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다시 보면 뭐가 다를 줄 알았죠. '돌이킬 수 없는' 잡담입니다

 - 2002년 월드컵의 해에 나온 영화였군요. 런닝 타임은 1시간 35분이고 스포일러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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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의 재감상! 그 결론은 과연!!!)



 - 도입부 소개라고 할만한 게 없는 영화죠. '박하사탕' 같은 식으로 이야기를 토막 내서 역순으로, 엔딩으로 시작해서 오프닝을 향해 가는 형식이니까요.

 

 제 주변 기준으로 영화 관람 좋아하면서도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 중엔 '그 장면'의 악명을 듣고 안 보기로 했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프리미어에서 관객들이 토했다느니 실려 나갔다느니 등등 아주 흉흉한 이야기가 많은 영화였으니까요. 뭐 한국에서 프랑스 예술 영화가 이 정도로,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되고 아직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런 악명 덕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좀 아이러니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 시절의 저는 에... 불쾌했죠. 실신 구토까진 아니었지만 '아니 왜 이렇게 쓸 데 없이 리얼해'와 '아니 근데 이 장면 왜 이렇게 길어?'라는 생각을 하며 감독은 헨타이임이 분명해... 뭐 이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문득 궁금하더라구요. 그게 지금 다시 봐도 그렇게 불쾌할까? 여전히 감독의 인성을 의심하게 될까? 뭐 그래서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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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재발동 10초 전!!!)



 - 다시 보니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현란한 테크닉입니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듯 빙글빙글 돌며 움직이는 카메라. 장면들을 롱테이크로 찍어 놓고 살짝 트릭을 써서 원샷 같은 느낌을 주는 편집. 색감은 강렬하고 음악 & 사운드는 음침 불길한 분위기를 잘 살리구요. 또 처음 볼 땐 쌩뚱맞은 느낌을 주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게 그러니까 사실은 엔딩인 거지' 라고 생각하고 보면 대충 이치에 맞는 그 뜬금 없이 튀어 나온 노인 & 아저씨의 대화. (감독의 전작들에 나온 캐릭터들이라죠. 이제야 알았습니다. ㅋㅋ) 

 암튼 폼이 나는 테크닉들이 다 이야기의 큰 그림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아 감독이 능력자는 능력자 맞았구나. 싶었죠. 마지막까지 보고 나서도 감독의 '능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잘 만든 영화인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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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과 현남편이 어울리는 건 서양 영화, 드라마에서 하도 봐서 이제 익숙한데 전 애인과 현 애인은 좀 신선했달까요.)



 - 다시 보니 문제의 '그 장면' 말고 다른 것들이 괴이하게 눈에 밟히는 게 많습니다.


 일단 그 지옥의 게이 클럽 말이죠(...) 이름부터 '애스홀'인 그 곳. 제가 뭐 2022년의 프랑스 게이 클럽에 가 봤을 리가 없으니 이게 얼마나 현실 반영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지옥이 있다면 여길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애초에 왜 게이 클럽이어야 했을까요? 성폭행범을 게이로 설정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좀 특이한 발상인데. 무슨 이유라도 있었던 건지.


 그리고 주인공들, 정확히는 뱅상 카셀 캐릭터가 택시 기사에게 성질 내다가 두들겨 패고 아예 택시를 빼앗아 버리잖아요. 심지어 나중에 그 차에서 내릴 땐 유리를 박살내 버리고, 이후에도 그 택시 기사 욕하는 장면이 몇 번 더 나오는데... 이 기사는 또 중국인이었죠.


 또한 주인공들이 뒷골목을 헤매며 성폭행범을 찾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성매매 여성들이나 여타 다른 범죄자들은 프랑스어를 잘 못하는 걸로 나옵니다. 이민자들인 거겠죠.


 딱히 이 감독이 이런 성향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걸 감안할 때 무슨 동성애, 이민자 혐오 같은 걸 막 전파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을 텐데. 굳이 이런 설정으로 보는 사람을 더 더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난감해졌습니다. 스토리를 보면 주인공 남자 둘이 파티장을 나와 범인 찾아 다니기 시작한 후로 만나는 사람들이 저게 전부거든요. 조금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저 부류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하나 같이 다 이미지가 더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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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홀스' 장면은 싹 다 19금이라, 그것도 거의 더럽고 불쾌한 19금이라 올릴 수 있는 게 이런 짤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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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프랑스 영화를 보면 장르물이어도 이민자 문제를 슬쩍이라도 언급 안 하고 넘어가는 작품이 드물어졌죠.)



