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무가당 쇼생크, '알카트라즈 탈출'을 봤습니다
- 1979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52분. 어차피 실제 사건 소재 영화이니 스포일러랄 게 있겠습니까. 대충 막 적을게요.
![]()
(이건 사진이 아니라 정밀한 그림인 걸까요. 동림옹 얼굴이 넘나 조각 같은 것이 그림 같기도 하고...)
- 줄거리 소개라는 게 대체로 무의미한 영화입니다. 1962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알카트라즈 탈옥 사건을 모델로 한 이야기구요. 이 사건을 다룬 논픽션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근데 그렇다고 해도 굳이 '줄거리 소개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영화의 성격 때문입니다. 그냥 할 얘기만 하는 작품이에요. 정말로 모리스라는 범죄자가 알카트라즈에 들어오고, 이전에 이미 몇 번의 탈옥을 성공했던 버릇대로(?) 또 다시 탈옥을 계획하고, 그걸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다가 결국 탈옥에 성공하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그 와중에 주변 캐릭터들과의 드라마가 없는 건 아닌데, 정말 심플 담백하게 최소한으로만 보여줘요. 그러니까 영화 전체가 주인공이 밟아가는 '탈옥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듀나님께서 리뷰에 쓰신 짤인데 좀 웃깁니다. 이렇게 코믹한 표정을 짓는 상황이 전혀 없는 것인데요. 순간 포착의 힘이란... ㅋㅋㅋ)
- 도입부부터 참 과감합니다. 대략 6분여를 아무 대사 없이 모리스가 알카트라즈에 도착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폭풍처럼 비가 쏟아지는 밤에 호송차를 타고 와서 배로 갈아 타고, 내려서 건물에 들어오고, 간수들을 만나고 옷을 갈아 입고 이런저런 환영 인사(?)를 듣다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는. 그런 걸 한참 보여주면서 이게 어떤 스타일의 영화가 될지 미리 학습을 시켜 주더라구요. 이제 대사라는 게 나오기 시작한 후의 전개도 한동안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알카트라즈라는 게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운영되며 거기 수감된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가를 소개하는 식이어서요.
하지만 그렇게 무덤덤한 동안에도 앞으로 나올 전개들에 대한 밑밥을 센스 있게 슥슥 하나씩 끼워 넣어주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교도소장의 손톱깎이가 두 개라는 걸 슬쩍 보여준 후에 나중에 모리스가 방을 나가고 나면 그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걸 슬쩍 보여주면서 모리스의 서류에 '아이큐가 높음'이라고 적힌 부분을 각인 시킨다든가. 뭐 이런 식으로 티 안 내고 캐릭터 설정이나 향후 전개 암시 같은 걸 알뜰하게 던져 줘요. 어찌보면 기본적인 장르 영화의 작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암튼 무척 자연스럽더라는 거.
![]()
(쇼생크의 앤디보다 확실히 우월한 부분 하나. 이 분은 싸움을 무척 잘 하십니다. 하긴 뭐 전직 더티 해리니까... ㅋㅋㅋ)
- 보다 보면 계속 떠오르는 게 '쇼생크 탈출'입니다. 아니 이게 진짜로 되게 비슷하네요. ㅋㅋㅋ
어차피 실제 사건이니 스티븐 킹도 같은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짠 게 아니겠냐... 고 한다면 그것도 당연히 맞긴 해요. 예를 들어 감옥 벽의 약한 부분을 찾아내서 박박 긁어내고, 그런 작업을 숨기기 위해 주머니에 돌가루를 담아 갖고 나와서 슬쩍 버리거나... 이런 건 실제 사건에서 가져온 거겠죠. 그런데 그런 부분 말고 픽션으로 짐작되는 부분들에서도 많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 속 흑인 그룹 보스 캐릭터인 '잉글리쉬'와 주인공의 관계는 그 영화의 레드와 앤디의 관계가 닮은 부분이 있구요. 감옥 들어오자마자 처음으로 겪는 고난이 성폭행 시도라든가. 감옥 도서관이 중요한 포인트로 활용되구요. 남 몰래 애완 동물(?)을 키우는 사람 좋은 장기 복역 할아버지 캐릭터도 나오고 말입니다. '감옥에서 영원히 지내는 게 더 나은 사람들도 있다' 같은 대사도 이 영화의 꽤 중요한 장면에서 튀어 나오고 그래요.
