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나이브스 아웃'을 인도식으로 만들어 봅시다. '밤은 혼자다' 잡담

 -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29분! 스포일러는 결말만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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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혼자다! 는 별다른 뜻은 없고 걍 밤은 외롭다... 정도의 뜻인가 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서 흥행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 어두컴컴한 밤. 어두컴컴한 도로를 승용차 한 대가 달립니다. 그런데 대기하고 있던 트럭 하나가 스윽 시동을 걸더니 열심히 쫓아가서는 들이받아 버려요.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간 차에서 고귀한 룩의 여성 한 분과 운전사가 기어나오고, 무시무시한 인상의 트럭 운전사가 다가와 목을 따고 머리통을 부숴 버리네요. 그러고 근처의 공장으로 끌고 가 시멘트로 묻어 버려요.


 장면이 바뀌면 아까 사건으로부터 5년 후 겸 현재. 갑부 집안 싱 가문의 본체 할배 싱이 결혼식날 밤에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됩니다. 출동하는 형사는 우리의 주인공 자틸 야다브. 여자 보는 기준이 괜히 까다로워서 나이 한참 먹은 노총각으로 엄마의 근심을 사고 있는 성실 정의 노력파 형사님이죠. 하지만 장르의 공식이 있으니 싱 가문 유족들이 수사에 협조적일 리가 없는 가운데 사망한 할배랑 갓 결혼해서 이 집안의 유력자가 된 평민 처녀 라드하가... 우리 형사님과 인연이 있는 사이입니다? 사건의 정황으로 보나 동기 측면에서 보나 최우선 용의자 1번은 라드하게 되겠습니다만. 사람들의 구린 반응에서 수상한 냄새를 맡은 정의의 형사님은 상관과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건을 진지하게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얼키고 설키고 꼬이는 이놈의 로열 패밀리의 실체는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형사님의 팔자는 어떻게 될 것이며 과연 결혼은 언제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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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출연진 모여주세요! 짤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못 찾았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고 그렇게 큰 인기는 못 끌었는지 짤이 별로 없어요... orz)



 - 저렇게 적어 놓았지만 정말 진지한 수사, 스릴러물입니다. 다만 주인공의 직업이 형사이고 수사 방식도 평범한 형사들이 할 법한 방식임에도 배경이나 인물 관계 설정은 퍼즐 미스테리식인 거죠. 모든 미스테리의 해답을 각자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는 싱 집안 사람들은 하나도 안 웃기는 '나이브스 아웃'의 그 갑부집 가족들이란 느낌이구요. 큰 비밀을 쥐고 있는 젊은 가정부 여자도 나오고. 형사님은 형사답게 일 하면서도 중간에 자꾸만 명탐정 흉내를 내고 그럽니다. 갑자기 증거보다 본인 추리로 확 비약하기도 하고 마치 용의자인 가족들 위에 군림하는 명탐정처럼 굴기도 하고 그래요. 형사물과 탐정물이 좀 거칠게 뒤섞인 느낌이랄까요. 잘 만들면 독특해지고 잘 못 만들면 허접해지는 그런 방식인데 이 영화의 경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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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탐정 스토리라면 이런 장면들도 나중에 다 의미가 있고 그럴 텐데... 폼만 잡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ㅋㅋ)



 - 뭐라 평가하기가 애매하네요. ㅋㅋㅋ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딱히 놀랍거나 기발한 트릭 같은 건 전혀 안 나온다는 겁니다. 마지막 진상이 밝혀진 후에 생각해보면 아니 경찰 놈들(그러니까 주인공 포함 ㅋㅋ)은 대체 초동 수사를 어떻게 한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류의 진상인데요. 앞서 말했듯이 영화가 자꾸만 고전 탐정물 흉내를 내기 때문에 보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죠. 그럼 이걸 영리하다... 고 해야 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영화가 전체적으로 이래요. 못 만든 건 아닌데 자꾸 구멍 비슷한 게 보이거든요. 근데 그게 그냥 못 만든 건지 알고서도 일부러 그런 건지 판단하기가 애매해요. 차라리 명탐정 & 고전 미스테리로 가 버렸다면 더 재밌고 개연성도 나았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구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사건의 진상이 시시한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살인 사건의 트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배후에 숨겨진 이야기. 가족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 그로 인해 펼쳐지는 비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더 중요한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그 드라마는 꽤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의 사연이 사건에 얽혀 이렇게 저렇게 폭로되고 그 중 상당수가 사건의 근원임이 밝혀지는 식인데. 나름 의외성도 있고 재미도 있으면서 메시지(!)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고 그래요. 깜짝 놀랄 놀라운 트릭! 대반전!! 같은 것만 기대하지 않으면 괜찮은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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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시놉시스를 보면 요 둘이 끈적하거나 애틋한 무언가를 연출할 것처럼 적혀 있지만 그런 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영화가 아니거든요.)



