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운이 없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때가 오기도 하잖아요.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요. 어디 숙식 제공해주는 공기 좋고 물 좋은 곳 있으면 한 달 정도 지내다 오고 싶어요. 네, 요양이 필요해요. 요양이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서 보았던 부유한 노인에게 의사가 권하는 기후가 온화한 지역에서의 기분전환을 포함한 가벼운 활동과 휴식이라 생각했던 어린 날의 저는 제가 이렇게 이른 나이에 요양이 필요하게 될지 몰랐죠. 그리고 현실은 2월부터 업무가 늘어납니다. 절대적 근무 시간이 늘어나요. 이 또한 제가 필요해서 선택한 거라 분명 잘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기가 싫어요, 그냥이요. 아하하하.
이렇게 된 건 지난 달부터 업무 과중에 체력은 떨어지고 업무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막판에 주저않다시피 하면서 기운이 빠지니 일도 하기 싫어진데다 그와 맞물려 국내 정세까지 이렇게 돌아가니 스트레스가 아주 옹골차졌기 때문이라고 외부 탓을 해봅니다. 알죠, 실은 제가 저 자신을 잘 돌보는 게 필요했다는 걸요.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도요. 어떤 식단을 하는 게 좋은지 어떻게 생활하면 좋은지 아는 데도 제 뇌는 가만히 있고 싶어.를 외치고 있으니 기다려 줘야지 별 수 없죠, 뭐.
4월부터는 일을 줄이기로 마음 먹었고 보스에게는 곧 얘기할 생각이에요. 체력과 심리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경제적인 면을 생각하면 또 끄응 하게 되고 그렇네요.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고 헤쳐나가며 하고 싶은 걸 해보며 사는 게 재미라면 재미겠지요.
제 개인사야 그렇다치고 국가 운영이 시뮬레이션 게임인 줄 아는 듯한 보스몹만 어떻게 해도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텐데 마음이 급해 이 과정이 지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만간 우리 모두 축제하는 그 날이 오겠지요?
저도 가끔 가슴이 답답해져 올 때가 있고 주변의 지인도 그럴 때가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말씀하신 신체 반응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만한 상황이에요. 심호흡 할 때 폐의 세포를 다 펼친 걸(면적이 꽤 된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인지 까먹었네요) 이미지화 하면서 하면 더 잘 된다고 운동 하는 곳에서 배웠어요. 저도 잊고 있었는데 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 )
저는 겨울을 좋아하고 그래서인지 이 계절엔 대체로 기분이 좋은 편인데 이번 겨울나기는 만만찮네요. 뭘 얼마나 태웠다고 이러는지. 하하.
일제강점기 하의 조상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다른 국가에 주권을 넘겨주는 상황도 아닌데 나라 잃은 듯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저처럼 특별히 애국자도 아니고 웬만한 정세 변화에는 그러련 하면서 살아온 무심한 사람까지 이 정도라면 평소에 나라를 많이 사랑하고 정의감 있는 분들은 홧병이 최대치겠구나 싶어요.
네 방치, 내버려 두는 시간이 필요해요. 생각난 김에 let it be를 들어볼까요(뭘까, 이 의식의 흐름은). 제 생각엔 타고난 한량 기질을 너무 누르고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놀고 먹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놀기만 하면서 잘 지내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하거든요. 한량이 체질인데 한량처럼 살지 않고 성실하고 착실한 사람인냥 살다가 이리 된 건가 봐요. 올 한 해를 무사히 넘기고 내년부터는 한량의 삶을 살 거에요. 축제는 그 전에 하게 되겠죠, 제가 한량이 되기 전에요.
함께 하던 댕댕이가 가고 나면 생각 나고 보고 싶고 우울함이 따라올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다 지금 상황은 몇 밤을 자도 해결이 나질 않고 있으니 잠을 잘 못 주무실만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너무 멀쩡하기만 하면 그게 외려 신기한 거죠. 조금 전에 유튜브를 보다 문득 그래, 살아있는 게 어디냐. 살아있는 그 자체로 다 된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행복했어요. 삶은 계속된다!
행복한 봄을 위하여 조만간 얘기할 거에요. 내일은 춥다니. 드디어 겨울겨울 오나요. 쏘맥님도 몸 따숩게 하시고 독감도 잘 피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