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
1.요즘은 새 여자를 한번 봤는데, 그녀의 꿈은 작가였어요. 뭐 작가 일을 하긴 했다지만 작가 일을 하는 것과 그녀가 이상향으로 여기는 진정한 작가가 되는 건 다르니까요.
2.한데 나는 여자를 만날 때 작가이거나 작가의 꿈을 지니고 있는 여자를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옛날에는 그런, 비슷한 구석을 지닌 여자를 만나면 말도 스스럼없이 잘 통하고 급속도로 친해지니까 좋긴 했어요.
한데 여자를 좀 만나다 보니 그걸 별로 안 좋아하게 됐죠. 이건 영화나 드라마, 소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만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가 잘 통하는 건지, 정말로 이 여자와 가까워지는 건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와 너무 말이 잘 통하고 가까워질 만한 소스를 지니고 만나는 건 안 좋은 거예요.
3.물론 '그렇게라도 여자를 만나는 게 낫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죠. 서로간에 통하는 부분이 없는 여자를 만나는 게 좋은 거예요. 그 여자와 가까워질 기회가 없이 그냥 끝나더라도 말이죠.
4.휴.
5.뭐 어쨌든. 처음에는 영화 얘기도 하고 자비에 돌란 욕도 좀 하면서 한 시간쯤 재밌게 얘기하다가...퍼뜩 정신을 차렸어요. 이 대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이죠. 그래서 가능한 한 속물적인 방향으로 드리프트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대화의 키라는 건 두 사람이 함께 잡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쪽이 핸들을 강한 힘으로 반대로 틀려고 하면 나는 더 강한 힘으로 내쪽으로 틀어야 하니까요.
어쨌든 투자 얘기나 뭔가 허세스러운 이야기를 마구 투척해서 대화의 방향을 조금 돌리는 데 성공했어요. 그러자 그녀가 급속도로 흥미를 잃는 것이 느껴졌어요. 나에 대한 흥미를 잃는 건지 이 대화에 대한 흥미를 잃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둘다일 수도 있고.
어쨌든 그녀가 자꾸만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길래 결국은 포기하고 다시 그런 이야기들을 했어요.
6.사실 별 호감이 없는 여자라면 얼마든지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상대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낀다면 글쎄요. 영화, 소설, 드라마 이야기나 하면서 수다떠는 상대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소설이나 드라마 이야기는 그냥 친구처럼 만나는 여자랑 실컷 하면 되는 거거든요.
7.뭐 어쨌든. 영화나 소설 이야기가 아닌 다른 대화주제로 말하게 되자 조금 전까지의 살가운 표정과 태도는 사라지고 딱딱한 대화가 이어졌어요. 사실 대화라기보단, 내가 10마디를 하고 여자가 단답형으로 리액션하는 모양새였지만요. 아마 그녀의 입장에선 '이 새끼 갑자기 왜 돌변했지?'라는 생각을 했을지도요.
하지만 뭐. 잘 안 되면 잘 안 되는 거니까요. 굳이 어떤 여자와 친해지기 위해 서로의 공통 관심사나 밀접한 부분을 동원하는 건 좋지 않거든요. 물론 그러면 친해질 기회가 더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친해지면 결국 헤어질 때 볼멘소리가 나오게 되니까요. 인간적인 면으로도 친해지는 거니까요.
그런 관심사나 대화주제 없이 그냥 친해졌다가 그냥 안 보게 되는 관계가 가장 편한 관계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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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듀게에 저장된 글을 보다가 이어서 쓰는 거예요. 그때는 1월달이어서, 7번 문단은 지금까지 진행된 일이 아니라 그 때 이걸 쓸때의 상황을 바탕으로 쓴 거라. 지금 3월의 상황과는 또 다르긴 하죠.
어쨌든 2달 전의 이 글을 발견한 김에 또 진행되는 걸 이어서 써볼까 해요. 이걸 보고 '아 그 때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하고 상기하게 됐네요.
돈많은 catgotmy 같군요
자넨 돈 없는 악플러 같군
님보다 돈은 없겠지만 뭐 천박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