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2023에 나온 옛날 영화, '바튼 아카데미' 잡담입니다

 - 글 제목대로 작년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2시간 1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의외로 개봉이 10월이었군요. 여러모로 딱 크리스마스 시즌이 최적 감상 시기인 영화였는데요. 물론 전 한여름에 봤지만...;)



 - 때는 1970년. 보스 인근 외딴 산 속에 처박혀 있는 사립 명문 고등학교 '바튼 스쿨'이 배경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학생들이 다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는데, 사정이 있어 못 가고 기숙사에 남아야 할 녀석들이 몇 생기고. 이들 생활을 감독할 교사로 폴 허넘이라는 괴팍한 꼴통 역사 선생이 선정이 돼요. 그래서 이 양반이 어리버리 & 꼴통 학생 몇을 데리고 연말 연시를 보내고. 그러면서 갸들 중 앵거스 털리라는 가슴 속에 3천원을 장착한 문제 학생, 그리고 자식을 이 학교에서 졸업 시킨 영양사 메리 램과 어찌저찌하여 교감을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외적으로 변화를 겪게 되고... 뭐 이런 식의 이야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솔직히 제가 학생이어도 싫어할 수밖에 없겠다 싶은 선생과)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가 선생이어도 난감하겠다 싶은 학생들이 크리스마스에 눈 덮인 빈 학교에 남았는데... 왜 사람이 안 죽죠.)



 - 신기하게도. 영화가 시작되고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이미 살짝 감동 받은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뭐 특별한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학교 풍경 나오고, 캐릭터 소개 격의 선생들, 학생들 지내는 모습 좀 나오고, 좋은 음악 좀 깔리고... 이런 식인데 이미 감성이란 것이 막 터지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왜 이럴꼬... 하고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냥 이 영화의 생김새가 추억이 방울방울로 팡팡 터지는 식으로 빚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아니 물론 제가 1970년도 언저리 미국 명문 사립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아는 게 있을 리가 없겠습니다만. 영화 자체가 말이죠. 그림 잡고 음악 깔고 캐릭터 보여주고 하는 방식이 옛날 옛적에 보던 추억의 (학교 배경) 미국 영화 그 자체였던 것이죠. 그러니까 배경이나 소재로 추억 팔이를 하는 게 아니라 작정하고 영화를 옛날식으로 만들었달까요. 그래서 그런 '외화'들 재밌게 보며 자랐던 옛날 시절이 소환이 되고. 그냥 감성이 터지고. 뭐 이런 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정말로 그냥 이런 장면에서 아무 맥락 없이 울컥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늙어서 감성이 더 풍부해지는 것일까요!!)



 - 그리고 이런 영화의 생김새(?), 혹은 톤이랄까... 이런 부분이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사실 이야기를 놓고 보면 그렇게 특별할 건 없어요. 각본이 별로란 얘기가 아니고 사실은 그 정반대인데요. 각본은 참 디테일하게 적절하게 잘 썼죠. 근데 이런 장르의 공식 같은 걸 특별히 거스르거나 업데이트 하는 것 없이, 그러니까 튀는 것 없이 모범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인데요. 그렇게 오래 된 이야기 형식을 충실하게 따라가는데 배경이 70년대이고 정말로 그 시절, 혹은 80~90년대 쯤에 나왔을 법한 톤으로 영화가 만들어져 있으니 이야기에 더 몰입이 잘 되는 겁니다. 심지어 배우들 생김새까지


 생각해보면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이나 극중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다 좀 2023년 영화 치곤 나이브한 느낌이 있거든요. 근데 아무 불만 없이 그냥 따라가게 되고 빠져들고 그럽니다. 보는 사람을 참으로 쉽게 무장 해제시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래에 이 정도로 쉽게 몰입해서 본 작품이 또 뭐가 있었나... 생각하게 되더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뭐 대단한 개그씬도 아닌데 웃게 되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갑자기 체리 쥬빌레도 먹고 싶어지구요... ㅋㅋㅋㅋ)



 - 당연히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 된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게 진짜 70년대, 콕 찝어 1970~1971년 영화였다면 여기 유색 인종들이 그렇게 많이 나오질 않았겠죠. ㅋㅋ 게다가 한 명은 미국 태생 흑인에 다른 한 명은 쿠바 출신에다가 또 한 명은 한국인이니 종류까지 다양!!! 당연히 당시 만연했던 인종 차별에 대한 지적들이 자연스레 여기저기 튀어나오구요. 


