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백수, 운동계획


  1.요즘은 일을 하니까 옛날이 참 아쉬워요. 백수였을 때가 말이죠. 사실 이건 어린이들을 보며 나이든 사람이 하는 생각과 비슷해요. 하루를 헛되이 쓰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훈계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아까운 생각이 드는 거죠. 나였다면 저 좋은 시간을 저렇게 안 보낼 텐데...라며 말이죠.



 2.어쨌든 일을 해보니 예전 백수이던 때, 생각보다 할 것도 많고 해놓을 것도 많았다는 걸 깨닫곤 하죠. 지금은 일 때문에 2일 이상 자리를 못 비우지만 예전에는 맘만 먹으면 한달씩 떠날 수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러는 대신 매일 빈둥거렸죠. 


 백수가 열심히 산다...는 말은 좀 웃기지만, 어쨌든 백수여도 열심히 살 수 있단 말이죠. 하다못해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체력을 업글시키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3.하여간 옛날 생각을 해보면, 수많은 선택권들이 있던 그 시간동안 '어제 했던 일'을 반복하는 걸 선택했던 게 좀 아쉽긴 해요. 러시아어도 배우려면 배울 수 있었고 그랬는데 말이죠.


 어쨌든 언젠가 다시 백수가 되면 이것저것 시도해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4.휴.



 5.그런데 백수의 운동은 한가지가 달라요. 피트니스(헬스장)은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 다니라는 말이 백수에겐 안맞거든요. 일단 헬스장을 가까운 곳으로 해버리면, 헬스장에 가는 게 백수의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외출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헬스장에 갔다가 바로 돌아와서 다시 인터넷을 하는 하루를 보낼 공산이 크다 이거죠.  


 두번째 문제는, 근처에 있는 헬스장이 보통 24시간이기 때문에 그나마 외출하는 시간이 한밤중이 될 확률이 높아요. 사람 없는 시간에 가서 운동하겠다는 핑계로 새벽 2~3시에 헬스장을 가게 되거든요.



 6.그래서 백수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곳...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헬스장을 끊는 게 좋아요. 가능하면 서울 여러 곳에 접근성이 좋고 여러 이벤트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 말이죠. 그래야 운동하러 외출한 김에 어떤 맛집을 간다던가, 어떤 행사가 마침 있으니까 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외부활동을 자주 하게 되거든요.


 강남이나 신도림, 광화문 이런 곳의 헬스장을 다녀야 없던 약속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밖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요. 그리고 24시간 영업이 아닌 곳을 가야 낮에 반드시 나가는 루틴이 활성화돼요.


 강남은 강남에서 문정쪽 경기라인, 광화문은 서울 중구 전반, 신도림은 홍대쪽 라인-중구-광명쪽 경기라인까지의 좋은 접근성을 지니고 있죠. 



 7.뭐 용산이나 여의도도 좋겠네요. 용산은 근처에 cgv와 큰 몰이 있고, 여의도는 IFC몰에 더현대가 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몰을 한번 쫙 도는 재미도 있고요. 어쨌든 다시 백수가 되면 새 헬스장을 잘 골라봐야겠어요.


 어쨌든 백수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죠. 알렉산더 대왕이 한탄했듯이, 역사가 쓰여지고 있는데 내가 거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이 말이죠. 백수로 산다는 건 몸은 편하지만 역사를 쓰지 않고 그저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 슬픈 거예요.


 '그럼 일을 한다고 해서 뭐 역사를 쓰기라도 하냐?'라고 누군간 묻겠죠. 그래도 일을 하면 짜증나고 때려치고 싶고 몸이 힘들지만...불안감은 안 들거든요. 내가 역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붙잡으면서 살 수 있으니까요.



 8.그래서 지금 일을 마치면 백수생활을 얼마나 할지 고민이 돼요. 한달? 석달? 일년? 글쎄요. 첫 한달은 쏜살같이 지나갈 거고, 두번째 달부터는 한달만 놀기엔 좀 아쉬울거고, 반년쯤부터는 이래도 되나 하고 조바심이 날 거고, 1년쯤 되면 미치도록 일을 하고 싶겠죠.


 한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백수생활의 무서운 점은 그게 2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냥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거예요. 마치 유령처럼 어제 했던 일을 오늘도 반복하는, 메아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단 거죠. 그 지경이 되어버릴 때까지 백수생활을 하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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