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는 동안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언데드 다루는 법]
노르웨이 영화 [언데드 다루는 법]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좀비 호러 영화입니다. 본 영화에서는 이 익숙한 장르 설정을 상당히 건조하고 느릿하게 굴려 가는데, 분위기로 죽 밀고 가다 보니 좀 얄팍한 인상이 들곤 했습니다. 접근방식은 흥미로웠지만, 씹을 맛이 좀 부족해서 아쉽습니다. (**1/2)
P.S. 이리하여 이번 달 동안 레나트 레인스베 출연 영화들을 세 편이나 보게 되었습니다.

[검은 수녀들]
예고편을 보면서 별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검은 수녀들]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검은 사제들]처럼 익숙한 장르 설정과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데, 그 결과물은 간간이 덜컹거리지만 두 주연 배우들의 존재감과 실력은 이를 많이 보완하는 편입니다. [검은 사제들]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즐겼으니 괜히 툴툴거릴 필요는 없겠지요. (***)

[메모리]
미셸 프랑코의 신작 [메모리]의 두 다른 주인공들 간의 로맨스를 담담히 관조합니다. 과거의 성학대 트라우마로 인해 여전히 일상이 힘든 싱글맘인 실비아 그리고 치매 초기 상태를 겪고 있는 솔 이 두 사람 간의 첫 교류는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애정과 지지를 보여주는 과정에는 잔잔한 감동이 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두 주연배우들에 많이 의존하는데, 제시카 차스테인이야 늘 든든한 가운데, 본 영화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터 사스가드도 전혀 꿀리지 않지요. (***)

[애니멀 킹덤]
프랑스 영화 [애니멀 킹덤]은 한 SF 판타지 이야기 설정을 시작으로 상당히 사실적인 가족 드라마를 통해 굴려봅니다. 좀 더 많이 설명하고 보여주었지만 좋았겠지만, 일단 이야기와 캐릭터를 상당히 공들여서 쌓아 올린 덕분에 결말엔 무시 못 할 감정적 여운이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여러모로 알찬 구석이 있는 수작입니다. (***)

[부모 바보]
국내 독립영화인 [부모 바보]에 전 그다지 잘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성 드라마로서의 목적은 보이긴 하는데, 이야기와 캐릭터가 워낙 납작하고 밋밋하기 때문에 전 슬슬 인내심이 떨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중반에서 주인공이 영화 보는 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 같다고 했지만, 이 경우는 그냥 다른 데나 들여다 보고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

[은빛살구]
다른 최근 국내 독립영화인 [은빛살구]도 부분적으로 힘든 청춘에 관한 드라마이긴 한데, 본 영화가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고 풍부한 경험이었습니다. 웹툰 여성 작가 주인공이 그녀의 문제 많은 가족 일원들과 다시 대면하는 동안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성실하게 구축해가고 있고, 주연인 나애진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여기에 한 몫합니다. 익숙한 동시에 전반적으로 상당한 재미가 있으니 기꺼이 추천하겠습니다. (***)
언데드 다루는 법이 보고 싶네요. 레나테 레인스베가 누구인가 했더니 사랑할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인공 배우이군요
'검은 수녀들'은 제 지인들이 다 욕을 해대길래 많이 못 만들었나 보다... 했는데 조성용님 평가는 꽤 괜찮네요? 호기심이 생기구요.
다른 데나 들여다보고 싶었다... 에서 웃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