 또 이게 그냥 낭만적인 학교 배경 성장담이 아니라 굉장히 시니컬하고 차갑게 당시 사회를 풍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대략 '바튼 아카데미'는 당시 미국 사회의 구린 면들을 집약해 놓은 장소이고. 영화는 주인공들에게나 따스하지 학교나 그 학교를 이루는 구성원들을 묘사하는 데엔 대체로 가차가 없습니다. 뭐 인종 차별에 계급 차별을 당연한 룰로 여기고 돌아가는 집단이고 시스템이니 그게 자연스럽겠구요. 어찌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이란 것이 일생을 바튼맨 바튼맨 노래를 부르며 살았던 헌남 선생이 바튼은 참으로 구리다... 라는 걸 깊이 깨닫고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학생들까지 싸잡아 '갑부집 철부지 진상들'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영화가 흔치는 않은 것인데요. 장르가 호러라면 모를까... ㅋㅋ)



 - 근데 뭐 그런 부분은 그냥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라는 정도... 라고 느꼈구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휴먼 드라마이긴 합니다.

 딱 주요 캐릭터 구성부터가 가족 없는 남자 선생에 아들을 잃은 여자 조리사, 그리고 부모가 없는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의 남자애니까요. 대놓고 이들이 잠시나마 특별한 교류를 나누며 가족 같은 체험을 하는 이야기이구요. 또 이들 모두가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가 있고, 결정적으로 고독합니다. 당연히 서로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교감하고, 서로를 조금씩 위로해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죠. 참 뻔한 이야기인데요.


 그냥 그 뻔한 이야기가 참으로 잘 빚어져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대사는 늘 재치있고 정곡을 찌르며 이들이 대립하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종국엔 서로를 위하게 만드는 사건들도 기본적으로 재미란 게 있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설득력 있게 잘 짜여져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 내내 계속해서 참으로 옛스럽게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그림들과 음악들이 함께하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렇게 밥맛 떨어지는 세상에서 아싸들끼리라도 서로 똘똘 뭉쳐 위로도 하고 정도 나누고... 라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 그러니까 뭐랄까... 보면서 '아니 이게 뭐라고 뭉클하지?'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는 영홥니다. ㅋㅋㅋ

 이야기도 연출도 연기도 다 그냥 적절하고 튀지 않는 느낌인데 그게 그냥 적절한 게 아니라 말도 안 되게 적절하달까요.

 그래서 뭐라고 길게 이야기를 못하겠네요. 어지간해선 취향 탈 일 없이 다들 즐겁게, 뭉클하게, 감동적으로 볼만한 잘 만든 성장물이고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처음에 말 했듯이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아마도 연말에 한 번 더 보게될 것 같아요. 그때 극장에서 재상영이라도 해주면 극장으로 보러갈지도. ㅋㅋㅋ 아주 잘 봤습니다. 넷플릭스에 특별히 볼 게 없다... 싶으신 분들은 시간 나실 때 한 번 틀어보시길. 각자 느끼실 재미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재미 없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듀나님 리뷰를 읽어 보니 정말로 '죽은 시인의 사회'의 안티테제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 보고 나서 돌이켜보면 의외로 닮은 구석이 꽤 있구요. 거기에 키팅과는 전혀 다른 헌남 선생이 출동해서 21세기식으로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을 (적어도 마지막에는) 보여줍니다. ㅋㅋ 참 그 영화를 어려서 극장에서 봤을 땐 되게 좋아했는데. 오래 전에 나이 먹고 다시 보니 키팅 이 자식...



