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어머니와의 기억 속에서 김수미 배우를 추모하며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우리에게 친숙한 김수미 배우가 향년 75세로 타계했다. ‘전원일기’의 ‘일용엄니’ 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수미는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김수미’라고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진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특유의 개성을 가진 그녀의 얼굴도 물론이다. 굳이 김수미가 어떤 작품에 출연했었는지 그녀의 연기가 어땠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냥 한 명의 뛰어난 연기자로서 우리 곁에 늘 있을 것 같은 존재였다고나 할까. 적어도 나에게 김수미는 그런 배우였다. 그래서 나는 김수미를 어떤 특정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굳이 따져보자면 그녀가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주말연속극 ‘남자의 계절‘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즐겨 보았던 MBC의 ’오늘의 요리‘(위 사진)에 출연했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뒤늦게 그녀가 크리스천이 된 걸 알고 그녀의 간증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같은 신자로서 모태 신앙이었던 그녀가 인생의 말년에 하나님을 만나서 참 기뻤다.

브라운관과 영화를 넘나들면서 뛰어난 배우로서 수십년간 활약해온 김수미를 추모할 이유는 차고도 넘치지만 내가 그녀에 대한 추모글을 꼭 올리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작고한 어머니와의 기억 때문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어머니가 어느 날 나에게 김수미가 쓴 ‘미안하다, 사랑해서’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보여주었는데 그 책에는 정성스럽게 어머니의 이름을 적은 김수미의 싸인이 있었다. 김수미가 책을 썼다는 사실이 놀라운 가운데 어머니가 그녀를 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나는 어머니에게 김수미를 어떻게 아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그녀를 잘 안다고 답했다. 내가 봐도 김수미가 그 싸인과 함께 적은 글에는 단순한 저자 싸인 이상으로 그녀와 어머니와의 가까운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 책에 적힌 김수미의 글을 읽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책이 사라져서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 그때 어머니에게 김수미 배우와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물어보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 어머니는 그녀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좌중을 휘어잡을 정도로 유머 감각이 출중했던 어머니는 아마도 역시 탁월한 유머 감각을 가진 그녀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김수미를 만나게 되었다면 어머니와의 추억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앞으로 김수미를 떠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와의 그때의 기억이 같이 떠오를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목소리와 특유의 웃는 모습으로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작게나마 내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김수미 배우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두 분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저도 너무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그래도 덕분에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한국의 레전드 배우를 추모하고 어머님을 추억하시는 계기가 됐겠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Ladybird님 덕분에 글을 올린 보람을 느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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