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전성시대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면 상영 중이거나 상영 예정인 영화 리플렛을 구경하고 집어오는게 큰 재미였습니다. 근데 작년 말인지 올해 초부터 이런 일회용 인쇄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해서인지 리플렛이 영화관에서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고 소규모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개봉하는 아트하우스 영화들은 기존 A4사이즈가 아니면 엽서 형식으로라도 아직 리플렛이 나옵니다. 그래서 아트하우스관에 가면 잊지 않고 리플렛 진열대를 들여다보는데요. <비포>시리즈를 보러 간 영화관에 리플렛을 보니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이 다음주 개봉예정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고전 영화를 기획전 형식으로 재개봉하는 트렌드가 꽤 오래 계속된다 하더니 드디어 타르코프스키 차례까지 오는군요. 하긴 <희생>은 전세계에서도 드물게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당시 흥행한 예술영화로 유명하니까요. 이번 재개봉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비포>시리즈 2편을 보러 갔더니 이번에는 키에슬로브스키 영화를 재개봉한다는 예고편이 뜨네요. 이렌느 야곱의 얼굴이 극장 화면에 떴을 때 베로니카'가 하고 펄쩍 뛰었는데, 예고편을 보니 삼색 시리즈 3편을 개봉하나봐요. 


이래서 졸지에 영화관에서 봐야 영화는 계속 늘어갑니다. '세가지 색'은 삼부작을 묶은 한국판 DVD를 가지고 있지만 뭐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저 감사하게 봐야죠


2020년대에 타르코프스키나 키에슬로브스키 감독 영화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하다니 세상은 확실히 요지경입니다.

    • 개봉영화들 수준이 솔직히 말해서 한심한 수준이라...


      역으로 옛날영화 재상영이 돈이 되는 아이러니..

      • 실제로 재개봉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개봉영화관 보다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말이죠. 소소하지만 꾸준히 관객이 있고, 신작 개봉보다 재개봉이 비용이 덜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ㅎㅎ ally님도 느끼셨군요 영화 산업이 침체되면서 역으로 씨네필들과 영화광 관객들에게는 볼 게 넘쳐나는 고전 작품들의 재개봉 러쉬타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키예슬로프스키 칼라 3부작을 봤는데 그 때 좀 졸긴 했거든요 이번에 다시 봐야겠네요 어우 정말 끝이 없습니다 ㅋㅋ

      • 이런 재개봉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봐야 해!"하는 전운이 불탔으나,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옛날 개봉 때 못 본 걸 다시 놓치지나 말자"가 되고 있습니다;;;;

    • 당시에 '레드'와 '블루'는 봤고 '화이트'는 안 봤는데 봤던 두 편이 다시 보고 싶네요. '베로니카의 두 삶'도 재개봉해 주면 좋겠습니다. 음악을 반복 재생해서 듣던 영화라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네요. 

      • 사실 세가지색과 베로니카는 반덴부덴마이어라는 가상의 작곡가가 존재하는 하나의 유니버스로 묶을 수 있는데 말이죠.^^ 영화관에서 즈비그뉴 프라이스너의 음악을 다시 들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CGV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 코로나 시절에 [에어리언], [에어리언 2], [데드 링거], [더 플라이], [캐리], [죠스] 뿐만 아니라 키예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 10편을 싹 다 보여주니 정말 좋았지요. 

      • 아트하우스관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저도 위의 영화들을 다 보지는 못했는데 존경스럽습니다. 아니 우리 동네 아트하우스관은 코로나 시기에 문을 닫았었지;;;;;;

    • 세기말 대한민국의 예술 영화 흥행 돌풍(?)은 나름 해외 영화판에서도 화제였죠. 내한해서 "대체 내 영화를 왜 그렇게 많이 보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던 감독도 있었던 게 기억나는데 뉘신지는... 암튼 덕택에 별 희한한 영화들을 다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그때도 그렇지만 요즘도 이런 찬스는 거의 서울 위주로만 생기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역시 한국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 무슨 이벤트 상영전 같은 소식 들을 때마다 확인해 보면 이 동네는 그냥 아이돌이나 밴드 콘서트 영상 특별 상영 정도가 전부에요. ㅠㅜ

      • 집 근처에 쉽게 갈 수 있는 아트하우스관이 몇군데 있는데도, 워낙 띠엄띠엄 상영하기 때문에 날짜나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하면 배부를 소리일까요^^ 

        • ㅋㅋㅋ 아뇨 배부른 소리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제가 보고픈 안 히트 영화가 감사하게도 수원에도 상영을!! 하고 찾아보면 늘 그런 식으로 시간 맞추기 힘들게 되어 있어서 못 보러간 적이 여러 번 있거든요. 이게 옛날처럼 극장이 개인 장사일 땐 비인기 극장은 가끔 아트하우스 영화들 가져다 일주일이라도 내내 틀어주고 그랬었는데. 메가 플렉스 시대 이후론 지방에선 정말 그런 영화 극장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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