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장르 이야기들의 근본적인 문제점... (에일리언, 건담)


 1.에일리언을 보면서 몰입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거예요. 에일리언이 너무 빠른 속도로 자라는 것도 아니고 너무 강하다는 것도 아니라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사회의 모습 그 자체죠.


 

 2.왜냐하면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라는 발상 자체가 사람의 입장을 기반으로 한 거니까요. 한데 미래 사회에 디스토피아를 겪을만큼의 사람이 충분히 있긴 있을까? 설령 사람이 많더라도 사회나 기업이 고작 인간 따위를 힘들게 만들까요? 사회가 인간을 힘들게 만들고 갈아넣는다는 건 적어도 인간이 쓸모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한데 생각해 보면, 우주선 기술이 저 정도까지 발전한 사회라면 인간을 갈아넣을 필요가 없어요. 인간 따위에게 중노동을 시키는 것보다 50년 전 개발된 싸구려 로봇에게 노동을 시키는 게 더 효율이 좋을거니까요. 저 정도 레벨로 발전한 사회라면 애초에 사람이 웨이랜드 유타니가 굴러가는 일에 낄 여지가 없을 거니까요.


 그리고 저 정도로 기술이 개발되고 세상이 빡센데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이들을 낳고 있다? 어째서? 힘든 인생을 물려주고 싶어서? 옛날 사람들이 생각해낸 디스토피아라는 것 자체가 굉장한 허구인거죠.



 3.한데 그건 인간의 한계상 어쩔 수 없어요. 사람들이 미래 사회를 그려낼 때 모든 부분을 고려할 순 없거든요. 에일리언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인간들을 갈아넣는 묘사는 산업 혁명 시대에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니까요. 에일리언 영화에 마더컴퓨터와 인조인간을 넣은 것만 해도 엄청난 천재성이죠. 


 한데 잘 생각해 보면, 마더컴퓨터와 인조인간이 있다면 애초에 승무원들을 다 인조인간으로 하면 되거든요. 만약의 경우를 위해 인간 한 명 정도를 끼워넣을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인조인간으로 행성 개척이나 탐사를 하면 되니까요.


 이번 에일리언에서도 인간은 우주탐사에 적합하지 않으니 진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그럴 시간에 더 발전된 인조인간을 만들면 그만이잖아요? 저 정도 기술레벨이면 이미 강인공지능 이상의 인공지능이 나와있을 텐데 인류 최고의 천재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천재 인조인간을 수십만명씩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부유층의 불로불사를 위해 에일리언을 연구한다는 설정이 낫지 않나 싶은데.



 4.휴.



 5.건담도 그래요. 저 정도의 인간형 기동병기를 만들 정도의 기술이면 다른 분야의 기술도 그 정도의 성취를 이뤘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에 맞춰 사회시스템이나 삶의 모습도 다 달라야 하죠. 통신 설비나 가정에 도입하는 기술력이나 교통까지도 그에 맞는 수준의 묘사가 되어야 하니까요.


 물론 그건 불가능하긴 해요. 그런 로봇물의 경우는 그냥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에 로봇의 존재를 도입하는 게 주요 재미니까 익스큐즈.



 6.하지만 에일리언 같은 진지한 SF는 그런 부분에서부터 갸우뚱하게 된단 말이죠. 애초에 주인공들이 지닌 동기와 목적, 행동양식이 그들이 처한 입장과 사회에 기반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에일리언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몰입이 잘 안됐어요. 엄청나게 발전한 세상에서 인간들이 저런 행성에서 일을 하면서 착취되고 있다니? 저런 시대라면 인간은 착취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일 거니까요. 


 에일리언2가 나올 때까지야 다들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이제 세상이 이 정도 발전하니까 미래의 사회상이 어느정도 손에 잡힐듯이 그려지고 있어요. 더이상은 에일리언 같은 미래 SF가 납득이 안 되는 시대가 와버린 거죠.



