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8위에 깜짝 놀라서 박찬욱과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끌어들여 소심…

조금 전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8위가...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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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고, 인기 순위 8위라는 사실은 더더욱 믿기지 않고.


혹시 제가 미처 몰랐던 최신 넷플릭스 리메이크인데 썸네일을 잘못 올린 게 아닐까 싶어서 확인해 봤습니다만, 정말 맞더라고요. 돈 시겔이 연출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을 맡아 1979년에 나온 탈옥 영화의 걸작, 〈알카트라즈 탈출〉!

(〈아마존 활명수〉나 〈공각기동대〉의 순위는 전혀 놀랍지 않아요. 원래 스트리밍 서비스는 잘 아는 배우가 나오는, 개봉했을 때는 시간 & 돈 내고 보러 가기 망설여졌지만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엉망인지 잠깐 확인이라도 해볼까 싶은 영화를 보는 데에 유용하지 않던가요.)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하여 내친김에 과거 〈알카트라즈 탈출〉을 다루었던 박찬욱의 평론 서두를 찍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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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지엽말단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탈옥이라는 테마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데에서" "'탈옥 영화'라는 소장르의 (...) 최걸작의 반열에 올라야 할 작품"이며 "거의 로베르 브레송 〈사형수, 탈출하다〉의 수준에 올라 있을 정도"라고 격찬을 했는데, 저도 적극 동의하는 바이며, 거기에 자크 베케르 감독의 〈구멍〉까지 추가해서 영화사 3대 탈옥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여담이지만 박찬욱의 옛 평론집은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박찬욱의 오마주』라는 제목으로 다시 내놓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다시 박찬욱의 평론을 접할 수 있게 된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역시 삼호미디어에서 1994년에 발간한 『영화 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롬』 판본이 여러모로 더 낫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지고 있어서 자랑하는 게 아니고, 시대를 생각하면 아마 영화사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실었을 것 같은 영화 스틸 사진이 본문 사이사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든가, 위에서 보시다시피 영화 제목을 곧 평론의 제목으로 삼지 않고 굳이 또 다른 영화의 제목을 빌려서 붙인 깜찍한 글 제목이 따로 있다든가, 부록으로 약 삼십여 쪽에 걸쳐 온갖 베스트 목록이 실려 있다든가 하는 식으로, 『오마주』에는 없는 매력 포인트가 꽤 있어요. 그리고 마음산책에서 박찬욱 저서 두 권을 내던 당시에 『오마주』에 더 이목이 쏠린 듯한데 사실 『박찬욱의 몽타주』 쪽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쪽에도 영화 평론이 몇 있는데 참 좋아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 관한 평론 같은 거.)




〈알카트라즈 탈출〉에 찬사를 보낸 또 다른 영화광 감독이 있죠.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타란티노는 한 영화감독의 전체 경력이 어떤 꼴을 이루는가, 특히 말년이 어떤 모습으로 끝나는가에 되게 신경 많이 쓰는 사람이죠. 그래서 자기는 너무 늙어서 기운 빠지고 형편없는 영화 만들기 전에 열 편만 찍고 은퇴하겠다고 공언도 했고요. 그러한 맥락에서 타란티노는 자신이 경애하는 돈 시겔의 말년을 두고 안타까워하며 '〈알카트라즈 탈출〉이 마지막 작품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폭언 아닌 폭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타란티노가 은퇴 얘기를 꺼내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고 결국 번복할 거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스티븐 소더버그 얘기고, 타란티노는 꽤 오래전부터 이 계획을 꾸준히 밝혔죠. 무엇보다도 그냥 홧김에 하는 소리 같은 게 아니고 그러한 결단의 배경에 자신만의 '이념'이 있는 사람이라서, 저는 정말로 다음 영화 만들고 은퇴할 거라고 봅니다. 뭐, 그랬다가 8-90대쯤 돼서 '죽을 때 되니까 하나 더 하고 싶더라고' 하면서 돌아올 수는 있어도요.)


한국에는 번역되지 않았습니다만 타란티노는 2022년에 자전적 에세이의 성격을 지닌 평론집 Cinema Speculation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서도 〈알카트라즈 탈출〉을 다루었기 때문에 역시 도입부 가져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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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라즈 탈출〉은 처음 나왔을 때는 좋아하지 않았지만―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내게는 틀림없이 너무 건조했을 것이다―몇 년 전 다시 보고서야 진가를 깨닫게 된 영화다. 이것은 영화적인 의미에서 돈 시겔의 가장 표현적인 영화다. 신 할리우드 시절에 시겔은 끝내주는 액션 장면을 여럿 찍었다. 〈마디간〉의 최후에 리처드 위드마크의 목숨을 위협하는 총격전. 〈쿠건의 허세〉의 당구장 격투(영화관이 진짜로 뒤집어졌던 장면). 〈더티 해리〉의 통학버스 시퀀스 전체, 그리고 해리가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흑표당과 붙는 도입부(지금 보면 그 장면은 스튜디오의 야외 세트에서 촬영했다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좀 힘이 빠진다. 저기가 샌프란시스코야, 〈듀크 오브 해저드〉에 나오는 해저드 카운티야?). 〈검은 풍차〉의 기관총 총격전(총구의 섬광, 탄피, 터져 나가는 나뭇조각 들이 폭발하는). 〈찰리 배릭〉의 은행털이 중 실제로 액션이 벌어지는 대목. 〈텔레폰〉에서 도널드 플레젠스가 처음으로 각성시키는 잠복 요원인 배스컴 자동차 정비소 주인 해리 배스컴(시겔의 단골 배우 존 미첨이 연기)의 습격.


