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논쟁하지않는다댓글로논쟁하지않는다댓글로논쟁하지않는다
며칠전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는 어떤 분이 재미있는 글귀를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논쟁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논쟁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논쟁하지 않는다'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인터넷에서의 논쟁은 실로 쓸모없고 무익한 짓이 맞구나. 그걸 아는 사람도 삼세번 외쳐야할 정도로 반박과 싸움의 유혹에 시달리는구나. 수많은 사람들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저는 너무 늦게 깨우친 셈인데, 그것은 아마 인터넷에서의 논쟁으로 얻은 것도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블로그에서 이웃을 맺고 있는 모 음악평론가가 본인을 인터넷에서 글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글을 쓴 걸 보면서 심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글쓰기라는 행위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합쳤을 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그러나 그것은 인터넷에 글쓰는 사람이라는 제 정체성이지, 댓글을 읽고 불특정 다수에게 오는 스트레스를 다 감당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글을 통한 인연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으며, 글로 맺은 인연은 허망하고 댓글로 달린 인연은 딱 댓글 정도에서 그칩니다. 인터넷은 여분의 공간입니다. 저는 이 여분의 공간에 어떤 진심을 쏟아내는 것에 굉장한 회의를 느끼고 있으며 20대때부터 너무 많은 시간과 집착을 '인터넷에 글쓰기'를 통해 소모했기 때문에 이제 더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걸 즐기지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댓글로 허무한 말꼬리잡기를 하는 게 귀찮습니다. 그렇게만 인터넷을 쓰는 악플러적 정체성을 가진 분들에게 또 다른 본문과 본문과 본문을 쓰는 형식으로도 글을 썼지만 그건 결국 제 심력의 소모로 이어질 뿐이고, 그 대결에 이긴다한들 상대방의 입을 닥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이미 부정적 감정에 휩쌓인 저 자신에게 별 다른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댓글이 싫어서 또 다른 글을 이어서 쓰는 형식으로 숱한 설득을 시도했지만 그건 무용하기 이전에 무의미하다는 걸 이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댓글로 논쟁안합니다.
이렇게 (부정적) 댓글을 제가 경계하고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계기가 몇개 있는데, 하나는 최근 들었던 박지현씨의 인터넷 문화와 여성혐오 관련 포럼입니다. 주제가 '댓글'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그 포럼을 다 듣고 제가 생각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댓글이라는 시스템이 필요한가? 혹은 그냥 실패한 시스템이 아닌가? 해외의 유수 언론들은 댓글창을 아예 막아놓거나 관리자가 바로 삭제해버릴 수 있게끔 하는데 그것은 글에 대한 댓글이라는 리액션이 생산적이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때 글이라는 것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언론사에 소속된 직업적 윤리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글이라는 전제가 붙겠지만요. 저는 당연히 그 정도로 전문적이고 섬세한, 날카로운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만 아무튼 열심히는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비생산적인, 혹은 악의 가득한 댓글들(이런 분들은 글은 별로 안쓰고 댓글만 주구장창 달고 다닙니다) 에 너무 많이 시달렸기 때문에 이제 댓글 자체를 믿지 않습니다.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합니다만, 저는 댓글이 꼭 필수적인 무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시스템의 일부인데 소통의 당연한 형식은 아니죠. 리액션의 방식으로는 쪽지도 있고, 또 다른 본문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듀나게시판이라는 이곳 공간에 대한 저의 실망감인데, 제 글이 마음에 안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셔도 그냥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충고는 점잖게 사양합니다. 저는 어차피 반인륜적이고 막되먹은 글을 쓰진 않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듀게의 여러 숱한 쓰레기 같은 글들에 대해서 다들 무시하면서 없는 체 잘 넘기시지 않습니까? 저는 여기 분들에게 분명히 호소했고, 문제제기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만 정작 그에 동의하고 같이 고민하신 분들은 극히 소수였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 무시하는 기준을 그대로, 저한테도 똑같이 적용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서로 기대하지 맙시다. 저에게만 더 까다롭고 예민하게 댓글 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기 대다수 회원들보다 충분히 더 숙려하고 고민하면서 씁니다. 그러니까 제 글이 아무리 나쁘거나 뭔가를 놓쳐도 그게 대단한 윤리적 실패는 아닐 겁니다. 그냥 어떤 부분에서 마음에 안들지만 신고할 정도는 아닌 수준 정도겠죠. 제가 피드백을 신경쓰는 분들은 정말 소수입니다. 부탁이 됐든, 일갈이 됐든, 꾸지람이 됐든, 그런 댓글들 사양합니다. 진실이 어떻든 저는 그런 댓글을 받으면 저한테만 '거룩한 척'을 한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우연이었든 몰랐든 뭐가 됐든 이제 선해안합니다. 저는 그냥 자동적으로 '그럼 다른 글들은 어떻게 참고 있었대?ㅋ'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글이 매번 맞고 정확하고 누구의 지적도 안받을 정도로 완성도 있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제 불완전함도, 그냥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처럼 무시하고 넘기세요. 저랑 소통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그런 소통 원치 않습니다.
이번 집회를 나가면서도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게 얼마나 너절하고 시시한지 실감했습니다. 트랙터 타고 서울까지 투쟁하러 오시는 농민분들이 무슨 인증글 같은 거 쓰겠습니까? 그저 행위로만 존재할 뿐이죠. 저는 이제 제 글에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쓸 때 열심히 쓰고 숙고를 곁들이겠지만 그건 결국 여가행위입니다. 그리고 제 여가행위 때문에 제가 납득치 못했을 지언정 불쾌하게 느꼈다는 걸 수용해야한다면, 바로 제 글을 지울 겁니다. 제 의견이나 생각을 고집하는 건 별 의미가 없으니까. '어떤 부분에서 그리 느끼셨을까요?' '제 의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런 대댓글 안씁니다. 아마 그 분들 의견이 맞겠죠. 대화와 소통 생략합니다.
제가 정말 문제적인 글을 썼다고 느끼거나, 소통을 하고 싶다고 느끼시면 쪽지를 주셔도 되고 아니면 본문을 새로 파도 되겠죠. 사실 쪽지도 별로 달갑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댓글보다는 훨씬 더 낫고 어떤 의미에서는 더 사적이면서 진중한 소통방식이라고도 느낍니다. 저는 이 곳 게시판에서만도 스토커처럼 달라붙는 댓글러들 때문에 피로를 겪었었고 이제 별로 그럴 여지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를 싫어하실 분들이야 계속 싫어하시고 진작에 다 차단해놓았으니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저보다 더 진지하고 배움 깊으신 분들이 그럴 의도까지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왜 이렇게 반응할까 싶어서 이렇게 자세하게 글 써놓습니다. 짧은 비난조 댓글로 저랑 소통하려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냥 저를 지나쳐주세요. 다른 분들도 다 똑같이 지나치시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