 ++ 사실 한국인 학생 캐릭터는 보면서 살짝 불편한 감이 있긴 했습니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코믹하게 살짝 과장되어 있고 또 다들 모자란 구석이 있는 식이라 이해할 수는 있는데. 아주 약간은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근데 찾아보니 원래 각본엔 인도계였는데 맘에 드는 배우를 못 찾아서 한국인으로 변경했던 거라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처음엔 남는 학생들이 좀 많습니다. 다섯 명이었는데요. 이들이 꼰대 헌남 선생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무려 수업과 숙제를 당하며 고생을 하다가... 그 중 갑부집 자식 부모가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와서 자식 챙겨가며 자식 친구들도 스키장으로 초대를 해요. 그래서 다들 부모에게 허락 받고 떠나는데 우리 불쌍한 앵거스 학생만 새 아빠와 하필 이 시즌에 신혼 여행을 떠나 버린 엄마 덕에 잔류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학교에 남은 인원은 세 명 + 1입니다. 선생, 학생, 조리사 + 아마도 출퇴근 하는 걸로 보이는 시설 관리인 아저씨.


 홀로 남은 앵거스는 분노를 풀지 못하고 결국 배째라는 식으로 선생 앞에서 반항하고 나대다가 팔을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구요. 거기에서 '이건 다 내 책임이고 난 바로 잘릴 거야' 라는 헌남 선생의 푸념을 듣고 순간적으로 재치를 발휘해서 이 일이 자기 부모 귀에 안 들어가도록 조치합니다. 그러고 '내가 선생 구해줬으니 내 소원 들어달라'는 식으로 앵겨서 시내 술집에 들러서 조그만 소동도 겪고, 인근에 사는 동료 교사에게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도 받아요. 근데 헌남 선생은 이 여교사에게 살짝 마음이 있었던 듯 하구요.


 다음 날 헌남은 파티 참석을 거부하지만, '어린 애가 가족 없이 홀로 있는데 융통성 좀 발휘하시죠?'라는 메리의 갈굼에 힘 입어 결국 셋이 함께 파티에 갑니다. 가서 앵거스는 어여쁜 또래 학생을 만나 키스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헌남은 초대해준 동료 교사에게 멀쩡한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좌절. 메리는 술에 취해 아들이 좋아했던 옛날 노래만 주야장창 틀어대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버럭 성질을 내버리고, 덕택에 난감해진 셋은 파티에서 급하게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이때 언쟁 중에 헌남이 앵거스에게 성질을 부리며 아빠 어쩌고 드립을 쳤는데, 그걸 앵거스가 '우리 아빠 돌아가셨다!'라고 받아 버립니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던 헌남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시내에서 아무 장식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오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앵거스와 메리에게 선물하는 등 어떻게든 분위기 업을 해보려 애를 써요. 또 메리도 정성껏 준비한 크리스마스 음식을 대접하며 모두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쓰구요.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 좋아진 순간 헌남이 오버해서 "뭐든 소원 말해봐?" 라고 던지는 바람에 이들은 예정에 없던 보스턴 시내 투어를 하게 됩니다. 물론 앵거스의 소원이었고, 헌남은 거부했지만 또 메리에게 등 떠밀려서요. ㅋㅋ


 시내에 가서 메리는 자신의 가족, 특히 곧 아기를 낳을 동생 집에 가서 지내게 되고 이때부터 쭉 헌남과 앵거스 둘이 함께합니다. 이 과정에서 헌남의 사연(하버드 다니다가 부잣집 자식이 자기 논문을 표절해 놓고 적반하장으로 뒤집어 씌웠고, 화가 나서 자동차로 밀어 버린 후 퇴학 당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한도 많고 학교에서 다른 교사들에게 고졸이라고 무시당하고...)과 앵거스의 사연(사실 아버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수년 전 갑작스레 조현병이 생겨서 병원에 강제 입원 상태였고. 보스턴에 가자 그런 것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서였으나 아빠는 상태가 안 좋아서 아들에겐 관심도 없고...)이 소개가 되고. 역시나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겠죠. 결정적으로 보스턴를 떠나는 마지막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도 아빠처럼 될 거다'라며 우울해하는 앵거스에게 헌남이 진심 어린 멋진 격려를 해 줘요. 나는 아빠랑 닮았지만 내 아빠가 아니다. 너도 네 아빠가 아니니 니 인생은 온전히 너의 것이다. 넌 총명한 학생이고 미래가 밝으니 헛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ㅋㅋ