 - 매우 21세기스럽게 정의로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형사와 용의자 1번 여성의 인연이란 게 무슨 전 애인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구요. 5년 전 어느 날 밤에 달리는 기차에서 투신 자살하려는 여자를 형사가 발견하고 간발의 차로 뜯어 말렸어요. 그러고 재시도를 막으려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둘이 앉아 있다가 대화 좀 나눠 본 게 전부죠. 


 형사님은 이 일로 자신이 한 여성의 삶을 구해냈다고 믿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이 여자는 매매혼을 위해 끌려 가는 중이었어요. 지참금에 눈이 먼 아빠가 갑부 할배에게 딸을 팔아 먹은 거죠. 딱하게도 그 할배는 상 변태에 몰인정한 악당이었고, 덕택에 여자는 지난 5년간 그 변태 싸이코의 첩으로서 각종 버라이어티한 학대와 가족들의 멸시 속에서 끔찍한 삶을 살았던 거에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형사는 충격에 빠져 이 불쌍한 여인네를 구해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고. 하지만 여자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고. 이런 식의 전통적 느와르, 스릴러 이야기인 것인데요.


 이렇게 인도 전통(...)의 여성 혐오 문화, 성폭행 문화를 까발리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인 데다가. 계속해서 요 갑부집 가족들이 계급 의식을 드러내며 평민들은 물론 형사까지 개무시하는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딱 봐도 엄청나게 수상한 국회의원 아저씨가 이 가족 일에 결부되어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는 인도 사회의 더러운 유착과 부패 이야기까지 튀어나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대충 가볍게 다루는 게 아니라 아주 각 잡고 진지하게 그려냅니다. 모든 캐릭터들과 그들의 관계가 이런 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이 주제에 대해 진심이었던 거겠죠. 그리고 그런만큼 메시지 하나는 확실하게 전달을 해내요. 훌륭하네. 좋네. 라고 생각을 하면서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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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렇게 화려해 보이는 갑부집 마나님의 실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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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수감된 죄수 같은 삶을 사는 박복한 여성일 뿐이라는 걸 열심히 보여준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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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층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상류층 사람들에게 어떻게 무시와 멸시를 당하는지 보여준다거나... 이런 식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스릴러입니다.)



 - 인도 전통의 향기(?)가 그 훌륭한 의도를 조금씩 흐리는 게 눈에 띄는 것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주인공 형사 아저씨가 가장 문제에요. 사명감에 불타는 정의의 형사이고 일도 적당히 잘 하는 건 맞는데. 이 양반이 넘나 20세기 스타일 터프 가이인 거죠. 수사 과정에서 갑부 가족들에게 종종 얼척 없이 막 나가는 장면들도 거슬리지만, 여성 캐릭터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별로에요. 20세기였음 속마음은 따스한 터프 가이... 였을 게 2024년에 한국인이 보기엔 그냥 멍멍이 매너 자뻑남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구요. 영화가 이 캐릭터를 진심 좋은 남자로 생각하고 묘사한다는 게 느껴져서 자주 난감해집니다.

