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대한 관심에 대한 완전 잡생각
알랭 드 보통의 [현대 사회 생존법]을 읽으며 잡생각입니다.
일단 저번에 24년도 마지막으로 구매한 책 소개 글에서 이 책 부분을 조금 정정해야겠어요. 이 책에 들어간 도판이 흐려서 실망감을 적은 바 있었는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음'으로 수정을 해야겠습니다.(영세 출판사 운운은 제일 잘못된 표현이었어요) 선명한 도판이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준 예로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말했으나 책의 성격이 달라 같이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반스의 책은 서술의 대상이 미술 작품인 책이므로 도판의 질이 중요해지지만 보통의 책은 서술의 대상이 그림이나 사진 자체가 아니니까요. 목차로 소개하자면 '소비 자본주의, 광고, 물질주의, 매체, 민주주의....'로 현대 사회를 이루는, 저자가 선정한 항목들을 서술하는 과정에 그림이나 사진이 설명의 보완(이해를 돕는데 매우 중요하긴 하나)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항목마다 빠짐없이 어떤 항목에는 매 페이지 그림이나 사진이 등장하긴 해도 읽는 과정에 도판의 선명성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현대 사회 생존법] 읽고 있습니다. 아마 누구나 쉽게 편하게,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언젠가 가구 사이트를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이후로 듀게에 들어올 때 의자 광고가 자꾸 뜨더라고요. 편한 의자에 관심이 있어서 클릭해 봤더니 가격이 제 수준에선 천문학적이었어요. 가격이 몇 백 단위는 드물고 소파의 경우 몇 천 단위 넘는 것도 있고 아예 '문의하세요'로 적혀 있는 것도 있고요. 아마 가구예술가의 작품인가 했습니다만 그 중에는 매우 편해 보이고 실용적인 것들도 있어서 앉아 보고 싶더군요. 천만 원대의 1인 소파를 살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 가려고 두고두고 묵힌 돈을 다 긁어서 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지 않(못하)겠죠.
이런 것도 아마 경영이나 마케팅 관련해서 연구되고 있지 않을까요. 소득이 얼마인 사람이 객기로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소비액과 소비영역은 얼마 정도 어떤 부분이다....이런 거요. 여행에 천 단위 쓸 각오는 되어 있고 한 끼 식사에 어쩌다가 몇십만 원은 쓸 수도 있지만 1인 소파에 천 단위는 못 쓰는 것. 사실 여행이나 식사는 실물이 안 남는 소비인데 의자는 사면 오래 남는 소비가 아닌지. 그래서 여행과 의자를 빗대어 생각하니 소비 주체(나)가 어떻게 자극(북돋움)을 받는 환경인가의 차이일 뿐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런 갈피 없는 생각은 [현대 사회 생존법]의 '물질주의' 부분을 읽은 결과인 것 같습니다. 다음과 같은.
'우리 주변의 물건들이 특별한 색상과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매일 보고 만지는 물건들에 독특한 분위기와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 상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그저 지혜의 시종일 뿐이다. 아름다움 그 자체로는 촉매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물질적인 삶을 과도하게 헐뜯거나 찬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물건, 즉 우리 자신과 이 행성의 기력을 소진해 만들어낸 물건들이 우리의 고귀하고 훌륭한 자질을 북돋는 데 최선의 기회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좋고 아름다운 물건들에 대한 우리의 이끌림을 옹호하면서 동시에 그 자체에 집착하는 탐욕은 경계하라는, 이도저도 아닌 중립적인 서술에 대한 반발이 은근히 생기기도 하였어요. 이 책이 재미있지만 그런 가벼움이 있는데 아직 중간도 읽지 않아서 끝까지 봐야겠지요.
좋고 아름다운 물건을 찾고 소유하는 대열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습니다. 전에는 그런 소비와 소유가 전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 느껴졌지만 지금은 관심 자체가 적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냥 뭐든 덜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소비의 결과물이 남지 않는 먹는 것에 관심이 더 가는 것인지.ㅎ 됐고 그냥 나이들어감의 증거인지.ㅎㅎ
뉴스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떠오르는 아무생각을 써 봤습니다. 우리 모두들 정신 건강 잘 챙겨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물욕이 점점 사라져요. 비용 문제도 있지만 그냥 뭔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의욕이 옛날만 못해요. 한물갔지만 괜히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이나 유튜브를 기웃거리기도 해요.
그런데 전 듀게에 들어올 때마다 게임 광고만 떠요. 겜알못인 저한테 왜 이런 알고리즘이...?
제 경우엔 나이들며 물욕이 줄어드는 것도 있는데 물욕 대상이 바뀌는 경향도 느껴요. 하나도 관심없었던 의자 종류에 관심이 가네요. 위에 언급한 가격대 소파는... 그냥 누가 준다 해도 깔고 앉기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ㅎ
게임광고도 뜨고(저도 겜알못) 개인적으로 검색한 광고도 뜹니다. 게임은 아마 듀게에서 전체적으로 자주 언급되어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니요. 살 수 없다는 내용이긴 했지만 천만 원짜리 소파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가 좀 부끄러워진 글이었어요.
사실 어떤 물건 하나를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장인의 행동과 능력을 찬양하면서 정작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어떤 측면에선 모순 같고. 그런 맥락에서 대충 맞는 말인 것 같긴 한데... 음. 어렵네요. ㅋㅋㅋ 저야 뭐 '공산품'에 속하는 물건들만 사는 사람이니 경우가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저도 하나 있긴 한데요. 살면서 누구에게 받은 편지나 카드 같은 걸 버려 본 적이 없어요. 학생들에게 매년 연말마다 받은 편지들, 포스트잇 쪽지들까지 다 보관했다가 나중에 꺼내 보고 그러는 편입니다. 이것도 물건이라면 물건인데 저 책 저자의 말과는 맥락이 좀 다른 것 같... ㅋㅋ
그리고 물건 가격에 대해서라면. 그게 그렇더라구요. 허리 건강을 챙겨야 할 때이니 좀 좋은 의자를 사 볼까! 하다가 코믹한 가격을 보고 포기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의자 하나를 사서 사용할 세월을 생각하고, 그 의자가 치킨 몇 마리(...)인가를 생각해 보니 사실 전혀 비싼 게 아니더란 말이죠.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나서 살까? 하고 보니 그냥 돈이 없어서 못 사겠더라구요. 엄(...)
장인이 만든 좋은 물건은 찬양 받아 마땅할 것 같은데 소유 문제가 되면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거 같아요. 경제 문제 인생을 돌아보는 문제로요. ㅎㅎ
당연히 비싸잖아요. 그러면 내 경제력으로 소유할 수 있느냐, 내 여건에 소유할 가치가 있느냐 등등을 평범한 경제력으로 어쩔 수 없이 따지게 되고 뭐는 빼고 뭐를 덜 사며 저걸 선택할 것인가, 내 취향과 생활양식 전체를 따져 보게도 되고. 소비하는 거 자체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생을 돌아보는 일이 될 수도... 제가 무슨 말 하는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