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배우는 수영

어렸을 때 받은 수영 강습 마지막 날, 아직 물에도 못 뜨는 저를 이래야 수영을 배운다며 키높이가 넘는 풀로 강사가 던져 넣은 이후 저는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40년도 더 된 일이고, 저는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야 할 사정이 있습니다. 바로 집 앞 구립체육센터 수영 강습이 제 일정에 맞아서 일단 신청을 했습니다. 이달부터 시작했는데 아직 킥판에 매달려서 숨쉬기/발차기 연습 중이라 수영이라고 할 만한 걸 언제나 하게 될지 궁금하기는 한데요. 초보반 레인에서 연습하면 중간에서 처져서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신세라 앞으로 갈 길이 멀 거라고 짐작은 됩니다.

 

수영 배우는 것과 별개로 체육센터의 환경도 신기합니다. 동네 체육센터고 초보반이라 그런지 중년에서 노년의 사람들이 많고요, 수영 전후에 사용하는 샤워실은 온냉탕과 사우나가 있어서 제가 수업듣는 아침 시간은 동네 할머니들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중 목욕탕을 안가서 그런지 탈의실과 욕탕의 벗은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 신기하고요. 그동안 벗은 여자는 영화나 광고에 나오는 늘씬한 미녀들만 보다가, 실제 벗은 여자들의 말간 얼굴과 느슨한 신체를 마주하니 미디어가 보여주는 여성상이 진정 왜곡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장하고 머리하고 옷입으면 또 다른 사람이 되는 이들의 맨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다양한 면모에 놀라고 있습니다.     

 

초급반의 남자분들도 배나온 아저씨 아니면 구부정한 할아버지인건 마찬가지고요, 중급-상급반에 가면 쌩쌩한 젊은 사람들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직 경황이 없어 다른 반 수업을 관찰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진도 나가는 걸 보아하니 제가 초급반을 벗어나려면 최소 몇 개월은 걸리겠습니다. 뭐 강습료는 싸고 집에서는 5분거리고 하니 앞으로 두고두고 잘 다녀야죠. 유산소 전신 운동이면서 허리나 무릎에 무리가 안가는 훌륭한 운동이 달리 어디있습니까.  

    • 수영하시는 분들 부럽더라고요. 수영이 관절에 무리가 안 가서 배워 두면 나이들수록 좋은 운동이기도 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기능이 되어 주는 운동이기도 하니까요. 또 물이라는 환경이 주는 쾌감도 있고요. 훌흉한 운동이라는 말씀 동의합니다. 부럽... 


      저도 공중탕 안 간지 정말 오래 되었네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맨몸으로 모인 곳이라 어떨 때 가만 생각해 보면 매우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느낌도 주는데 사실은 매우 현실적으로 필요한 곳이기도 하고요. 글 읽고 나니 날씨탓인지 나이탓인지 뜨뜻한 탕 안에 몸을 녹이고 싶기도 하네요.  

      • 사실은 아직 물이 무섭기 때문에 처음 물 속에 머리를 넣었을 때는 호흡법도 잊고 무척 당황했는데, 주 3회 수업 받으며 연습하다보니 익숙해져서 할만 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이드 호흡 연습이 시작되었는데, 앞을 못 보고 나아가는 두려움이 있어서 다시 몸이 굳기 시작했습니다. 발차기도 잘 못하는데 몸이 긴장하니 자꾸 가라앉네요;;;;      

    • 초보 수영인으로서 같은 초보님 환영합니다. 시립 구립이 비교적 등록 빡센데 성공하셨군요. 중급, 상급반에서 잠시 쌩쌩했다가, 연수반에 고여버리면 다시 듀공몸매의 아저씨들로 회귀하는 진귀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ㅋㅋ


      언젠가 접영 멋지게 갈기는 할머니(같은 강습반에 실존하심)가 되기 위하여 저도 오늘 수영복을 챙깁니다.


      •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제가 할머니가 되야 접영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회 출전할 것도 아닌데 발차기 운동만 하면 됐지 더 뭘 바라나 싶다가, 아무리 버둥거려도 수영장 반대편에 다다르지 못하는 제 신세가 한심하다가 그럽니다. 다행히 초급반에는 저랑 비슷한 수준의 분들도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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