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Thelma]
[Thelma]의 주인공 셀마 포스트는 나이에 비해 꽤 정정한 93세 할머니입니다. 여느 때처럼 일상을 편히 보내고 있을 때 그녀는 보이스피싱을 별안간 당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녀가 직접 돈을 되찾으려는 과정을 느긋하게 풀어나가면서 웃음을 자아내지요. [시민덕희]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가볍고 발랄한 편인데, 올해 95세 생일을 맞이할 노장 배우 준 스큅이야 늘 그래왔듯이 든든하지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일하시길 바랍니다. (***)
P.S. 얼마 전 사망한 리처드 라운드트리의 마지막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Hundreds of Beavers]
[Hundreds of Beavers]는 한마디로 독특하기 그지없습니다. 투박한 무성 영화 코미디 스타일로 소소하게 황당한 웃음을 자아내다 보면, 어느 새 루니 툰즈 애니메이션 못지 않을 정도로 초현실적 수준까지 다다르거든요. 참고로 본 영화의 예산이 15만 달러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정말 효율적인 소품입니다. (***1/2)

[아버지의 세 딸들]
넷플릭스 영화 [아버지의 세 딸들]의 이야기 무대와 설정은 꽤 소박합니다. 세 자매가 곧 임종할 아버지의 아파트에 모여서 며칠을 같이 보내는데, 당연히 영화는 이들 간의 복잡한 감정을 갖고 드라마와 코미디 사이를 오가지요. 영화는 물론 이 세 주인공들을 연기한 캐리 쿤, 나타샤 리온,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데, 이 배우들 팬이라면 꼭 챙겨 보셔야 할 것입니다. (***1/2)

[Ghostlight]
[Ghostlight]의 주인공 댄 멀러는 평범한 한 가족의 남편이자 아버지입니다. 영화 초반에서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어떤 아픈 문제가 있다는 걸 감지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가 우연히 동네 극단과 엮이게 되면서 무대 연기를 통해 그 문제를 직면하는 과정을 덤덤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나갑니다. 예술이 치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야 많이 들어봤지만, 이만큼 감동적인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1/2)
P.S. 영화 제목은 극장이 밤에 문닫을 때도 항상 전등 하나를 꼭 켜놓는 관습을 의미합니다.

[Sing Sing]
[Sing Sing]의 중심 소재는 뉴욕 주 싱싱 형무소의 한 예술 재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영화는 가까이서 담담하게 바라다보는데, 그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과정은 [Ghostlight]만큼이나 상당한 감정적 위력이 있습니다. 참고로, 콜먼 도밍고를 비롯한 전문 배우들 몇몇을 제외한 출연진 대부분의 경우 본인을 연기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은 더더욱 사실감이 느껴지곤 하지요. (***1/2)

[수유천]
홍상수의 신작 [수유천]은 [여행자의 필요]와 달리 저와 그리 잘 맞지 않았습니다. 홍상수 영화답긴 하지만, [여행자의 필요]에 비해 재미와 매력이 떨어진 편인 가운데, 배우들이 좀 낭비된 감이 들었지요. 하여튼 간에, 전 그의 차기작으로 넘어갈 준비는 이미 되어 있습니다. (**1/2)

[더 워처스]
[더 워처스]는 M. 나이트 샤말란의 딸 이샤나 나이트 샤말란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한 괴상하고 신비한 상황에 굴러 떨어지게 된 주인공과 몇몇 다른 주인공들의 상황을 봐도 금세 샤말란의 아버지 영화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데, 결과물은 이야기와 캐릭터가 밋밋하고 부실하기 때문에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여튼 간에, 샤말란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여기서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나중에 그녀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처럼 자기 만의 영역을 팔 수 있을 수도 있겠지요. (**)
[트랩]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트랩]은 한 평범한 가장이 십대 딸 때문에 어느 유명 팝스타 콘서트에 갔다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갇히게 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상영시간 10분도 안되어서 그의 정체를 까발린 후에 전반부 동안 그가 요리조리 빠져나오려고 하는 걸로 상당한 긴장감을 쌓는 것은 좋았지만, 유감스럽게도 후반부에서 초점을 옮기면서 김이 빠지는 게 아쉽더군요. 하여튼 간에 조시 하트넷의 호연 등 장점들이 좀 있으니 시간 낭비는 아니었지만, 이보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겁니다. (**1/2)
P.S. 영화 속 팝 스타는 실제 가수이기도 한 샤말란의 또다른 딸 샐레카 나이트 샤말란이 맡았지요.
Ghostlight랑 Sing Sing은 보고 싶은데 국내에 들어오려는지...
샤말란은 올해 첫째 딸 감독 데뷔 시켜주고 둘째 딸은 주요배역도 시켜주고 네포베이비가 업계에서 꽤나 이슈인 가운데 용감(?)하네요. ㅋㅋ
샤말란 ㅋㅋ 너무 족벌주의 아닌가요. 델마는 예고편보고 홀딱 반했는데 잘나온 모양이군요! 꼭 챙겨봐야겠어요.
'아버지의 세 딸들'은 네플릭스로 보면 되지만, '고스트라이트'같은 최신 미국 인디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까요. 한글로 검색하면 동명의 공포영화 정보만 뜨는군요;;;;
부녀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나오다니 재밌는 상황이네요. 둘 다 평가가 별로라는 게 참 아쉽습니다만(...) 샤말란은 둘째치고 (어차피 감독님은 흥행 좀 안 돼도 늘 가성비로 수익을 뽑아내니까요. ㅋㅋ) 조쉬 하트넷이 간만에 히트작 하나 내면 반가울 것 같은데 말입니다.
트랩은 이번에도 제작비 3천만불 감독님이 직접 조달하셨는데 현재까지 총수익 약 8천만불로 또 손익분기는 넘겼습니다. ㅋㅋㅋ
이런 식으로 만들기 시작한 '더 비지트'부터 손해는 안보고 있고 23 아이덴티티, 글래스는 가성비로 대박이었죠. 감독이 직접 재정적인 리스크를 지면서 꾸준히 이런 성과라니 진짜 인정해줄만한 부분입니다. ㅋㅋ
예전에 어디서 읽었던 정보글에 따르면 다들 망했다고 생각한 영화들 중에도 적자 본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ㅋㅋ 게다가 현재까지 8천만불이면 앞으로 조금씩 더 흥행하고 2차 판권까지 팔아 넘기고 나면 1억 달러 넘기겠네요. 뭔가 블룸하우스의 성공 공식과 똑같이 가는 것 같은데 그게 본인 스스로가 본인 브랜드를 일궈낸 덕이니 확실히 능력자인 건 맞는 듯 합니다. ㅋㅋㅋ
주연작은 아니지만 작년 오펜하이머에도 나왔죠. 킬리언 머피의 오펜하이머를 처음 도와주기도 했던 동료교수로.
여기저기 작은 역으로는 종종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꽃청년 시절에 사람들이 가졌던 기대치에 비하면...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