 돌아온 셋+1은 모두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학생들이 돌아와 학교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만. 그러자마자 앵거스의 부모가 출동하고 헌남이 소환됩니다. 니가 앵거스를 데리고 아빠 병원에 갔는데, 그때 앵거스가 주고 간 스노우볼로 아빠가 병원 사람들을 공격했다. 이제 강제로 퇴원 조치 되어 집으로 돌아올 텐데 이 사태를 어쩔 거냐. 이제 앵거스는 군사 학교로 전학이다!! 라며 으름장을 놓는 앵거스 부모이구요. 이에 헌남 선생은 불끈해서 대충 이렇게 말합니다. 앵거스가 아빠를 보러간 건 내 생각이었다. 앵거스는 아무 잘못이 없으며, 또 이 녀석은 정말 총명하고 미래가 밝은 학생이다. 이 아이를 군사 학교에 보내는 건 큰 실수이니 절대 그러지 말라.


 헌남의 분노의 설득이 먹혔는지 앵거스는 무사히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만. 헌남은 학생 관리 책임을 지고 교사를 그만 두게 됩니다. 떠나는 헌남에게 메리가 찾아와 인사를 나누고요. 이렇게 된 김에 자신의 꿈이었던 그리스 쪽에 가서 논문을 쓰던 뭘 하던 해 보겠다는 헌남에게 메리는 진심어린 격려를 건냅니다. 그러고 나와 차를 타려는 헌남에게 이번엔 앵거스가 다가오구요. 둘 다 성격들이 있으니 특별히 살가운 표현은 안 나오지만 참으로 감동적인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앵거스는 학교로 돌아가고 헌남은 차를 몰고 떠나요.


 그러고 산을 내려와 대략 학교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잠시 차를 세운 헌남은 옆자리에 둔 (아마도 교장실에서 훔쳐 온 듯한 ㅋㅋ) 비싼 술을 따서 한 모금 마시는... 가 싶더니 창문 밖으로 큰 소리를 내며 "퉤!!!!" 하고 뱉어 버린 다음에 다시 길을 떠납니다. ㅋㅋ 끝이에요.

    • 국내에는 올해 공개됐습니다...(...) 확실히 페인 영화라 그런지 죽은 시인의 사회와는 다른 블랙코미디가 있죠. 자기를 모욕한 동창을 어쨌냐는 앵거스의 질문에 한 대답도 가관이고(...) 그래도 인정머리는 잃지는 않는 페인영화다운. 엔딩도 좋았습니다. 한국계가 보인 건 아마도 감독 전처가 산드라 오라서 계속 다양성을 고려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닌가?(...)

      • 글에도 적었듯이 원래는 인도계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오디션 본 배우들 중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인종으로 바꿔 봤는데 한국계가 당첨... 이런 사연이래요.

    • 요즘은 정말이지 대단한 자극적인 소재없는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가 너무 좋습니다. '보이후드' '어바웃 타임' '결혼이야기'에 이어 이 작품을 봤는데 말씀하신대로 왜 내가 추억에 젖는지 모르겠으나 ㅎㅎ 참 좋더라고요.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인줄 알았던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를 시작했다가 결국 다 못보고 스탑..... 

