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후발리 봤어요

영화의 전당에서 매년 하는 인도영화제가 몇년전까진 국내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영화들 위주이던 것 같더니 최근들어 대중친화적 노선으로 가기로 한 것 같아요. 올해는 당갈, 바후발리 같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화들을 하더군요. 바후발리는 제목만 들어본 영화여서 가서 봤어요.



1편 상영시간이 159분 2편은 167분.
둘이 합치면 다섯시간 반이 넘는...

대사가 국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인도말하고는 좀 다르게 들리던데 이게 텔루구어인가 보죠. 뭐랄까 좀 더 점잖게 들리네요.ㅎㅎ






한 여성이 갓난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있습니다. 여성은 추적자들을 물리치지만 그만 강에 빠져버리고...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되자 하늘을 향해 소리칩니다. 이 아이, 마헨드라 바후발리가 훗날 자기 자리를 찾게될 거라고. 그리고는 아이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손을 들어올린 채로 절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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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나 이미지나 참 강렬합니다. 엑스칼리버 생각나기도 하고 장철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고(우뚝 서서 죽는 사람이 많아서요) 이거 제대로 신화같은 느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당연히, 이건 기존에 있는 신화나 전설을 영화화한 것일 거다라고 생각하고 보게되었네요.

다음날 아침에 근처 마을 사람들이 와서 강물 위로 아이가 솟아있는 황당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아이를 거둬서 키우게 됩니다.

마을 근처에는 인간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폭포가 있었고 사람들은 시부두라는 이름을 붙인 그 아이가 폭포 위에서 온 것일 거라고 짐작하지만 시부두에게는 비밀로 부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부두는 줄곧 폭포 위의 세상에 매료되어, 25년간(!) 매일매일 폭포위로 올라가는 시도를 합니다. 마을사람들은 포기하고 원래 그런 애려니 하고 지내게 되었지만, 애가 타서 견딜 수 없던 시부두의 (양)어머니가 요기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강물에서 물을 떠다 마울에 있는 시바신의 제단(?)을 가득채우라고 하네요.
시부두는 연로하신 어머니가 노동을 하는 걸 보다 못해, 제단(?)을 뜯어서 강물 옆으로 옮겨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은 얘가 보통사람이 아닌 초인이란 걸 알게됩니다.

1223152_Baahubali-The-Beginning.jpg

결국 시부두는 폭포 위로 올라가는 데 성공하고, 그 위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대략 시부두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는데까지 이야기/ 시부두의 아버지인 또다른 바후발리와 관련된 과거의 은원 이야기 / 마헨드라 바후발리가 된 시부두가 자기 자리를 찾는 이야기... 이렇게 3막 구성으로 볼 수 있는데, 2막 중간에 클리프행어 절단신공을 펼쳐 두편의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아빠와 아들 두명의 바후발리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고요.

제 생각과 달리 기존 신화전설의 각색물이 아닌 창작 이야기였다고 하네요. 여러가지 신화전설의 요소들을 차용한 팬픽이긴 하지만...  아마도 제가 이 영화를 오래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봤던 게 득이었던 것 같아요. 현대창작물이라고 보기엔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환영받지 못할 요소들이 꽤 있거든요. 영화 초반에 시부두가 여주인공에게 하는 일들을 보면 걍 범죄고... 영화 내내 크샤트리아의 의무를 강조하고 정통 왕도정치에 대한 찬양을 하는데 뭔가 프로파간다 같기도 하고... 글구 감독인 라자마울리의 성향에도 논란이 있는 것 같고... 근데 전 현대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고 영화를 봤으니까요.ㅎㅎ


아주 상남자스러움이 넘치는 영화속에서 여성들도 인상적입니다. 아랫동네든 윗동네든 명목상의 지도자는 남자지만 실권은 여성이 쥐고있고, 주요배역으로 나오는 여성들도 성격이 시원스럽습니다. 주인공인 두명의 바후발리는 다 옛사람들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영웅상을 뭉쳐놓은 거라서 캐릭터상으로는 재미없는 인간들이고 여성캐릭터들이 더 눈에 띄ㅂ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오프닝에서부터 강렬한 죽음으로 시작한 섭정여왕 시바가미였어요. 시바가미도 1편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진것 같더니 2편에선 인간적인 면이 두드러지면서 좀 더 역동적인 인물이 됩니다. 2편의 중심내용이 시바가미와 며느리인 데바세나의 대립인 것 같기도 하고...


잘빠진 무협물이었습니다.  다섯시간도 넘는 영화가 흥미진진하고 지루하지 않아요.  미술도 제대로 환타지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인도산인 덕에 기존의 흔한 환타지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글고 액션의 스케일이 장난 아닙니다.


사실 제목만 아는 영화였어서요. 인도영화의 그 병맛나고 터무니없는 액션을 기대하고 보러 갔던 거였는데... 오히려 병맛스럽다는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어요.

당연히 황당무계하고 과장된 묘사들이 많이 나오지만 이게 과거의 중국산 무협물과 현재의 미제 슈퍼히어로 영화들에서 볼수있는 것들에 비해 더 터무니없다는 생각은 안들었고... 거기서 아주 많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글구 지금은 다 비슷비슷한 것만 되풀이하고 있는 중국산 무협물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발전적이 아니었나 싶어요.


2편 마지막에 좀 병맛스런 면이 강해지지 않나 싶은데... 그건 아마도 이야기 구조상 마지막 대결은 클라이맥스라기 보다는 수습에 가까운 부분이라서(스케일면에서도 이야기쪽으로도 절정은 이미 지나간 뒤고...) 아이디어라도 튀어보자 그런 건 아닌가 싶기도...ㅎㅎ


춤추고 노래하는 거 당연히 나옵니다.  근데 발리우드 스타일 뜬금포 뮤지컬 장면은 남녀 주인공이 연애할 때 정도에나 나오고 노래들 대부분은 세미 나레이션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노래들 중 다수가 신들에 대한 찬양입니다. 신들 이름만 수백명(다소 과장된 표현) 나온 것 같습니다. 가사에는 신들 이름만 부르고 있을 때에도 자막에는 친절하게도 무슨 신인지 설명까지 붙여서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래봐야 모르겠기는 매한가지....ㅎㅎ



어쨌든...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1편은) 티비로 보는 것 따윈 고려하지 않고 대형스크린을 위해 디자인된 영화였어요.

앞으로 라자마울리의 또다른 역작이라는 알알알이 극장상영될 때까지 개겨봐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ㅎㅎ






-아들 바후발리가 폭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왕이 되어 제일 처음 한 일이 제국의 금을 자기가 자란 마을로 몰래 빼돌리는 거였다는.... 얘도 그렇게 깨끗한 왕은 아닌듯....





-1편은 무슨 동물학대다 싶은 장면만 나오면 화면 구석탱이에 C.G.I.라는 문구가 나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이게 실제 동물이 아니고 CG라고 알려주는 거였던 모양인데...(근데 크기가 괴수급이라 안알려줘도 알겠더라만....) 2편은 영화 시작할때 동물을 CG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한번 나오고 말더군요.


-2편은 살짝 검열된 티가 나는것 같았습니다.

    •  전투씬의 기발한 전술에 기가 찼었습니다. 인도인의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 

    • RRR을 재밌게 보고서 이것도 봐야지! 했는데 런닝 타임의 압박에 뒤로 미뤘다가 그냥 까먹었던 영화네요. 글만 읽어도 감독님의 웅장한 패기가 느껴집니다. ㅋㅋㅋ 근데 역시나 런닝 타임이 무서워서 선뜻 손은 못 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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