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말하자면 태국판 블랙미러, '미래의 우리는' 잡담입니다

 - 2024년작... 인데 '올해 나왔습니다'라고 적고 있었네요. orz 에피소드 넷 밖에 없고 각 편의 길이는 한 시간이 조금씩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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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각각 에피소드 1, 2, 3, 4 라는 정직한 구성의 포스터 이미지입니다.)



 - 앤솔로지니까 또 결론부터...


 아니 이거 재밌습니다? ㅋㅋㅋㅋ 물론 큰 기대를 하심 안 되구요. 제가 워낙 SF나 호러 앤솔로지 시리즈를 보면 국적 불문 꼭 보고 넘어가는 편인데.

 그동안 봤던 아시아권 SF 앤솔로지... 자체가 거의 없지만,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준수한 편이에요. 최소한 한국산 SF 앤솔로지였던 'SF8'보단 훨씬 낫구요.

 음... 그래도 제 칭찬은 어디까지나 지하 5층 쯤에 자리하고 있던 기대치 덕에 부스트를 먹은 거라는 부분은 감안해서 읽어 주시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일단 하드 SF 쪽은 아닙니다. 그냥 'SF적 아이디어'를 가지고선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비판하면서 성찰하고. 뭐 이런 식의 이야기니까 '블랙미러'랑 비슷한 성격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요. 또 그 'SF적 아이디어'도, '현대 사회의 문제들'도 모두 특별할 거 없이 다 흔한 것들이에요. 근데 이게 그럴싸해 보이는 건 이 시리즈가 아주 작정하고 태국이라는 국적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대충 보편적으로 먹힐 만한 소재지만 특히 태국에서 이슈가 되는 것들. 이런 걸 선별해서 SF 소재와 적절히 엮어내는 식으로 이야기를 잘 짰어요.


 그리고 대체로 좀 가볍게 대충 넘어가는 SF 설정들만 눈 감아준다면 드라마가 나름 괜찮습니다. 네 가지 이야기가 모두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와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면서 목표로 하는 풍자 포인트도 겹치는 게 없는 걸 보면 기획부터 꼼꼼하게 잘 된 부분도 있구요. 절절한 로맨스와 섹스 코미디, 스릴러와 어린이 모험물. 에다가 시각적 스타일도 다 조금씩 달라서 더 좋구요.


 시각 효과나 촬영 같은 '때깔'과 관련되는 부분들도 대체로 준수합니다. 제가 참으로 싫어하는 세상이 다 하얗고 깨끗하며 투명 디스플레이들이 창궐하는 가운데 허공 터치로 뭘 조작하는... 이런 게 아주 본격적으로 나와서 질리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암튼 대체로 괜찮습니다. ㅋㅋㅋ 정말로 이제 기술적으로는 한국 컨텐츠가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보다 특별히 우월할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구요.


 다만... 이쪽 동네(?) 특유의 아쉬운 점이 이 시리즈에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템포가 살짝 느리고, 하려는 이야기에 비해 런닝 타임이 많이 길어요. 굳이 그렇게 자세히 안 보여줘도 될 것을 아주 작정하고 길고 느긋하게, 반복해서 보여줘서 '아 이렇게까진 좀'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네 개의 에피소드 모두에 존재합니다. ㅋㅋ 런닝타임을 10분에서 20분쯤씩 줄여 버렸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구요.


 결론적으로... SF의 외피를 걸친 태국 사회 풍자물입니다만. 구색을 맞춰가며 잘 조율해 놓은 구성과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 그리고 자국 현실에 대한 가볍지 않은 고찰과 진지한 태도. 마지막으로 '나쁘지 않은' 드라마... 덕에 지루하지 않게 잘 봤습니다. 아주 막 추천까진 아닌데요. SF 앤솔로지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큰 기대 없이 도전해 볼만 한 시리즈였네요. 저는 아주 잘 봤고 가능하면 다음 시즌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산 앤솔로지가 이 정도 퀄로만 나온 게 있어도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쩝.