 

 이게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이게 사실 거의 여성들 이야기거든요. 스포일러가 함유될 터라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이야기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게 거의 여성들입니다. 그 중엔 빌런도 있고 순응자도 있고 반항하는 캐릭터도 있고 뭐 다양한데 각자가 다 인도 문화의 억압으로 인해 망가진 부분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짓을 하든 이야기의 주제에 적절하게 기여를 하는 식인데요. 그 모든 사연들을 다 정리하고 해결하고 단죄하는 역할을 형사님이 혼자서 다 해버립니다. 이렇다보니 기껏 잘 짜 놓은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가서 피식. 하고 식는 느낌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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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여성들 이야기이고 캐릭터와 사연들도 잘 짜놨는데 그걸 주인공 아저씨가 터프 가이 흉내를 내면서 파헤치고 해결해주고 다 해 버리니 좀 덜 재밌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 그래도 대체로 장점이 더 많기는 해요. 

 일단 촬영이 아주 멋집니다. 특히 어두컴컴한 밤장면들 같은 걸 아주 근사하게 잘 찍어내더라구요. 근데 관련 짤이 없어서 증명은 못하겠구요(...)

 현대 수사물과 고전 탐정물을 오락가락하긴 해도 어쨌든 심심하지는 않게 사건들을 터뜨리고 풀어나가며 런닝 타임을 잘 채워주고요.

 캐릭터들에 약간 20세기적인 느낌이 있긴 해도 배우들이 꽤 잘 해줍니다. 캐릭터 구리다고 투덜거렸지만 남자 주인공 배우님도 잘 하셨고. 특히 마성의 그녀(?), 여주인공님의 연기가 아주 좋았어요. 활약은 남자가 다 해도 이야기 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이 분인 것인데 그 모자란 활약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확실히 뿜뿜 해주며 극에 몰입하게 해주더라구요. 인도 배우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암튼 훌륭한 분일 것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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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가 좀 많이 구식이라 당황스럽지만 연기는 괜찮았던 주인공 배우님. 하지만 이 캐릭터의 역할을 좀 줄이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대충 정리하자면요.

 엄격하게 말하자면 분명히 현대 수사물인데 자꾸 고전 탐정 소설 분위기가 쌩뚱맞게 끼어드는, 장르물로서는 좀 허술한 구석이 있는 이야기인 것인데요.

 확고한 목적 의식(?)을 갖고 잘 빚어낸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 그리고 개연성 있게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 덕에 이야기의 재미 자체는 썩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아주 매끈한 수사물을 기대하심 안 되겠지만 '인도 사람들이 이런 생각, 저런 고생 하면서 살고 있구나'라는 걸 엿볼 수 있는 괜찮은 이야기이자 때깔 좋은 인도식 느와르... 같은 게 당기신다면 한 번 시도해볼만 합니다. 전 이 정도면 기대보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만. 두 시간 반이나 되는 런닝타임을 한 10여분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은 좀 들었습니다. 아무리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해도 진상이 다 밝혀진 후로도 거의 30분 가까이 가는 건 무리수였어요... ㅋㅋㅋ




 + 간단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만. 뭐가 되게 많아서 대충 거칠게 요약했고, 결국 영화 안 보신 분은 읽어도 뭔 소린지 이해를 못하실 겁니다. ㅋㅋ 읽지 마세요.


