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봤어요
오프닝 시퀀스를 보고 '추억팔이로 가기로 했나?' 싶었습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 지금까지 에이리언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에이리언 영화 처음으로 평범한 일반인들이 주인공입니다.
이부분이 (뭔가 아웃랜드 같기도 헸지만...) 전 마음에 들었어요.
본론에 들어간 뒤로는 오래간만에 에이리언 같은 에이리언 영화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 보고 난 뒤 든 생각은 맨 처음 예상이 맞았다는 거.
너무 에이리언 같은 에이리언 영화였습니다.
영화속에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전부 재탕이고 기시감의 연속입니다.
아마도 근래의 에이리언 영화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가보려다 반응이 안좋으니까
'그래 너희들이 보고싶어하는 거 보여줄 께'라고 나간 모양입니다.
딱 옛날에 먹혔던 것들의 재탕에서 멈추고 더이상 나가지 않습니다.
그 옛날에 먹혔던 것들을 현재의 기술로 재현한 걸 다시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긴 합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버전 깨어난 포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게 이제는 디즈니 영화더군요.ㅎㅎ)
시리즈 전체에서 제일 유명한 대사가 다시 나오는데 자막으로는 그걸 못살리더군요
(살릴 방법도 딱히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아 그러고보니 정말 에이리언: 깨어난 포스 느낌이기도 하네요. ㅎㅎ 오리지널의 익숙한 구조를 답습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해보자 이런 구상이었을텐데 그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가 좀 약한 것 같습니다.
초반에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 저도 괜찮았는데 감독의 출세작 '맨 인 더 다크'의 배경인 디트로이트 하층민들이 겹쳐보였어요.
앤디가 하는 아재개그 대사도 자막으로 아주 잘 살리진 못한 것 같습니다. 원대사가 뭔 맥락인지는 알겠는데 이걸 한글로 적절하게 옮기라고하면 까다롭죠.
앞부분을 지루하게 봤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더군요.
저는 시리즈에서 그동안 안보여줬던 것들이 나와서 새로운 시각으로 진행되나보다 싶었는데 그뒤로 안전한 길로 가더군요.
폭스 엑스맨이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디즈니에 먹히면서 12~14세 중딩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맞췄고, 사실 MCU도 디즈니 때문에 옛날 디즈니랜드의 아동대상 시리얼 드라마 수위로 맞춰졌다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그나마 이번 에이리언은 다행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외려 우주 샐러리맨이나 우주 해병대 대신 적당한 폐품 줏어파는 고물상 젊은이들이란 느낌이 묘하게 블레이드 러너나 다른 쪽 생각도 나고 그랬단 말이죠. 초반의 평범한 식민지 정착촌도 광물 다 캐내고 나면 노동자들은 다른 데로 옮기고 그 동안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들 수용하는 사설 감옥 비슷하게 바뀌어서 에이리언3의 그 감옥처럼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재개그는 그렇다 쳐도 중요한 대사 까지 꼭 따라할 필요는 있었나 싶지만… 앤디의 인조인간 묘사가 패스밴더의 대놓고 나 미친 로봇이요 하는 것보다도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앤디와 레인의 이야기는 이 걸로도 끝나도 좋긴 하겠지만 기껏 찾아간 그 별에 만의 하나 데이빗이 먼저 와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전부 휘리릭 하고 짧게 지나가서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다'는 평들이 많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흥행도 잘 되길 바랍니다. 이거 망하면 또 다음 속편은 언제 나올지 모르니... 지금 이것도 '커버넌트' 이후로 무려 7년만이잖아요. 애초에 프리퀄과 별개로 기획되던 속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오래 걸렸구요... orz
개인적으론 엔지니어 같은 코드 끌어와서 뭔가 있어 보이는 척 해봤자 공허하게 느껴지는 기분이 있어서, 리들리 스콧의 과거 두 편은 그냥 그랬다 생각합니다. 소올직히 듄도 그냥 예쁜 모래똥 영화였고 카메론의 우주물똥 아바타 같은 게 흥행해서 CG업체들 다 잡아 먹고 있는게, 자본과 젊은 관객들이 MCU영화들에 몰리는 것보다 나을게 없다고 싶은 지경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난 팬이고 팬픽 한번 잘 찍어 보겠습니다" 하는 것이 솔직해 보이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에이리언 넘버링 시리즈가 감독들의 개성을 잘 살리는 편이었다고 하면, 자기 흥행작 코드를 그대로 에이리언 스킨으로 싸버린 이번 영화도 충분히 감독의 개성은 살아 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이야기를 농축시킬 수도 있었을 거고 액션 전개 때문에 대충 넘기는 부분도 많았다 싶지만 이건 이 나름대로 기존 시리즈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라면 다음 편에는 그 회사가 우주 PMC와 우주 해병대를 보내서 이번 편의 살아남은 애들을 쫓으러 가는데, 도중에 데이빗이 보낸 신호를 받고 의견이 나뉘는 걸로 시작하는 에이리언2의 변형 팬픽 속편을 만들고 싶을 겁니다. ㅎㅎㅎ
전 그래도 엔지니어의 등장 자체는 괜찮았는데, 그걸 그렇게 허망하게 다루다가 결국 그만 둬 버린 게 참 별로입니다. 프로메테우스 끝날 때 '뭐? 쟤들 별로 찾아간다고!!?' 하고 기대했는데 코버넌트 상태가... ㅋㅋㅋㅋ
듣자 하니 '맨 인 더 다크'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활용한 것에 가깝단 얘기가 들리더라구요. 근데 뭐 그게 그렇게 흔한 이야기 구조도 아니니 재밌게만 만들었다면야! 하고 있구요.
만약 이번 영화가 흥행해서 이번 감독이 차기작도 맡게 된다면 정말 그런 식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ㅋㅋㅋ 검색해보니 아직 구체적 실적은 안 나왔지만 흥행 예측은 상당히 긍정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