 + 역시 대세는 K... 인 것인지 매 에피소드마다 한국 관련 무언가가 한 번씩은 튀어 나옵니다. '공유를 열 명 복제해서 데리고 살고 싶다' 라는 대사도 나오고 '대세는 K-팝 커버인데요?'라는 대사도 나오고 아름다운 네온 사인으로 빛나는 '보신탕' 간판도 나옵니... (쿨럭;)




 - 에피소드별 잡담입니다.



 1. 문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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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안 좋은 의미로 K스러운 이야기이고 시각적으로나 이야기 면으로나 그렇습니다만. 나름 마지막에 한 방이 있어서 맘에 들었습니다.)



 우주 정거장에서 의료 기술 연구를 하던 '눈'이라는 의학자가 3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 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랑하는 와이프를 갑작스레 잃어 버린 '논'은 깊은 슬픔에 잠겨 광광 울다가... 동물 복제 사업을 하는 친구를 찾아가 와이프를 복제해서 살려내달라고 요구하죠. 인간 복제는 불법이지만 인류를 구할 신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살려내는 게 뭐가 나빠! 라며 우겨대는 논의 고집 앞에 친구는 알았다. 대신 죽은 와이프의 뇌가 필요한데... 라고 이야기하구요. 눈의 가족들이, 특히 부모가 눈의 복제에 격렬히 반대하자 논은 아예 범죄를 저질러가며 눈의 복제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인격까지 복원하기 위한 기억 복제 과정에서 영 이상한 일이 발생해 버리게 되고...


 : 제가 진정으로 싫어하는 아시아권 SF의 특징들의 총집합 같은 작품입니다. 위에도 적은 하얗고 멀끔한 세상에 투명 디스플레이, 허공 터치 같은 것. 거기에 사람 일생 기억을 실시간으로 4K 해상도로 디스플레이에 띄워가며 작업하는 편의적인 설정이라든가. 덧붙여서 진짜 흔한 이야기잖아요. 죽은 연인을 복제로 되살려 내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대체 몇 개나 나왔을까요. 게다가 시종일관 말랑 달콤 감수성 터지는 로맨스 분위기까지... 근래에 본 비슷한 이야기가 '원더랜드'의 수지와 박보검 에피소드인데 가만 보면 그 에피소드에서 착안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디테일도 비슷한 부분이 많구요. 근데 전 그게 정말 별로였거든요. ㅋㅋㅋ


 그래서 '이왕 시작했으니!' 하고 꾸역꾸역 버티며 보던 것이 중후반의 반전 하나 때문에 뒤집혔습니다. 당연히 뭔지 언급은 안 하겠지만 허를 찔린 기분이었달까요. 뭐 그래도 끝까지 감수성 터지는 로맨스인 건 마찬가지인데 그 반전 덕에 갑자기 이야기에 무게감이 생기고 또 진지하게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고나서 보니 앞부분에 소소한 대사들 같은 걸로 밑밥도 잘 깔아 놓았고. 그래서 마지막엔 살짝 감동까지 받으며 잘 봤습니다. 감동 받은 그 타이밍에 딱 끝났음 좋았을 걸 그 뒤에 구구절절 십여분을 더 끌어가는 바람에 받은 감동의 반은 날려 버렸습니다만. ㅋㅋㅋ 어쨌든 생각보다 괜찮은 이야기였다는 거.



 2. 파라다이스-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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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성매매 문제에 대해 꽤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정작 주인공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좀 약해서 아쉽기도 했구요.)