      • 보이후드 참 좋게 봤는데 런닝 타임이 무서워서 두 번은 못 보겠어요. ㅋㅋ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는 무슨 영화인가... 하고 검색해보니 사라 제시카 파커 주연에서 멈칫(...) 제가 '섹스 앤 더 시티'를 안 봐서요. ㅋㅋㅋ 같은 브래들리 쿠퍼 영화라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 말씀하신 조건에 맞는 재밌게 잘 만든 영화로 떠오르지만 이미 보셨겠죠.

    • 지난 주말에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억수로 착하네 느낌이었습니다만, 한국인 학생이 자다가 울고, 침대에 오줌 싸는 설정에서는 ..아! 동양인에 대한 인식은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는  씁쓸함이 있었습니다. (지적이 아닙니다만, 투어를 하는 곳이 보스턴 아닌가요? 제 기억이 맞나요?) 폴 지아메티 젊었을 때는 그렇진 않던데, 원래 좀 사시였습니까 아님 연기인가요?   

      • 그렇죠. 캐릭터들 대부분이 스테레오 타입에 맞춰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그게 인종 선입견 쪽으로 가버려서 그런지 그냥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좀 찜찜... ㅋㅋ




        그리고 보스턴이 맞습니다. 한동안 삑사리 덜 내고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쿨타임이. ㅋㅋㅋ 말씀 감사하구요!




        헌남 캐릭터의 사시는 렌즈로 만들어낸 거라고 합니다. 근데 아주 심플한 원리로 원래 눈동자를 안 보이게 하고 가짜 눈동자를 그려 넣은 물건이라 렌즈 낀 쪽 눈은 그냥 안 보이는 상태로 연기한 거래요.

        • 바튼 아카데미 보고 나서,넷플릭스 프로그램 한 20분간 찾아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행오버 2 를 봤죠.  거기서 켄정의 캐릭터.. 성기(새끼 버섯 성기? ㅋㅋ) 노출 장면에서 양놈들이 동양인에 대한 인식과 놀림이 적나라 하게 나오죠.  아닌 척 하지만 속마음은 또 아닌 거죠.  마이클 무어는 저서에서, 어떤 백인이 '내 흑인 친구가..' 이렇게 썰 풀 때,  전부 거짓말이라고 하죠. 백인이 흑인을 친구로 생각할 리가 없다고 하면서요.

      • 놀랍게도 그 부분은 특수효과였다고 합니다. 사시인데 한쪽 눈동자만 이상하게 돌아가는 사시라서 연기로 커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데요. 사지 멀쩡한 백인 남자에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겨주려다 보니, 체취나 사시같은 아주 미묘한 신체 조건을 부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죽은 시인의 사회 쓰신게 생각나서... 감독이었던 피터 위어가 이후 연출한 트루먼쇼에 폴 지아메티가 제작 보조로 나와서 기상시스템을 제어해서 고난을 준게 생각나네요. 당시엔 그냥 비중 있는 조연배우였는데 말이죠.. 올해 오스카에서 킬리언 머피와 유력 경쟁후보였죠. 이동진 평론가는 폴이 연기한 헌남쪽을 픽으로 뽑았었고요.
      • 아 그 캐릭터가 이 분이었군요. ㅋㅋ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한 분인데 딱 '이거다!!' 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제겐) 없던 터에 이 영화로 꽂혔습니다. 아마 이걸로 오랫 동안 기억할 듯요.

    • 학교란 무엇인가. 시련과 트라우마를 안겨 주는 곳이기도 하고(이게 넘 크죠...)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의 공간이기도 하고. 제가 이 영화에서 느끼는 정감의 큰 부분이 그런 학교의 이중적인 면을 선을 지켜 살린 데 있는 것도 같아요. 헌남 선생의 개인 숙소를 보면 본인이 이곳에 만족하는 이유를 알거 같고요. 어떤 개인 집이 이만큼의 뷰를 제공하고 식사 걱정을 덜어 주겠습니까 ㅎㅎ  옮기신 눈천지 교정은 말씀대로 살아 본 적은 없으나 어릴 때 영화 경험으로 인해 내 것 비슷하게 된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더라고요. 

