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켄드릭 감독 데뷔작 '오늘의 여자 주인공'


1970년대 미국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강간 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무려 당대 최고의 인기 데이트 게임 TV쇼에 출연했다는 믿기지 않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물론 출연 당시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겠죠.
저 남자가 사실은 그 악명높은 연쇄살인범이었다는 사실이 후반부에 밝혀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이런 소재의 스토리 구조일텐데 보시듯이 처음부터 그 정보를 까놓고 시작합니다.
대신 당시 실제로 이 방송에 출연하여 저 살인범과 만나게 된 셰릴(애나 켄드릭)이라는 여성의 이야기와 이 살인범의 과거행적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어떻게 될지 서스펜스를 서서히 쌓아가는 전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목에 썼듯이 연기 당차게 잘하는 호감배우 애나 켄드릭이 연출자로 데뷔하는 영화인데요. 소재상 나오기 어려운 애매한 타이밍에서 적절히 터져주는 유머와 현실감 있는(특히 여성들에게) 호러/스릴을 균형있게 잘 섞어놓은 '배우의 감독 데뷔작 치곤'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아도 그냥 매우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약자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지뢰밭을 걷는 심정이겠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메시지 전달마저 노련하고 본인 연기도 언제나 그렇듯이 안정적입니다. 연쇄살인범을 맡은 배우도 이런 장르물의 흔한 살인자 캐릭터들과 비슷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소름끼치게 연기해주고 있네요. 진짜 소름돋는 순간은 엔딩 후의 후일담 문구였습니다만...
탄탄한 완성도와는 달리 극장상영에서 크게 승산이 있어보이진 않아서 넷플릭스가 사간 게 차라리 잘된 것 같아요. 어제 오리지널로 공개됐고 1시간 반을 충실하게 채워넣은 취향 크게 안갈릴 작품이니 추천드립니다.
본인이 잘 다룰 수 있는 장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레블 릿지도 이것도 배급권만 사온 건데 최근 자체제작 타율의 낮음을 이런 영화제 줍줍 성공으로 만회(?)하고 있습니다. ㅋㅋ
각본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 사건들과 인물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보다는 영화적으로 적절히 바꾸고 배치한 점이 훌륭했던 것 같아요. 특히 주인공 캐릭터와 히로인 캐릭터요.
불안한 웃음이나 약간 방어적인 사캐즘 같은 배우 애나 켄드릭의 개성이 캐릭터에 딱 붙어서 영화 전체에 아주 훌륭하게 쓰인 것 같네요. 켄드릭 감독이 여배우 켄드릭 쓰는 법을 아주 잘 알고 계셨어요 ㅎㅎ
플래시백이나 포워드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시고요. 조금 건조한 듯하게 서스펜스를 쌓는 방법도 좋았습니다.
각본을 쓴 건 아니지만 켄드릭 본인이 여태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로서 살아남으며 획득한 그런 스킬들을 실제 이야기와 말씀하신 그런 영화적인 부분으로 잘 녹여놓은 것 같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클라이막스로 넘어가기 전 술집에서 웨이트리스가 하는 대사는 켄드릭이 직접 바꿨다고 하네요.
실제 셰릴 당시 이야기를 검색해보니까 그것도 꽤나 무섭더군요... 과하지 않게 허구적인 부분들이 잘 섞으면서 희생자들을 그냥 폭력에 당한 피해자만이 아니라 각자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짧은 시간안에 확실히 부각시켜주기도 했고
요즘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될 작품' 섹션을 만들어 놓고 보여줘서 자꾸 헷갈립니다. ㅋㅋ 이것도 2주 전에 목록에서 보고 바로 틀어보려고 했는데 '좀 기다리시죠?'라고 떠서 뭐여 이게... 하고 찜만 해놨죠. 다행히 평가도 좋은 모양이니 곧 보도록 하겠습니다!
몰입해서 보다보면 금방 끝나있고 생각할 것들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재밌게 보시길 바랍니다.
오픈 하자마자 보았습니다. 안나 켄드릭의 당차고 똑 부러지는(근데, 어딘가 에서는 뭔가 당하거나 하는 ㅋㅋ)이미지가 좋죠. 영화 일부 구간의 스릴과 서스펜스!가 상당하며, 코언 형제들의 범죄물 같은 건조함이 있습니다. 실화 배경이라서 몰두하게되는 장점도 있죠. 드라마틱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핵불닭면이 아닌 슴슴한 잔치국수맛, 가끔 씹히는 짭조름한 고명!) 근데 살인범이 약 130명 까지 살해했다하니 어이가 없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연쇄살인범에겐 최적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넓은 땅에 어디에 파 묻으면 누가 알겠습니까? 자동차 앞 그릴에 부딪혀, 죽어 말라붙어 있는 벌레의 종류를 분석하여 범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정도니(주 별로 서식하는 곤충이 다름) 광대한 땅의 살인자는 한국에 오면 오는 순간 깨갱하게 되지요.
130명 얘기는 엔딩에 나오는 문구라 스포일러지만 뭐 실화니까 괜찮겠죠 ㅋㅋ
땅이 넓기도 하고 아마 너무 오랫동안 많이 죽여서 아마 범인 본인도 기억을 다 못할 것 같습니다. 아직 과학수사 같은 것이 없고 신상정보 등의 전산화가 이뤄지기 전에 이런 일들이 얼마나 더 많았을까 생각해보면 무섭습니다. 그 시절의 악명높은 미국 연쇄살인범들이 많았죠. 테드 번디라던가 제프리 다머 등... 그리고 요즘 시대에 넷플릭스 컨텐츠의 주요소재가 되어주기도 하구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