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타란티노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킬링 조이' 잡담입니다

 - 199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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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익숙한 포스터 이미지를 찾으려다 보니 극장 포스터가 아니라 LD 표지가 되어 버렸네요. ㅋㅋ)



 - 제드라는 젊은 미국인이 파리에 도착합니다.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향하는데 택시 기사가 지나치게 친근하고 말이 많네요. 만사 귀찮아 보이는 제드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깁니다만 그러면서 택시 기사 '여자를 불러주겠다'며 건네준 전화 번호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고 그래서 줄리 델피가 연기하는 조이가 출동하겠죠. 둘은 매우 만족스런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엔 연애 시작 직전 분위기까지 가지만 그때 난입한 제드의 오랜 친구 에릭이 튀어나와서 "더러운 창녀는 이만 꺼지시지!!!" 라며 쫓아내 버려요. 그러고 다짜고짜 제드를 끌고 자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데... 이들의 목표는 프랑스 준비 은행 지하의 금괴를 탈탈 털어버리겠다는 것. 제드는 에릭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금고 기술자였거든요. 암튼 이 한심한 청춘들의 크나큰 꿈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조이는 대체 언제, 어떻게 다시 등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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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투 더 퓨쳐의 마티 맥플라이 역으로 유명하신 에릭 스톨츠씨. 보다 보면 닮았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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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블루의 그 훈남 청년이 어쩌다...)



 - 가끔 '내가 이 영화를 왜 기억할까?' 싶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아니 보긴 그 시절에 봤어요. 근데 큰 인상은 남아 있지 않고 줄거리는 완전히 까먹다시피 했는데 왠지 모르게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옛날 옛적에 찜을 해뒀던 거죠. 그래서 엊그제 틀었는데... 잠시 후에 그 의문은 풀렸습니다. 퀜틴 타란티노. 이 이름이 크레딧에 나오더라구요. ㅋㅋ 근데 각본도 출연도 아니고 무려 총제작자님이십니다. 확인해 보니 '저수지의 개들'이 1992년 영화였고. 이후에 이것저것 영화 제작하던 와중에 원래 본인과 친분이 있던 로저 에이버리,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감독 & 각본가님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던 건가 봐요. 무려 '저수지의 개들'과 '펄프 픽션', '트루 로맨스' 각본에 참여했더라구요. 뭐 그랬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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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우리의 '조이', 줄리 델피는 그렇게 많이 안 나오니 그 시절 이 배우님이 보고 싶으시면 다른 영화를 보심이.)



 - 보다 보면 죽이 맞을만 했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 전개와 거의 무관한 기나긴 수다 장면들이 자꾸 나와요. ㅋㅋㅋ 도입부의 저 택시 기사도 참 말 많고, 다음 날 아침에 조이도 정말 쉬지 않고 떠들어대서 제드가 '난 니가 정말 말이 많아서 좋아'라는 대사도 치고 그럽니다. 그리고 정말 심한 건 제드가 에릭의 친구... 가 아니라 은행 강도 동료들을 만나는 장면인데요. 이들이 술 + 담배 + 마약과 다른 마약과 또 다른 마약을 들이키고 끝 없는 수다를 떨며 뻘짓을 벌이는 걸 무려 십여 분동안 보여줍니다만. 이게 딱히 캐릭터 소개도 아니고 추후를 대비하는 복선도 아니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어찌보면 타란티노보다 심하죠. 타란티노는 그래도 그런 수다들 중 일부라도 나중에 어떻게든 활용하는 느낌인데 이 영화의 수다엔 그런 게 아예 없어요. 허허. 암튼 이러다가 '본론'에 해당하는 은행 강도 건은 런닝 타임 절반이 훌쩍 넘어간 후에야 벌어집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엔딩까지 이어지는 은행 강도 장면은... 역시 그 시절 타란티노의 스멜(...)이 꽤 진합니다. 디테일 같은 건 대략 생략하고 다짜고짜 달리면서 시작부터 일은 꼬이고 그 때부턴 위악에 가까운 느낌의 폭력과 폭력과 폭력이 이어지는데요. 그 중심에 아주 살짝 홍콩 느와르스럽게 제드와 에릭의 갈등이 벌어지는 식이죠. 그리고 모두가 참 하찮고 특히 에릭의 동료들은 그 멍청함과 대책 없음에 '추하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참 쉬지 않고 총을 갈겨대고 사람도 많이 죽고요. 아마 이런 은행 강도류 영화들 중에 이렇게 인질이 이유 없이 많이 죽는 영화도 드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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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칠갑 피칠갑 피칠갑!!! 근데 막 신체 훼손 장면 같은 건 없습니다. 피도 그렇게 거부감 들 정도로 나오진 않구요.)