 - 거기에 덧붙여 뱅상 카셀 캐릭터는 지인짜 비호감 그 자체더군요. ㅋㅋㅋ 멀쩡한 애인 두고 그냥 대놓고 다른 여자들에게 치근덕대는 데다가 영화 내내 뇌가 없는 사람처럼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을 거듭하면서 꼴에 또 엄청나게 폭력적입니다. 아니 애인의 상태를 보고 이성을 놓았을 수는 있는데. 그 정도 선을 넘어서 사실은 저 놈도 범죄자였나? 라는 생각을 들 정도더라구요. 그 시절에도 '쟤 참 과하네'라고 생각하긴 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참...; 아마 함께 다니는 모니카 벨루치의 전애인 캐릭터와 대비되는 효과를 노린 거기도 하겠죠. 그러면서 마지막에 정작 대형 사고를 치는 건 전 애인이 되는 걸로 아이러닉한 느낌도 주고. 뭐 의도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너무 격하게 비호감이더라는 거. 이 또한 영화를 보는 데 작지 않은 걸림돌이었습니다. 복수는 좋은데 너 같은 놈이 너 같은 식으로 하면 안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을 계속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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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남의 차를 강탈하는 걸 넘어서 왜 부수기까지 하는데!! orz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은 폭행보다 택시 건 때문에라도 반드시 감옥 가겠네요.)



 - 물론 전설의 그 장면 역시... 다시 봐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가 원래 이것저것 따지며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능력도 안 되구요 ㅋㅋ) 평소엔 영화를 보며 '그래서 이게 무슨 의민데?' 같은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입니다만. 이런 영화를 볼 땐 의미를 알기 어려우면 고통스러워져요. 그러니까 '굳이 이런 장면을 찍어 넣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 말이죠. 

 이게 무슨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성폭행 장면을 카메라 고정 시켜 놓고 10분간(정확히는 후반 5분은 그냥 폭행입니다만 이 쪽도 수위가...;) 롱테이크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고문하려고 한 이유는 여전히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이 장면을 빼거나 순화 했다면 이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슬픈 영화가 되었겠죠. 제목 그대로 절대 '돌이킬 수 없는' 행복을 보여주면서 끝나는 형식이니까요. 회한이라고 해야 하나요. 뭐 그런 감정을 크게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형식도 절묘하게 잘 짜냈다고 생각하는데... 요 장면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그 후반부를 보면서도 애틋하거나 짠하단 생각이 별로 안 들고 그냥 계속 더 더 불쾌하기만 했습니다. ㅋㅋㅋ 그냥 제가 그런 성향 관객이라 그런 거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겐 수많은 아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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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하고 애틋해야할 장면인데 그동안 적립해 놓은 불쾌감 때문에 그런 생각이 안 들어 버리더라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 결론은 그래서 뭐... 다시 봐도 역시 제가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거. 그렇습니다. ㅋㅋ

 생각해 보면 이 시절 프랑스 영화들이 갑작스레 이렇게 센 영화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분위기였는데. '엑스텐션'이 이 영화보다 1년 후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양반이 원조였나!!? 라는 생각도 불현듯 들구요.

 어쨌든 그 시절에 보시고 '불쾌했다!'는 분들은 지금 다시 확인 안 해보셔도 될 겁니다. 똑같은, 어쩌면 세월의 흐름 덕에 좀 더 불쾌해진 경험이었어요. 그냥 '극단적으로 달려 보겠습니다!'라는 느낌만 잔뜩 받았네요. 허허. 끝입니다.



 + 적다 보니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을만한 부분들 중 중요한 거 하나를 그냥 안 적었네요. 그래서 흰 글자로 간략히 적어 봅니다.


 이야기 구성상 영화를 보는 내내 도입부(그러니까 엔딩)에서 주인공들이 때려 죽인 남자가 성폭행범이 맞긴 하냐는 게 궁금해지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결론은 아닙니다. 진짜 범인은 그 옆에 같이 서 있었는데 엄한 애랑 시비가 붙어서 갸가 갸인 줄 알고 때려 죽였어요. 진범은 얼굴이 곤죽이 되어 죽어가는 엄한 놈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근데 뭐 이름까지 확실히 밝혀졌으니 감옥은 가겠죠. 투덜투덜.

    • 2022년 월드컵이라고 하셔서 ‘우리에게 월드컵은 2002년 아닌가!’하고 보다가 23년만의 재감상 보고 ‘우앙 2045년을 살고 계신 로이님!!‘ 했습니다ㅎㅎㅎ


      이 영화도 절대 제가 안 볼 영화군요.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나중에 실수로라도 틀지 않는걸로 꼭꼭 기억해두겠습니다.

      아니 안 그래도 나이 먹어가면서 이런 거 보기 힘든데 뭘 또 굳이 확인하시고 그러십니까!!!

