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주식 대화, 옆집 사람들
1.어쩌다보니 아는 형-듀게에서 만난-과 함께 여자 셋과 술한잔을 하게 됐어요. 둘은 아마 20대 중반이고 한명은 29살인가 그랬어요. 사실 팍팍한 인생에서 도박이나 희망 이외에 재밌는 게 뭐가 있겠어요? 뻔한 이야기들을 몇 마디 주고받다 보니 여지없이 주식 얘기가 나왔어요. 요즘엔 모두가 주식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2.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써보겠지만, 지금 10배가 넘게 오른 주식이 있어요. 어쨌든 형이 나를 띄워주려는 건지 '이 사람, 산 주식이 텐배거가 됐어. 심지어는 아직도 가지고 있지.'라고 여자들에게 말했어요.
사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긴 해요. 10배가 오르는 동안 어떻게 참은 건지 말이죠. 사실 10배가 오를 주식을 맞추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걸 참는 게 어려운거죠.
한 몇년전의 나라면 2배 갔을 때 꺼내서 여행을 가고, 3배 갔을 때 정신나간 곳을 가고, 5배 갔을 때 미친듯이 쓰고 하는 식으로 썼을 거거든요. 그러다 보면 10배가 되었을 때 수익률은 원래 넣었던 돈에 비해 만족스러울 리가 없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어째서인지 처음 넣은 돈이 그대로 10배가 될 수 있었다죠.
3.그녀들은 '대체 어떻게 10배를 참은 거예요?'라고 물어 왔어요. 하긴 나 자신도 궁금할 지경인데 그 여자들은 뭐 당연히 궁금했겠죠. 사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물론 몇 가지 이유는 있지만 아주 대표적인 이유들은 아니었죠. 그래서 몇초 정도 생각을 정리해 봤어요.
생각을 정리해보니 애초에 그건 질문이 잘못된 거였어요. '10배 오를 동안 어떻게 참았어요?'가 올바른 질문이 아니거든요. '10배 오를 동안 왜 참았어요?'라고 물어봤어야 옳은 거죠. 예전의 나였다면 10배가 갈 거라는 걸 알아도 중간에 팔아서 흥청망청 썼을 거니까요. 어쨌든 대답을 했어요.
4.휴.
5.'뭐 10배 오른 건 신나는 일이야. 그런데 문제는 주식이 10배가 올라봤자 '판타스틱한' 금액은 아니란 거지. 10배여봤자 내 인생이 바뀌지가 않는 돈이니까 팔 이유가 없어.'
생각을 정리하며 말해보니 이게 정답인 것 같았어요. 내가 뭔가 통찰력이 생겨서 10배를 참은 게 아니라, 3배에서 팔든 5배에서 팔든 7배에서 팔든...뭔짓을 하든 인생은 안 바뀌니까 그냥 내버려둔 거거든요.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건 내 신세지, 주식이 10배 가는 걸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란 거죠.
6.뭐 그래요. 주식을 10배까지 안 팔수 있게 된 것. 주식이 10배가 오르는 동안 돈을 꺼내 쓰지 않게 된 것들은 통찰력이나 인내심이 뛰어나져서가 아닌 거예요. 그냥 분노의 감정 때문에 주식을 더 잘하게 된것뿐이죠.
물론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그걸 그렇듯하게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겠죠. '시장의 미래를 읽었다'라거나 '인사이트를 발휘했다'같은 말로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글쎄요. 결국 주식실력, 수익률의 본질은 분노에서 기인한 것이겠죠.
7.어쨌든 그녀들은 '인생이 바뀌는 게 뭐야?'라고 물어왔어요. 그래서 50%정도의 본심으로 대답했어요.
'사람들의 바램은 옆집에 사는 사람들보다 잘 사는 거라지만 난 아니야. 난 옆집 사람들보다 잘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옆집 사람들을 바꾸고 싶거든. 난 이미 옆집 사람들보단 잘사니까 말이야.'
그러자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서 한마디 덧붙였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게 그거지. '옆집 사람들'말이야. 그래서 사기 힘들어.'
8.위에 쓴 주식은 이제 오늘부로 13배가 됐어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 얼마 후엔 적정주가까지 갈 거고요. 위에는 통찰력으로 수익을 낸 게 아니라곤 했지만...이제는 슬슬 통찰력도 발휘하고 긴장을 해야할 때죠. 아무리요즘 내가 믿음으로 투자를 한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종목을 계속 믿을 수는 없잖아요? 이 세상에 영원히 가는 종목 따윈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최고의 타이밍에 나가야죠. 이 세상에 적정주가에서 멈추는 주식은 없거든요. 적정주가에서 거품이 끼거나 그 거품이 꺼지고 급격히 관심을 잃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그래서 끈질기게 기다리며...아주 짧은, 짧게 빛나는 한순간에 팔아치울 준비를 해야 하죠.
--------------------------------------
누군가는 13배까지 해먹었는데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냐고 하겠죠. 한데 그게 문제예요. 13배를 버텼는데 적정주가에 팔면 안되는 거예요. 적정주가에 낀 '거품'을 맛보고 나가지 않으면 이 투자는 실패인 거니까요.
거품이라는건 꺼진 뒤에야 거품이라고 불리는 거거든요. 거품이란건 존재하는 동안에는 사람들에겐 진짜니까요. 나는 이 주식의 거품이,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는 그 짧은 한순간에 팔아먹을 작정이예요. 그제서야 딱 한건의 완벽한 투자를 해내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