확인해 보니 킹의 소설이 이 영화보다 3년 늦게 나왔더라구요. 아마 킹 할아버지도 이 영화를 꽤 좋아하셨던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2차 창작스럽게, 이 영화에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소재들을 발전 시켜서 휴먼 드라마를 쓰신 걸로. 그냥 전 제 맘대로 믿어 보겠습니다. ㅋㅋㅋㅋ
![]()
(원작자님 말고 영화를 연출한 다라본트 아저씨도 좀 수상한 것이, 원작 소설에선 백인이었던 캐릭터를 굳이 흑인으로 바꿔 놨단 말입니다. 모건 프리먼의 캐스팅 때문이었다지만 이 영화의 그림을 재현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게 아닌가... 싶구요.)
- 방금 얘기했듯이 이야기 속에 의외로 드라마틱한 캐릭터들, 상황들이 많습니다. 근데 정말로 이런 부분들은 다 간략하게. 그냥 이런 일도 있었다... 는 투로 간결하게 보여주고 넘어가요. 감정이 고양되는 음악이나 장면 연출은 물론 훌륭한 배우님들의 감정 폭발 연기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극중에서 아주 비극적인 일을 당하는 캐릭터 둘이 나오는데 이들이 겪는 비극도 정말 슥. 하고 지나가 버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무심 시크한 연출 덕에 오히려 더 드라마가 살아나는 면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쇼생크'에서 나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이 영화에도 거의 나오는데, 그걸 드라마틱하지 않은 척. 하고 넘어가서 사실성이 강해지고 그래서 더 몰입하게 만드는. 그런 식이랄까요.
대표적으로 교도소장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몇 안 되는 빌런 캐릭터인데요. 분명히 나쁜 놈이지만 이 놈의 악행을 그리 과장하지 않아요. 그냥 제 잘난 멋에 사는 재수 없는 인간... 정도인데 그렇게 적당히 현실적인 느낌이 드니 결정적인 순간에 이 놈이 몇 마디 툭툭 던지면 그게 되게 리얼하게 느껴져서 혐오감이 강해지는 거죠. 동림옹 특유의 똥 씹은 표정 연기도 앞서 말한 그런 비극적 상황에 맞물리면서 아주 강렬하게 살아나구요.
![]()
(영화를 바꾸면 매그넘 꺼내서 쏴 버리기 직전의 표정이지만 그 전후 맥락이 다르니 감정 이입이 가능한 표정이 되더군요. ㅋㅋ)
![]()
(사실 되게 슬프고 비극적인 장면이지만 아무 포인트 연출 없이 후딱 지나갑니다.)
![]()
(빌런님도 거대 악이라기 보단 그저 이 교도소 안에서의 자기 권력에 취한 - 찐 - 같은 느낌으로 묘사되구요.)
- 근데 동림옹 얘길 하니 말인데... 계속 하는 말이지만 이 영화는 그냥 '탈옥'에 초점을 맞추거든요. 그래서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도 등장 인물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대체 이 인간이 무슨 죄를 짓고 들어왔는지, 얼마나 나쁜 놈인 건지 혹은 억울하게 이런 일을 당하는 건지 등등을 아예 언급을 안 해 버립니다. ㅋㅋㅋ 그 외의 캐릭터들도 거의 그래요. 과거지사가 공개되는 건 흑인 보스 잉글리쉬 아저씨 정도. 그마저도 짧은 대화로 슥슥 해치워 버립니다만.
암튼 이렇다보니 보는 입장에선 그냥 탈옥 행위에 집중을 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저 소장 아저씨 같은 빌런이 나와서 관객들이 이입할 거리를 제공해 버리니 이거 좀 범죄자 미화 아님?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당연히 의도적이었겠죠. 어쨌든 관객이 주인공의 성공을 빌며 보게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 이 놈이 마약 장사에 무장 강도를 저지르고 또 저지르고 다시 저지르다 본인 죗값으로 여기 끌려온 놈이라는 걸 설명하면 그게 어려우니까요(...)
![]()
(쇼생크의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여기는 다 억울하게 온 사람들만 모인 교도소야.' ㅋㅋㅋㅋㅋ)
- 그렇게 무심 시크하게, 능력 쩌는 범죄자들이 커다란 한 건을 모의하고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라는 걸 생각하니 자연스레 멜빌 아저씨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알카트라즈 탈옥 장면은 거의 아무 대사 없이 무덤덤하게 길게 이어지는데, 보다 보면 '암흑가의 세 사람'의 보석상 도둑질 장면이 떠오르더라구요. 이 영화의 탈옥범들에겐 그 영화의 주인공들 같은 비장미는 좀 부족하긴 합니다만. 어차피 이 쪽은 성공으로 끝나야 하는 이야기이니 뭐... ㅋㅋㅋ
![]()
(프로 범죄자가 자기들 능력 발휘하는 장면을 감탄하면서 몰입해 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 흑염룡이...)