      • '학교는 마음의 전쟁터'. 드라마 대사지만 참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맞아요. 듣고 보니 그런 느낌이 확실히 있네요.




        뷰와 식사 걱정...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것도 정말 설득력 있구요. ㅋㅋ 




        정말 예전엔 그런 분위기 영화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요. 요즘엔 별로 없는 것인지 그냥 제가 그런 장면 나오는 장르를 잘 안 봐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암튼 참 이유 없이 그리웠어요.

    • 도입부에서부터 담백하면서도 은근히 튀는 1970년대 미국 캐릭터 드라마 영화들이 절로 생각나지 않을수가 없지요. [마지막 지령]을 비롯한 할 애쉬비의 작품들이 가장 좋은 예이지요.




      저도 초등학교 시절 때 [죽은 시인의 사회] 좋게 봤는데, 요즘엔 로저 이버트 옹의 신랄한 별 두 개 리뷰에 더 동의하지요: "At the end of a great teacher's course in poetry, the students would love poetry; at the end of this teacher's semester, all they really love is the teacher."

      • 아주 적절한 요약이네요. ㅋㅋ 정말 키팅은 지금 제 시각으로 볼 땐 난감하기 그지 없는 자뻑 캐릭터라 호감이 안 갑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참 인상 깊게 본 영화였고 캐릭터였는데 말이죠. 음악도 좋았구요.

    • 시각적으로 전체적인 질감도 그렇고 마치 실제로 영화가 다루고 있는 시간대에 제작된 작품인마냥 보여지도록 만들어졌는데 너무 고퀄로 잘 완성되서 레트로 느낌 내보려고 어설프게 시도하는 그런 영화들이랑은 레벨이 다른 그런 느낌이었어요.




      언급하셨듯이 지금의 좀 더 다양화된 시각으로 인종이나 정치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자연스럽게 잘 녹여낸 것도 좋았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할 것도 많지만 그냥 훈훈하게 보기 딱 좋은 완벽한 크리스마스 영화에요. 선생님이 주인공인 작품답게 방황하는 학생에게 교훈을 전해주는 부분도 당연히 나오지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아름답고 이상적인 그런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낯간지럽지 않고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서 오그라드는 부분도 없고 그런 게 제일 좋았어요.




      앵거스 역의 도미닉 세사는 촬영지가 된 학교의 실제 학생이었다가 캐스팅 되서 연극부만 해보다가 정식 연기는 처음이었다는데 놀라운 데뷔였고 비주얼도 꽤 느낌이 좋아서 앞으로 기대되는 유망주 같아요. 메리 역의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는 이걸로 시상식 시즌 여우조연상을 다 휩쓰셨죠. 막 엄청난 불꽃연기가 터져나오는 그런 걸 보여줄 장면은 딱히 없었는데 모범적이면서도 훌륭한 조연 연기였던 것 같아요. 폴 지아매티는 이번에 남우주연상 응원했는데 오펜하이머 석권을 밀어주는 분위기라 아쉽게 됐습니다. 킬리언 머피도 훌륭했지만 진짜 연기만 보면 더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ㅠㅠ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첫 작업이었던 '사이드웨이'의 엔딩이 오버랩 되는 엔딩씬에서의 마지막 연기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 진짜 대단하더라구요. 어떻게 이런 느낌까지? 라고 감탄하며 봤습니다. 뭐 감독님이 그 시절 그런 영화들을 정말 좋아했으니 나올 수 있는 느낌이라고 머리로 이해는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라는 느낌이랄까요. ㅋㅋ




        정말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인데 또 담겨 있는 드라마가 심플한 듯 하면서도 깊이도 있구요. 여러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말씀대로 배우들 싹 다 잘 했는데 전 앵거스 젊은이가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전문적인 연기 데뷔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연기였어요. 초장부터 명배우 맞상대 역이라서 빨리 배운 걸까요. ㅋㅋ 뭔가 사극에 잘 어울리게 잘 생긴 마스크란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 여기저기서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9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2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4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