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메시지는 참 확실하게 전달합니다. '럭키데이' 잡담

 -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슬래셔 무비인 척 하는데... 아니 슬래셔 무비 맞습니다. 그런데 또 아니고 그래요? 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 '메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직업은 자기 계발서 작가. 결혼은 했고 애는 없어요. 저번에 낸 책이 꽤 팔렸는데 이젠 약빨이 떨어져서 새 책을 내달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집필을 시작... 하려는데 한 밤중에 괴상한 비닐 마스크를 쓴 남자가 집에 침입합니다. 옆에서 자는 남편을 깨워서 이야길 하는데 이 양반 반응이 괴상해요. 대략 한 오백 번은 이런 일을 겪었다는 듯이 "또? 하 것 참. ㅋㅋㅋ" 하면서 몽둥이로 쓸 거 하날 집어 들고 발랄하게 방을 나가네요. 그런데 괴한은 하필 메이와 마주치게 되고. 좀 다쳤지만 다행히도 남편과 협공으로 때려 잡았... 는데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사라져 버렸네요. 이런.


 암튼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이야기가 이상해서 그런지 괴한이 사라져서 그런지 대체로 시큰둥하구요. 겁이 나 죽겠는데 남편은 계속 태연자약. 다음 날 작정하고 남편에게 "대체 당신 반응이 왜 이래?" 라고 물었다가... 묻어뒀던 둘의 안 좋은 분위기를 일깨워 버려서 남편은 "당신 화 풀리면 그때 얘기해!" 라며 사라진 후 연락이 두절됩니다. 그런데 그 날 밤, 괴한이 또 침입했어요! 우와아앙아 당황 그 자체지만 혹시나 싶어 대비를 했기에 이번에도 퇴치 성공! 했는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고 오니 사라짐. 뭔데!!? 하고 하루 지났는데 그 괴한이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연쇄 살인마 영화의 빌런답게 마스크를 씌워 놓고, 엔딩에서 이걸 또 주제와 연결 시킵니다. 작가의 의도 대로는 참 잘 쓴 각본이에요. 관객으로서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소감은 격하게 달라지겠습니다만.)



 - 아이디어가 특이하잖아요? 잡아 두들겨 패고 쓰러뜨리고 기절 시키고 계단에서 굴리고 옥상에서 떨어 뜨려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음 날 또 다시 쳐들어 오는 괴한에 시달리는 이야기라니. 루프물도 아닌데 대체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 이야기인가... 가 궁금해서 봤는데요. 음. 대략 10분쯤 보니까 아... 하고 감이 오더라구요. 이걸 스포일러라고 하기엔 영화가 그걸 감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그냥 적겠습니다. 


 그러니까 페미니즘 우화에요. 매일 밤 늘 언제나 항상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여성. 예방도 못 해주면서 생존자의 말에 귀를 안 기울이는 공권력. 분명한 현실적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도 아 또 그 얘기야? 라며 무심하게, 귀찮다는 듯이 반응하는 주변 남자들. 심지어 인생 파트너라는 남편까지도 말이죠. 이걸 그냥 있는 그대로 다 집어 넣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겁니다. ㅋㅋㅋ 그러니 현실적인 이야기겠거니... 하고 보다 보면 벙 찌게 되죠. 다행히도 이야기가 넘나 직설적이다 보니 금방 눈치 채게 해줘서 그 당혹스러움이 오래 가진 않습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뒤에 보이는 주인공의 예전 책 제목 역시 영화의 주제와 연결됩니다. 참고로 각본은 주연 배우님이 직접 쓰셨다고.)



 - 이 과감한 이야기 구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그대로 가장 큰 단점이 됩니다.


 스릴러, 공포물로서의 재미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이야기 구성은 단점이 될 수 있죠. 이게 다 비유이고 상징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다 보니 긴장감은 싹 사라지고 그냥 '아 이 상황은 이런저런 의미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매우 평온하게 보게 되거든요. 해피 엔딩이 될 수도 베드 엔딩이 될 수도 있지만 주인공이 이야기 속을 살아가는 인간... 이란 느낌이 안 들고 그냥 무언가의 비유로만 보이니 몰입이 잘 안 되죠.

 그리고 영화 속 비유와 상징들이 참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입니다. 클라이막스 쯤 가면 아니 이거슨 영상 교재가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 정도라서 좋은 메시지라도 너무 직설적으로 다루는 건 좀 별로다. 라는 분들이라면 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그에 반해 장점이라면... 어쨌든 그게 다 맞는 말이라는 거? ㅋㅋ 그리고 의도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잘 짜놨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르고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결국 그 메시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그런 식으로 잘 만들어 놓은 이야기였습니다. 그게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주느냐... 고 묻는다면 많이 애매합니다만. 고작 81분 밖에 안 되는 런닝 타임을 알차게 채우면서 하고픈 말은 확실히 해 놓았으니 잘 했다고 보는 게 맞는 듯 하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메시지가 워낙 확 눈에 띄어서 그렇지 슬래셔 영화로서 할 일은 나름 성실하게 다 하는 편입니다. 다만 슬래셔 영화를 본 기분은 전혀 안 들...)



 - 그 외엔 뭐... 딱히 이야기할만한 부분이 별로 없군요. 

 만듦새는 그냥 평범한 편으로 크게 나쁘거나 특별히 좋은 부분도 없었구요. 배우들의 연기나 면면이나 다 뭐... 에... 그랬구요? ㅋㅋ

 찾아보니 imdb 평점은 조금 낮은 편에 썩은 토마토 점수는 아주 높아요. 아마도 호러, 스릴러로 생각하고 봤다가 '이게 뭐꼬!'가 된 일반 관객, 시청자들은 점수가 좀 박할 수밖에 없겠고. 장르의 탈을 쓴 선전물(...)로서 잘 풀어낸 의도와 메시지에 주목한 비평가들은 좋게 점수를 줄 수도 있겠고 뭐 그렇겠습니다.