- 암튼 참 재밌게 잘 봤습니다. 돈 시겔 감독 영화들 중엔 제대로 본 게 '더티 해리'랑 '신체 강탈자의 침입' 밖에 없었는데, 참 대단한 분이었군요. 이제 반 세기가 다 되어가는 영화인데도 촌스럽거나 루즈하고 낡은 느낌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이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힘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능력이 없으면 그것도 안 되는 것이니. ㅋㅋ
탈옥 이야기를 좋아하시는데 아직 이걸 못 보셨다면 한 번 보시길 강하게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쇼생크 탈출이 너무 감수성 폭발해서 별로였던 분들도 해독(...) 차원에서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구요. 저는 '넷플릭스가 이런 영화도 들여 놓는구나!!!' 라고 기특해하며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끝이에요.
+ 근데 참 신기해요. 나중에 주인공이 탈옥할 때 쓰는 트릭들을 보면 보통 솜씨와 재주로는 상상도 불가능한 것들 투성이인데 확인해 보니 이게 다 실제 그대로더라구요. 정말 엄청난 재능의 낭비랄까... ㅋㅋㅋ
++ 그래서 이게 탈옥 성공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더군요. 일단 정부의 공식 입장은 '도주하다 물에 빠져 죽었음'이니 실패라는 건데요. 6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들이 어디로 가서 숨어 살았단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죽은 게 맞을 것 같지만 어쨌든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또 나중에 이들의 가족, 혹은 본인이라 주장하는 자... 등등에게서 '살아남아서 해외로 도망쳐 숨어 살았음'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랬답니다. 이 영화의 입장이야 뭐...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 드라마 비슷한 것이니 당연히 성공 쪽이겠죠.
+++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더 락' 이란 표현이 참 자주 나옵니다. ㅋㅋㅋ 어차피 그것도 실제 알카트라즈에서 로케이션 한 영화이니 이 영화랑 연달아서 다시 봐도 재밌을 것 같네요. 지금의 제겐 게을러서 무리겠습니다만.
이 영화를 안봐서 지금까지 그냥 알카트라즈 감옥 영화인줄 알았는데.. 무가당 쇼생크라는 제목부터 과연.. 둘 사이의 연관성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군요. 제목에 걸맞는 로이배티님처럼 범상치 않은 감상글이었습니다ㅎㅎ 잘읽었습니다. 다음은 뭘까요? 빠삐용...?
연관성... 이라고까지 말씀하시면 제가 좀 오버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ㅋㅋ 닮은 구석이 많긴 한데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영화니까요. 빠삐용이라... 어려서 본 고전(?) 영화들은 어지간하면 다시 잘 안 보게 되는데요. 근데 또 '다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하기도 합니다. 일단은 그냥 유명한 OST나 오랜만에 다시 들어 보겠어요.
볼 게 너무너무 많은데 정작 뭘 보려고 맘 먹으면 그 중에서 뭘 봐야할지 모르겠고 말이죠. ㅋㅋㅋ 어떻게든 열심히 노력해서 제 보석함을 가볍게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쇼생크랑 비교하지 않아도 그냥 딱 봐도 재밌는 영화에요. 실화 바탕인데도 주인공들의 결말에 대해 확실한 게 없는 이야기이다 보니 이것저것 상상하게 되는 재미도 조금 있었습니다. 전 살아남아서 어디 숨어 살았다에 한 표를. ㅋㅋ
미국 탈옥 영화 보면, 음식도 좋아 보이고, 2인실 프라이버시도 있고 우리나라 80년대 군대 내무반 보다 훨 좋던데요 왜 자꾸 탈옥하려 하나요? 생각만 좀 바꾸고 적응하면 그런대로 한 10년은 금방 지나갈지도.. 빠삐용은 감옥이 허접해서 탈옥 마렵긴 하겠지만.. 미국은 샤워실에서 비누 놓칠까봐 탈옥 하나봐요. ㅋㅋ 미국은 다른 주 or 멕시코로 도망 이런식으로 안 잡히고 살 수 있는 희망이 있겠죠. 우리나라는 탈옥 하면 30분 만에 cctv 통해 검거...
뭐 숙식이 그렇게까지 열악하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건 아니니까요. ㅋㅋ 저 같아도 이 영화속 감방처럼 좁아 터진 곳에 취미 생활 할 것도 없이 가둬 놓고 '응 죽을 때까지야 넌.' 이라고 하면 무진장 탈옥하고 싶겠죠. 다만 저는 이 영화 속 주인공들 같은 능력은 없으니 그냥 살다 죽겠... (쿨럭;)
근데 좀 웃기는 얘기지만, 탈옥 같은 것도 옛날 옛적 정말 야생의 삶을 살던 범죄자들에게나 실행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엔 그냥 다 포기할 것 같아요. ㅋㅋㅋ