 형사님은 사건 당일에 여주인공과 갑부 조카놈이 하루 종일 전화 통화 기록을 남긴 걸 보고 둘이 몰래 사귀는 사이였다는 걸 눈치 챕니다. 근데 조카놈이 신분 높은 양가집 규수와 결혼을 확정지었으니 열받은 여자가 저지른 사건... 이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하는데요. 둘 다 사망 추정 시각에 알리바이가 있어서 번뇌에 빠지죠. (애꿎은 여자에게 '삼촌과 조카 둘과 잠자리에 든 여자가 무슨 낯짝으로! 라고 일갈하는 건 덤입니다. ㅋㅋ) 그래서 다방면으로 사건을 캐다가 이 집 하녀로 일하는 젊은이의 아빠가 5년 전에 갑부의 첫째 아내를 모시고 운전하다 죽은... 듯 한데 시신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어인 일인지 당시에 경찰들이 그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대충 종결시켜 버렸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래서 혹시 관련이 있나? 하고 그 사건을 파 보니 갑부 집안과 운명 공동체 격인 거물 국회의원 아저씨가 배후에 있다는 걸 가리키는 증거들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그런데 무신경하기 짝이 없던 주인공은 그 국회의원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사냥개라는 것이 빤히 보이는 서장님에게 진척 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하구요. 다음 날 기대했던 증인인 하녀 아이가 바로 살해돼요. 그래서 범인을 잡자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가 급기야는 자객들에게 습격까지 당하고. 그럼에도 불타는 정의감으로 계속 사건을 키우려 하자 서장은 얘를 정직 시켜 버리고 그동안 주인공의 더러운 성깔을 참아주며 열심히 일했던 후배 겸 파트너도 손을 떼 버리네요. 그러고서 서장은 '아 뻔한 데 뭐하는 거임!!' 이라면서 여주인공을 체포하겠다고 하는데, '배후에 더 큰 누군가가 있는 걸 뻔히 아는데 너만 희생시키고 끝낼 순 없다'면서 여주인공을 데리고 튀어 버리는 주인공입니다. 근데 갈 곳이 없고. 그러자 여자가 이끄는대로, 죽은 갑부님이 여주인공과 단 둘이 데이트를 즐길 때마다 데려갔다는 가족들 아무도 모르는 비밀 별장으로 가는데... 그 곳에서 둘이 말싸움을 벌이다 결국 진실을 듣게 됩니다.


 그날 밤 여주인공은 밀회 관계였던 갑부 조카랑 크게 다투었고. 열 받아서 자기 남편에게 다 말해버리겠다며 뛰쳐 올라가는 여주인공, 그걸 말리려고 따라간 갑부 조카는 이미 처참하게 살해된 갑부님을 보게 되죠. 마침 또 그 자리에 올라왔던 하녀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둘의 알리바이를 꾸몄을 뿐 본인이나 조카가 죽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이 말을 믿어주기로 하는 주인공... 인데 갑자기 여자에게 키스를 시전하려다가 거부 당하고 쪽을 팔죠.


 그런데 그때 주인공의 파트너 형사는 본인이 찾아낸 하녀 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가 서장실에서 서장과 다정하게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주인공에게 '니가 옳았다!'며 재결합을 선언해요. 그러고 둘은 함정을 팝니다. 여자를 잡았으며 경찰서에 데려오겠다고 위에 보고하고. 그러자 윗선에선 여자를 제거하기 위해 한밤중에 외딴 곳으로 데려 오라고 시키구요. 당연히 자객이 올 것을 예측한 주인공과 파트너는 여자를 넘기는 척 하다가 총격전을 벌이는데, 이때 이 영화의 자객 아저씨(도입부에서 하녀 아버지와 갑부 와이프, 중간엔 하녀 아이를 죽인 놈입니다)는 간신히 도망치는 데 성공하지만 집에 돌아가니 하녀의 할머니가 대기하고 있었고.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쓰고 할머니가 던진 성냥불에 불타 죽어요. 


 그래서 심증은 가득하지만 쓸만한 증거가 없었던 주인공은 여자와 갑부의 밀회 장소를 다시 찾아서 증거 될만한 게 없나 샅샅이 뒤져보고요. 뭔가 발견하고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뒷받침 근거들을 수집한 후 재벌 가족들 & 국회의원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고 명탐정 놀이의 범인 지목 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 진상이란 다음과 같아요.