 - 보면서 '엑스 세대'라는 고대 세대 분류가 떠올랐습니다. 엑스 세대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시절 영화들 중에 이런 게 많았어요. 간단히 말해 막나가는 거죠. 기존의 문법과 패턴은 잊어라! 본격 엑스 세대 범죄 무비!!! 뭐 이런 느낌으로다가. ㅋㅋㅋ 이 영화도 그런 느낌입니다만. 

 나름 이것저것 '의도'한 게 많이 보입니다. 마약을 한 주인공들 상태를 표현하겠다고 화면을 한참 동안 일그러뜨리고, 수시로 초점이 이상한 데 가서 맞아 있다든가. 재즈 밴드의 연주 모습 위엔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음표들이 둥둥 떠다녀요. 주인공 둘의 섹스씬에 '노스페라투' 장면을 섞어서 주인공의 처지를 비유한다든가. 또 앞으로 벌어질 폭력을 예고한답시고 은행 내부 벽을 다 빨갛게 칠해 놓는다거나... 이 영화 최고의 수다쟁이인 에릭이 쉬지 않고 떠드는 인생관 같은 것도 거의 헛소리지만 아마도 그 시절엔 꽤 쿨하게 들릴만한 헛소리들이 적잖게 섞여 있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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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마약하면 이런 게 막 보이나요. ㅋㅋ 궁금하긴 하지만 마약을 하고 싶단 얘긴 아닙니다 판사님.)


 다만 문제는 이게... 대체로 다 한 끗발씩 모자랍니다.

 일단 이 영화의 수다들은 타란티노 영화의 수다들만큼 쌩뚱맞게 재밌지가 않아요. '이게 이야기랑 무슨 상관인데?' 싶지만 재밌어서 그냥 멍하니 듣게 되는 그런 매력이 없어서 '아 저놈들 진짜 말 많네'라는 생각 밖에 안 들구요. 피칠갑 폭력 장면 역시 타란티노의 그것만한 임팩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충격을 주려고 그렇게 인질들을 아무렇게나 막 죽여대나 싶었구요. 이렇게 확 끌어댕기는 매력 포인트가 없다 보니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지키지 않는 전개도 (분명히 의도된 것이었겠지만) 그냥 영화를 못 만든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드와 에릭의 관계가 말입니다. 소년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저수지의 개들'의 미스터 화이트와 오렌지의 관계 같은 드라마가 안 느껴집니다. 에릭은 그냥 미친 놈이고 제드는 그냥 주인공이고.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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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무능한 은행 강도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좋습니다. 주인공을 제외하곤 모두 존재감이 이 짤과 같다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 영 재미가 없는 영화까진 아니었어요. 일단 비중이 작아서 아쉽지만 줄리 델피가 정말 예쁘구요. (쿨럭;)

 또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괴상하게 막 나가는 이야기인 데다가 클라이막스 즈음에 가면 이 한심한 은행 강도놈들이 너무나도 멍청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불가능해지니 나름 흥미진진해지는 구석도 있고 그렇습니다. ㅋㅋ 그렇긴 한데...

 당사자가 직접 제작하고 당사자의 지인이 쓰고, 연출한 영화이긴 하지만 어쨌든 '타란티노 아류'라는 느낌이 좀 과해요. 그러면서 원조와 차별화 할만한 포인트, 자기만의 장점 같은 건 잘 보이지 않구요. 게다가 가끔은 정말 '순수하게 못 찍었군' 이란 생각이 드는 장면들도 있고 그래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비포 선라이즈' 말고 줄리 델피 젊을 때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만 봐도 될 것 같지만. 그런 분들이라면 '나쁜 피'나 '세 가지 색: 화이트'를 보셔도 되고... 뭐... 그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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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트루 로맨스' 비슷한 범죄 로맨스물을 의도한 것 같기도 한데 그 쪽으로도 특별한 매력은 없...)




 + 감독님은 원래 속편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네요. 이미 이야기는 다 구상을 해뒀지만 못 만들었구요. 무려 2019년에야 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냈는데... 어차피 그 배우들 다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독립적인 영화로 만들어졌고, 역시 폭망했습니다. 흠(...)



 ++ 한 달도 안 걸려서 후딱 찍은 영화였고 당연히 제작비도 모자라서 거의 다 LA에서 찍었다고 하네요. 도입부와 엔딩 즈음의 파리 시내 장면 몇 분 정도만 프랑스 가서 후딱 찍고 왔대요. ㅋㅋㅋ 그나마 20세기라서 잠깐이라도 갔네요. 요즘 같았음 그냥 cg로 합성했을 듯.