하지만 레오네, 페킨파, (피터) 하이엄스, 그리고 드 팔마와는 달리, 시겔은 한 번도 영화적인 세트 피스를 연출한 적은 없었다. 〈알카트라즈 탈출〉에서 사실상 대사 하나 없는 아름다운 오프닝 시퀀스를 선보이기 전까지는.




참고로 한국에서는 축구에서나 쓰지 영화를 이야기할 때는 세트 피스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한 듯하여 굳이 설명하자면, 여기서 타란티노가 말하는 "영화적인 세트 피스"란...

축구에서 세트 피스는 맞춤 전술,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너는 어디로 가고 너는 어디로 가고 어디를 비우고 공을 어느 쪽으로 보내서 네가 때려!' 하는 식으로, 미리 설정한 조직적 움직임으로 목표를 수행하는 걸 말하잖아요? 영화에서도 특정 한두 가지 요소가 잠깐 눈길을 끄는 게 아니라 모든 요소가 총체를 이루어 맞물리고 리듬을 빚어내면서 집중 · 폭발하도록 연출하는 걸 세트 피스라고 합니다. 아주 거칠게 말하면 '이 양반 여기서 힘 빡 줬구만' 싶은, 명장면으로 만들려고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든 명장면이라고나 할까요. 보통 한 장면, 한 시퀀스가 몇 분씩 이어지면서 쌓이고 쌓인 끝에 자체적으로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형태를 띠지요.


(아무래도 액션 장면을 떠올리기가 쉬운데, 좁은 의미에서의 액션과는 별 관련이 없고, 이런 것도 세트 피스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옥에 수감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뿐인 〈알카트라즈 탈출〉의 오프닝 시퀀스가 세트 피스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런 예시가 훨씬 도움이 되겠지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타란티노 세트 피스 중 하나.)


(세트 피스 개념을 설명하기에 편리한 또 다른 예시.)

영화란 꼭 세트 피스가 있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해질 수 있고, 타란티노는 돈 시겔이 바로 그렇게 세트 피스 없이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였다고 말하는 건데요, 다만 타란티노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서 밝힌 바도 그렇고 실제 영화도 그렇고 세트 피스 구성을 핵심으로 여기는 연출자입니다. 그래서 더욱, 시겔의 경력 전체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알카트라즈 탈출〉의 오프닝에 눈을 빛냈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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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이 영화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게 넷플릭스에 올라왔네요? 놀랍습니다. oldies님 반응이 이해가 가는 게 넷플릭스는 이런 고전류 영화엔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무관심한 서비스인데 어쩌다가... ㅋㅋㅋㅋ 암튼 정보 감사합니다. 넷플릭스 올라온 영화들은 금방 내려가는 것도 많아서 얼른 봐야겠어요!!

      • 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닌 것이, SNS에서도 외국 영화광들이 '지금 넷플릭스에 80년대 이전 영화가 다섯 편이나 있어! 우아아악!' 하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더라고요. '기초 교양'으로 살아남은 〈대부〉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없는데 〈더 록〉도 없는 넷플릭스에(그야 디즈니 영화니까...)〈알카트라즈 탈출〉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금 슬쩍 보니 "고전" 섹션에 80년대 이전 영화가 셋 보이네요. 〈알카트라즈 탈출〉이랑, 〈쉘부르의 우산〉... 뭐 이건 〈라라랜드〉 이후에 새 배급사가 정식 수입해서 개봉한 적도 있으니까 있을 만하고... 마지막으로... 〈옛날 옛적 서부에서〉!? 〈알카트라즈 탈출〉이랑 〈서부에서〉 모두 파라마운트 영화라는 점에 생각이 미치는데, 티빙에서 파라마운트 플러스 서비스 종료된 다음에 어찌어찌 흘러든 걸까요.

        • 근데 충격적이게도...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듀나님 리뷰를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방금 찾아봤더니 세상에. 이미 2022년에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었네요. 제가 읽었던 듀나님 리뷰가 넷플릭스로 보고 적으신 거였던... 하하하. 그렇다면 그 리뷰를 당시에 읽었던 저는 왜 바로 보지 않고 3년을 흘려 보낸 걸까요.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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