 섹스 로봇을 만들어서 태국 성문화에 혁명을 일으키려는 야심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본인이 성매매 여성의 딸로 자라난 경험이 동기가 된 것 같구요. 어쨌든 탁월한 성능의 인공 지능 섹스 로봇을 잔뜩 만들어서 '파라다이스X'라는 거대 성매매 타운을 세우겠다는 게 이 분의 목표에요. 기존의 성매매 여성들은 이 로봇들을 학습 시키는 업무와 파라다이스X의 운영을 맡김으로써 밥벌이도 보전해주고. 또 어차피 엄연히 불법인 주제에 태국의 외화 벌이에서 큰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성매매 사업을 합법적인 쪽으로 전환해서 사회적 모순도 해결하겠다. 뭐 이런 웅대한 꿈인데요. 당연히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엄숙주의에 경도된 태국 대중들의 거부감, 그로 인한 정부 측의 비협조 등등. 그래서 이걸 어떻게든 이뤄보려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 복고풍의 비주얼이 많이 나옵니다. 저 '파라다이스X'라는 곳의 비주얼도 그렇고 주인공들 차림새도 그렇고 다 이유 없이 복고풍인데 그런 분위기 살려 본다고 볼록 티비도 나오고 옛날 티비 풍 화질의 티비쇼 장면도 나오고... 그런 식이에요. 다행히도 장르가 코미디여서 '왜 복고인데?'라고 진지하게 따질 맘은 들지 않구요.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참 많이 나오는 작정한 섹스 코미디인데요. 아주 웃기진 않지만 뭐 그냥저냥 볼만은 했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가서 이야기가 진지해지고 나서는 솔직히... 그렇게 재밌진 않았어요. ㅋㅋ 재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고.


 독특한 점이라면... 결국 성매매 합법화와 연결되는 이야깁니다. 로봇을 통한 것이니 SF적 이야기가 되겠지만 어쨌든 그러하죠. 불법인 주제에 태국의 외화 벌이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모순적인 현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도덕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는 대중들의 모순도 지적을 하구요.

 근데 그 와중에 주인공에게 맞서는, 그러니까 반대측의 입장도 주인공의 입장과 동등하게 취급을 해준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 보고 나면 어느 쪽이 옳았는지에 대한 결론은 없어요. 이 쪽도 일리가 있고 저 쪽도 일리가 있으며 그러니 결국 답이 안 나오는... 그렇게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재미와 별개로 괜찮게 봤습니다.



 3. 붓다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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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종교 하면 일단 불교 아니겠습니까. 이것을 소재로 삼아 현실 풍자도 하고 미래 상상도 하고 뭐 그러는 이야깁니다.) 



 '울트라' 라는 인공지능 공덕 앱(...)이 태국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목걸이 같은 걸 차고 다니면서 공덕 쌓을 일을 하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인식하고 공덕 포인트를 쌓아 줘요. 그리고 이 포인트를 잔뜩 쌓으면 현실에서 돈처럼 사용도 가능!! 덧붙여서 머신 러닝으로 와장창 학습한 불교, 불경 관련 지식들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종교적 질문에도 꽤 그럴싸한 답을 해주고 뭐 이런 서비스인데요. 문제는 이게 대박이 나니 사람들이 사찰과 승려를 찾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덧붙여서 저 포인트 모으겠다고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건들도 자꾸 벌어지구요.


 주인공은 그렇게 해서 인기가 뚝 떨어진 스님입니다.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고 찬밥 대접 받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며 나름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출가 전에 같은 IT 관련 회사에서 일했던 동료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울트라' 제품 하나를 얻어 사용해 보게 되고. 그러다 나중엔 그 서비스의 개발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뭔가를 결심하게 되는데...


 : 다른 이야기들도 그렇지만 되게 다양한 소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태국 사회에서 불교가 갖는 지위와 그로 인한 교단의 상업화, 부패 등등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요. 생성형 인공 지능의 문제점도 다루고 이야기 성격에 맞게 종교의 의미 얘기도 조금 들어가고 그냥 인생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은근히 귀여운 R2D2 닮은 인공지능 쓰레기통(?)도 나와서 좋았습니다. 막 재밌는 것까진 아니지만 캐릭터가 좋고 소재들을 나름 잘 아울러 짜낸 이야기가 괜찮았어요.