 재벌 할배는 고등학생이던 자기 조카 여자애까지 성폭행하던 인간 쓰레기였구요. 조카 아이는 결국 임신까지 해서 낙태 수술을 받고는 그게 학교에 알려져서 퇴학을 당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이게 뭐꼬! 하고 달려갔던 재벌 할배의 첫 아내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고 분노에 차서 집에 돌아오다가, 당연히 자기 편일 거라 생각해서 '내 남편이 니 딸을 강간했어!'라고 알려 준 본인 동생의 사주로 살해 당한 거였어요. 동생 입장에선 만약 재벌 할배가 그대로 감옥 가거나 죽어 버리면 재벌과 손 잡고 사업을 벌이고 있던 자기 아들이 곤란해질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본인 딸과 언니를 희생해서라도 아들 자식 하나를 지키려고 했던 이 할머니가 제 2 빌런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벌 살해범은 당연히 재벌에게 온갖 몹쓸 짓을 당했던 성폭행 피해자, 재벌의 조카딸이었죠. 결혼식 날 재벌과 둘이 있게 됐을 때 나름 데미지를 줘 보겠다고 비꼬는 말을 했는데, 재벌이 완전 파렴치하게 자신을 개무시하며 오히려 비웃음으로 받아치니 넘나 열받아서 순간적으로 죽여 버렸던 것. 아, 그리고 국회의원은 저 제 2 빌런의 사주를 받고 재벌의 아내와 운전사를 죽였을 뿐 재벌을 해치진 않았습니다. 얘 입장에선 그저 자길 후원해주는 재벌 할배가 감옥 가는 꼴은 원치 않았던 거죠.


 이 설명을 다 들은 국회의원 아저씨는 '내가 힘 써서 널 잘라 버리고 만다!'고 고함을 치며 떠나가고. 재벌의 조카이자 여주인공의 비밀 애인이었던 남자애는 자길 위한답시고 자기 엄마가 저지른 끔찍한 일들을 알고는 멘탈이 나가서 니들도 재산도 다 필요 없다며 집을 떠나 버립니다. 금쪽 같은 아들래미에게 버림 받은 이 상황에 좌절한 제 2 빌런님은 방에서 혼자 자살하려고 권총을 꺼내 목에 댔다가, 누가 문을 두드리니 혹시 아들이 돌아왔나! 해서 멈칫하지만 잠시 후 자기 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미련 없이 자살해 버립니다. ㅋㅋㅋ 그러고서 주인공은 재벌 살해범을 경찰차에 태우고선 "내가 잘 말해서 최대한 죄는 가볍게 받게 해주겠다"며 데리고 가구요.


 장면이 바뀌면... 노올랍게도 요 일개 형사의 수사 내용이 다 순탄하게 받아들여지고 법도 잘 집행됐나 봐요. ㅋㅋ 그래서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고 여주인공은 재산 분배를 받고 부자가 되어 이 놈의 집구석을 떠나요. 그런데 '역시나 결혼은 못하겠구나...' 라며 한탄하는 본인 엄마랑 티격태격하면서 경찰 정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는 여주인공을 배웅하러 역으로 달려가는데... 어라. 기차에서 안 내리네요. "세상은 너무 험해서 혼자선 못 살겠어." 라는 주인공을 여주인공이 끌어안고 키스하며 해피엔딩입니다. 아니 왜 이렇게 되는 건데. ㅋㅋㅋㅋㅋㅋ 암튼 끝이에요.

    • 헐리우드 영화 공식에 지쳐서 가끔 인도 영화를 봅니다. 인도 영화는 진짜 골 때리는 표현이 가끔/자주 있더라구요. '로봇'의 전투씬들. (상상하지도 못할 상상력의 화면 구현.. 이것이 인도다!?) 'RRR'의 댄스 배틀!!! 중간 중간 군무와 노래.. 발리우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인도식 감성 (서방과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더라구요. 인도 사회를 고발하는 '취조'를 보고 쇼크 먹었었는데,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우리도 그랬을 거라 생각하니 씁슬하더리구요.  일본 영화의 강한 '오글력', 인도 영화의 '짙은 향신(료)력'을 잘 극복해야 한다는....  위 영화는 '향신력'이 강한지요?     

      • 아 그게 이 영화는 의외로(?) 그런 인도 영화스러움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다 같이 노래하고 춤 추고 이런 것도 없고 연기도 계속 사실적인 톤이고... 그래요. 두 번 정도 너무나도 대놓고 그 상황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하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틀어 놓고 분위기 잡는 장면에서 피식 하긴 했습니다만. 암튼 그런 쪽으로 장벽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ㅋㅋ 물론 그런 걸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니 그런 분들에겐 장점이 아니겠습니다만.




        사족으로 RRR 정말 재밌게 봤어요. 아니 이렇게 장황하고 황당한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하면서 즐겁게 봤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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