 그러니 재미난 장르물을 원하신다면 피하시구요. 저기 동덕 여대에 몰래 숨어들어가다 붙들려 입건되는 사람들 보며 혈압 오르는 중인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도 같고... 뭐 그렇습니다. 제가 원했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 과감함과 깔끔함 때문에 인상적으로 그냥 잘 봤어요. 그러합니다. (엄밀히 말해 추천은 아니지만요!!! ㅋㅋㅋ)




 + 영화 속 세상만 보면 이제 미국은 인종 차별이 사라진 나라 같은데 말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캐스팅에 인종 다양성을 열심히 반영해서 이런 식으로 그림을 만들어 보여주는데...

 이 양반들이 뽑은 다음 대통령이... (쿨럭;)



 ++ 아. 포스터 이미지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원제는 그냥 '럭키'입니다. 너무 짧고 기억하기도 힘들며 동명의 한국 영화도 있고 해서 '럭키데이'로 바꾼 듯 한데. 덕택에 영화의 메시지가 살짝 죽습니다. 여성만 노리는 무차별 폭행범이나 연쇄 살인마에게 아직 안 당하고 멀쩡히 살아 있는 것만 해도 행운이네. (니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관심 없고) 여자인 니가 그만큼 성공해서 잘 살고 있으니 행운이 따랐네. 와 같은 이야기들을 비꼬는 의미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남편은 연락 두절. 혼자서 집을 지키며 밤마다 괴한을 무찌르기를 반복하는 주인공 메이. 주변 사람들이 이 얘길 듣고 "그 집에서 나와서 지내는 게 좋지 않겠어?"라는 당연한 조언을 하지만 "어째서 내가 내 집에서 편히 쉬는 걸 포기해야 하는데!!?" 라며 계속 버팁니다. 나중엔 마트에 가서 온갖 호신용 아이템들을 구입해 와서 상황 따라 써먹기도 하고 뭐 그래요. ㅋㅋ


 근데 그러다 결국 하루는 메이도 좀 다치구요. 밤에 전혀 잠을 못 자니 지치기도 해서 어린 애 키우며 사는 절친 (물론 여성입니다) 집에 가서 하루를 지내 보려는데... 어익후. 그 괴한이 여기까지 쳐들어와서는 절친에게 큰 부상을 입혔어요. 그래서 병원 다녀오고, 또 형사들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영화가 작정하고 현실 흉내를 집어 치워 버립니다. 전지적 시점에서 주인공에게 니가 평소에 좀 더 조심했어야지, 니 실수로 비롯된 부분도 있어, 아 니 얘기 다 알겠으니까 일단 진정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보련? 뭐 이런 식으로 주인공을 좌절에 빠뜨려요. 그래서 자리에서 뛰쳐나가 차에 타고 시동을 거는 순간...


 갑자기 지하 주차장입니다. 이게 뭐지?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자신의 비서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걸 보고 도와줘요. 그런데 쓰러뜨리지는 못해서 일단 도망을 치는데, 주위를 둘러 보니 이 쪽에도, 저 쪽에도, 그 쪽에도 모두 여성들이 자신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맞서 싸우고, 두들겨 맞고, 죽임을 당하고. 이때 비서가 "저 사람들 도와줘야 해요!" 라고 외치는데 주인공은 뜯어 말려요. 그래 봐야 소용 없어. 어차피 우린 저들을 다 도울 수 없어. 너는 내가 아는 사람이니까 도와준 거지,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각자 해결해야 해. 난 오늘도 내일도 스스로 싸워서 이길 거야!! 라는 설교를 늘어 놓은 후 돌아서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돌아 보니 비서도 괴한에게 목을 베이고 있어요. 부리나케 달려서 차를 타고 집을 향하는 주인공.


 ...근데 집에 도착하는 순간 갑자기 뒷좌석에서 남편이 뿅. 하고 나타납니다. ㅋㅋㅋ 본인 말로는 처음부터 타고 있었다나요. 경찰이 연락해서 니 얘길 하길래 잘 지내나 보러 왔대요. 대체 그동안 뭐했냐며 화를 내는 주인공이지만 그래도 남편이 돌아오니 마음이 놓여요. 그래서 "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는데 니가 감정적으로 굴어서 힘들고 상처 받았어" 같은 소릴 태연하게 늘어 놓는 남편임에도 "어쨌든 난 당신이 필요해." 라며 꼭 끌어 안는데요. 그때 또 괴한이 나타나 남편 등에 칼을 꽂아 버립니다. 그래서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라고 울부짖지만 괴한이 그 말을 듣겠습니까. 결국 또 싸움을 벌이고, 다시 한 번 무찌르며 함께 쓰러져요. 다만 이번엔 소용도 없는 신고를 하는 대신 괴한의 비닐 마스크를 벗겨 보는데... 얼굴이 없는 사람이었네요. 정확히는 정해진 얼굴이 없는 사람입니다. ㅋㅋ 실시간으로 얼굴이 계속해서 바뀌어요. 젊은 남자 늙은 남자 수염 있는 남자 백인 흑인 동양인...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주인공의 표정과 함께 엔딩입니다.

    • 그야 바로 그런 식으로 비미국적인 가치를 선량한 일반 미국인들에게 강요하는 해안 엘리트 부유층들을 심판해야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 크윽... 더러운 엘리트 부유층 같으니라구요...... ㅠㅜ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4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1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