 

 4. 문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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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멈추지 않는 폭우 속을 살아가는 태국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입니다. ㅋㅋ 심지어 밝고 즐거워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전세계엔 2년 동안 하루도 그치지 않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국 정부에선 수해 관리 대책이랍시고 부자 동네에 넘치는 빗물을 가난한 동네로 흘려 보내 버리는 만행을 당당하게 저지르고 있고 주인공 두 소녀는 당연히 그 가난한 동네에 사는 어린이들이에요.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빵'과 깨방정 장난꾸러미 '묵'. 이런 구성으로 영혼의 콤비를 이루고 찢어지게 가난한 그 동네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으며 살죠.


 근데 오랜 수중 생활(...)로 인해 전세계에 신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국제 의료 기구에서 백신을 개발했는데 병은 완벽하게 해결해주지만 부작용으로 턱에 문어 다리 같은 게 돋아날 수 있다는 황당한 뉴스가 나오구요. 태국의 총리는 '나는 문어 인간이 되기 싫다!'면서, 사실은 백신 보급 비용을 감당하기 싫어서 수입을 거부합니다. 좌절스런 분위기에서 두 소녀는 티비 프로에서 큰 상금을 걸고 진행하는 가수 오디션 프로 광고를 보고는 참가를 결정하는데...



 - 작정한 코미디 에피소드입니다. 그것도 밝고 긍정적인 느낌의 코미디요. 온 세상이 물에 잠긴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어린애 둘이 나오는 훈훈 코미디라니 독특한 선택 같지만 어쨌든 어린이 둘은 귀엽고 잘 어울리며 보기 좋고 개그 장면들도 꽤 잘 먹혀요.

 그래서 지구 온난화 문제, 특히 태국에서 자주 벌어진다는 수해 문제를 소재로 삼으면서 가난한 층의 비극이 테마이니 역시 태국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문제도 다루고 있는 셈이죠. 훈훈 코미디이다 보니 아주 날이 서 있는 건 아니지만 메인 빌런 역할을 하는 총리님 놀려대는 건 정말 열심히 하니 제 할 일은 다 한 이야기겠구요.


 그래서 요 시리즈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재밌게 봤는데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엔딩입니다. 계속 말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딱인데!' 싶은 순간에서 한참을 더 나가버리는데... 의도는 이해 하겠지만 이야기 톤과 안 맞아서 당황스러웠어요. 내내 즐겁게 갔으니 그냥 기분 좋게 끝내줬음 좋았을 텐데 뭘 굳이... 라는 느낌.



 - 마지막으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1. 문제아 : 그래서 아내를 복제로 되살리려 하는 남편, '논'은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자 배 째라고 아내의 시신이 냉동 보관 되어 있는 병원에 가서 화재 경보를 울리고 다들 혼란에 빠진 틈을 타서 보관실에 들어가 아내의 목을 잘라 갑니다(...) 기억 때문에 뇌는 꼭 필요하다 그러고, 시신을 통째로 들고 나가단 붙잡힐 테니까 머리만 잘라서 가방에 담아 가요. 도와 준다던 복제 전문가는 이 꼴을 보고 패닉에 빠지지만 완강한 논의 고집에 결국 복제를 해주는데요.


