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잡담, 오락실의 적절한 가격은?(feat-청량오락실)
1.요새 청량리에 오락실이 하나 열었다는 뉴스를 봤어요. 실제 사업은 아니고 상가 홍보를 위한 것 같더라고요. 가격은 모든 게임이 100원인듯 하고 요즘 오락실이 다 없어져서 그런지 사람이 제법 많다나봐요. 지방에서도 올라온다고 할 정도니.
2.나도 평일 낮에 한번 갈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영 시간이 안 나요. 예전같으면 즉시 달려갔겠지만 아무리 빨리 일을 마치고 갈려고 해도 마감이 계속 중첩되어서요. 이럴 때만큼은 백수가 아닌 게 좀 아쉽긴 해요.
3.뭐 어쨌든. 곧 한번 가긴 하겠지만 저 오락실이 계속 유지되려면 얼마여야 할까? 꼭 저 오락실이 아니더라도 고객도 만족하고 사업성도 제법 있으려면 게임 한판에 얼마여야 양쪽 다 만족일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당연히 저기 들어가는 백원짜리로는 일단 택도 없죠.
4.휴.
5.이건 오백원 아니면 천원이예요. 한데 오백원이면 기존 게임 플레이의 5배 가격이지만 그건 또 적은 감이 있단 말이죠. 극단적인 예시지만 던전앤드래곤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오백원 가지고 두 시간을 놀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던전앤드래곤을 잡고 있는 두 시간동안, 그 기계는 점유되고 있으니 매출이 발생될 수가 없어요. 베이스볼 닌자도, 슈팅게임도 실력자의 손에 잡히면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또 계속해서 매출 회전이 발생하는 격투게임은 사정이 다르죠. 계속 대전이 이루어진다면 500원의 매출이 3분마다 발생할 수 있으니. 10분에 약 1500원, 60분이면 15000원이겠네요.
한데 붐비는 시간대가 아니면 계속해서 대전이 발생할 리는 없고...결국 격투게임도 500원으로는 장사하기엔 좀 적은 감이 있어요.
6.사실 오락실이 100원이던 시기에 비해 과자값이 거의 열배는 됐으니까, 심리적인 장벽이 있더라도 한판에 천원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싶어요. 위에 쓴 던전앤드래곤이라면 사실 천원도 너무 싸죠. 어쨌든 잘하는 놈이 잡아버리면 그 기계에선 거의 두 시간동안 매출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두 시간 가량 천원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있나? 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거든요. 영화 한편에 만오천원, 카페에 둘이 커피마시러 가면 만원은 넘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보면 천원조차도 적어 보이지만...또 격투게임은 한 판에 천원이면 적절하지 않나 싶고. 그간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오락실에서 열 판 하고 만원이라면 좋아 보여요.
예전 같으면 오락실에서 만원을 쓰기도 힘들고, 만원씩이나 썼다면 엄청 많이 쓴 건데...요즘은 물가가 엄청 올라서 그런지 어딘가에서 한시간동안 만원 썼다고 하면 싸게 먹힌 감이 있으니까요.
7.물론 위에 쓴 건 못하는 사람 기준이고, 나라면 천원에 한판이면 한시간 내내 놀 수도 있겠죠. 아주 심각한 수준의 고수만 만나지 않는다면 격투게임으로 한 시간 놀 수도 있어요.
한데 이건 서울에 오락실이 많을 때의 얘기죠. 서울에 오락실이 하나밖에 없다면 그곳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고수를 만날 수밖에 없고, 나도 갈 때마다 만~2만원씩은 써야 할거니까요. 고수들이 분산되지 않고 몽땅 하나의 오락실에 모일 거니까요.
8.사실 아이러니한게... 킹오파 같은 게임을 할때 고수의 플레이를 하는 건 전혀 재미가 없긴 해요. 고수끼리 게임하기 시작하면 버튼 한번 누르는 것, 점프 한번 하는 것조차도 일일이 계산을 마치고 해야 하니까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그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고 뇌를 좀 비우고 해야 재밌는데, 고수급의 대결이 되는 순간 빈틈 한번이 게임을 날려먹으니까요.
고수급의 대결이 되면 강자를 이긴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거지 게임의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오락실이 생기더라도, 그 오락실이 서울에 단 한곳만 생긴다면 그곳이 과연 재미있는 오락실이 될까? 그게 아닐 거란 말이죠. 매번 게임이 빡겜이 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이 될 공산이 높아요.
결국 오락실이 부활하면 재밌겠지만, 오락실이 재밌는 곳이 되려면 몇 개는 생겨야 한단 말이죠. 서울에 한두개만 있어봤자 그곳은 복마전이 되어버린단 점이 아쉽네요.
요즘은 500원, 천원으로 한 판 할 수 있는 전자오락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왜냐하면 그 공간에 인형뽑기 기계를 갖다놓는 게 훨씬 벌이가 좋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오락실에서 게임을 잘 안하죠. 휴대폰으로 하거나 집에서 콘솔 혹은 PC로 하거나 PC방을 가니까요.
저 청량리 오락실은 이벤트 성으로 운영하는 것 같긴 한데, 인터뷰를 보니까 그리 일찍 닫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기판이 오래되어서 고장이 잦다는 거하고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게 애로사항인 것 같더라고요. 저는 4인용 게임인 닌자거북이나 캡틴 코만도같은 거 있으면 가고 싶었는데 리스트를 보니 그건 없어서 갈까 말까 생각 중이에요.
오락실 50원 할때 짜장면이 500원이었고 2000원이면 과일을 50개쯤 살 수 있었죠. 지금은 짜장면 가격이 7000원 이상, 과일을 50개쯤 사려면 10만원 넘을듯...
백원으로 올랐을 때 까지는 그래도 가끔씩 하곤 했는데 그 이상 오른 뒤로는 오락실에서 게임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