 +++ 원래는 타란티노가 에릭 역을 맡겨달라 그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독님이 '갸는 프랑스인이어야 하는데 님하는...' 이라고 잘랐다고.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참 별 거 없어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참으로 흐뭇한 하룻 밤을 보낸 제드와 조이. 조이는 다음 날 아침 자기는 '창녀'가 아니라 미대생이라며,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하죠. 그러면서 제드에게 막 들이대고 제드도 그게 싫지 않았는데, 그때 들이닥친 에릭이 다짜고짜 쫓아내 버려서 거기에서 일단 끝.

 그러고나선 참으로 하찮아 보이는 동료들과 함께 은행에 쳐들어갔는데, 이때 제드는 금고 문 여는 일만 전담이라 그냥 슥 지하로 가 버려서 몰랐지만 1층에는 조이가 근무를 하고 있었어요. 은행원이었던 것. 어쨌든 조이는 인질로 잡혔고, 에릭과 서로 알아 보고서는 난처한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근데 이때 은행원 한 명이 몰래 숨겨둔 총을 꺼내 발사하고, 강도 1명이 죽고 또 1명이 부상을 입어요. 게다가 총소리를 듣고 경찰까지 출동. 이들은 그냥 다 망했습니다만, 지하에 홀로 남아서 금고 작업을 하던 제드는 그걸 모르고 드디어 금고 열었다고 좋아하고 있죠. 또 에릭은 얘가 일에 집중하라고 바깥 상황을 알려주지 않고 태연하게 행동합니다. 그래서 지하 일을 맡겨 놓고 1층으로 올라온 에릭은 다들 멘탈이 나가 마스크도 벗고 본명 막 부르며 뻘짓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선... 자기도 한 술 더 떠서 아무 말, 아무 행동이나 막 하며 성질 한 번 부릴 때마다 인질 1.5 명씩을 그냥 막 총으로 쏴 버립니다. ㅠㅜ

 

 그러다 다시 조이를 보고는 너도 죽여버리겠다며 덤비는데, 먼저 달려든 조이가 총을 빼앗아들고 발등에 한 발 맞히기도 하고. 그러고 지하로 튀어요. 때마침 일 마치고 올라오던 제드는 조이를 죽이려는 동료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에릭에게 먼지 나도록 쥐어 터지구요. 근데 그때 경찰들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인질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막 쳐들어 옵니다. ㅋㅋㅋ 그래서 다들 지하로 모이게 되고. 결국 서로 쌍욕을 해가며 제드 & 조이 vs 에릭으로 한참 피칠갑 개싸움을 벌이구요. 에릭의 승리로 제드 머리에 구멍이 뚫리려는 순간... 인질 따위 신경 꺼 버린 고마운 프랑스 경찰들이 나타나 에릭을 향해 총을 쏴대요. 그리고 본격 엑스 세대 영화답게 에릭은 선 채로 총 수백 방을 맞으며 수십 초를 춤 추듯 파닥거리며 버티지만... 암튼 죽습니다.


 그래서 제드는 어떻게 되냐면요. 조이가 경찰들에게 '나는 직원이고 이 사람은 손님인데 변을 당했다' 라고 뻥을 쳐서 데리고 나갑니다. 그러고 자기 차에 태워서 집으로 데려가며 "푹 쉬고 일어나면 내가 진짜 파리 구경을 시켜 줄게요." 라며 웃네요. 확실히 평범한 인간은 아니신 분... ㅋㅋㅋ 끝입니다.

    • 아류라 하더라도 재미있을 순 있는데 느낌이 안 오네요. 영 재미가 없는 건 아니라 하셨지만요. 타란티노처럼 되는 건 쉽지 않죠. 전 요새 영화를 못 고르겠어 병에 걸려서 뭐든 선뜻 보지를 못하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 그거 요즘 사람들 거의 보편적인 증세(?) 아닌가요. ㅋㅋ 저도 고를 때 고민을 하는 편인데 그러다 '앗. 이렇게 시간만 가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냥 눈 앞에 있는 목록 중 아무 거나 눌러 버리곤 합니다. 쇼핑할 때야 그런 고민도 즐거움이라지만 볼 영화나 드라마 고를 때는 그냥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재미 없는 거라도 봐 버리는 게 이득인 것 같아요. 하하.

        • 못 고르겠다가 볼 게 너무 많아서 라기 보다 보고 싶은 게 너무 없어서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만 보려 해서 더 이런가 봅니다.
          • 세상 만사가 고통이면 고통이 아니듯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도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쿨럭;)


            가볍고 편하게 보기 좋은 작품이라 하면 요즘 것들보다 20세기말, 21세기 초반 시절 영화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엔 그렇게 가볍고 편하고 소소한 작품들이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 걸리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구요. 저도 가끔 가볍고 편한 게 보고 싶으면 최근 것 대충 한 번 둘러 본 다음에 그냥 옛날 영화 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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