 이때 기억이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뇌를 분석해서 기억을 되살려 주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게 분명하지가 않아서 이게 진짜 기억인지 본인 희망인지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다네요. 그래서 인간이 그 자리에 앉아 수동으로 선택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초반 조금만 논이 해 보다가 결국 복제 전문가님이 대신 마무리 해주기로 하고 논을 집으로 보내요. 어차피 요 전문가님도 죽은 아내의 절친이었으니 믿을만 했겠죠. 그런데 당연히도 잠시 후 경찰이 출동해서 집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던 논을 잡아가 버립니다. 그리고 3년 후에 출소하는 논을 맞이하는 낯선 사람. "나 눈이야!" 라며 인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그때 플래시백으로 복제 시전하던 날의 디테일이 제시됩니다. 눈의 기억이 이상할 정도로 선택할 게 많아서 이게 왜 이러나... 했는데. 알고 보니 눈은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갖고 여성의 몸으로 태어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로 성전환을 하고 싶어했지만 부모의 완강한 반대와 눈물 범벅 호소에 여성의 몸에 주저 앉았고. 자기 좋아하는 일이나 하며 살자... 하다가 뭐든지 다 이해해 주고 간도 쓸개도 다 빼 줄 것 같은 논을 만나 결혼을 하고 살았던 거죠. 그래서 복제 전문가님은 선택을 요구합니다. 니가 알고 있는 눈으로 되살릴 거냐, 아님 눈이 원했던 모습으로 새 삶을 살게 해 줄 거냐. 당연히 번뇌에 빠진 논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경찰이 들이닥칠 때에야 간신히 눈이 원했던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고 이야기하고요. 영상 편지까지 하나 찍어서 나중에 복제된 눈에게 보여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거기엔 '어떤 모습이든 자신감을 갖고 니 삶을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 라는 메시지가 담겼구요.


 그래서 난생 처음 보는 남자가 찾아와서 자기가 니 아내였던 사람이라고 인사를 하고. 논은 어색해 하지만 잠시 대화를 나누고 그 놈이 그 놈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어요. 그래도 이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어 행복한 눈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구요. 눈은 다시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의학 연구, 그것도 우주 연구 쪽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기약 없이 달 표면의 기지에서 일해야 하는 조건이었다며 작별 인사를 하네요. 그렇게 둘은 훈훈하게 이별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각자의 인생을 열심히 살게 되었다... 는 이야기입니다. 


 +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마도 실제 성전환자들의 인터뷰... 일 듯한 목소리들이 흘러나와요. "나의 부모는 내가 아들이든 딸이든 관계 없이 자신의 자식으로서 날 사랑해줄 순 없었던 걸까." 같은 슬픈 이야기들.



 2. 파라다이스-디스토피아


 그래서 꿈과 환상의 로봇 성매매 테마 파크(...)를 개장하려던 주인공은 보수파 시위대에게 봉변을 당하고, 정치인들에게 배신 당해서 개장 허가를 못 받고... 심지어 어떤 놈은 '난 인간이 취향이라서'라며 주인공에게 성접대를 요구하고 주인공은 그걸 들어주기까지 하는데도 나중에 뒷통수를 쳐 버려요.

 그리하여 멘탈이 나간 주인공... 인데 이때 줄곧 주인공과 함께 하던 애인 놈이 짐을 싸서 튑니다. 그러고 티비 토크쇼에 나가서 주인공에 대한 험담을 막 하구요. 그러다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사실 주인공이 만든 로봇들은 자료 수집을 위해 자신의 섹스를 모두 영상으로 기록하게 되어 있고 그 자료는 모두 주인공이 갖고 있다. 근데 주인공이 로비 삼아 정재계 유력인들에게 로봇을 다 보냈으니 주인공은 그들의 비밀을 다 쥐고 있는 것."


 이 방송을 본 유력인 님들께선 갑자기 설설 기며 주인공의 테마 파크 개장을 허가해 주고. 드디어 개장 당일, 떠나갔던 애인이 돌아와요. 사실 이게 다 주인공의 작전이었던 겁니다. 영상 따위 없었으나 그걸로 협박해서 딜을 한 거죠. 그리고 그 애인은 주인공과 어린 시절부터 유일한 친구로 함께 자라난 관계였고. 맨날 집으로 성매수자를 데려와서 일을 하던 엄마 때문에 끔찍한 기억 밖에 없던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 이었는데. 재회의 섹스를 나누던 중에 이 망할 놈이 그동안 로봇들과 섹스할 때 생긴 버릇대로 주인공의 뺨을 때려요. 그래 놓고 본인도 격하게 당황해서 열심히 사과하기에 그냥 넘어가긴 했지만 주인공의 사업을 반대하던 보수파 아줌마가 했던 경고, "니 사업은 고객들의 어두컴컴한 구석을 키워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 실현된 것이기에 찜찜해지는 주인공.


