어가는 부분이라 생각해야… ㅎㅎㅎ
어쨌든 이소룡 영화로는 함량미달이 맞긴 합니다만, 빌리 로의 영화 '사망유희'의 어거지 속편으로는 맘에 드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테마 곡이나 음악은 개인적으론 꽤 맘에 들지만요. 근데 이것도 지금 와서 생각하면 70년대 후반 일본의 빅 밴드 연주곡 레퍼토리란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일단 제 취향엔 좀 더 근접한 쪽이었던 거죠… ㅎㅎㅎ
동생 바비가 형의 죽음을 캘려고 찾아간 곳인, 백인 루이스가 성주 노릇한다는 망자의 성에서 밤에 돌아다니는 부분의 복장은 용쟁호투에서의 이소룡 잠입 복장을 따라한 것 같지만 머 그냥 웃자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상한 탈바가지 남자의 기습 장면은 확실히 싼 티가 나오기도 합니다. 덤으로 막판에 싸구려 비밀기지 나오는 부분에선 요즘 말로 분위기 깨지는, 소위 짜친다~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나 싶지만 그게 또 이소룡의 캐릭터 빌리 로와 차별되는 당룡의 캐릭터 바비 로의 이야기니까 라고 적당히 넘기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차 타고 사자 구경하는 장면은 당시 자연농원의 사파리 코스에서 찍은 걸 겁니다. ㅎㅎㅎ 이후 사자 옷 입은 인간이 덤비는 '사자 습격' 부분은 일본 쪽 특촬 관련으로 연줄이 있어서 나온 부분일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ㅎㅎㅎ
그리고 분명 사망탑의 전반적인 액션 장면은 이전 이소룡 영화의 고독하게 외치는 표효와 같은 장면들과 달리, 좀더 무난한 기존 중국 무술 영화다운 합을 맞추는 댄스에 가깝기는 합니다. 백인 루이스의 갑툭튀 손가락 물기 액션은 그나마 이전 이소룡 급소 공격을 소소하게 흉내낸 기분이긴 하네요. 어쨌든 그냥 이런 아류작도 짭퉁도 아닌 비공식 속편도 존재한다 라는 정도로 넘기고 싶습니다. 뭐 어쨌든 먼가 할말은 많았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본문에서 잘 정리해주셔서 제가 하는 소리는 다 주전부리가 되어버리네요 ㅎㅎㅎ 이제 이소룡 본편은 사실 상 정말 끝났으니, 혹시나 아직 에너지를 쏟으실 의향이 있으시면 이소룡 관련 다큐 영화들이나, 성룡의 속편 아닌 속편인 [신 정무문]이나 보시면 될 듯 하긴 합니다만 ㅎㅎㅎ
:DAIN.
P.S. : 이 영화에서 가장 고생한(?) 편집 담당자는 CHANG YAO-CHUNG 인 모양입니다. ㅎㅎㅎ
애초에 왓챠에 올라왔던 게 근본 없는 편집 버전이었던 모양입니다. ㅋㅋ 북미판에서 영문을 알 수 없게 20분을 잘라내버린 모양인데 '디 오리지널'도 보고서 비교해보니 정말 영문을 모르겠어요. 잔인하거나 뭐 거슬릴 것도 없는 액션 장면들을 후두둑 잘라내 버렸는데 왜 액션만 보라고 만든 영화에서 액션씬을 그렇게 뭉탱이로 잘랐는지...;
그렇네요. 모국 이름 이진강, 영어 이름 바비 로라고 생각하면 심플하게 설명이 되는 문제였군요. ㅋㅋ
일본 장면은 아무래도 그런 거겠죠? 영화 상태를 보면 일본에서도 관객이 많이 들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게다가 이소룡 영화들의 전통을 이어 이 영화에서도 결국 일본인은 악역이기도 하구요. (그나마도 그걸 연기한 게 또 한국인이라는 대환장의...)
그래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렇게 세상 떠난 이소룡은 퇴장시키고 그 자리를 (아주 부실하게라도) 당룡으로 이어 받게!' 같은 꿈을 꿔 보기도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당룡님도 약했고, 떠난 사람은 너무 거대했고...
그 더벅머리는 본의 아니게 저를 자꾸 웃게 만들었는데요. 막판 비밀 기지 결전 장면을 보면 똑같은 더벅머리 남자들이 여럿 나오더라구요. 그 중 몇 명이랑은 당룡이 일 대 일 대결을 벌이니 똑같은 헤어스타일의 평범한 얼굴 둘이 싸우는 느낌이어서 초현실적이랄까(...)
막판에 또 이소룡 흉내를 위해 주인공이 상의 탈의를 하게 만들잖아요. 악당 졸개들의 칼질에 옷이 망가져서 벗는 전개였는데. 잠시 후에 기지에 들어가서 한 놈 쥐어 패고는 바로 옷 빼앗아 입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 아니 뭘 굳이. 설마 벗겨 놓고 보니 이소룡 몸매랑 너무 차이가 나서 초라해 보일까봐 다시 입혔나... ㅋㅋ
그렇군요. 손가락 무는 장면에서 '뭐얔ㅋㅋㅋㅋㅋ' 하고 그냥 웃고 넘어갔는데 나름 이소룡 액션의 전통을 계승한 거였던. ㅠㅜ
암튼 긴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알아봐주신 그 편집자님을 검색해보니 일생 동안 홍콩에서 일 하면서 참여작이 162편. 일 시작한 해에 두 번째 맡은 영화가 정무문이고 맹룡과강도 맡았으며 크레딧에 오르진 않았지만 용쟁호투까지도 손을 대신 분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산대형은 빠졌지만 이소룡 전문가셨던 걸로...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