 7.인간이 우주여행하는 미래까지 갈 것도 없이, 로켓이나 쏘는 지금 시대에서도 이미 인간들은 계산적으로 아이를 안 낳고 있어요. 자신이 물려줄 legacy가 있거나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람들이 주로 아이를 낳죠. 


 그런 세상을 내가 직접 살고있다 보니 에일리언 영화에서 나오는 갈등구조 자체가 이젠 이해안되는 측면이 있단 말이죠. 애초에 쟤네가 저기서 왜 태어나서 착취당하고 있는지부터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 같아서요. 물론 영화 자체는 아주 재밌었지만.


 어쨌든 그래요.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린 영화에서 우중충한 도시에 우글거리는 퀭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지잖아요? 저들의 부모는 어디서 만나서 섹스했고 어디서 아이를 낳았길래 저 많은 사람들이 저기 존재하는지 말이죠.







    •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살기 훨씬 더 어려운 곳들에서 출생률이 훨씬 더 높죠.

      이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책에서도 다루는 부분인데 개체 레벨에서 보면 도대체 왜 애를 낳나 싶지만 유전자 레벨에선 내 자식들 중 어떻게 하나라도 잘 되면 성공이라 생각하니까요. 알트 코인 시장에 100종류의 코인을 사서 하나만 대박나도 ㅇㅋ라는 투자방식처럼요.


      그리고 삐뚤어진 생각으로 아무리 부유해도 그런 세상에서 부유층은 일정부분 사람을 계속 쓸 것 같아요. 애플워치 시대에 귣이 정확하지도 않고 기능도 없는 아날로그명품 시계를 더 쳐주는 것처럼.
    • 듀나님도 늘 비슷하게 지적하는 부분이죠. 무슨 기술 하나가 그 정도로 발전했는데 나머지 것들이 그냥 그대로라고? 라는 거요. ㅋㅋ


      마침 방금 전에 국산 SF 하나를 봤는데 역시나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완벽하게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AI를 개발했는데 사람들 사는 모습은 현재와 완벽하게 똑같은 근미래. 설득력 있는 SF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런닝 타임 내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저는 조금 다르게 보는데, 우주로 나갈 만큼 (동력을 포함한) 이동 수단이나 (광속을 넘을) 통신 수단이 발전하는 만큼, 실생활에 필요한 편의적 부분이나 다른 부분의 발전이 뒤쳐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저는 매트릭스도 엄청 싫어하지만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시온이란 그 현실 속에서 파이프에서 나오는 죽 같은 음식이 나오는 자체가 '현실의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리얼한 가상현실을 만들 수 있는 전기 신호화 기술이 있지만, 실제 맛있는 음식 만드는 건 재료의 실전으로 사라져 버린 기술'이라고 해도 된다는 정도의 느낌인 거죠. (정작 제대로 음식 만드는 기술이 없는데, 맛있는 가상의 맛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 되물어야 하겠지만요.) 


        실제로 현실에서 어떤 기술이나 문명이 단지 한 가지 한 방향으로로만 발전하는 건 결코 아니라 보기 때문에 말이죠. 그리고 설득력이란 작품 외부에서 관객이 보고 납득하는 '수용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적 설득력'이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해도 틀린 정보와 잘못된 사실이, 사람들의 사고를 나쁜 방향으로 흐트러트리는 것과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머 그런 정도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말씀하신 부분에는 공감합니다. 다만 극중 설정상 극도로 발전한 기술의 관련 기술, 응용 분야 같은 부분은 좀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어제 봤던 '원더랜드' 같은 영화의 경우엔 인공 지능 기술이 작은 규모의 사기업에서도 뚝딱 원본과 똑같은 인격의 A.I.를 만들어내 버릴 정도로 발전했는데 극중에서 이런 인공지능 기술이 (주인공네 회사 사업을 제외한) 다른 곳에 활용되는 모습이 아예 안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ㅋㅋ

    • 아주 동감합니다.  근데 미래 세계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존재 형태!등 (인간 기억을 다운로드해서 클라우드에 저장,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상상합니다.)은 아직 영화에서 하드 코어 하게 많이 다뤄지지 않는데, 만약  그렇게 하면 모두 공포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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