 하지만 어쨌든 개장은 이뤄지고. 개장 행사에 가득 모인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은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합니다. 간단히 말해 '니 취향대로 뭐든지 맞춰 줄게'라는 거죠. 핸드폰 앱을 깔고 원하는 외모, 조건을 설정하면 그대로 튜닝된 로봇이 찾아갈 거라고. 설명을 들으며 관중들은 자기 취향대로 이것저것 설정해보며 즐거워하고. 그 와중에 한 백인 남자는 연령 설정을 18세 아래로 내려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안 내려갑니다(...)


 다음은 자막이 나와요. 그렇게 개장은 했지만 결국 정치인들은 대략 2년 만에 이런저런 사건들을 트집 잡아 마음을 바꿔 주인공의 사업 면허를 취소하고 심지어 감옥에 보내 버립니다. 감옥을 다녀온 주인공은 다시 로봇으로 사업을 하는데, 이번엔 만능 가정부 로봇이래요. "원하는 건 모두 해드립니다." 라는 의미심장한 카피가 나오는 가정부 로봇 광고를 보여주며 엔딩입니다.



 3. 붓다 데이터


 태국을 장악한 불교 앱 & 기기 '울트라'는 결국 특유의 공덕 포인트 시스템 때문에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포인트를 쌓기 위한 착한 척 일하기 앱으로 전락합니다. 말하자면 같은 음식이어도 스님에게 보시하면 0점이지만 노숙자에게 나눠주면 점수가 있고. 또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면 가산점이 있어서 우루루 몰려 다니고. 어차피 포인트로 돈 버는 게 목적이니 자기들이 음식을 주는 대상에겐 아무 관심도 없고...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 스님은 이 시스템에 의문과 불만을 갖고 있다가 옛 친구 덕분에 공짜로 울트라 기기를 얻어서 조금 체험해 보고는 자신이 느낀 이런저런 문제점과 불만들을 고객 센터에 털어 놓습니다. 그랬더니 짠! 하고 '울트라'의 창시자 젊은이가 주인공을 초대해요. 대화 좀 해 보자면서 말이죠.


 그래서 만났는데... 결론은 창시자의 의도가 애초부터 비틀려 있었다는 겁니다. 어렸을 때 신자들에게 삥 뜯는 나아쁜 사찰과 스님에게 걸려든 부모가 전 재산을 다 날리고선 보험금 노리고 집에 불을 질렀다가 잘못해서 타 죽어 버렸대요. 그래서 한이 맺힌 창시자님은 전국의 불교 사찰을 다 망하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이 앱을 만든 것. 그런데 주인공을 직접 만나 얘길 나눠 보니 이 인간은 좀 괜찮아 보인다 싶었는지 스카웃 제의를 건넵니다. 자기 회사에 들어와서 울트라 앱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더 훌륭한 불교 앱으로 만들어 달라. 그게 잘 돼서 사업이 더 커지면 아예 전국 스님들을 다 영입해서 이 앱을 개선하게 만들고, 결론적으로 나쁜 짓 안 하고 불경 연구에 전념하는 좋은 스님들로 만들어 주겠다... 뭐 이런 건데요. 당연히 주인공은 거절하겠죠.


 만남을 끝내고 나온 주인공은 옛 친구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힙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을 때 뭔가 상서로운 꿈을 꾸었대요. 앞으로 불교의 희망이 될 존재라나 뭐라나. 그래서 반드시 출가해서 스님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고. 나중에 병에 걸려 죽기 전에 주인공을 불러다 부탁했지만 말을 안 들었죠. 그러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결국 야심차게 창업했던 IT 회사도 망했고. 뒤늦게 죄책감 때문에 출가를 한 거였던... 근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하고픈 일이 생겼다는 겁니다. 어머니 소망대로 내가 이 나라의 불교계를 구하겠어!!! 그래서...