      프랑스가 국가 이미지 메이킹을 잘 한건지 저 나라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프랑스 너마저!!‘하는 생각이 들어요.
      • 요즘 좀 실수를 줄였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뙇! 하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이제사 고쳤어요.




        아니 뭐 지금 다시 보면 좀 덜 부담스럽고 처음 볼 때랑은 다른 뭔가가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봤는데 역시 아니었어요. ㅋㅋㅋ 뭐 덕택에 왓챠 찜 하나 줄였으니 그걸로 만족하구요.




        저 같은 경우엔 홍세화 아저씨가 크게 잘못하셨죠. 프랑스, 똘레랑스, 토론 문화 뭐 이런 것들에 대한 환타지 같은 게 있었는데 현실은(...)

    • 첫 개봉 당시에는 오히려 그런 자극적인 소문이 제대로 노이즈 마케팅이 되서 심지어 세계최고의 여신급 배우 모니카 벨루치라니까 더 호기심과 사춘기의 철없는 혈기만으로 어떻게 구해서(당연히 극장은 못가고;;) 봤는데 당시 영화감상하는 눈에 별다른 필터가 없던 제가 보기에도 '그 씬'은 너무 길고 과하고 불편하기만 하고 그렇더군요. 초반에 나오는 그 복수의 장면은 전혀 사전정보가 없어서 충격이었구요. 뭐 처음 볼 때는 그게 복수라는 것도 알수가 없었으니까요;;




      좀 시간이 지나서 나름 영화팬 입장에서 이해해보고자 재감상을 해봤는데 뭐 이런 역순전개를 통해 아예 영화상에서 문구로 떠먹여주듯이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그 아이러니와 비극을 보여주고자 한 건 아주 자~알 알겠고 아주 확실히 잘 표현하시긴 했습니다만 아무리 너그러운(?) 맘으로 보려고 해도 그 두 장면은 그냥 아트를 빙자한 폭력 포르노였구요. 그렇게까지 길게 노골적인 강도로 표현 한다고 작품의 테마가 더 강렬해지는 것도 아니고 이건 감독 필모를 돌아보면 그냥 가스파르 노엘이라는 감독의 일관적인 자세인 것 같아요. 지적하신 그 범인 찾으러 택시타고 돌아다니는 파트의 단역들 설정도 굳이 왜? 이런 의문이 끊이질 않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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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까 2020년에 Straight Cut이라고 시간 순행으로 재편집한 버전을 공개했었다고 하네요. 이건 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만... 벨루치-카셀 부부는 이혼 후 정말 오랜만에 같이 공식석상에 나왔었다고 하네요.



      • 좋게 말하자면 성폭행 장면으로 에로틱한 느낌을 줄 생각은 0.000001도 없었다는 건 분명하다... 고 할 수도 있겠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니 근데 그래서 대체 왜!!!' 라는 생각을 10분 동안 하며 고통에 몸을 배배... ㅋㅋㅋ 근데 뭐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는 걸 본인 트레이드 마크이자 예술 방식으로 밀었던 사람이니까요. 다시 본 제가 잘못한 걸로 하겠습니다. 하하.




        근데 사실 그 모든 걸 파괴한 것이 '시간'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걍 알렉스는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갑작스레 그런 참변을 당했고. 남자들은 그냥 본인들이 모자라서 그 불행을 몇 배로 증폭시켜 버렸고... 그런 느낌이더라구요. 이게 왜 시간 때문이라는지 잘...;




        그냥 와장창 욕 먹었던 것과 별개로 감독 본인에겐 나름 애착이 있는 작품이었던 게 아닐까요. ㅋㅋ 근데 역행 구성을 없애 버리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임팩트 요소가 사라지는 거라, 그게 오리지널보다 나을 것 같진 않네요.

        • 아 그러니까 그냥 순전히 '시간' 때문에 다 파괴됐다라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흘러가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좋은쪽으로든 안좋은쪽으로든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뭐 그런 건데 이 감독 성향상 비극적인 부분에만 집중을 해서 만들었겠죠? ㅎㅎ

    • 저는 이 영화를 본 후, 지금까지도 소화기만 보면 불을 끄는 도구가 아니라 폭행 도구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영화를 볼 때에도 영화를 끝까지 봐야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실제로 중간에 나간 사람들이 있었구요.

      • 네 정말 끔찍하게 연출했죠 그 장면을. 그 소리에 분장에 카메라는 잔뜩 가까이 들이대고... 감독님이 자기 스타일로 예술하겠다는 건 말리지 않겠지만 정말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ㅋㅋ 굳이 왜 이렇게?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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