 주인공도 앱을 만들어 출시합니다. ㅋㅋㅋ 이름은 무려 '아이 붓다'. 화려한 오픈 행사를 열어 설명을 하는데 '울트라'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 앱을 통해 얻는 포인트는 구독료 결제에만 쓸 수 있어서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이고. 큰 차별점으로 전국의 유명 사찰 주지 스님들의 뇌파를 스캔해서 만든 A.I. 선생님에게서 교리에 대해 배우고 인생 상담도 할 수 있다는 걸 내세워요. 그래서 이 사업은 대박이 나고, 주인공은 자신이 불교계를 구했다며 뿌듯해 하는데...


 갑자기 큰 사건이 발생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인공이 몸 담고 있던 사찰의 주지 스님을 스캔해서 만든 A.I.가 초등학생 여자애를 성희롱 한 거에요. 아니 이게 대체 무슨? 하고 확인해 보니깐 맙소사. 우리 주지 스님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매우 양아치였고, 실제로 초등학생 어린 애를 성추행 한 적이 있었다는 거죠. ㅋㅋㅋ 암튼 주지 스님은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 나아가 용서를 빌고. 주인공의 새 사업 아이 붓다는 망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오만함을 깨달은 주인공은 승려 생활을 포기한 채 속세로 돌아가고. 그 속세에는 다시 대세가 된 '울트라' 최신 버전이 가득해요. 뭐 이렇게 엔딩입니다.



 4. 문어 소녀


 노래 잘 하는 애가 '빵'이고 웃기는 장난꾸러니가 '묵'입니다. 빵은 가수 서바이벌에 나가 큰 화제를 모으지만 우승은 못 했어요. 다만 여기에서 밝힌 자신의 사연 때문에 태국 국민들의 시선이 가난한 사람들, 특히 묵과 빵이 사는 동네 사람들에게 쏠리고 무능한 총리와 태국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아주 거세지네요.


 그러다 어느 날 드디어,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묵과 빵의 집이 다 아작이 나 버리고 식구들은 모두 근처 체육관에 마련된 수재민 피난처에 모여 울적해하는데... 이때 총리가 자기 이미지 좀 개선해 보겠답시고 이 곳을 찾아와 빵을 만나려고 합니다만. 우리의 개구쟁이 묵이 갑자기 엉엉 구슬프게 우는 퍼포먼스를 하며 총리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요. 그래서 총리는 빵 대신 묵을 끌어 안고 "내가 도와줄게 어린이~" 라며 감동의 연기를 시도하는데... 이때 묵의 몸 곳곳에 보이는 전염병의 흔적을 보고 기겁을 해서 묵을 내동댕이 쳐 버려요. 이때 당황한 묵이 어찌저찌 하다가 총리의 마스크를 벗기게 되는데, 그렇게 드러난 총리의 턱에는 문어 다리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돈도 없고 문어 되기 싫어서 안 들여온다던 그 외국 백신을 몰래 들여와서 사회 지배층 사람들끼리 나눠 맞고 있었다는 게 이렇게 들통이 난 것.


 그 사건으로부터 1년 후. 결국 총리와 정부 측 고위 인사들이 대거 물러나게 되고. 정부에서는 돈을 팡팡 써서 전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해 줘요. 총리와 측근들의 비리를 밝혀낸 묵과 빵을 위해 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동상도 세워지고 그럽니다. 그러고 다시 즐겁게 등교해 수업을 받는 묵과 빵. 모두의 턱에 문어 다리(...)가 돋아난 채로 즐겁게 수업을 듣는데... 앗. 햇살이 비칩니다!! 3년만에 드디어 비가 그쳤어요!!!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햇살 속을 뛰어다니고, 묵과 빵도 즐겁게... 뛰는데...


 ...엄청난 열이 지구를 엄습합니다. 그래서 즐겁게 뛰놀던 아이들, 마을 사람들 다 타 죽어요. 묵과 빵의 동상도 녹아 내리고. 우주에서 바라보니 지구 전체가 그냥 불에 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류가 멸망하는 모습과 함께 "어째서 어른들은 우리 생각도 안 하고 지구를 맘대로 써 버린 거에요?" 라는 초반의 대사가 들리네요. 이렇게 끝입니다(...)

    • 아직 보진 않았지만 성전환, 매춘, 불교, 빈부격차... 아주 태국스러운 주제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냥 스포를 다 읽어버렸는데 4번째 에피는 말씀하신 대로 사족이 달린 것 같네요. 블랙미러도 가끔 그런 느낌이 드는 에피가 있긴 했었죠

      • 네 주제 선정을 참 잘 했고 그걸 SF 아이디어와 엮어 놓은 모양새도 꽤 자연스러워서 고민 많이 해서 만든 시리즈구나... 했습니다. 완성도면에서 좀 아쉬운 부분은 있어도 이런 장점 때문에 나쁘지 않더라구요.




        블랙미러는 그렇게 사족 같은 느낌이 들 때는 대체로 좀 위악적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는데 문어 소녀 이야기는 굳이 주제에 집착해서 교훈을 주기 위해... 니까 방향성은 좀 다릅니다만. 이러나 저러나 '굳이 저렇게 끝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마찬가지네요. ㅋㅋㅋ 굳이!!!!?

    • 저도 앤솔로지 참 좋아하는데요. 게다가 태국거라니 태국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첫 시작을 이걸로 해볼까봐요. 그럼 장편도 보게 될지도?

      첫 에피소드 내용 보는데 아니 죽은게 와이프라며 근데 왜 죽은 사람이…하면서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었ㅋㅋㅋㅋㅜ(잠결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을 해봅니다ㅜ)

      로이님의 최고 최애 앤솔로지는 무엇인가요?(환상특급 빼고요)
      • 넷플릭스 덕에 태국 드라마나 영화들 적잖이 보긴 했는데... 역시 그냥 '배드 지니어스'가 최고이고 그것만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태국 것들 중에 하나를 꼽아 본다면 '그녀의 이름은 난노'가 제가 좋아했던 시리즈였죠. 라고 적고 보니 이게 앤솔로지에 가까운 피카레스크 형식 시리즈이긴 합니다. '난노'라는 이름의 같은 캐릭터가 나오긴 하는데 에피소드마다 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난노'의 캐릭터도 그 때마다 달라지며 매 에피소드마다 장르도 다르고 연출도 다르고 그래요. ㅋㅋ 근데...




        이걸 언급해 버리니 다른 앤솔로지들이 잘 생각이 안 납니다? ㅋㅋㅋ 아마존 프라임에 있는 '일렉트릭 드림즈'를 괜찮게 보긴 했는데 완성도가 높아서라기 보단 그냥 제가 필립 K 딕 빠라서(...) 그랬던 게 크구요. 남들도 다 좋아하는 '블랙 미러' 같은 것 밖에 안 떠오르네요. 단편 서너 개 정도 묶어 놓은 앤솔로지 영화는 괜찮은 게 꽤 있었는데, 시리즈는 그렇게 만족하며 본 게 별로 없는 듯 해요.




        ...까지 적고 마무리 하려는데 딱! 하고 하나 떠올랐습니다.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는 재밌게 봤어요. 근데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갑자기 슬퍼지는... ㅠㅜ




        http://www.djuna.kr/movies/stars_k_05.html




        요기로 가시면 듀나님 리뷰글들이 주루룩 나옵니다. 시리즈를 다시 볼 길이 없으니 리뷰라도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ㅋㅋ

        • 아닠ㅋㅋㅋ 제가 바로 며칠전에 옛날 게시판에서 주인장님이 쓰신 린치 감독님 글을 읽으면서 ‘아유 너도 참 여기에 오래 있었다…’했는데 최애 시리즈 후기라고 올려주신게 바로 그 옛날 게시판ㅋㅋㅋㅋㅋㅋㅜ 이면 어쩝니까!!!(울지마라)


          마스터즈 오브 호러 저도 몇개는 본 기억이 나요. 울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맙시다 동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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